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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혼돈과 함께하는 나날
작가 : ghostS
작품등록일 : 2017.11.15

[현대판타지]

혼탁한 시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어설픈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품 소개 :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도 끊임없이 기괴하면서 위험천만한 사건사고들이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한 혼탁한 시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어설픈 그들이 움직인다.
아직 제대로 배운 것도 없는 초짜 ‘퇴마사’ 지망생 '선우명'.
그에게 빌붙어 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아애'.

그 둘이 많은 이들과 만나 우역곡절 끝에 힘을 합쳐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괴상한 일들을 해결하고,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존재들과 맞서 싸워 퇴치하는 이야기.

 
#18. 억울한 남자
작성일 : 17-12-18 23:50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8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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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4. 가제: 억울한 죽은 자와 억울한 산 자

 

 #18. 억울한 남자

 

  “야, 명아, 선우명! 그래서 그거 나 줄 거야~?”

 

  터덜터덜 다시 레테 타워 안으로 들어가는 선우명의 뒤통수에 대고 아애가 밝게 물었다. 선우명이 휙 뒤돌아 눈치 없이 해맑은 아애를 째려보자, 녀석은 그저 선우명의 팔찌 쪽으로 손가락질만 했다.

 

  “미쳤냐? 아까 니가 뭘 해줬다고?”

 

  “깔깔깔깔깔, 그럼, 나 안 따라간다?”

 

  “뭐? 와아, 진짜! 너무하네.”

 

  아애는 얄밉게 어깨를 들썩이며 혀를 쏙 내밀었다. 그 모양새가 꼴 보기 싫어 죽을 지경이긴 했다. 그렇다고 아애 없이 이 밤에 저 무시무시하고 소름끼치고 역겨운 기운이 퐁퐁 풍기는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도 무서웠다.

 

  “하아, 진짜로 같이 안 들어 가줄 거냐? 의리 없게?”

 

  “크크크크큭ㅋ큭, 왜에~? 역시 겁쟁이 쫄보라서 혼자 들어가긴 무서운가?”

 

  “미친! 아, 내일 아침 고기 구워준다니까? 그것도 한우로!”

 

  “칫. 됐네요. 큭크크큭큭. 그럼 나는 니가 거기에 들어가 있는 동안엔, 걍 혼자서 저기서 놀래.”

 

  아애가 바라보는 곳은 시커먼 호수 쪽이다. 레테 타워 건물에서 나오는 기운보다야 덜 하지만, 밤의 호수 쪽도 만만치 않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아애의 흥미를 끌만한 것이 분명히 있고도 남을 것 같았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도대체 왜 지금? 그냥 저 쪽엔 나중에 가면 안 되겠냐?”

 

  “깔갈깔갈갈갈. 난 저기가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말이지? 크크큭크큭.”

 

  아애는 선우명의 안절부절 못하는 눈빛을 무시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레테타워의 VIP전용 출입문 반대방향으로 거의 달리 듯 깡충거리며 멀어져 갔다.

  그 모습에 당황한 선우명이 아애를 부르며 따라가려고 하자마자, 역시나 피투성이 여자 귀신이 이번에도 선우명을 놓아주지 않았다.

  여자의 몸이 선우명 머리 위로 ‘휙’ 떨어지고, 땅바닥에 ‘쾅’ 부딪히더니, 온몸이 ‘철퍼덕’ 바닥에 퍼졌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선명하다. 그리고 다시 사방으로 비릿한 피냄새가 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선 선우명과 눈이 마주치며 그 찢어진 입을 오물거렸다.

 

  “아우 씨, 알았다고, 알았어. 그 쪽 따라간다고.”

 

  선우명은 어쩔 수 없이 아애의 뒤통수에 대고 고함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야, 아애 너 물에 뛰어 들어가진 마! 나중에 지하철 타고 갈 때 힘들다 말이야.”

 

  이미 저 만치 가버린 아애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멀리 가진 말고! 그리고, 너, 인간적으로……, 아니다, 니가 인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진짜 같이 사는 의리란 게 있으니깐 말이지, 내가 부르면, 좀, 꼭 와 줘! 꼭 그래야 한다고! 야, 들리냐? 듣고 있냐?”

 

  어둠속에서 아애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만 들려왔고, 선우명은 고개를 숙인 채 레테타워 안으로 결국 들어섰다.

 

 *

 

  노란 머리 남자는 담배를 피워 물며 바닥에 눕혀진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는 남자가 약을 탄 술을 마신 후, 몇 분 전 완전히 잠에 곯아떨어져선 침대도 아닌 바닥으로 쓰러진 채 그대로 너부러져 있었다.

 

  두어 시간 전쯤에 클럽에서 만난 여자였다. 여자는 남자가 레테 타워의 레지던스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먼저 이곳에 와서 구경해보고 싶다며 설레발치고 재촉했었다.

  레테타워에서 산다는 걸 흘리는 것만으로도 클럽이나 술집에서 여자를 꼬시는 건, 정말이지 식은 죽 먹기였다. 물론 그렇게 따라온 여자들은 이 남자가 진짜로 레테 레지던스에 사는지 안 사는지는, 결국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담배를 다 피운 노랑머리는 꽁초를 화장실 변기 안에 버리고 물을 내렸고, 서둘러 창문을 열고서 환기를 시켰다. 이 방의 진짜 주인이 노란 머리가 방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걸 알면 지랄발광을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냄새가 배는 걸 방지해야 했다.

  방에 향수까지 뿌린 후 노란 머리는 핸드폰 액정에 부재중 전화로 뜬 ‘윤창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벨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은 전화를 받았다.

 

  “야, 윤찬희 이 개 새꺄. 왜 내 전화 안 받고 지랄이냐?”

 

  “좀 바빴어.”

 

  “지랄하네, 웃긴 새끼. 그래서 오늘도 잘 데리고 왔냐?”

 

  “그래.”

 

  윤찬희는 바닥에 누워있는 여자를 냉정한 눈빛으로 다시 바라보며 대답했다. 자신이 유혹해서 데려오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항상 아무 생각 없이 자기를 따라오는 여자들에겐 또 혐오감이 들긴 했다.

 

  호적상으로야 윤찬희와 윤창희는 동갑내기 육촌 지간이긴 했다. 하지만, 레테타워 레지던스에 실제로 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바로 창희였다. 그런 윤창희와 노란 머리 윤찬희는 실제로는 거의 갑과 을의 입장이었다. 윤찬희의 아버지가 윤창희 아버지의 온갖 잡다한 일을 처리해주는 수족 노릇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였다.

  윤찬희는 하다하다 이젠 윤창희를 위해 여자 셔틀까지 해야 하는 자신의 팔자가 불쌍하고 억울했다.

 

  윤창희에겐 이상한 성벽이 있었다.

  항상 모르는 낯선 여자만을 원했다. 대화 한 번 나누지 않고, 은밀한 눈빛 한 번 오고가지 않은 모르는 여자를 강제로 덮치는 걸, 미친 듯이 갈구하는 정신병자 같은 새끼가 윤창희였다.

  그 성벽을 소리 소문 없이 해결하기 위해, 윤창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꼬붕 노릇을 하던 윤찬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윤찬희는 창희가 이제껏 자기가 데려온 여자들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 모른다. 또 뒤처리는 어떻게 하는지도, 왜 그 뒤로 별 소문 없이 아무 일도 안 생기는 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돈이 썩어나가는 놈이니, 돈으로 여자들의 입막음을 하고 마무리 짓고 있다는 것 정도로만 추측 할 뿐이다. 고소를 못 하도록, 나체 사진 정도도 찍어뒀을 게 분명했다.

 

  “야, 지지난 주 얘처럼 비쩍 마르고 기운도 약하고 부실한 얜 싫다. 지난 주 걔가 예쁘고 팔팔하니, 기가 세서 좋더라고. 또 그런 얠 데려온 거 맞지? 히히히.”

 

  창희의 말에 지난주에 여기로 데려온 여자를 떠올리며 윤찬희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지난주는 내내 굵은 장맛비가 내렸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지난 주 목요일에는 클럽들을 몇 군데나 돌아다녀도 창희에게 데려갈 적당한 여자를 찾지 못해 안달이 났었다.

 

  윤찬희가 여자를 고를 때 나름의 법칙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타나는 클럽 죽순이나 파티광들은 절대로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은 나름의 인맥이 곳곳에 걸쳐져 있기 때문에, 괜히 자신이 다른 남자에게 여자를 갖다 바치는 포주로 소문이 날게 분명했다.

  그래서 윤찬희는 항상 초짜 같은 여자들을 찾아다녔다.

  경계심이 쓸데없이 많은 여자도 안 된다. 옷차림도 어색하고, 행동거지도 어설프고, 그저 낯설지만 새로운 환경에 무조건 신나 날뛰는 그런 여자. 아무 생각 없이 잔뜩 흥분해 있는 여자가 딱 좋았다.

  일행이 없으면 더욱 더 좋지만, 사실 그건 중요하지는 않았다. 클럽에 들어올 땐 무리를 지어 들어왔다고 해도 나갈 때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주의 경우는 달랐다. 클럽에서 적당한 여자를 찾아내지 못하자, 마음이 다급해졌었다. 제대로 시간에 맞춰 여자를 데려가지 못하면 윤창희의 개지랄을 고스란히 자신의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그래서 윤찬희는 대학 후배인 민정을 불러냈다.

 

  올해 XX대학교 신입생인 민정은 지방 출신의 자취생에다 소심한 성격으로 제대로 어울리는 동기조차 하나 없는 여자였다. 방학 중에도 다음 학기를 대비하기위해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고향집으로 돌아가기도 못하고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윤찬희는 민정이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런 사정을 잘 알기에 윤찬희는 민정에게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 주겠다며 늦은 밤에 불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 민정은 일주일 전 목요일, 그 날 밤 이후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다. 아예 핸드폰을 꺼놓고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창희야. 지난 주 여자는 잘 돌아간 거냐?”

 

  “크큭. 그걸 니가 왜 물어?”

 

  “아니, 그냥. 어떻게, 잘 돌아간 건지 궁금해서…….”

 

  “뭐? 웬일? 히히히힛. 그 여자, 니 스타일이었나 보네? 왜, 니가 따로 만나보려고? 처음 아니냐? 니가 그런 여자 안부를 다 물어본 건?”

 

  하지만 윤찬희는 자신이 보냈던 여자가 사실은 자신의 학교 후배라는 사실을 차마 밝힐 수 없었다. 이런 더러운 일에, 개인적으로 알고지낸 여자를 끌어들였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윤창희도, 어떤 식으로든 친분이 얽힌 여자는 만약의 경우 곤란한 상황까지 갈수 있으니 철저하게 윤찬희 조차도 잘 모르는 여자만을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었다.

 

  “뭐 그 뒤엔 나도 모르지. 나한테 받을 만큼 받아갔으니까, 그 돈으로 어디 여행이라도 갔을라나? 히히히히힉.”

 

  “그런 건가……?”

 

  이미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더럽고 추한 거든 뭐든, 결국 좋은 게 좋은 거니, 민정도 돈을 넉넉하게 받아들고 고향집에라도 돌아 간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이지 싶었다.

 

  “1시 되면 들어갈 테니까, 너도 빨리 내 방에서 꺼져. 담배 냄새 나게 또 거기서 핀 건 아니겠지?”

 

  “……아냐.”

 

  “그럼, 이젠 꺼져.”

 

  윤창희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자,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막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윤찬희는 다시 한 번 죽은 듯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약은 넉넉하게 먹여두었으니, 한 시간 이내로 깨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방 안 냄새를 확인 한 후에야, 윤찬희는 레테 레지던스 5101호를 벗어날 수 있었다.

 

 *

 

  넓은 복도엔 이미 작은 조명불빛 몇 개 외에는 다 꺼져 있었다. 아무리 넓고 화려한 공간이라도 음산한 기운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스으윽, 스으윽. 스으윽, 스스스스스스스스슷으으스스스스스슷슥.

 

  갑자기 들려오는 음산하고 수상한 소리에 윤찬희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운 복도에는 자기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윤찬희는 식은땀이 흐른 목 뒤를 손으로 훑으면서 고개를 계속 돌려 주변을 확인했다. 벌써 일주일 째 뭔가가 땅에 끌려오는 이상한 소리가 자신의 등 뒤에 따라붙어 오는 것 같았다. 낮이고 밤이고 불현듯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는 어느 순간부턴 집의 침대에 누워서도 들려왔다. 꿈속에까지 들려와선 최근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갑자기 어깨가 뻐근하니 아파오기 시작했다.

 

  “귀에 이상이라도 생긴 건가? 아님, 내가 창희 새끼의 미친 짓을 돕다보니, 실제로도 내가 미치고 있는 건가?”

 

  사실 윤찬희도 이 지긋지긋한 미친 짓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윤창희 앞에서만 아니면, 자신도 남들에게 여러모로 꿀릴 사람이 아니었다. 오직, 윤창희 앞에서만 그렇게 빌어먹을 꼬붕 노릇을 해야만 했다. 이런 저주스럽고 억울한 위치를 물려준 아버지가 죽도록 원망스럽기만 했다.

 

  “빌어먹을, 창희 새끼, 언젠가 내 손으로 죽이고 만다. 퉷”

 

  일부러 억지로 침을 그러모아선 깨끗한 복도 바닥에 거칠게 내뱉었다. 깨끗한 바닥을 일부러라도 더럽히고만 싶은 못된 심정이었다.

 

  “아, 맞다. 홍탁 그 새끼도, 언젠가 두고 보라지. 개새끼. 쪼그만 새끼가 뭘 믿고 까불긴, 까불어? 그리고 보니 그 미친년도! 다시 내 눈에 걸리기만 해봐.”

 

  “저, 저기요?”

 

  “끄아아아악.”

 

  자신 외엔 아무도 없을 거라고 확신하던 윤찬희는 갑자기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 미안합니다. 놀라게 해드려서 미안해요. 정말로.”

 

  윤찬희가 엉거주춤 일어나며 올려보자, 시원한 인상의 잘생긴 청년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려는 것 같았지만, 괜히 자존심이 상한 남자는 일부러 그 손을 잡지 않고 일어나선 바지를 털었다. 그리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

 

  “씨발, 진짜 놀랬잖아요. 갑자기 왜 부른 건데요?”

 

  “아니, 그게, 저기, 그게 말이죠.”

 

  기껏 사람 놀라도록 불러 세워 놓고선, 상대방은 말을 쉽게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제야 윤찬희는 상대방 남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남자는 아직 미성년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확실히 아직은 앳된 얼굴이다. 입고 있는 티셔츠와 청바지는 너무 평범하고 엄청 낡은 것들이었다. 행색이 전체적으로 럭셔리한 레테 레지던스의 입주민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도대체 뭘 하고 돌아 다녔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타워 전체에 적당한 온도로 냉방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

 

  “그런데, 잠깐. 여기 사는 사람 맞아? 아닌 거 같은데? 너, 뭣 때문에 여기에 돌아다니고 있는 거지? 입주민도 아니면서 여기 그린 라인에 몰래 들어오는 건 곤란한데.”

 

  “네에? 무슨? 무슨…… 라인이요? 그런데 왜 반말…이신지?”

 

  아무래도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이 녀석은 레테 타워의 전체 시스템도 이해하지 못하는 촌뜨기가 분명하다고, 윤찬희는 확신했다.

 

  총 길이 666미터, 150층으로 이루어진 레테 타워는 총 7가지 무지개 색깔별로 나누어서 쇼핑, 엔터테인먼트, 사무, 거주, 관광, 숙박 등을 기능별로 구분하고 있었다.

  하층부의 레드 라인은 주로 쇼핑몰과 백화점, 오렌지 라인은 병원, 은행, 갤러리, 헬스센터, 식당, 공연장 등등이 입점 되어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그리고 그린 라인과 인디고 라인이 레지던스가 있는 거주 지역, 옐로우 라인, 블루 라인이 오피스가 입점 된 사무 지역으로 구분되어진다.

  입주민이나 호텔 투숙객, 그리고 입점한 사무실의 직원이 아닌 일반인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주로 이 레드 라인과 오렌지 라인뿐이었다.

 

  “12시가 넘었으니, 레드 라인이나 오렌지라인 이용객도 아닐 거 같고?”

 

  물론 퍼플 라인으로 구분되는 최고 상층부의 호텔 오블리비안이 있지만 아무리 봐도 이 수상한 남자는 호텔 투숙객은 더더욱 아닌 것 같았다. 또 호텔이 있는 퍼플 라인 중간에 별도의 입장료를 따로 받고 운영하는 ‘퍼플 스카이 라운지’가 있긴 하지만, 거기도 마감은 11시였다.

 

  게다가 각 라인마다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었고, 특히 레지던스 라인 같은 곳엔 입주민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 별도의 출입카드가 없인 들어올 수 없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지금 수상한 녀석이 레지던스 라인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 레테 레지던스 전용 출입 카드 없이는 못 들어오는 곳일 텐데, 어떻게 여길 돌아다니는 거지?”

 

  하지만 그건 윤찬희가 몰라서 하는 말이었다. 모든 전용 출입 카드시스템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거였다.

  무식하게 1층에서 여기까지 계단으로 하나하나 올라온 남자, 선우명에겐 출입 카드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선우명이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자신만을 보고 있자, 윤찬희는 선우명이 더욱 더 수상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선우명의 낡은 티셔츠의 늘어난 목 부분을 틀어쥐고는 험상궂게 말했다.

 

  “너, 이 새끼, 너 뭐야. 진짜 도둑놈이야?”

 

  하지만, 사실 선우명은 윤찬희의 말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찾는 듯, 타워의 비상계단과 온 복도 바닥을 핏물로 적셔가며 느릿느릿 기어 다니기만 하던 여자 귀신은, 이 노란 머리의 남자를 발견하자마자 무시무시한 속도로 기기 시작했었다. 그리고는 그 남자의 다리를 붙잡고 천천히 기어오르더니, 기어이 지금은 아예 남자의 목에 타고 앉아있다.

 

  피투성이 여자의 핏물이 줄줄 흐르는 긴 머리카락이 노란 머리 남자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날카로운 손톱은 노란 머리 남자의 얼굴을 쥐어뜯고 있었다. 부러진 두 다리의 허벅지는 남자의 목을 있는 힘껏 쥐어짜고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생전의 고통과 억울함을 표현하기 위해 선우명의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귀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런 귀신의 행태와 또 노란 머리 남자의 생기가 훌훌 여자 귀신에게 흘러가는 게 선우명의 눈에는 너무나 선명하게 보이는데, 정작 노란 머리 남자는 그 무시무시한 귀신의 기운을 하나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아, 나는 전생에 뭔 죄를 저질렀기에 이런 끔찍한 꼴을 이렇게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봐야 하는 거냐? 이 남자에게 원한이 있긴 확실히 있는 거 같은데, 왜 저 남자한텐 저 적나라한 꼴이 안 보이고, 내 눈에만 저 꼴이 보이는 거냐고? 하아, 이건, 내가, 너무, 억울하잖아, 진짜로.’

 

  “이 새끼, 너, 왜 아무 말 안 해? 여기로 경비원 불러도 불만 없는 거지?”

 

  “하아, 저기요, 윤……, 창……희 씨? 김민정이라는 분, 아시죠?”

 

  마침내 입을 연 선우명의 말에, 윤찬희의 눈동자가 비정상적으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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