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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망자의 절규
작가 : 한솔
작품등록일 : 2017.12.18

죽은 자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발견하게 된 한 방송국 제작진.

그 곳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소수 인원을 꾸려, 목숨을 걸고 도시로 향한다.

예상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 있는 반면, 충격적인 이면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망자의 절규
작성일 : 17-12-18 22:28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3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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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검은 숲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질 않았다. 음침한 나무는 빼곡하게 들어 차있었다. 분위기가 음산하다. 마치 거대한 숲이 그들을 삼켜버린 듯했다.

 

 세 사람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특히 호열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마저 지쳐가고 있었다. 찡그린 미간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소은을 들볶거나 혼자 구시렁거리진 않았다. 입을 열면 체력이 더욱 빠르게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방금 본 검은 실루엣은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또 나올 것이다, 다른 게 나올 것이다. 다들 그런 생각을 가지며 쉴 새 없이 걸었다.

 

 그들은 시종일관 일렬로 걸었다. 그건 마치 각자의 역할에만 충실한 관계라는 것을 의미했다. 소은은 길잡이에만 집중하고, 준성은 사진 촬영에만, 맨 뒤에서 따라오는 호열은 그들의 결과물만 확인하게 되는 그런 걸음이었다. 비즈니스가 묻어나오는 행진이었다.

 

 “여기 온지 얼마나 됐지?”

 

 호열이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세 시간 좀 넘었어요. 10시 24분이네요.”

 

 소은은 손목시계를 빠르게 확인했다.

 

 “세 시간이나 됐나? 근데도 이런 쓰잘데기 없는 나무들 밖에 없단 말이야? 김 작가가 사진 찍은 데는 어디야?”

 

 “위치까지는.. 이런 곳에선 알기가 힘들죠..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정표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소은은 말할 때마다 뒤를 돌아보면서, 조신하게 하나씩 말대꾸를 했다. 당돌한 그녀의 태도에 준성은 흠칫 놀랐다.

 

 “그래, 맞는 말이지. 이런 미지의 공간에서 어딜 찾아갈 수 있겠어. 잠깐만, 근데 그 말대로라면 돌아갈 때 배는 어떻게 찾으려 가려고 그래?”

 

 호열이 갑자기 흠칫 놀라 반문했다.

 소은은 걸음을 멈췄다. 불안이 담긴 호열의 표정과는 달리 여유로웠다.

 

 “아까 정말 정신 없으셨나봐요.”

 

 살짝 미소 지으며 그들의 뒤를 가리켰다. 호열과 준성의 시선은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갔다. 검은 나무들만 서있을 뿐이었다.

 

 “뭐? 제대로 설명이나 해봐.”

 

 “나무에 붙여진 하얀 종이들 보이세요? 제가 표시해둔 거예요. 나쁘지 않죠? 저번에도 저 종이들 따라 돌아왔어요.”

 

 당당하면 다소 명랑해지는 그녀였다. 호열과 준성은 흐릿하던 시선을 나무로 옮겼다. 하얀 종이가 눈에 들어왔다.

 

 “좋은데요? 저렇게 많이 붙였는데 왜 못 봤지?”

 

 준성은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자세히 봐야 보여요 이게. 멀리선 안 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나무 하나 하나 봐보세요. 저 멀리 있는 나무는 종이가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이죠?”

 

 “이 넓은 데서 저깟 종이로 찾아온다고?”

 

 호열이 의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요. 저번에 그렇게 왔다니까요.”

 

 호열은 못미더웠으나 소은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뒤에 있는 나무들까지 확실히 붙인 거 맞지?”

 

 “붙였어요. 저만 믿으세요.”

 

 “음, 그러네요.”

 

 카메라로 확대해본 준성이 말했다. 지나온 길에 서있는 나무들에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빨리 여기 좀 벗어나지 그래. 답답해 죽겠는데 말이야.”

 

 “네, 아마 곧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막연한 추측과 함께 다시 뒤를 돌아 걸어갔다. 호열은 그녀가 믿음직스럽다가도 그런 추측을 하면 짜증이 나곤 했다. 한 마디 하려다가 그냥 꾹 삼켰다.

 

 “저기, 끝이 보여요. 정말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카메라로 앞을 바라보던 준성이 말했다. 그는 세상을 눈 대신 렌즈를 통해 보는 일이 많았으며, 그로 인해 남들보다 세밀하게 볼 수 있었다.

 

 확대되어 있는 렌즈 안의 풍경은, 기나 긴 숲의 길 끝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까처럼 오싹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준성은 무언가가 있다, 발견했다, 출구다, 정도의 감정을 느꼈다.

 

 “그쵸? 빨리 가요. 금방이겠네요.”

 

 소은은 재촉했다. 걸음도 빨라졌다. 준성은 그녀의 의욕과 체력에 감탄하며 뒤따라갔다.

 반면 호열은 걸음이 느려졌다. 그래도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서 앞으로 걸어갔다.

 

 눈앞이 트이기 시작한다. 앞에 끝이 보이지 않았던 나무들은 점점 수가 줄어든다. 마침내 세 사람은 숲에서 탈출한다. 세상을 덮고 있었던 나무들은 뒤로 물러난다.

 

 눈앞에 기이하고도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검고 작은 마을,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 산 사람과 모습이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들은 잠시 말없이 바라본다.

 

 “여기라고? 죽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그리고 저게 죽은 사람들이야?”

 

 호열이 먼저 입을 뗀다. 그림이 영 시원찮은 듯 못 마땅한 말투이다.

 

 “네, 보시다시피. 생각해보면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이랑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어요?”

 

 소은이 대답한다.

 

 “얼마나 다르긴, 많이 달라야지. 이걸 내보내면 사람들이 믿지도 않겠네. 준성. 뭐 좀 잡히는 거 없어?”

 

 호열이 준성을 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제스처를 취했다. 준성은 이미 카메라로 마을을 훑고 있었다. 카메라는 그의 눈이나 다름없었다.

 

 “그냥 시골에 사는 사람들 같아요. 집이나 사람이나 너무 비슷한데요. 다만 다른 점이 하나있다면..”

 

 “있다면 뭐?”

 

 “눈이 빨갛고 하나같이 무표정이에요.”

 

 준성은 카메라로 한 사람 한 사람 훑었다.

 

 “넌 혼자 있을 때 웃고 있냐? 무표정인 게 당연하잖아.”

 

 “아,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저쪽 좀 보세요.”

 

 카메라에서 눈을 뗀 뒤 검지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어린 아이 네 명이 모여 나뭇가지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눈은 새빨갛고 표정은 다들 무서울 정도로 싸늘했다. 일반적인 아이들의 무표정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세 사람이 걸음이 느려진 건 그 때문이었다.

 

 “저긴 약간 이질감이 들긴 하네요. 한 번 가보죠.”

 

 소은도 다소 놀란 듯 했다. 거리가 멀어 아이들의 표정이 잘 안보인 호열는, 카메라를 통해 확인하고 있었다. 표정이 없는 것보다 눈 색깔에 놀란 모습이었다.

 

 “음.. 괜찮네. 저건 좀 찍어두라고. 배경하고 연결시켜서. 뭐 물론 영상으로 촬영할테지만, 사진도 중요하니깐.”

 

 피디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지만 목소리에서 떨리는 것은 감출 수 없었다. 준성은 그의 말에 알았다고 대답하고 아이들의 모습을 연달아 찍었다.

 

 친구끼리 한바탕 싸운 것처럼 어색하고 서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아이들의 모습은 확실히 이질적인 느낌이 강했다.

 

 “이야 이게, 이렇게 보니까 갑자기 달라보이는구만. 김 작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만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호열은 아이들을 보고나니 돌연 관점이 바뀌었다. 소은은 그의 언행이 우스웠으나 꾹 참았다.

 

 “그럼요. 보시다시피, 눈앞에 펼쳐졌잖아요.”

 

 “말도 안 되는군. 그래도 더욱 확실한 증거를 봤으면 좋겠어. 아이들로는 부족해. 더 강한 게 필요하다고.”

 

 호열의 말에 소은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우리도 자리를 잡자고. 여기서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 지 조금 지켜보고, 다른 데로 이동하던가 하지.”

 “네, 알겠습니다.”

 

 준성은 대답하는 와중에도 아이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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