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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홍콩러브트립
작가 : 제이J
작품등록일 : 2017.12.1

은퇴후 낯선 도시를 찾아온 톱스타 이한경
그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이드 송호연
홍콩에서 시작되었던 그들만의 러브 트립

 
7. 번외 - 또 하나의 야경
작성일 : 17-12-19 13:42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2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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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하나의 야경

 

 “여긴 무슨 길이 이렇게 어둡습니까? 사람도 없고.”

 

 은혁은 으슥한 산책길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나란히 쓴 우산 위로 굵어진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둡고 사람까지 없으니까 좋은 길이죠.”

 “두 사람이 여기 있는 건 맞습니까?”

 “매사에 그렇게 의심이 많아요?”

 “직업병입니다.”

 

 은혁이 가지고 있는 변호사로서의 철칙은 한가지였다. 누구도 믿지 마라. 의뢰인조차도 의심해라. 위니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그녀는 비 내리는 좁은 산책길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이 와중에 사진이 찍고 싶습니까?”

 “나도 직업병이에요.”

 

 이런 길로 한경을 데리고 간 호연도, 이런 길을 굳이 사진으로 남기는 위니도, 모두 이상한 여자들이었다. 애당초 이런 여자들과 얽히지 말아야 했던 건지도 몰랐다. 한경은 홍콩이 아닌 싱가포르에서 지내는 게 맞았다. 로펌의 변호사들을 줄줄이 붙여 일처리를 해야 했다. 그랬다면 호텔 애프터눈 티를 먹겠다고 앉아있는 일도, 가이드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는 일도, 이런 비 내리는 좁은 길을 걸을 일 따위도 없을 거였다. 그는 흙길에 고인 물 웅덩이를 피해 걸음을 떼었다.

 

 “이런 데에 뭐 볼 게 있다고.”

 

 은혁은 낮게 투덜거렸다. 그는 멋진 도시의 풍경 따위에 관심이 없었다. 늦은 밤까지 화려한 도시의 고층빌딩들을 볼 때의 느낌은 야근을 열심히들 하는 구나 정도의 감정이 전부였다.

 

 “모르는 소리 말아요. 홍콩에서 야경사진 찍기 가장 좋은 곳이 여기거든요.”

 “왜요?”

 “사진은 1도 모르시는 거지.”

 

 여자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작게 저었다. 사진작가의 뜬금없는 기초 상식 강의가 이어졌다.

 

 “야경 촬영의 필수품은 삼각대에요. 야경을 제대로 찍으려면 노출시간이 길어야 하는데 흔들리기 쉽거든요. 뷰가 좋은 침사추이나 더 피크 전망대에는 사람이 많아서 삼각대를 세워놓고 촬영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거든요. 바로 그게 이곳에선 가능하단 소리죠.”

 

 위니는 품에 카메라를 끌어안고 있었다. 멋 부려 차려입은 원피스의 매무새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보였다. 은혁은 그녀 쪽으로 우산을 조금 기울였다. 그의 다른 손에는 한경과 호연이 쓰고 돌아올 여분의 우산이 들려 있었다. 그들에게 도착할 때까지만 이라도 편하게 각자 쓰고 가자는 은혁의 말을 단칼에 거절한 건 위니였다. 거절의 이유가 기가 막혔다. 사진 찍어야 돼서요.

 

 “사진이 왜 그렇게 좋습니까?”

 

 저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물음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궁금증이었다.

 

 “지나간 시간을 붙들어놓을 수 있으니까. 기억은 왜곡되고 편집되지만,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붙들고 싶은 순간이 있나 봅니다.”

 “어머, 나 사연 있는 여자로 보여요?”

 

 무심코 던진 말에 여자가 반색을 해댔다. 이래서 누군가와의 사적인 대화는 불필요한 일이었다. 사소한 무엇도 궁금해 하지 말아야 했다. 은혁은 뒤늦게 정색을 했다.

 

 “전혀요. 사연 같은 거 1도 없어 보입니다.”

 

 그들은 작은 코너를 돌았다. 뻥 뚫린 전망과 그 앞에 놓인 벤치가 보였다. 어느새 비는 멈춰 있었다. 나무 벤치 위에는 와인병 하나가 덜렁 놓여있었다. 찾고 있는 얼굴들은 보이지 않았다. 우산을 접어 든 은혁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위니의 카메라는 빗방울이 잔뜩 묻은 와인병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길 엇갈린 거 아닙니까?”

 

 은혁은 위니를 돌아보며 물었다. 위니는 와인병을 집어 들어 코르크 마개를 잡아 당겼다.

 

 “와인 마실래요?”

 

 속편한 얼굴로 그녀는 은혁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술이 넘어갑니까? 두 사람부터 얼른 찾아서.”

 “목소리 좀 낮춰요. 하여간 눈치는 진짜 없어.”

 

 목소리를 왜 낮추라는 건지, 무슨 눈치가 없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은혁은 평소 눈치 빠르기로 명성이 자자한 변호사였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반대편의 전략이 뭔지 신기에 가깝게 훤히 꿰뚫던 그였다. 그 능력이 이 곳 홍콩에서만은, 이상한 두 여자 앞에만은 유독 힘을 못 쓰고 있었다.

 위니의 턱 끝이 한참 떨어진 나무쪽을 가리켰다. 그는 의아한 눈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가지를 늘어트린 커다란 나무아래에 기대선 누군가, 아니 누군가들이 보였다. 바람에 흔들거리는 가지 사이로 그들의 실루엣이 얼핏얼핏 드러났다. 저게 누구인가,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궁금증은 품을 필요도 없었다. 저 자세와 저 각도로 하고 있는 일은 딱 하나 밖에 없을 터였다.

 

 “저거 설마 한경이랑 호연씹니까?”

 “저런 기럭지의 남자는 이한경씨 밖에 없겠죠. 저 여자가 입은 원피스는 내 원피스가 맞고요. 그러니까 와인이나 마셔요.”

 “이게 지금 무슨.”

 

 은혁은 당황한 얼굴로 위니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저만치의 홍콩 시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보죠?”

 

 영화와 드라마의 키스신들은 온갖 매스컴을 도배했다. 늦은 밤이면 후미진 골목에서 부둥켜 안고 있는 커플들이 종종 눈에 띄기도 했다. 은혁은 그런 것들을 무심하게 보고 지나쳤었다. 문제는 저들이 배우가 아니라는 거였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행인커플도 아니었다. 남자는 죽마고우이자 의뢰인이었고, 여자는 그의 가이드였다. 그녀의 전 남친이자 적에게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건 은혁 본인이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의뢰인들이 서로 눈이 맞은 거였다.

 

 “제대로 된 홍콩 야경 말이에요. 처음 보는 거 아니냐고요.”

 

 은혁은 위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들고 있던 와인병이 은혁에게로 불쑥 건너왔다.

 

 “홍콩의 야경을 가장 로맨틱 하게 보는 방법이 뭔 줄 알아요?”

 

 그냥 야경도 관심 없는데 로맨틱한 야경 따위는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두 명의 의뢰인이 변호사가 온 줄도 모르고 키스 중인 이 상황이 몹시 불편하고 어이없을 뿐이었다.

 

 “키스를 하거나 와인을 마시거나. 키스는 다른 커플이 하고 있으니, 우린 와인이나 마시면 되겠네요.”

 “안 로맨틱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은혁은 못마땅한 눈으로 변호사 뒤통수를 때린 두 의뢰인 쪽을 째렸다. 또 하나의 야경이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두 남녀가 몸소 보여주는 야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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