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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에덴-낙원으로 가는 길에 지름길은 없다
작가 : PS달빛
작품등록일 : 2017.11.7

사자(死者)와 인간의 대립과 타협, 갈등 속에서
인간의 생의 무게와 죽음과 밀접해 있는 영혼의 가치를 논하고, 인간이 되고 싶은 그들의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갈망과 지상낙원을 꿈꾸며 그들만의 에덴을 그리는 이야기

 
1부-[7년의 과거]23화 쪽빛 가람(伽藍)의 무녀3
작성일 : 17-12-18 23:22     조회 : 240     추천 : 1     분량 : 5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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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무녀?"

 "......"

 

 쥬비터는 바카노의 말에 고개를 돌려 그녀 쪽으로 시선을 옮겼고, 소녀는 말없이 바카노와 카네시를 향해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으라차!"

 

 벽에 기대 앉아 있던 카네시가 흐르는 피를 닦으면서 힘겹게 일어나 바카노의 옆으로 걸어왔다.

 

 "어이, 예쁜이~! 왜 방해하는 거지? 우리는 저 녀석이 가진 주문만 가져가면 되는데 말이야."

 

 약간의 비아냥거리는 말투의 카네시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그녀를 향해 쏘아붙였다.

 

 "사원을 이렇게 부숴 놓은 주제에 말이 많구나!"

 "어...어이, 이건 전부 니가..."

 .

 소녀가 부서진 테라스 방향의 내벽과 대리석을 가리키면서 날카롭게 언성을 높이자 카네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이 자는 내 손님이다. 그러니 좋은 말할 때 그냥 꺼져."

 '...그다지 좋은 말로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그리고 내가 손님이라면서 때려서 기절은 왜 시켰냐?'

 

 설득력 없는 소녀의 말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쥬비터는 그저 할 말을 못하고 속으로 삼킨 채 썩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건방지구나, 무녀."

 "흥, 그러는 네놈들은 생각 했던 것보다 훨씬 멍청하네, 죽을 걸 알면서도 덤비다니."

 

 -빠직-

 

 바카노의 작은 도발에 소녀가 그를 비웃으며 더 큰 도발로 맞받아 치자 잔뜩 화가 난 듯 눈쌀을 찌푸리며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쯧...정말 멍청하구나, 정면으로 달려드는걸 보니."

 

 소녀는 달려오는 바카노를 보며 혀를 차더니 팔을 위로 치켜들어 기다란 검 형태의 푸른 오오라를 생성시켜 그가 있는 쪽으로 휘둘렀다.

 

 -후웅!-

 -빠지지지직-

 

 푸른 검기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바카노의 코앞까지 날아갔고 바카노는 옆으로 피하면서 검기가 날아가 벽이 부서진 곳을 잠깐 쳐다보고는 다시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어느새 그의 눈앞으로 다가온 그녀의 다음 공격을 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그였다.

 

 -휘익-

 -챠캉!-

 

 소녀가 푸른 오오라로 만든 작은 칼날 형태의 그것을 우측 상단, 바카노의 목을 향해 휘둘렀고 피할 수 없었던 그는 재빨리 팔을 들어올려 그녀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냈다.

 

 "흐음...?"

 

 그녀가 휘두른 칼날을 막은 바카노의 왼팔의 옷이 찢어지면서 그 안에 팔을 두르고 있던 얇은 판금의 전완갑이 드러났다.

 그녀의 빠른 공격을 막은 바카노의 반응속도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쥬비터는 마른침을 삼켰다.

 

 소녀가 팔을 다시 거두려하자 순간 공격을 막았던 바카노의 손이 그녀를 붙잡고선 놓지 않았다.

 

 "...!"

 

 바카노는 손에 쥐고 있던 도끼를 떨구고 안쪽 주머니에서 흰색의 뭔가를 꺼내 재빨리 그녀의 머리 쪽에 갖다 붙였다.

 

 -우우웅-

 

 "으으윽!!"

 

 바카노가 꺼낸 흰색의 작은 구슬이 그녀의 이마에서 빛나더니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크큭"

 

 -퍽-

 -쿠당탕!-

 

 바카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운 채 뒤로 물러나면서 그녀의 복부를 걷어차 저만치 거리를 벌려 놓았다.

 그리고는 쓰러져있는 소녀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흐하하, 너야말로 멍청하구나! 우리가 여기까지 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올 줄 알았더냐."

 "크...네놈!"

 

 -위잉~-

 

 소녀의 이마에서 맴돌던 흰색의 구슬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자 몸에 두르고 있던 푸른빛의 오오라가 사라져 갔다.

 쥬비터는 쓰러져 있는 소녀에게로 달려가 서둘러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어...어이! 괜찮아!?"

 "...허둥대지 마라."

 

 쥬비터의 부축을 받은 소녀는 그래도 몸을 움직일 수는 있는지 그에게서 떨어져 바카노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뭐, 특별한건 아냐, 잠시 너의 그 힘을 봉인한 것 뿐이다."

 "......!!"

 

 소녀는 손을 내밀어 오오라를 생성시키기 위해 갖은 힘을 쏟아 냈지만 바카노의 말대로 힘이 봉인 되었는지 오오라는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뭐, 그건 알거 없고...이제 우리가 당한 걸 되갚아 줘야겠지?"

 

 바카노의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카네시가 씨익 웃으며 천천히 걸어왔다.

 

 "서둘러. 그녀의 힘이 돌아오기 전에 저 남자에게서 주문을 빼앗아."

 "크크크, 알고 있다고. 그전에 무녀부터 처리를 해야지."

 

 -타다닷-

 

 "치잇!"

 

 바카노가 카네시를 향해 재촉하자 카네시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면서 소녀와 쥬비터가 서있는 쪽으로 검을 들고 뛰어갔다.

 

 -부웅!-

 -채앵!-

 

 카네시가 보폭을 넓게 잡고 뛰더니 단 네 보 만에 소녀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가지고 있는 검을 크게 휘둘렀고 그것을 쥬비터가 소녀의 앞으로 뛰쳐나와 자신의 검으로 막아섰다.

 

 -끼기긱-

 

 "그런 칼로는 어림없다고 했을 텐데."

 "헤...그건...해봐야 알지."

 

 -카가강-

 

 힘껏 짓누르는 카네시의 검을 쥬비터가 안간힘을 다해 버티면서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 있는 척 짧은 웃음을 흘렸지만, 정작 그의 힘을 길게 버텨낼 재간이 없는지라 온 힘을 양팔에 모아 검을 튕겨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탐험 일을 하면서 얀스에게 나름 혹독하게 훈련을 받아왔던 터라 거대한 산짐승만 아니면 어떤 상황에도 민첩하게 대응을 하면서 웬만한 도적들은 어느 정도 힘으로 제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도적은 커녕 평범한 인간의 몇 배의 힘에 달하는데다 특이한 능력까지 겸비한 사자(死者)이기에 훈련으로 다져진 그의 민첩함과 힘, 체력조차 그들 '바하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얀스와 유이나도 없는 마당에 하물며 살의(殺意)를 가지고 달려 드는 그들에게 있어 사람 한 번 죽여본적 없는 쥬비터 로서는 부딪히고 싶지 않은 상대여서 더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다.

 

 "후우..."

 "큭큭큭. 어이, 가만히 있으면 네놈 차례가 올 텐데. 이정도 공격도 겨우 막는 주제에 무슨 이유로 날 막아선 거지? 별다른 힘도 없는 인간 따위가."

 "하...글쎄...나도 믿기진 않지만 몸이 저절로 움직이네."

 

 뒤로 잠시 물러난 카네시가 숨을 고르고 있는 쥬비터를 보며 비웃자 쥬비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아침에 유이나가 얘기했듯이 '바하르'와 조우하게 되면 곧장 도망쳐야 한다는 말이 이런 이유였음을 온몸이 저리게 깨닫고 있지만, 머리로는 그 뜻을 이해하면서 백번, 천번 그러라고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럴 수 없는 것은 자신의 뒤에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작고 가냘파 보이는 소녀 때문이리라.

 

 물론 그녀도 인간을 초월한 어떤 막강한 힘을 보유 하고 있어 쥬비터가 중간에 끼는 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지만 현재는 그녀의 힘이 잠시 봉인 당해 그들과 대적할 수 없는 상태.

 이제 만난지 얼마 안되서 잘 알지도 못하는 그녀를 그래도 여린 여자라는 이유로 지키기 위한 그의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용맹스런 행동인지, 아니면 그녀에게서 물어볼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은 까닭에 그 필요에 의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무리 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자신도 위험한걸 알지만 곤란한 상황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의 성격일 뿐 아마도 후자는 아닐 것이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쥬비터는 이 자들을 절대

 이.길.수.없.다.

 

 쥬비터의 몇걸음 뒤에 서있던 소녀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그의 등을 보며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무모한...짓 하지 마라. 네 힘으로...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

 

 힘이 봉인 당한 탓인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지쳐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피하고 싶지만...지금 상황에 그럴 수는 없어서 말야!"

 

 -타닷-

 

 잔뜩 긴장한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지만 이미 물러설 곳이 없는지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는 앞의 카네시를 향해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부웅-

 -카앙, 캉-

 -채앵-

 

 슈바이에게서 건네받은 검이 검날의 폭과 길이가 적당하고 무게도 가벼워서 근력이 어느 정도 붙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쉽게 휘두를 수 있는 것이어서 단련이 잘 되어 있는 쥬비터 역시 손쉽게 다룰 수 있었다.

 

 "흐압!"

 

 -퍼벅!-

 -티잉-

 

 하지만 검을 잘 다룬다고 해도 상대는 평범한 검격 조차 통하지 않는 '바하르'.

 쥬비터는 기합 소리와 함께 강하게 내리쳐 그의 어깨를 베려고 했지만 검이 카네시의 왼쪽 어깨에 닿는 동시에 튕겨져 나온 것이다.

 

 "킥킥킥, 애쓴다. 그런 어슬픈 칼부림 따위가 내 몸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있을 성 싶으냐?"

 '크으...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맞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 거리며 카네시의 비아냥거리는 그 웃음과 함께 입 밖으로 나온 말투는 쥬비터가 힘겹게 검을 내질러 간신히 어깨에 맞춘 것을 마치 자신이 일부러 맞아준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고, 설사 운이 좋아 실력으로 맞췄다 해도 작은 상처 하나도 낼 수 없음에 더욱 좌절케 하도록 하는 그 행동이 그를 조롱하는 듯이 보였다.

 

 '젠장! 지금 와서 후회 해봤자 별 소용없지.'

 

 -타탁'

 

 그러나 쥬비터는 또 한 번 검을 들고 카네시를 향해 돌진했다.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금 전의 일격으로 충분히 깨달았지만 이제 와 물러설 수도, 그럴 겨를도 없는 만큼 힘 닿는대로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후웅-

 -촤앙-

 

 "이거, 학습 능력이 영 제로구만."

 

 카네시는 뻔히 보이는 정면에서 돌진 해오는 쥬비터의 수직 공격(종베기)을 가볍게 막아 내고는 피식 웃으며 그를 우측으로 밀어내 일정간격을 벌려 놓았다.

 

 "훗."

 

 -부웅-

 

 쥬비터를 밀어냄과 동시에 우측 방향으로 한바퀴 회전을 하더니 원심력을 이용한 좌측 상단 공격으로 빠르게 그의 목을 노렸다.

 

 -키이잉!-

 

 "......!!"

 

 쥬비터도 아주 필사적이어서 그런지 반응속도가 올라가면서 카네시의 공격을 막아 냈지만 이번 것은 조금만 타이밍이 늦었어도 그의 목이 그대로 날아 갈 뻔한,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인지라 식은땀에 등이 흠뻑 젖어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속 공격.

 

 -캉, 카앙, 카앙, 카앙!-

 -촤아앙-

 

 카네시의 오른손에 든 검이 쥬비터의 양 방향으로, 한 번은 하단, 또 한 번은 머리쪽으로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키기긱-

 

 "크흐으..."

 

 그의 무자비한 검에 막는 것에만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한 쥬비터는 카네시의 검이 자신의 검과 교차 된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양 손으로 겨우 방어 자세를 유지 하고 있지만 점점 체력적으로 받쳐 주지 못해 초조함만 더해져 갔다.

 반면 그런 쥬비터를 카네시는 검으로 더 세게 짓누르면서 그를 더욱 몰아붙였고 그 모습이 마치 힘 센 어른이 약한 어린 아이를 데리고 놀고 있는 듯, 그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어이, 인간. 뭐 다른 건 없냐? 기세 좋게 달려들더니 겨우 이게 다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카네시가 여유가 넘치는 표정으로 쥬비터를 내려다보며 비아냥거리자 쥬비터는 안간힘을 다해 그의 검을 쳐 내려 했지만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 힘에 눌려 까딱 방심했다가는 도리어 자신이 베일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자세로 버텨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간당간당 하지만 그 힘을 버티고 있는 쥬비터도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아무리 그에게 필사적으로 대응한다 하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

 전투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은 그가 압도적인 힘을 이렇게까지 견뎌내는 것은 오로지 살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하지만, 애초에 승산이 없다는 것을 쥬비터 본인도 처절하게 느끼고 있기에 금방이라도 죽음을 앞에 둔 사람처럼 두려움과 공포가 그의 피부, 뼛속 마디까지 엄습해 오면서 몸이 절로 떨리고 있는 것이다.

 

 '제발...생각해라! 생각을...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방법을!'

 

 쥬비터는 머리를 굴려 끊임없이 생각을 했지만 그런다고 달리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지겹구만. 이제 그만 끝내자, 인간."

 

 -키잉-

 

 카네시가 검을 거두어 위쪽으로 높이 치켜들더니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는 쥬비터를 향해 일직선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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