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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25
작성일 : 17-12-18 23:46     조회 : 292     추천 : 1     분량 : 3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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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

 능소니가 신경질적으로 발톱을 휘두른다. 화살이 힘을 잃고 바스라지거나 부러져 땅에 떨어진다. 그가 불을 뿜어대는 너럭바우에게 말한다.

 "아이야.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만 두렴."

 너럭바우가 들이마쉬던 숨을 멈추고 곰을 바라본다.

 "여태 나를 쫓아온 것이냐?"

 "그렇습니다. 어르신을 뵙고 싶어하는 자가 있어 데려왔습니다."

 능소니가 팔을 휘저어 거센 바람을 날리니 마을 사람들이 아무리 창을 던져도 앞으로 날지를 못한다.

 "우선 이 곳을 벗어나야겠구나. 나를 돕고 싶으면 저 자들을 상대하지 말고 서둘러 짐승들의 목줄을 잘라내거라."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마을 사람들이 경계하는 눈초리로 가축들이 풀려나는 것을 바라만 본다. 온갖 짐승들이 능소니의 휘파람과 노랫가락을 따라 걷고 너럭바우 일행은 맨 뒤에서 따라오는 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오랜 채찍비가 물과 흙을 한데 뒤섞어 발자욱조차 지워버릴 때까지 그치지 않고 내린다.

 

 53.

 풀려난 가축들이 노을녘까지 쉬지 않고 걷는다. 포도버섯 씨가 처음으로 침묵을 깬다.

 "능소니 님. 계속 가축이 된 어르신들을 풀어주러 이 곳을 떠나지 않으신 겁니까?"

 "그렇다. 해도해도 끝이 없구나."

 "모두 노을녘에 풀어다놓으면 사람들이 다시 붙잡으러 올 것입니다. 어디엔가 맡겨둘 곳이 있는 것입니까?"

 "나중에 나무그늘 바깥으로 데려갈 것이다.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너럭바우가 봄단풍 아씨를 떠올린다.

 "제가 모시던 아씨께서도 어르신들을 몇 분이나마 구해내셨습니다. 꽃사슴들이 이제 다 자랐겠지요. 나중에 그 곳의 사람들도 데려가실 거라면 풀어준 짐승들을 잠시 의탁해도 될 것입니다."

 "오늘은 이 자리에 묵어야겠다. 내일부터 네가 안내하거라."

 능소니가 자신을 귀찮게 구는 포도버섯 씨를 쳐다본다.

 "이름이 포도버섯이라고 했니. 나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포도버섯 씨가 무릎을 꿇고 앉아 능소니에게 절을 올린다.

 "저희들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분 상할 것도 없다."

 "누구나 봄비 씨처럼 죄책감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처음으로 죄를 지었던 흑단들소 어르신들의 벌판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지금 너는 그 날 봄비가 덮어준 옷을 입고 있구나."

 "허나..."

 "들고 있는 지팡이도 봄비가 준 것이지."

 "어르신. 제 말을..."

 "그 돌칼은 누가 만들었느냐? 죄책감을 외면하며 살아간다고? 웃기지 말거라. 너는 봄비 그 아이에 대해서 어떤 것도 통찰하지 못하고 있다."

 너럭바우는 능소니에게서 흑단들소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구나. 나에게서 용서라도 받고 싶은 것이냐?"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다시 죄를 짓기 전의 모습을 되찾으려 힘쓸 뿐입니다."

 능소니가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너희들이 집을 부수고 밭을 엎어버리고 땅을 소유하지 않으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게 하면 무언가 반성한 것 같고, 회개하는 것처럼 느껴져서냐? 너희들은 그저 다시 그렇게 살아가도 위태롭지 않을 뿐이잖느냐."

 포도버섯 씨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로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지 않습니다. 두 번 다시는 떳떳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입니다."

 "형편이 넉넉할 때는 누구나 쉽게 장담할 수 있는 법이다. 이미 너희들이 위태로울 때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았으니 더 들을 것도 없다."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로 눈물을 뚝뚝 흘린다. 너럭바우가 보기에 능소니는 일부러 매몰찬 기색을 보이는 것 같다.

 "지금 너는 스스로를 회개하는 자라고 부르고 있다. 하나만 묻자. 그렇게 하면 네가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여겨지니?"

 

 54.

 나무그늘의 한가운데는 밭을 갈지도 않음에도 술을 담그고 남은 양곡과 열매가 창고를 가득 채울만큼 토질이 좋다. 형편이 좋아진만큼 사람들의 인심도 후하고 넉넉해진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동안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에 신경을 쓴다. 대부분은 가축을 잃은 자들이다. 하지만 가축이 아닌 수확한 곡식이었다면 전부 빼앗기더라도 지금처럼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진 것 중에서도 가장 귀하고, 다시 얻기 어려운 것을 잃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일이다. 내기를 하다 잃은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과 다투다가 빼앗긴 것도 아니다. 그저 짐승이 한 마리 나타나서 오로지 그것만을 데리고 사라진 터라 화풀이조차 하지 못한다. 그저 믿고 있던 염통먹는 자는 이런 때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했다고 불평할 뿐이다. 이상한 일이다. 그것 말고는 어떤 것도 달라지지 않았으니까.

 나바재 씨는 최근 들어 격무에 시달린 탓인지 여태까지 보여주던 눈동자의 총기가 많이 흐려진 듯 하다. 탄원하러 찾아오는 자들이 점점 줄어들지 않았더라면 언제 쓰러질지 모를 일이다. 봄비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가 그 동안 나바재 씨에게 너무 많은 일을 맡겼다는 것을 떠올린다.

 "나바재 씨. 차라리 노을녘이나 겨울밤의 땅으로 나아가 짐승들을 붙잡아오는 것이 좋을까요?"

 나바재 씨는 듣지 못한 것인지 한참을 기록작업으로 보내다 움찔거리며 눈을 비빈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은 가짓수가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내버려두세요. 알아서 사람들이 사냥을 하거나 가축을 잡아올 겁니다."

 "하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발벗고 나서도록 해야지요. 나중에는 염통먹는 자라는 이름을 등에 업지 않아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봄비가 숯을 몇 개 집어 모닥불에 집어넣는다.

 "나바재 씨. 그나저나 요새 일이 바빠서 해야 할 일을 제쳐두고 있었습니다."

 "너럭바우를 찾아오는 일 말입니까?"

 "네. 안개와 구름을 부리는 재주를 익힌 자가 그 아이 뿐이잖습니까."

 "노을녘에 사냥을 다녀오자는 건 그냥 운을 띄워본 것이었군요. 어째 이상했습니다. 그런 일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요."

 "안 좋아합니다. 해야 하니 하는 거지."

 

 55.

 밤이 되어도 능소니는 잠들지 않는다. 너럭바우도 사냥하던 시절의 습관인지 깬 채로 능소니의 털가죽에 기대 하늘을 바라본다.

 "능금아재가 그러던데요. 곰들의 하루는 우리보다 훨씬 길다고. 우리가 삼백 번은 잘 동안 딱 한 번만 잠든다고."

 능소니가 너럭바우를 들어올려 배때지 위에 올려놓는다.

 "대신 한 번 잠들면 아흔 밤낮을 깨어나지도 않는단다."

 너럭바우는 배때지의 폭신한 감촉을 흑단들소의 등짝과 비교해본다. 능소니가 입을 열자 배가 부풀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오늘 보아하니 불을 뿜고 자유자재로 다루더구나."

 "네. 아버지에게서 배웠습니다."

 "그도 고기먹는 자였군."

 너럭바우는 능소니도 어르신이었음을 다시 상기한다.

 "...그렇지요."

 "나도 고기먹는 자들에게서 불길 다루는 법을 배웠다."

 너럭바우가 몸을 돌려 엎드린다. 두 팔을 능소니의 배때지에 얹어놓고 그를 쳐다보며 묻는다.

 "그들을 싫어하실 줄 알았습니다."

 "딱히 싫어할 만한 아이들은 아니었다. 어르신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럼 평소에는 나무그늘에 계시지 않았나요?"

 "나는 항상 빛이 비치지 않는 곳에서 살았다."

 "왜 그런거죠?"

 능소니가 너럭바우를 내려놓는다.

 "내가 너희들에게 별을 만들어줬다는 거 알고 있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래? 나를 알아보는 아이들이 별로 없던데."

 "걱정 마세요. 노을녘 사람들은 바로 알아볼 거에요."

 "그들도 고기먹는 자들이니?"

 "지금은 모두 사냥을 하고 고기를 먹습니다. 봄비 씨를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살아남으려면 그 방법 뿐이었죠. 많은 사람이 얼어죽거나 굶어죽었습니다."

 능소니가 자리를 털고 주저앉는다.

 "봄비는 말이 통하는 이들을 잡아먹기로 했고, 너희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을 잡아먹은 것이다. 별로 큰 차이는 아니란다."

 "오히려 봄비 씨는 강아지들을 껴안고 잠들고는 했어요. 말 한 마디 안 통하는 짐승들을 더 좋아했죠."

 "그럼 너도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있겠구나."

 너럭바우가 구름을 불러 하늘을 가린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능소니가 이빨을 보이며 이죽거린다.

 
작가의 말
 

 쓰다보니 느끼는 건데 등장인물들이 다들 쿨병 걸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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