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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홍염 : 회생한 희생자
작가 : 김거북
작품등록일 : 2017.12.18

매번 희생된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회생한 홍염의 이야기.

 
3. 자라다.
작성일 : 17-12-18 22:32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5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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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은 염이 물에 빠지기 전까지는 아주 잘 들었다.

 

 무엇이든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똘똘한 홍염은 전생은 기억하지 못했다.

 전생의 파편이 툭툭 떠올라 입을 타고 흘러나올 때도 있었지만 끔찍한 것들은 기원을 타고 무의식 깊숙이 잠들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네 살의 홍염은 물에 빠져 저승에 살짝 발을 담갔다 뺐다.

 

 한 번 막혔던 기억은 둑이 무너지자 홍수처럼 방류됐다.

 네 살에 사춘기가 찾아왔다.

 

 다섯 살이 된 지금, 그리하여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

 

 다섯 살. 세상을 깨우치기에 적당한 나이다.

 사실은 마흔 다섯 정도지만.

 

 “무병장수! 행복한 삶!”

 

 오늘도 선거유세차만큼 크게 목표를 외쳤다.

 

 계속 외치고 기도하다보면 온 우주가 응답해주겠지.

 사실은 나라를 말아먹지만 않는다면 가능한 꿈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첫 생의 아비처럼만 하지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난 유일한 후계자라 암투에 휘말릴 일도 없다.

 딱 한 가지 걸림돌이라면 결혼인데.

 결혼. 할 수 있을까.

 

 대답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일찍 찾아왔다.

 

 

 -

 

 “전하. 태자전하. 듣고 계십니까? 자꾸 이렇게 수업에 집중 못 하시면 저도 폐하께 고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태사할아버지. 내가 태양이라구요?”

 “듣고는 계셨군요... 예. 전하와 태원폐하 두 분 모두 태양이시고 선황폐하께서도 모두 태양으로 태어나셨지요.”

 “나는 사람인데요?”

 “그건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창천의 초대 황제께서는 하늘에게서 약속 하나를 받아내셨습니다. 황제가 나라를 버리지 않는 한, 이 땅에 가장 강하고 현명한 이를 황제로 내려 달라는 약속이었지요.”

 

 태사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졌다.

 잔뜩 집중했더니 들리는 말이 하늘과의 약속이란다.

 푸쉬쉬 김이 새버렸다.

 

 “하늘한테 약속을 어떻게 받아요? 새끼손가락 걸 데는 있어요?”

 

 입술을 비죽이며 묻자 인자하게 웃은 태사가 팔을 크게 벌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천상의 질서를 파괴하는 강철이를 죽였습니다. 아주 크고 무서운 놈이었지요. 강철이 불러들인 삿된 것들과 붉은 태양도 모두 없앴습니다. 모두를 처치한 후 쓰러진 황제폐하의 발치에 밝은 빛기둥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눈부신 기둥에서 음성이 들려왔다지요.”

 “괴물을 죽여준 대가였네요. 약속 받아낼 만 하네요? 목숨 걸고 대신 싸워준 거잖아요. 그런데 하늘에는 힘 쎈 사람 없어요? 왜 조상님이 죽여줄 때까지 기다렸대요?”

 “강철이 선인 여럿을 잡아먹고 그 힘을 흡수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선인들은 각자 맡은 위치가 있어 쉬이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부려먹고 품삯 준 거네요.”

 “불경한 표현이긴 하나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영웅은 하늘이 필요해서 보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요.”

 

 태사할아범의 이야기는 건국신화의 일부 같았다.

 과장되고 허황된 것들이 잔뜩 들어가 사실은 거의 지워진 게 뻔했다.

 

 “잠시 다른 이야기로 빠졌지만... 황제폐하의 요구는 받아들여졌습니다. 하늘은 초대폐하를 비추어 답했지요. 폐하께선 뒤에 조건을 덧붙이셨습니다. 황제가 아무리 강하고 지혜롭다한들 사랑 앞에 눈이 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셨습니다. 하늘은 이번에도 초대폐하를 비추었지요. 그리고는 황제의 옆에 선 나이든 책사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눈이 온통 금빛으로 물든 책사의 입에선 소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지요.”

 

 허무맹랑하긴 해도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 몸이 점점 앞으로 쏠렸다.

 

 탁자에 팔을 괴다시피 숙이자 태사가 과자접시를 앞으로 밀어주었다.

 달콤한 냄새가 풍겼지만 지금은 과자보다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다.

 

 “하늘은 책사의 입을 빌어 말했습니다. 네가 사랑하게 될 이가 운명일 것이요, 사랑하게 된 이가 운명이 될 것이니. 이것은 너의 공을 잊지 않음이자 헌신에 대한 축복이다.”

 “우와, 그럼 하늘이 짝을 내려준단 거예요?”

 “잠자코 들어보세요. 더 흥미로운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누구도 그 때는 그 말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답니다. 그저 반려도 좋은 사람이 될 것이란 약속으로 여겼지요. 참, 알고 계시지요? 고위술사들의 경우, 크게 각성하는 시기를 겪습니다. 황제는 가장 강한 술사니 당연히 각성의 시기를 겪지요. 헌데 한 번이 아닙니다. 두 번. 각성이 두 번 필요합니다.”

 

 두 번을 강조하는 말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건가?

 

 “그럼 나도 두 번 겪어요? 그거 아프다고 그랬는데....”

 “예. 그러실 겁니다. 첫 각성은 성장기에 대부분 겪습니다만, 황제의 두 번째 각성은 반려를 만나야 이뤄집니다. 반려와 함께 하게 되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갖게 된다고 하더군요. 반려도 그 때 함께 각성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거의 동등한 힘을 가지게 되지요.”

 “제일 강한 사람이 둘?”

 “그렇습니다. 초대폐하께서도 그렇게 자신만큼이나 강하고 현명한 분을 반려로 맞이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각성 이후 그 분을 황후가 아닌 황제라 칭하셨지요. 두 황제는 혼약으로 맺어진 순간 운명을 공유합니다. 감정도 전이되고 한 날 한 시에 영면하신다 하더군요. 목숨까지 연결된 사이에 힘도 비등하니 비의 자리는 맞지 않는다 하셨답니다.”

 “그럼 사랑에 빠지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그게 제일 어려운 거 아닌가요? 어떻게 알아요? 내 목숨도 공유할 만큼 운명인지 아닌지?”

 “허허.... 전하께서 벌써 혼약이 걱정되시나 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늘과의 약속은 건재하답니다. 잊으셨습니까? 두 분 폐하께서 어찌나 금슬이 좋으신 지를요.”

 

 그러니까 하늘이 괜찮은 사람을 점지해 내려주고, 내가 어쩌다 그 사람이랑 마주치면 폴인러브! 하는 구조인가 보다.

 만나야 결혼하고 대를 이을 테니 멀지 않은 곳에 내려주지 않을까?

 황궁 밖으로 나갈 일도 거의 없고 앞으로도 연례행사를 제외하면 거의 없을 텐데.

 

 “그야 소꿉친구니까 그렇죠. 전 황궁에만 있다구요. 하늘이 약속했다고 해도 반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떨어진답니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요.”

 “네?”

 “뚝. 떨어지지요.”

 

 생각한 것보다 훨씬 특이한 세계였나봐.

 

 “비처럼?”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빛기둥을 타고 내려온다 합니다.”

 

 순간 묠니르를 붕붕 휘두르는 누군가가 생각났다 사라졌다.

 

 “...엄마는 그럼 사람이 아니에요? 어쩐지 힘이 너무 세다 했는데!”

 “아니오! 크게 오해하신 것 같은데 사람이십니다! 여황제께서는 단지 타고나시길 건강하게 타고나시어.... 빛기둥은 반려께서 세상에 내려오실 때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빛이 내려오고 몇 달 지나면 반려께서 태어나시지요.”

 “게시하는 거네요! 자 태어났으니 얼른 만나게 해서 결혼시켜라! 하구요.”

 “허허허허.... 전하께는 그렇게 보이시나 봅니다. 하기야 거대하고 빛나는 공고문 같기도 하네요.”

 “어? 그럼 내 반려는 나보다 나이가 많겠네요? 난 빛기둥 같은 거 한 번도 못 봤는걸요.”

 

 숫제 손주를 바라보는 얼굴이 된 태사가 만면에 미소를 띈 채 조곤조곤 대답해주었다.

 

 “예, 그럴지도 모르지요.”

 “...? 왜 몰라요? 빛기둥 내려오면 답 나온 건데?”

 “그게 말입니다.... 한 번일 때도 있고 여러 번일 때도 있었답니다. 전하께서 태어나시기 전, 한 번의 빛기둥이 내려왔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연상이네요.”

 “그리고 태어나신 후에 한 번 더 내려왔지요. 얼마나 더 내려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랍니다.”

 “네? 아니 그, 운명이라면서요? 무슨 운명이 여러 명이에요?”

 “여태까지 가장 많았던 때가 세 번이었다니 이게 끝일지 몇 번 더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전하께서 어리시니 더더욱 그렇지요.”

 

 딱 정해져 있는 상대라면 언젠가 만날 테고 사랑에 빠져 꽤 행복하게 살 수 있을 텐데.

 알 수 없음이 주는 무게가 날 훅 덮쳤다.

 

 “그럼 만약에 더 빛기둥이 안 내려온다고 가정하면요. 난 둘 중에 누굴 선택해야 돼요?”

 “전하의 자유입니다. 참고로 세 명이 내려왔던 때, 한 분은 황제로 나머지 한 분은 후궁으로 들이셨답니다.”

 “....”

 

 두 명, 혹은 그 이상인 다수의 상대가 다 운명이 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후궁 같은 것도 질색이지만 선택을 해야 하는 건 더 싫다.

 똑같이 끌릴 텐데 어떻게 선택하란 말인가?

 

 “...두 분 폐하께서도 계속 주시하고 계시지요. 상대가 여럿이면 아무래도 힘드실 테니까요. 마음을 둘로 나눌 수도 없는 노릇이니.... 허나 전하께서는 초대황제폐하를 쏙 빼닮으셨으니 선택의 순간에도 잘해내실 겁니다.”

 

 태사는 그러니 걱정 말라며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집중이 잘 되질 않았다.

 

 아니 선택한 게 운명이 되고, 운명을 선택하게 된다고 했으면 니 운명 태어났음~ 하고 한 번만 꽝 게시하면 그만이지. 대체 뭐 어떤 결말을 원해서 둘을 내리고 셋을 내려?

 게다가 나한테 운명의 상대면 상대도 그렇게 느낄 텐데 나야 여럿 중에 하나 고른다지만 그 사람들한테 나는 하나일 거 아냐.

 

 선택하고 남은 사람들은?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 혼돈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태사의 이야기는 다른 곳으로 뻗어있었다.

 

 “...그래서 반월당이 있는 거랍니다. 반려가 될 분이 여럿일 경우를 대비해서요. 보통은 한 분일 때 황제가 되기 위한 교육이 이뤄지는 곳입니다만, 전하의 경우 전자의 의미도 함께 하겠지요. 또한 황제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이들을 선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는 제 경우에는 남황제거나 반황제를 위한 사람들을 모으고, 또 그 남반황제가 될 사람들을 또 교육하고.... 뭐가 이렇게 복잡해요.”

 “낭중지추라, 뛰어난 이는 어디 있어도 눈에 띈다지 않습니까. 반려께서도 출중하게 태어나시니 분명 어디 계시건 눈에 띄실 테지요. 대외적으로 반월당은 교육기관입니다. 우수한 인재를 위한 곳이지요. 앞서 말씀드렸던 그 폐하께서도 반월당에서 둘을 만나셨답니다. 확률상으로 반려를 찾기 좋단 뜻이지요. 보통은 인재교육에 힘쓰나 새로운 황제께서 즉위하실 때가 다가오면 예비기관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합니다.”

 “나도 나이가 차면 거기 가서 찾으면 되겠네요.”

 “굳이 찾을 필요 없으실 겁니다. 운명은 서로 이끌리는 것이니까요.”

 “상대가 하나면 좀 좋아요...?”

 

 그 뒤로는 쭉 반월당의 유래, 명칭의 뜻, 인원구성 등의 설명이 이어졌다.

 황제는 태양, 황제의 반려는 달이라 칭하는데, 반려로서 운명이 묶이면 꽉 찬 만월이요.

 반려로 태어났으나 아직 묶이지 않으면 반쯤 찬 달, 반월이니 반월당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엄마도 반월당 출신으로 일주일에 한 번, 반월당의 학생들과 함께 토론을 하러 오던 아빠와 첫 눈에 반해 그 날로 가약을 맺었단다.

 

 첫 눈에 반한다니. 그런 게 어디 있어.

 사람을 믿으면 결말이 늘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자식이니까, 그래도 당신의 백성이니까 하고 믿었던 아비가 나를 팔아 넘겼다.

 그래도 사랑하니까, 그래도 사랑했으니까 하고 믿었던 남자가 나를 죽였다.

 

 아무리 세상에 좋은 사람이 많고 그렇다고 믿으려 해도 저런 것들만 겪다보니 잘 안 됐다.

 그래서 운명이 있다는 말이 반가웠는데 뭐? 두 명? 더 늘어날 수도 있어?

 

 ...아무래도 이번 생도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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