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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너
작가 : 도삼
작품등록일 : 2017.12.18

거울을 통해 10년 후인 미래의 자기 방으로 건너갈 수 있게 된 연경은 그곳에서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온 연경은 거울 속 10년 후의 세계에서 만난 남자를 보게 되는데..

 
1화
작성일 : 17-12-18 23:57     조회 : 385     추천 : 0     분량 : 4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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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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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눈이 연경에게 집중됐다.

 

 연경의 눈앞에는 소주가 가득 차있는 소주잔, 그리고 맞은편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앉아있는 같은 과 선배가 있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연경은 그들의 눈치를 보며 진땀을 빼고 있었다.

 

 

 대학 신입생의 학기 초 빈번한 과모임은 그야말로 술잔을 누구에게 넘기느냐에 사활이 걸려있는 치열한 싸움터였다. 그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다양했다. 술게임을 잘하거나, 술이 쎄거나, 혹은 나름의 요령이 있거나. 이 중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은 2차에 가기도 전에 잔뜩 취한 채 술집 구석에 앉아 술자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연경이었다.

 

 방금도 술게임에서 져 벌칙주를 마시게 된 연경은 이미 여러 잔을 마셔 반쯤 취해있는 상태였다. 앞에 앉은 선배는 그런 연경에게 흑기사가 되어 대신 술을 마셔줄 테니 춤을 춰 달라고 했고, 그 말에 동기들은 ‘흑기사’의 등장에 환호하며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가 되었다.

 애초에 춤과는 거리가 먼 연경이었고, 이런 분위기에서 하는 건 더더욱 불편한 것이 당연했다. 연경만이 난감한 얼굴로 주변 사람들을 쳐다봤다. 흑기사라 말했지만 선배도 동기도 모두 자기편으로 보이지 않았다.

 

 ‘또 내가 선택해야 하는 거야? 선택하는 게 왜 하필이면...’

 

 언제부터인가 선택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것이 되었다. 오늘도 달갑지 않은 선택의 순간에서 연경은 최악을 피하는 선택을 했다. 소주가 가득 찬 소주잔을 들고 한 입에 털어마시자 주위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화끈하다, 쿨하다 그런 말들이 오고갔고, 그런 말들 사이에는 ‘저래서 학과생활 어떻게 하겠냐’는 비꼬는 말들도 섞여있었다.

 

 누가 대학생활이 달다고 했는가. 이제 갓 대학에 발을 들인 연경이 가장 먼저 배워야 했던 것이 술과 아첨과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고 웃는 방법이었다. 연경이가 앉은 테이블과 멀리 않은 곳에서, 분명 일부러 들으라는 듯 목소릴 죽이지도 않고 내뱉은 말들이었다. 연경도 분명하게 알아들었지만 그 말에 대꾸하거나 말한 이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화하게 쓰라린 속을 가라앉히려 맹물만 삼키고 있었다.

 술을 들이킬 때만 잠시 조용해지는 술자리는 벌칙이 끝나자 다시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다음 술게임을 정하는 목소리부터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일, 자주 이름이 불리지 않은 사람이나 유난히 게임에만 강해 술을 많이 먹지 않은 사람을 찾아내는 일. 이것 뿐 아니라 여러 모략들이 이 테이블 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이질적이고 거부감이 드는 건 여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테이블 내에는 친한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었다. 앞자리에 조금 대하기 불편한 남자선배와 옆자리에 연경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동기. 그나마 얼굴과 이름을 익힌 여자동기들은 다른 테이블에 뚝뚝 떨어져 앉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초면에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 노래나 춤을 춘다고?

 못한다. 절대 못한다.

 아직 거기까지 취하지 않았고, 그만큼 취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술자리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을 때 연경은 심장이 갑갑하고 음식물들이 목에 걸린 듯 불편했다. 마음은 이미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을 내고 있었지만, 몸은 빡빡한 식당 좌식 테이블에 끼어있어 화장실로 나가는 길마저 마땅치 않았다. 자신이 바위 틈새에 낀 이끼 같다고 연경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조용한 공간과 누울 수 있는 곳. 그것만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피곤해’ 한숨과 함께 말이 터져나올것만 같아서 연경은 컵에 든 생수를 마시며 말들을 속으로 꾹꾹 내리눌렀다.

 

 되어 각종 학과모임에 끌려 다니던 연경은 취기가 조금씩 오르는 걸 느끼며 컵에 든 물을 삼켰다.

 하필이면 공대에 와서, 하필이면 남녀비율이 고르지 못한 과에 와서 연경은 각종 학과모임에 끌려 다니고 있었다. 모임에 빠지는 것도, 자리를 뜨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모든 일에 본의치 않게 주목을 받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피곤하다며 자리에서 빠지고 싶었지만, 어제 학생회모임에 참석해 마지막까지 갔다던 여선배가 건너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속이 안 좋은지 자주 명치를 만지다가도 해장음료와 오뎅국을 옆에 끼고서 주는 잔을 거부하지 않는 선배였다. 그 선배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상, 그 누구도 별 것 아닌 걸로 모임에서 빠져나가려는 걸 좋게 봐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일 강의에 늦지 않으면서 집에 빨리 돌아가려면 적당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서 만취하지 않도록 버텨야 했다.

 

 최대한 술기운을 몰아내려 안주를 집어먹고 있을 때, 술게임은 다시 시작되었다.

 

 

 

 매번 술자리에서 소주를 삼킬 때마다 다신 오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매번 참석하는 연경이었다.

 연경의 앞에는 다시 소주잔이 들이밀어졌고, 연경은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을 쭉 둘러봤다.

 내가 걸렸나? 그렇지. 내가 호명됐었지.

 흐릿해진 초점을 다시 맞추려 고개를 양옆으로 젓자 앞에 앉은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취한 거야? 지금까지 몇 잔 마셨는지 기억은 해?”

 

 

 그러게요. 벌써 취했고, 몇 잔 마셨는지도 모르겠네요.

 선배의 말에 그저 말없이 웃어 보이며 빈 술잔을 들어올렸다. 막상 연경을 호명했던 같은 학과의 남자 동기, 조민형은 옆자리에서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계속 키득키득 웃고만 있었다. 저번에도 그렇게 이번에도 이런 식으로 나온다 그거지? 조민형, 절대 안 잊는다.

 

 민형은 연경의 빈 잔에 소주를 채워 주려다 잠깐 멈추고는 말했다.

 

 “야야, 노래 불러주면 내가 흑기사 해줄게ㅋㅋ 너 이러다 집도 못 찾아 가겠다ㅋㅋ”

 

 연경과 친하지도 않고 서로 좋은 기억도 없던 민형은 이전부터 연경에게 묘하게 시비를 걸곤 했었다. 연경이 술게임을 못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로 유독 연경을 호명하는 횟수가 늘었고, 오늘도 민형의 덕택에 벌칙주를 몇 잔 마셨던 연경은 말없이 웃으며 민형에게 잔을 들이밀었다.

 거절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민형은 알겠다는 듯이 웃으며 소주병을 기울였다. 잔에는 소주가 채워지다 못해 넘쳐버렸고, 알코올이 연경의 손까지 적시자 그제야 소주병을 다시 바로 세웠다.

 

 “아이고, 미안ㅋㅋㅋ 나도 취했나 보다ㅋㅋ”

 

 그 말을 하며 민형은 웃었고 주위의 사람들도 그를 따라 웃었다.

 아무 반응 없는 연경의 모습에 민형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연경은 그의 고의성이 다분한 행동에 부글부글 속이 끓는 것을 느꼈다.

 연경은 속으로 온갖 말을 삼키면서도 얼굴엔 웃음을 띄운 채 잔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모두 일제히 노래를 불렀다.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쭉~~”

 

 연경은 리듬에 맞춰 소주잔을 기울였고, 잔을 비우자 사람들은 다음 구호를 외치며 흥겨워했다. 술에 얼굴이 빨개진 연경을 보며 동기가 웃어대자, 연경도 민형을 따라 이를 악물며 웃기 시작했다. 오기가 생긴 연경은 취기에 혀가 꼬이는 와중에도 얼른 다음 게임을 시작하자고 재촉했고, 그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던 주위 선배들은 더 취하면 안 된다며 술게임을 계속하려는 연경을 말렸다. 괜찮다고 말하던 연경은 몇 안 되는 여자선배들에 이끌려 구석으로 자리가 옮겨졌다.

 

 막상 구석자리에 옮겨지니 연경은 아까의 일은 잊고는 피곤함에 벽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는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중간에 막이라도 생긴 것처럼 그들의 관심이 닿지 않는 곳에서 연경은 눈을 깜빡였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공간이지만 무리 속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연경은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나른함과 함께 몰려오는 취기에 스스르 눈을 감았다.

 ...

 ..

 .

 

 

 “2차는 어디로 갈까? 여기 바로 건너편 골목에 괜찮은 가게 있는데 거기로 갈까?”

 “아, 혹시 000 말하시는 거예요? 저도 거기 가봤는데 괜찮더라고요.”

 

 잠시 눈을 감았던 연경은 시끌벅적한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어느새 같은 과 여자동기에게 부축을 받아 밖으로 나와 있던 연경은 1차 술자리가 끝났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연경은 자신을 챙겨준 동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부축해준 손을 풀어냈다.

 

 “야, 넌 여기 자러 오냐ㅋㅋㅋㅋ 잠만 자려면 여기 왜 왔어ㅋㅋ”

 동기 중 한명이 연경에게 말하자 무리는 다들 웃음보가 터졌다. 연경은 말을 한 동기에게 가볍게 으름장을 놓고는 그를 지나쳐 술자리를 주선한 과대 선배에게 비틀비틀 걸어갔다.

 

 선배는 연경이 오는 것을 발견하자 연경에게 말을 걸었다.

 

 “어, 연경이 깼구나. 괜찮아? 이제 2차 갈 것 같은데 어떡할래?”

 “선배.. 전 2차 못 갈 것 가타요.. 저 먼저 가 바도 될까요?”

 “응, 근데 좀 취한 것 혼자는 안 되겠다. 누구 연경이랑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 없어?”

 

 선배는 동기들이 있는 무리를 보며 말했다. 그런 선배의 말에 연경은 다급하게 손을 휘저었다.

 

 “호..혼자서 갈 수 있어요.. 지그..ㅁ 징짜 멀쩡하다구여...”

 

 혀가 꼬이는 연경의 모습에 선배는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고, 같은 방향이 있는 애가 있는지 한 번 더 무리에 한 번 더 물어봤다. 혼자 가는 것이 마음에 편했던 연경은 술에 깨기 위해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쳤다.

 

 그 때 연경의 폰 벨소리가 울렸다. 연경이 폰을 꺼내 확인했을 때

 폰 화면에는 ‘김세영’ 이라는 익숙한 글자가 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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