“아뇨, 범인이오.”
사토 교수가 단정했다. 그의 말에 잠시 몸을 경직한 교수님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눈을 크게 뜨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설마……알고도 형을 집행하는 건가요?”
“오오, 물론. 다마시 교수, 자네는 ‘누군가’가 그 거인들을 죽였다는 것으로 인해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겠지. 하지만 나는 아니네. 나는 자네가 침을 튀기며 연설하는 그 순간에도 이성적이었지. 다마시 교수, 생각해 보게. 겨우 신전의 ‘관리인’ 따위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지를.”
“……그, 그런….”
교수님은 잠시 비틀거리다가 제대로 섰다. 그런 그를 비웃는 표정으로 사토 교수는 계속 이어 말했다.
“이 관리인은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 한 번도 밖에 나가지 않았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이지? 오오, 이런. 깨달아버렸군.”
“……반역자는 신전, 내…부에 있는 거군요.”
‘내부라고?’ 나는 순간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더 이상 이곳이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탓이다. 교수님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이자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해졌네요. 형을 멈추세요, 사토 교수님.”
그때, 사토 교수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오, 그럴 수야 없지.”
“네?”
“사토교수!”
머리가 벗겨진 40대의, 얼굴 모를 교수님이 말하려는 사토 교수를 끊고 비명처럼 소리쳤다. 그는 바지에서 꾸깃꾸깃한 손수건을 꺼내 넓은 이마를 닦으면서 잠시 숨을 고르곤 말했다.
“설마 얘기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직 아이들이 있다.”
“아아-.”
사토교수는 두 손을 활짝 벌리고 우리를 그제야 발견한 척 하며 놀란 표정을 짓곤 이어 말했다.
“이거, 이거, 우리의 ‘영웅’군이 아니신가!”
“영웅이라뇨? 그게 무슨 소리죠?”
사토 교수의 옆에 있던 깐깐해 보이는 여자 교수님이 말했다. 그녀는 뾰족한 킬 힐로 바닥을 두세 번 두드리는 것으로 사토 교수를 재촉했다.
“타이쇼군 말이네. 나는 믿고 있지. 저 아이야 말로 ‘영웅의 아이’라는 것을! 아아 신이시여.”
그는 늘 그랬던 것처럼 갑자기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시작했다. 여자 교수님은 그를 보고 혀를 몇 번 차더니 익숙하게 고개를 돌리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손수건을 집어넣고 있는 남자 교수님에게 말했다.
“영웅이라면 괜찮겠죠. 우리는 이 아이의 성장을 도울 의무가 있습니다, 카치 교수님.”
“으음….”
머뭇거리며 신음을 내던 카치 교수님이 곧 수긍하곤 입을 열었다.
“성장을 도울 의무가 있지……. 네 이름이 타이쇼라 했던가?”
“아, 네.”
갑작스런 부름에 놀라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런 내 모습을 조금 못마땅하게 보던 그는 고저 없는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 우리는 분명 저자가 범인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지. 하지만 ‘전력의 돌’형을 계속 이행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다마시’ 교수 때문이다.”
“그게, 무슨 말이신가요?”
다마시 교수님은 눈썹을 파르르 떨며 굳은 얼굴을 애써 피곤 말했다. 하지만 카치 교수님은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이어 얘기했다.
“다마시 교수가 이미 모든 신전생들에게 저자가 범인인 것을 밝혔고, 아주 훌륭하게도 ‘반역’에 대한 경계심을 주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신전 측의 강경한 의사를 공표했지. 하지만 만약 형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반역’을 잡겠다는 의지는 무너지고, 신전생들은 내부자 중에 ‘반역범’이 있다는 사실에 혼란하여, 무질서하게 되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신전의 ‘명예’에 흠집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신뢰는 사라질 것이고, 시민들은 아이를 ‘기부’하지 않게 된다. 신전이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거다.”
나는 그의 무기질한 눈동자를 보게 됐다. 그 순간 나는 알아챘다. 카치 교수는 ‘신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전에 있는 ‘자신’을 위해서 이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것을. 그의 시선에서 ‘신전’에 대한 애정이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끝나자 여교수가 나에 말을 걸었다.
“영웅군, 구할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