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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에덴-낙원으로 가는 길에 지름길은 없다
작가 : PS달빛
작품등록일 : 2017.11.7

사자(死者)와 인간의 대립과 타협, 갈등 속에서
인간의 생의 무게와 죽음과 밀접해 있는 영혼의 가치를 논하고, 인간이 되고 싶은 그들의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갈망과 지상낙원을 꿈꾸며 그들만의 에덴을 그리는 이야기

 
1부-[7년의 과거]24화 쪽빛 가람(伽藍)의 무녀4
작성일 : 17-12-18 23:32     조회 : 295     추천 : 1     분량 : 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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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웅-

 

 "크읏!"

 

 -까아앙!-

 

 피할 틈도 없이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카네시의 검에 별다른 대책이 없던 쥬비터가 자신의 검을 좌측 바닥에서부터 다시 올려 있는 힘껏 막아 내자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작은 불꽃이 튀면서 뒤로 튕겨져 나갔다.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틈이 생겼다.

 

 "흐아아아압~!!"

 

 튕겨난 검의 반동을 이용해 빠르게 한 바퀴 회전을 한 쥬비터는 젖먹던 힘까지 모조리 쏟아 부으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내는 기합 소리와 함께 카네시의 목을 노려 검을 내질렀고, 카네시는 코웃음을 치면서 마찬가지로 튕겨난 검을 다시 휘둘러 쥬비터의 공격을 받아쳤다.

 

 -챙강!-

 

 "......!!"

 

 깨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검 하나가 두 동강이 났다.

 

 "이...무슨...!"

 

 카네시의 검이었다.

 당연히 쥬비터의 검이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 예상 했지만 그 예상을 뒤집고 부서진 검은 카네시의 것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두 동강이 나있는 자신의 검과 그만한 충격에도 오히려 별다른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한 검을 든 쥬비터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그의 표정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무언가 복잡함이 묻어 나왔다.

 

 눈으로 보고도 전혀 믿기 힘든 이외의 결과에 쥬비터 본인도 어리둥절하면서 많이 놀랬을 법도 하지만 한순간의 틈새로 기회가 생기자 그의 심장박동수가 점점 빨라지면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재빨리 좌측 아래로 뻗어 있는 검을 그대로 우측 대각선 위쪽으로 길게 내질렀다.

 

 -슈아악-

 

 "크흠!"

 

 -핏-

 

 헛기침을 하며 쥬비터가 내지른 검의 궤도에 맞춰 뒤로 물러난 카네시의 하얗게 보이는 쇄골 쪽에 작은 상처가 났고 거기서 소량의 피가 흘러나왔다.

 쥬비터의 검에 의한 자상이었다.

 

 "허...네...놈."

 "하아...하아..."

 

 어이 상실한 표정의 카네시와 그를 노려보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쥬비터 사이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어떻게 공격이 먹혔던 것일까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쥬비터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유이나가 한 얘기에 따르면 무에트로(Muetro)인들은 일반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금전 쥬비터가 카네시에게 가한 일격이 그의 검날을 부쉈고 작지만 상처도 냈으니 카네시의 입장에서는 가히 놀랄만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우웅-

 

 "...!"

 

 그때, 작은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쥬비터는 들고 있던 검으로 시선을 옮겼고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푸른빛이 그 검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뭐지? 왜 이런..."

 

 얼마전 유이나가 얀스가 사용하던 무기에 불어 넣어 준 령술(靈術)에 의해 나타나는 푸른 기운과도 흡사한 빛깔. 어째서 그의 검에서 흘러나오는지 의문이지만 지금은 그 의문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는 듯 했다.

 

 -파밧-

 

 살의를 느낀 쥬비터는 얼른 고개를 들어 전방을 주시 했지만 어느샌가 쥬비터 앞으로 바짝 다가온 남자, 바카노에 의해 시야가 가려져 뒤로 몇걸음 물러났다. 그리고선 재빨리 방어 자세를 잡았으나 이번에는 타이밍이 조금 늦은 듯했다.

 

 -부웅-

 -파캉!-

 

 "크헉!"

 

 바카노의 도끼가 사정없이 쥬비터의 흉부 쪽을 강타했고 아슬아슬 하게 그것을 막아낸 그의 검이 이번에는 너무 쉽게 부서지면서 강한 충격과 함께 뒤로 날아간 것이다.

 

 -쿠당탕-

 

 "어이, 카네시! 놀고 있을 시간은 없다는 걸 잘 알 텐데? 정신 안차려?"

 "쳇...알았다고. 헌데 저 인간, 내 몸에 상처를 냈단 말이야?"

 

 바카노는 답답했는지 직접 나서면서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카네시를 나무랐지만 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주춤거렸을 뿐, 곧 이전의 페이스를 찾으며 태세를 갖추었다.

 

 "흥!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는 건가. 어떤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내 손에 죽으면 끝날 일!"

 

 바카노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비틀거리면서 부서진 검을 들고 다시 일어난 쥬비터를 보며 빠른 보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하...젠장할..."

 

 갖은 수를 쓰면서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슈바이에게서 건네받은 검도 부서진 데다 체력도 바닥났고 도저히 다른 방법이 생각이 나질 않아 허탈함에 그냥 헛웃음만 나오는 쥬비터였다.

 

 "우릴 원망 마라 인간. 어찌하여 이곳에 오게 된 네놈의 운명을 탓 하거라."

 "...망할."

 

 도끼를 번쩍 들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바카노를 앞에 두고 쥬비터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다.

 

 "고개 숙여!"

 "......!!"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바카노의 시선이 그쪽을 향했고 쥬비터는 반사적으로 한쪽 손을 바닥에 짚고 무릎을 굽힌 채 허리를 숙였다. 동시에 뒤를 돌아보니 소녀가 손바닥 위에 작은 보석 형태의 결정체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다른 한쪽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피가 결정체를 감싸면서 바닥까지 붉게 물들여 놓았다.

 

 '...저건?'

 

 바카노는 소녀의 힘을 봉인 해 크게 위협적이지 않을 것이라 여겼으나 그녀가 들고 있는 정체 모를 결정체에서 풍기는 피비린내에서는 왠지 모를 위화감이 감돌았다.

 그리고는 곧 그녀의 다음 행동에 서둘러 뒤에 있는 카네시를 향해 외쳤다.

 

 "피해!"

 

 소녀는 새빨갛게 물들인 결정체를 바카노가 있는 쪽으로 던지면서 뛰어가 쥬비터의 팔을 붙잡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키이잉~-

 

 결정체가 바카노의 근처에서 붉게 빛나더니 그것은 곧 폭발로 이어졌다.

 

 -콰과과광!!-

 -쿠아아아아-

 

 저택의 2층에서 일어난 폭발은 건물 자체를 산산이 부쉈고 그 충격으로 바카노와 카네시가 건물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다.

 소녀는 쥬비터를 붙잡은 채 반대쪽으로 날아가면서 피가 나고 있는 오른손을 꽉 쥐더니 그 손에서 꽤 많은 양의 붉은 피가 흘러 나와 두 사람의 주위를 감싸며 구(球) 형태를 이뤘고 그것은 빠르게 회전하면서 밑으로 추락했다.

 

 -촤라라락-

 

 회전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점점 검붉은 색으로 변하자 조금전 까지 비춰지던 쥬비터와 소녀의 실루엣마저 보이지 않게 되면서 구체의 크기는 훨씬 더 작아져 갔다.

 

 -휘오오오-

 -팡!-

 

 그 후 몇 초만에 소리가 잦아들더니 회전 하던 피의 구체는 서서히 회전을 멈추면서 땅에 닿기 직전 요란한 소리와 함께 공기 중으로 흩어져 핏물은 폭발로 인한 화염에 삼켜졌고 쥬비터와 소녀도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화력이 강했는지 건물의 절반 이상이 무너졌고 그 자리에는 불에 타고 있는 부서진 건물의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남아 있었다.

 

 쥬비터와 소녀가 사라진 장소의 건물 반대편에선 폭발의 충격으로 멀리 떨어져 나갔던 바카노와 카네시가 허탈한 표정으로 불에 타고 있는 저택을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

 

 -으득-

 

 잠시후 카네시가 이를 갈며 분노에 찬 얼굴로 먼저 입을 열었다.

 

 "제길...다 잡은 고기를 놓치다니. 그 무녀의 힘은 봉인 된 것이 아닌가? 봉인이 풀릴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을 텐데..."

 "핏방울의 맹세..."

 "뭐?"

 

 바카노가 건물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나즈막히 말하자 카네시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핏방울의 맹세. 무녀만이 가능한 영혼계약으로 자신의 피를 바쳐 유사시 내재된 강력한 힘을 폭발 시킬 수 있는 술법이지."

 "쳇, 그런 걸 숨기고 있을 줄이야."

 "뭐, 상태로 봐서는 멀리 가지 못 했을 테니 일단 이 주위를 찾아 보자고. 힘이 돌아오기 전에 끝내야 돼."

 

 대화를 마친 둘은 무기를 집어넣고 무너진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바스락-

 

 하지만 몇 발자국 못가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들은 황급히 몸을 돌려 집어넣은 무기를 다시 꺼내야 했다.

 

 "하아, 늦은 건가?"

 "최대한 빨리 온 건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수풀 사이를 헤집고 나오면서 목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얀스와 유이나였다. 도망갔던 말도 함께 있었다.

 

 

 -30분 전-

 

 얀스와 유이나는 초원을 지나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을 두 마리 찾아냈으나 쥬비터가 타고 왔던 말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데다 시간이 촉박한 나머지 두 마리만 데리고 함께 이동을 했다.

 

 숲 자체가 너무 넓어 길 찾기가 여간 쉽지 않은데 거기다 날도 어두워져 유이나가 생성한 푸른빛에만 의지한 채 빠른 걸음으로 가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들리는 폭음 소리에 유이나가 반응하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몇분 지나지 않아 울창한 나무가 하나, 둘씩 줄어들면서 서서히 보름달이 비치는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찾았지만 뭔가가 타는 냄새와 함께 저 멀리서 하나의 건물이 불에 타고 있는 것을 본 얀스와 유이나는 서둘러 말을 재촉해 그곳까지 달렸다.

 

 -현재-

 

 그들은 수풀 속에서 나오자마자 무너진 건물을 보며 상황파악을 위해 서둘러 뛰어가려 했으나 멀지 않은 거리에 무기를 들고 서있는 바카노와 카네시가 시야에 들어와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고 멈춰서야 했다.

 

 "유이나."

 "네. 저들에게서 '바하르'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져요."

 "아아, 그렇군. 잔챙이들이 아닌 건 알겠어. 저들이 여기 있다는건..."

 

 -고오오-

 

 얀스와 유이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천천히 그들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카노와 카네시 역시 그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고 각자의 무기에 손을 올리면서 태세를 갖췄다.

 특히 유이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기운은 절대 무시 못 할 강력한 기운이었기에 바카노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진 걸 알 수 있었다.

 

 '저 여자...보통은 아닌...'

 

 -타다닷-

 

 바카노가 도끼를 들고 방어 자세를 취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운 채 마른침을 삼키며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사이, 옆에 있던 카네시가 부러진 검을 치켜들고 빠른 속도로 뛰쳐나갔다.

 

 "어이, 카네시! 잠깐 기다려...!"

 "시간 없다며! 저런 것들 얼른 치우고 그 인간 애송이 잡아야 할 거 아냐!"

 

 카네시는 바카노의 말을 무시하며 곧장 유이나를 향해 돌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이나는 말에서 내려 뒤로 물러나게 한 뒤 앞으로 몇발자국 걸어 나가면서 뒤에 서있는 얀스에게 말했다.

 

 "얀스, 내가 할게요. 조금 쉬고 있어요."

 "아, 응. 부탁해."

 

 다소 싸늘한 눈빛과 딱딱한 말투에서 평소보다 무겁고 더 차가워진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의 모습을 본 얀스는 이미 몇 번의 전투로 지친 기색이 역력해 피로가 많이 쌓여 있었던지라 별다른 얘기 없이 그녀의 말대로 따라줬다.

 그런 얀스를 뒤로 하며 유이나는 멀리서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오는 카네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우웅 우웅-

 

 유이나가 양손을 밑으로 펼치자 푸른빛의 오오라가 회전을 하면서 흘러나오더니 그것은 곧 날카로우면서도 유연성 있는 채찍의 형태로 변해갔다.

 

 "흐압!"

 

 어느새 유이나의 눈앞까지 달려온 카네시가 부서진 검을 높이 치켜들고 그녀의 머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휘둘렀다.

 

 -후웅-

 -까앙!-

 

 유이나는 재빨리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을 뒤로 한발자국 옮기면서 몸을 뒤로 살짝 젖히며 우측으로 틀더니 왼손에 들고 있던 푸른빛의 채찍으로 카네시의 검을 가볍게 막아냈다.

 

 -부웅-

 -빠각-

 

 "컥!"

 

 그와 동시에 몸을 튼 방향으로 한 바퀴 회전을 하고는 오른발을 높이 든 자세로 카네시의 관자놀이를 가격했고 정통으로 맞아 들어간 그는 공중으로 뜬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슈아악-

 

 

 카네시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유이나가 휘두른 오른손에 든 채찍이 춤을 추면서 날아가더니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

 

 -뻐억-

 -쿠당탕-

 

 몇 바퀴를 구르며 튕겨져 나간 카네시는 바닥에 손을 짚으며 겨우 일어났으며 유이나는 표정이 굳은 채 그를 주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하나 묻겠어요. 당신이 말한 인간 애송이가 갈색 머리의 젊은 청년인가요?"

 "......!!"

 

 그러자 그녀에게 단숨에 꺾인 카네시의 눈이 떨리더니 곧 그녀를 향해 또 한번 뛰어 들었다.

 유이나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대화는 필요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온몸에 푸른 오오라를 두른 그녀의 이어지는 압도적인 공격에 제압당한 카네시를 보며 바카노는 할 말을 잊은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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