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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장미의 유혹
작가 : 인구수낭비
작품등록일 : 2017.12.18

자꾸만 꿈속에서 납치를 당하는 체리나 블로섬.
그녀를 납치하는 건 도대체 누구인가.

[로맨스 판타지 + 미스터리]

 
Chapter1. 환상 (5)
작성일 : 17-12-18 22:53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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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블로섬 가문에서 보낸 마차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가문에서 보낸 마차는 허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귀한 사람을 모시러 온 것처럼 겉이 말끔했다.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마법을 이용했다는 무인 마차.

 

  아무리 블로섬 가문이라고 할지라도 벌써 얻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역시라고 해야 될까. 블로섬 가문은 자신의 재력이 아직 죽지 않았단 걸 말해주려는지 체리나의 눈앞에 소문으로만 듣던 그 무인 마차가 있었다.

 

  “체리나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체리나를 모시러 온 시종은 격식을 차린 것 같은 말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내면에 있는 혐오감을 모두 숨길 순 없었다.

 

  체리나는 자신을 모시러 온 사람의 말에 딱히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조용히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그렇게 싫으면 오지 말 것이지.

 

  마차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테드 블로섬이 보였다. 테드는 마차의 문이 열리는데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조용히 자신의 책을 읽었다.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체리나의 의문을 풀어준 건 그녀의 뒤를 따르고 있던 시종이었다.

 

  “도련님께서 오늘 구매하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하셔서 함께 나왔습니다.”

 

  “그러면 저는 따로 마차를 불러 저택으로 가겠어요.”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련님은 이미 볼일을 다 보신 후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형식을 차리는 걸 좋아하는 블로섬 가문이라고 할지라도 무인 마차를 보내주는 건 어딘가 이상했다.

 

  체리나를 데리러 아카데미로 가야 되는 상황에 때마침 저택 밖으로 일이 있어서 나가야 되는 테드가 있던 것이다. 무인 마차는 체리나를 모시러 온 것이 아니라 테드를 모시던 도중에 겸사겸사 체리나를 챙기는 것뿐이었다.

 

  “가야할 길이 멉니다. 어서 승차하셔야 됩니다.”

 

  “그럼 실례하겠어요.”

 

  체리나를 독촉하던 시종은 체리나가 탄 곳의 앞 칸에 탔다.

 

  체리나가 완전히 마차에 올라타자 열려 있던 마차의 문이 닫혔다. 방음 시설이 매우 잘 되어 있었다. 밖을 지나다니던 사람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저택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지.

 

  하지만 거북한 이곳에서 체리나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한정되었다. 폐쇄된 공간에 테드와 함께 있는 이상 체리나에게 자유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마차의 흔들림은 적었다. 그러나 빠르게 바뀌는 창밖의 풍경은 결코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란 걸 말해줬다.

 

  밖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평화롭게 보였다. 그들은 무언가를 하면서 웃고 있었다.

 

  다들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 건 아닐 텐데. 체리나에게는 마치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체리나의 감상을 깨는 소리가 들린 건 그녀의 눈꺼풀이 반쯤 감겼을 때였다.

 

  “요즘 아카데미는 다니기 쉬워서 좋겠습니다.”

 

  테드의 목소리는 마치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차분했다. 체리나는 그 말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란 걸 몇 십초 후에야 알아차렸다.

 

  “아카데미의 학생이 여유롭게 가만히 있다가 졸고 있을 틈이 있다니. 아카데미에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적어도 아카데미는 학생을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체리나는 테드와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또 다시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아카데미에서는 그게 예절인 겁니까. 대화하는 사람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테드는 명백하게 체리나를 비꼬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무엇이 블로섬 가문의 도련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체리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 혹시 그게 나한테 하는 말이었니?”

 

  “아무리 연장자라고 하지만 반말이라니 불쾌합니다.”

 

  어릴 때부터 최근까지 연장자에게 반말을 쓰던 게 누군데.

 

  “그렇게 반말이 불편하면 대화를 안 하면 되지.”

 

  체리나의 말에 테드가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저게 서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체리나는 테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체리나가 보기에 저건 그냥 시비를 걸고 싶은 거였다.

 

  테드가 새침데기 소녀도 아니고. 일반 사람처럼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하면 그는 새침거리며 체리나를 비난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대화를 아예 차단하려고 하면 어서 대화를 하자고 투덜거렸다.

 

  체리나가 어느 장단에 맞추던 테드는 싫어했다. 그러면 좀 더 편한 길을 선택해야 맞는 게 아닌가. 그래서 체리나는 대체적으로 침묵을 선택했다. 체리나가 침묵하면 테드는 혼자서 열심히 투덜거리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으니까.

 

  “불편하다고 대화를 안 할 정도는 아닙니다. 차 한 잔 마시겠습니까?”

 

  오늘처럼 테드가 체리나에게 약간 저자세로 나온 건 처음이었다. 이례적인 일에 체리나는 잠시 당황하여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이어지는 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그게 아니라면 테드가 저렇게 나올 리가 없었다. 체리나는 테드가 건네는 찻잔을 받으며 물었다.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이 당황해서 손가락을 움찔하는구나. 체리나는 이 기회에 테드에게 시비를 걸어보고 싶었으나 속으로 삼켰다.

 

  오히려 잘 됐다. 집으로 가는 동안 지루할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체리나는 차를 마시며 이어지는 테드의 말을 기다렸다.

 

  “그냥 체리나에게 궁금한 게 있어서 몇 가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존댓말을 쓰긴 쓰는데 이름은 그냥 부르네.”

 

  체리나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 분명한 테드는 그에 대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약혼 정말로 하실 겁니까.”

 

  “네가 내 약혼에 관심이 있는지는 몰랐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테드의 모습을 보아하니. 카나리아가 위드 블로섬에게 빠져있단 소문은 진실인 것 같았다.

 

  블로섬 가문 종가 사람들은 카나리아를 잘못 건들면 부서지는 연약한 꽃처럼 취급했다.

 

  카나리아 블로섬에게 도대체 무엇이 있으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가끔은 체리나가 궁금할 정도로 카나리아를 과보호했다.

 

  아마 테드가 체리나의 약혼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카나리아 과보호를 위한 것일 게 분명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블로섬 가문의 장자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테드가 체리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을 리가 없었다.

 

  체리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블로섬 가문에서 벗어날 생각이니까.

 

  블로섬 가문에서 체리나를 붙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그녀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커졌다. 그러니까 블로섬 가문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팔고 있으면 체리나는 오히려 빠져나가기가 편해질 수 있었다.

 

  “그거까진 알 거 없습니다.”

 

  테드는 무뚝뚝하게 체리나의 말에 대답하더니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결국 약혼을 하실 겁니까.”

 

  “내가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해?”

 

  테드의 물음에 체리나는 되물었다.

 

  “아무리 멍청이라고 해도 가문의 망나니인 위드 블로섬과 약혼을 하려는 여성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뛰어넘는 멍청이는 블로섬 가문에서 그렇게 아끼고 있는 카나리아고? 저게 본인이 그렇게 아끼고 있는 카나리아를 욕하는 말이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걸까. 체리나는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정말 이 상황이 너무나 재밌었다.

 

  체리나를 어떻게 해서든 블로섬 가문에 묶어두려고 약혼 자리를 만들어낸 블로섬 가문. 거기서 내세운 건 두 번째 가문의 수치라고 불리는 위드 블로섬이다.

 

  가문에서는 두 명의 가문의 수치를 묶어서 해결할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거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블로섬 가문의 금지옥엽인 카나리아가 위드 블로섬을 좋아하는 거다.

 

  “지나가면서 들은 말인데. 카나리아가 위드 블로섬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카나리아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말하면 이름이 더럽혀집니다.”

 

  아, 말 돌렸다. 테드는 체리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무언가를 계속 숨기고 싶을 때 보이는 행동이었다. 그 소문은 정말이었나 보네. 체리나는 자신의 생각을 확신했다.

 

  “질문은 제가 먼저 했으니 대답해주시지요. 그래서 결국 약혼을 할 겁니까.”

 

  “글쎄.”

 

  체리나는 테드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말을 얼버무렸다.

 

  테드는 위드 블로섬과 약혼을 하게 될 체리나를 멍청이라고 말하고 싶어 보였다. 하지만 체리나에게 직접적으로 욕할 순 없었다. 그렇게 되면 위드 블로섬을 짝사랑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카나리아까지 욕하게 되는 거니까.

 

  천하의 테드 블로섬이 체리나 블로섬의 앞에서 기가 죽은 모습으로 있다니. 이 재미있는 장면을 혼자만 보고 있기 아까웠다. 이왕이면 웰리스도 함께 보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체리나는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웰리스에게 해줄 이야기에 지금의 장면을 추가했다. 웰리스에게 말하면 그는 아마 책상을 치며 박장대소를 할 거였다.

 

  “약혼은 강제가 아닙니다. 원하지 않으면 거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위드 블로섬이랑 약혼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 될 텐데. 그러면 블로섬 가문도 힘들지 않겠니?”

 

  체리나의 말에 테드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저건 테드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 보이는 행동이었다.

 

  어차피 테드의 대답을 원하고 물어본 건 아니었다.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테드를 내버려둔 채 체리나는 조용히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위드 블로섬과 체리나 블로섬이 약혼하면 테드 블로섬에게 무엇이 곤란해지는 걸까. 어차피 체리나와 약혼을 한다고 해서 망나니 행동을 그만 둘 위드가 아니었다.

 

  체리나도 위드를 막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위드가 밖으로 나돌아 다니면 홀로 활동하기가 편해서 좋았다.

 

  카나리아가 위드 블로섬을 좋아하는 것? 그러면 카나리아와 위드가 자유연애를 하도록 내버려둘 생각이었다.

 

  그러면 카나리아가 위드를 짝사랑하고 있는 문제도 해결이 되는 게 아닌가. 아무리 블로섬 가문에서 아끼고 있는 여식이라고 해도 원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될 수 있을 가능성은 적었다.

 

  심지어 그 대상이 가문에서 꺼려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약혼이 성사된다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연애를 할 수 있는 거니 더 좋은 게 아닌가.

 

  체리나의 약간의 부탁만 위드가 들어주겠다고 약속을 한다면. 이 약혼으로 인해 체리나와 위드는 모두 자유를 얻을 수 있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어쩌면 카나리아도 원하는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있는 일석삼조였다.

 

  그것조차도 블로섬 가문은 싫어하는 건가. 망할 가문 같으니라고.

 

  “아까 카나리아에 대해 언급을 했는데.”

 

  테드 블로섬이 겨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모양이었다. 체리나는 시선을 테드에게로 돌렸다.

 

  “그 소문은 어디서 들었습니까.”

 

  아아, 가문 내부의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간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였나.

 

  “생각보다 사람들의 입은 가볍단다.”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외부 사람들이 블로섬 가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입니다!”

 

  “나는 한 번도 외부 사람이 이야기했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외부 사람이 어떻게 알고 이야기하니.”

 

  아카데미 안에 블로섬 가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몇이나 있다고 저런 생각을 하는 걸까. 설마 나이가 몇인데. 여전히 블로섬 가문의 주장인 소수의 우수한 혈족 이론을 믿고 있는 건 아니겠지.

 

  가문의 사람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이 보이면 전부 흡수해버리는 그 가문이? 순수? 그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이야기였다.

 

  조금이라도 블로섬 가문과 피가 섞인 사람에게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아마 아카데미에 있는 모든 학생이 손을 들지도 몰랐다. 그건 교수진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지나가던 모든 사람이 손을 들지도 모르지. 블로섬 가문의 가주처럼 외부에서 피를 흘리고 다니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을 테니.

 

  “차 식겠습니다.”

 

  “그럼 맛있게 먹을게.”

 

  테드는 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체리나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체리나는 그의 침묵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며 의자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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