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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장미의 유혹
작가 : 인구수낭비
작품등록일 : 2017.12.18

자꾸만 꿈속에서 납치를 당하는 체리나 블로섬.
그녀를 납치하는 건 도대체 누구인가.

[로맨스 판타지 + 미스터리]

 
Chapter1. 환상 (0)
작성일 : 17-12-18 22:43     조회 : 401     추천 : 0     분량 : 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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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야가 흐릿했다. 눈앞에 얇은 천을 감싸놓은 것 같았다.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 체리나는 손을 들어 눈을 비비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찰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체리나의 허리 언저리에서 팔의 움직임이 멈췄다. 아무리 힘을 줘도 더 이상 팔은 올라가지 않았다. 손목만 저려왔다.

 

  “누구…….”

 

  없어요?

 

  체리나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중간부터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 목이 아프기 때문인가, 아니면 귀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인가. 체리나는 알 수 없었다.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건 목소리가 끝까지 들리지 않았단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완전한 벙어리는 아니었다. 발음은 이상해도 목소리는 낼 수 있으니까. 체리나는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어딘가에 막혀 나오다 만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귓가에 차가운 무언가가 떨어진 건 그때쯤이었다. 체리나는 갑자기 느껴지는 차가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귀에 떨어진 차가운 것은 빠른 속도로 아래로 향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익숙했다. 이건 차가운 물이다.

 

  위에서 물이 떨어진다. 그걸 인식하자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마셔도 되는 물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몸에 물이 닿는 순간 체리나는 그것이 마셔도 되는 물이란 것을 느꼈다.

 

  타는 듯이 쓰라린 목을 축이기 위해 체리나는 고개를 위로 향했다. 입 안에 몇 방울의 물이 모이자 그녀는 침을 삼켰다.

 

  체리나는 이런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배웠다. 일단 진정해야 한다. 당황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최대한 가라앉혔다.

 

  ‘어떤 상황에 놓이던 당신이 누구인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이 죽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블로섬 가문에 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하시는 게 좋습니다.

 

  체리나의 교육을 담당한 교육자가 그리 말했다. 그는 히죽거리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누군가 당신을 납치할 때는 그것을 통해 무언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득을 얻은 후에는 당신의 목숨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그녀가 죽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인데. 저 말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봤자 긍정적인 대답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가문을 위해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라는 대답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체리나는 어린 마음에 교육자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요?’

 

  ‘그건 어떤 의미의 질문입니까. 가문에서 거슬려하지 않도록 조신하게 죽는 방법을 물은 겁니까, 아니면 죽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물은 겁니까.’

 

  ‘나, 나는 죽고 싶지 않아요.’

 

  ‘아아, 죽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물은 거군요.’

 

  교육자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걸 빨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일부분만 그들에게 주십시오. 그들이 원하고 있는 게 어떤 것이든 반드시 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는 양은 적당해야 합니다. 아주 많지도, 아주 적지도 않은 양이어야 합니다.’

 

  ‘적당한 양이 어느 정도인데요?’

 

  ‘그건 당신에게 상황이 닥치게 되면 알게 될 겁니다.’

 

  교육자는 주변을 둘러보면 그들의 목적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당신은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확신했다.

 

  “단서는…….”

 

  무슨.

 

  앞이 보이지 않는데 무엇을 보고 생각을 하란 건지. 정말 도움이 손톱만큼 되는 교육이었다. 체리나는 교육 받은 다음 내용을 생각해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시간을 끌고 있으면 어떻게 된다고 했는데. 아, 그래. 생각이 났다. 그는 체리나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시간을 끌고 있으면 가문에서 보낸 누군가가 당신을 구출할 겁니다. 명심하십시오. 당신은 가문의 사람에게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됩니다.’

 

  이렇게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끊임없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곳에 범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단 정도일까.

 

  아니, 애초에 납치된 사람이 시간을 끌기 전에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야 맞는 게 아닌가. 하여튼 가문과 관련해서는 체리나의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체리나 블로섬.

  블로섬 가문의 금지옥엽. 블로섬 가문의 후계자.

 

  체리나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조금’ 유명한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금전적으로 절대로 부족할 일이 없었고, 신분으로 인해 남에게 무시를 당할 일도 없었다. 오히려 돈과 신분을 이용하여 남을 부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체리나를 아는 열 중 아홉은 그런 그녀를 부러워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체리나는 그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만 생각하면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래, 확실히 체리나가 속해 있는 블로섬 가문은 서쪽 대륙에 몇 없는 공작 가문 중 하나이다. 심지어 블로섬 가문은 작은 왕국이 아닌 제국의 공작 가문이다.

 

  가문이 우수한 건 체리나도 인정을 했다. 우수한 건 우수한 거니까. 가문에 금전적인 여유가 넘치는 것도 인정을 했다. 정말로 여유가 넘치니까.

 

  값 비싼 보석이 창고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모습을 본 체리나는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제는 블로섬 가문에서의 체리나의 위치에 있었다.

 

  체리나는 대외적으로 블로섬 가문의 후계자로 알려져 있었다. 어릴 때부터 납치와 관련된 교육을 받은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문 내부의 사람들만 알고 있는 진실은 달랐다.

 

  블로섬 공작이 사창가에서 재미로 얻어온 여아.

 

  블로섬 가문의 수치.

 

  체리나 블로섬은 블로섬 공작이 사창가에서 만들어낸 여아였다.

 

  공작이 공공연하게 사창가를 찾아간 건 가문의 사람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사창가를 가는 건 대부분의 귀족들이 취미로 할 수 있는 일이니 그들은 그 일에 대해 침묵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다.

 

  사창가에서 일을 하는 여자 중 한 명이 블로섬 공작의 아이를 가졌다고 찾아왔다. 그 여자가 가진 것이라곤 일반 사람들보다 눈에 띄게 아름다운 미모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블로섬 가문에는 필요가 없었다.

 

  공작은 그 여자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공식적으로 침묵했다. 귀족들 사이에서 침묵은 곧 긍정이다. 가문은 어쩔 수 없이 그 여자를 받아드렸다.

 

  여자는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크기의 창고와 추위를 겨우 피할 수 있는 얇은 이불을 얻었다.

 

  블로섬가는 여자에게 죽지 않고 목숨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물과 음식을 줬다. 그 안에는 임산부에게 좋지 않은 과일도 있었다.

 

  여자는 작은 투정조차 부리지 않았다. 이런 대우는 사창가에서 이미 받을 만큼 받았다.

 

  임산부에게 좋지 않은 과일? 그걸 먹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뱃속의 아이가 사라지면 그건 죽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것도 죽고, 저것도 어차피 죽는다. 여자는 차라리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낳는 걸 선택했다.

 

  이 아이가 나를 대신해 블로섬에게 복수를 해줄 거야. 그날 여자는 과일을 먹는 척 하면서 물만 마셨다. 과일은 보이지 않는 곳에 버렸다.

 

  불행 중 다행이었을까. 여자가 낳은 아이는 공작의 머리색과 여자의 미모를 그대로 물려받은 여아였다. 그리고 여자는 아이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다.

 

  쓸데없는 일에는 시간을 길게 투자할 가치가 없었다. 곧바로 체리나를 주제로 가문 내부에서 대대적인 회의가 열렸다.

 

  체리나를 지 어미가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자. 어차피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위치가 있는 것이다. 그 계집은 거기가 올바른 위치다.

 

  블로섬 가문은 여아가 희귀하다. 심지어 본가인 블로섬 공작의 혈통을 가진 여아라니. 아무리 반절이 더러운 피를 가지고 있더라도 나머지 반은 존중을 받을 필요가 있다. 가문에 두고 분가의 남아랑 결혼을 시키면 되지 않겠느냐.

 

  의견은 딱 반으로 나눠졌다.

 

  원로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 때, 결정권은 공작에게 있었다. 공작은 후자에 손을 들었다. 그렇게 체리나는 공식적으로 블로섬 공작가의 여식이 되었다.

 

  공작이 체리나를 받아드리겠단 편에 섰었던 것만으로 가문의 사람들은 체리나가 공작의 애정을 받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체리나가 받은 건 애정이 아니었다. 체리나는 그녀의 어미와 같은 위치에 있었다.

 

  공작은 체리나에게 언제나 무관심했다. 체리나가 아무 생각 없이 꺼낸 한 마디의 말이 있을 때까지 그랬다.

 

  그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꺼낸 말이었다. 체리나는 보이는 그대로, 느껴지는 그대로를 말했다.

 

  ‘세레나님은 왜 뱃속에 작은 사람이 들어있어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작부인인 세리나는 체리나를 옆으로 밀어냈다. 세리나의 다듬어진 손톱 때문에 체리나의 볼에 얕은 상처가 생겼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세리나는 무서운 것을 본 사람처럼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우는 것 같았다.

 

  우는 사람이 있으면 옆에서 달래줘야지. 체리나는 책에서 본 내용을 실천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세리나가 체리나를 싫어하는 건 그녀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세리나는 블로섬 가문을 담당하는 신관에게 검사를 받았다. 그녀는 신관에게 공작의 핏줄을 얻은 것을 축하받았다.

 

  아, 세리나님이 울었던 건 기쁨의 눈물이었구나. 체리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제 자신은 가문에서 버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체리나의 예상이 빗겨간 건 처음이었다.

 

  체리나는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던 작은 방에서 동화책에서만 볼 수 있던 푹신한 침대가 있는 방으로 옮겨졌다. 새로 옮겨온 방에는 책상이 있었다. 체리나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책장도 보였다.

 

  하루에 한 번만 먹을 수 있던 밥도 언제나 가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침대 옆에 달려 있는 종만 울리면 모든 걸 얻을 수 있었다.

 

  블로섬 공작이 체리나를 찾아와 조용히 바라보고 가는 날도 생겼다. 그건 체리나에게 꿈에서도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체리나는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님이 된 것 같았다.

 

  다양한 선생님이 와서 자꾸만 어려운 공부를 가르치는 것만 빼면 체리나는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사실은 공부도 그렇게 재미가 없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알지 못했던 걸 알아가는 것까지도 즐겼다.

 

  왜 블로섬 가문의 태도가 변하게 된 것인가. 체리나가 이 질문에 대해 고민을 해서 진실을 알게 된 건 아카데미에 입학한 후였다.

 

  체리나에 대한 블로섬 공작의 태도가 바뀐 건 그녀의 눈 덕분이다. 학자들은 체리나의 눈을 두고 [진실을 보는 눈]이라고 칭했다.

 

  진실을 보는 눈이 가진 구체적인 능력은 알려진 바가 없었다. 단지 오래된 서적에 간간히 등장을 했다.

 

  진실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은 본능적으로 진실을 알 수 있다. 서적에 나와 있는 내용은 그 정도였다. 체리나도 자신의 눈을 그런 용도로만 이용했다.

 

  ‘결국 블로섬 가문이 아니면 진실을 보는 눈을 노리는 사람이겠지.’

 

  블로섬 가문 때문에 체리나를 납치했다면 그 사람은 가문의 진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겨우 그 정도의 사람이라면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오히려 진실을 보는 눈을 노리고 납치를 했다면 문제가 조금 심각했다. 의도를 파악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분가에서 의뢰를 한 건 아닐까.

 

  아카데미에서 연구를 하는 교수들이 이 눈을 가지고 싶어 했지. 혹시 눈을 뽑아서 연구를 하려는 건 아닐까.

 

  진실을 보는 눈이 유전이 된다는 학설도 있으니까. 납치를 해서 억지로 자신의 후계를 보게 하려는 사람도 있겠네.

 

  진실을 보는 눈을 노릴 만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

 

  범인은 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가린 걸 보면 체리나가 진실을 보는 눈을 가진 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체리나에게 그 이외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걸 보면 가문 때문에 납치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분명 그럴 텐데.

 

  체리나는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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