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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Shine 샤인
작가 : 처음부터
작품등록일 : 2017.11.12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최시후'. 그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다?
그의 아들 '현재'는 19년동안 비밀을 간직한 채 그림자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나타난 기획사 신인개발팀의 팀장, '선영'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우연한 기회로 현재의 재능을 알아본 선영.

"내가 찾던 별, 그게 바로 너야."

끊임없이 숨고 도망치는 남자와 그를 쫓는 여자.
그들의 꿈과 사랑 이야기.

 
17.
작성일 : 17-12-19 00:03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3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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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을 수 없는 사실에 머리가 아파왔다. 자신이 알던 세상이 모래성처럼 한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아버지인 최시후가, 그 긴 세월 동안 그에게 거짓말을 해왔다.

 

 ‘소민희. 평화 납골당에서 답신 드립니다. 한정남씨의 요청으로 납골당 이전 건을……’

 

 그리고 뭐라고 했더라. 배달부가 했던 말이 더 이상 기억나질 않는다. 형체도 없이 떠돌던 그의 목소리가 어느덧 희미해졌다.

 

 왜 납골당에 엄마의 이름이 있는 거지?

 

 ‘저, 저기요? 괜찮으세요?’

 

 새하얗게 질려버린 현재의 얼굴을 보고 그가 물었다. 길게 뻗은 그의 다리가 다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아득해지는 시야에 정신을 붙잡고 있기 힘들었다.

 

 영문을 알 턱이 없는 배달부는 어깨를 떠는 현재를 걱정했다. 추운 날씨에 한기에 휩싸인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현재의 어머니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순진하게도 그는 모르고 있었다.

 

 10년동안 최시후가 그녀를 찾고 있다고 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찾으면 아버지인 당신의 곁에서 깨끗하게 사라지겠노라 약속했었다.

 

 엄마를 찾겠다는, 그의 지키지 못한 약속을 한번이라도 의심해볼 법 했는데. 수백 번을 의심했어야 했는데.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사인을 한 현재가 대문을 닫아버렸다. 매섭게 닫힌 문소리에 배달부가 놀랄 정도로.

 

 그렇게 그의 한 해의 마지막이 사라져버렸다.

 

 2017년 마지막 날이.

 

 

 ***

 

 

 아직 정리하지 못한 짐들이 상자에 담겨 바닥에 쌓여있었다. 선영은 구겨진 표정을 손으로 비벼댔다. 피곤으로 충혈된 눈이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이사한지는 일주일이 훌쩍 넘었다. 큰집에서 작은집으로 이사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고급스러운 가구들은 팔아버렸고, 돈이 될 만한 귀중품은 미국에서 자리를 잡을 친동생을 위해 보내버렸다.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집은 그렇게 그녀의 인생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모든 것을 치워버리니, 인생이라는 것이 별 것 없었다. 한 사람의 삶이던, 가족의 삶이던, 이렇게 숫자로 환산하니 보 잘 것 없는 가격이 될 것이라면 아둥바둥 거리면서 악착같이 살 필요가 없을 텐데. 이제라도 깨달으니 다행인 걸까.

 

 돈이 될 만한 건 전부다 팔아버렸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짐이 그녀를 부담스럽게 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대로 내버려뒀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돈보다 시간이었다. 천천히 하나씩 정리하지, 뭐. 그 생각에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눈이 내린다.

 

 모든 사람들은 몇 시간 뒤면 펼쳐질 새해에 들뜬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겠지. 문득, 그 생각에 파묻히니 우울해지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날 저녁, 지훈을 만나 헤어졌던 선영은 다시는 그를 보지 못했다. 자신의 사무실이었던 곳에서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던 그를 만났다. 우리는 같은 선상에서 선 서로를 보지 못할 것이다. 평생을.

 

 빌어먹을 운명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와 있는 시간은 그녀에게 교훈을 주었다. 생각할 여유로움 따위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바뀔 수 있는 운명이었으면, 이미 그렇게 되었을 것이니까.

 

 그녀가 향하는 곳은 재개발지역의 3층짜리 낡은 건물이었다. 서울 시내에 땅값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곳. 그곳은 할아버지의 시작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산업혁명이 한참 일어나던 시기,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지역의 건물이었다. 그때는 이곳이 이렇게 낙후될 지역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층을 셀 수 없는 수많은 빌딩들이 들어설 때까지 할아버지는 공장을 운영했고, 사업가로서 성공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 재개발 지역의 손 쓰지 못한 건물을, 할아버지는 선영에게 물려주었다. 할머니도, 그의 자식들도 손 쓰지 못할 시기에.

 

 그와 아버지가 세상에서 사라진 지금, 우습게도 이 건물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재산이 되어버렸다. 변호사에게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배를 부여잡고 헛웃음을 내뱉었으니까.

 

 살아생전 할아버지는 선영을 아꼈다. 자신의 손주 중에 영특한 그녀를 유독 과하게 아꼈으니까. 어쩌면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을 해소하고 싶었을 지도 몰랐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의 삶을 한번씩 돌아보게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현실적이었던 선영은 그에 대한 원망은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강남의 유명한 부지에 한창 오르고 있는 부지도 있는데, 하필 이 재개발 지역의 3층짜리 다 쓰러져가는 건물일 게 뭐람. 할머니가 재산을 다 빼앗아간 형국에 고맙다는 빈 마음이 들 일은 없었다. 그녀도 자본주의 사회에 노예 아닌가.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결국 변호사가 전해준 유산목록의 유일한 한 칸을 차지한 건물을 확인하고 이사를 결정했다. 애초부터 선택권은 없었다. 미국으로 남동생과 어머니는 돌아갔고, 직업도 없는 그녀가 갈 곳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좋으나 싫으나 갈 곳은 한 군데밖에.

 

 1층은 세탁소, 2층은 당구장. 옥탑 방을 제외한 모든 공간은 이미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좁은 달동네에 다 쓰러져가는 건물처럼 보인다 해도 사람이 사는 동네였다. 그녀가 쫓겨난 자신의 저택처럼, 존중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들의 터전이었다.

 

 마음 약한 그녀가 유일한 유산을 상속받았다고 해서 이미 세입자로 들어선 사람을 내쫓을 리 없었다. 그녀는 그냥 옥탑 방에 살기로 결정했다. 아쉽기는 했어도 그런 걸 따질 인성도, 형편도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삶을 받아들였다. 현실적으로.

 

 처치한다고 처치했지만, 원래 살림이 많았던 짐은 줄이기가 쉽지가 않다. 정리하지 못한 짐은 그저 박스에 담아 옥상에, 집밖에 쌓아두었는데, 보기 흉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래도 젖으면 안 되는 물건들과 아닌 것들로 나눴지만, 그렇다고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지지는 않았으니까.

 

 추운 날씨에 시려운 손을 연신 비벼대던 선영은 곧장 집안으로 들어왔다. 삐거덕대는 문의 마찰음이 그녀의 귓가를 신경질적으로 긁어댄다.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예민하고 감성적이던 감정이 더욱 구름 위에 떠있는 공기처럼 온도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어떤 기분인지, 어떤 마음인지.

 

 2017년, 올해가 이렇게 사라진다. 그녀는 아무런 희망도, 펼쳐질 내일에 대한 기대도 얻은 것이 없다. 그게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어버렸다.

 

 바닥까지 떨어진 심장은 다시 손으로 주워담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다그치며 함께 주워줄 사람조차 곁에 남아있지 않았다.

 

 가족도, 지훈도. 사랑하던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곁에 남아있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켜면 아마도 옛 생각에 젖어들 것이었다. <먼데이 엔터테인먼트>에서 키웠던 배우는 한 둘이 아니었기에, 곱씹을 안주 따위가 될 인물들은 필요 없었다.

 

 소주나 사올까?

 

 그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일러도 키는 것을 깜빡한 선영은 불이 나게 앉은 방바닥에서 일어나 집밖으로 향했다. 자정에 되기 전에 문을 닫는다던 동네 슈퍼마켓 아줌마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적응의 연속이었다. 한번도 24시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살아보지 않은 적이 없기에, 꾸지 않고 이렇게 추리닝 바람으로 집밖을 나서본 적이 없기에, 낯설고 당황스러웠는데. 고작 일주일 살았는데 이렇게나 적응해버렸다. 푸석해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바닥에 뒹굴고 있던 검은 모자를 대충 눌러쓰고, 대충 신은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와버렸다.

 

 그때 당황스럽게도,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는 사람을 마주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정이 되기 아주 조금 전.

 

 그녀가 29살이 되기 아주 몇 분전.

 

 아주 기분이 우울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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