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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망자의 절규
작가 : 한솔
작품등록일 : 2017.12.18

죽은 자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발견하게 된 한 방송국 제작진.

그 곳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소수 인원을 꾸려, 목숨을 걸고 도시로 향한다.

예상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 있는 반면, 충격적인 이면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망자의 절규
작성일 : 17-12-18 22:27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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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은은 앞장서서 힘찬 걸음으로 숲을 헤쳐 나갔다. 나무들은 여리여리한 모습으로 사방에 퍼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제 몸이 깎여 사라질 것만 같았다. 나무 사이사이를 유심히 보며 걸어갔고, 뭔가가 나올 것만 같은 기대감에 가슴이 떨렸다.

 

 준성은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나무들은 이 곳에 있는 물체들이 대개 그렇듯 진한 회색이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검정으로 변모할 것처럼 이곳저곳 검정 얼룩이 져있었다. 가지에는 잎사귀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준성은 당연히 오싹하고 기이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계심이 곤두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걸어갔다.

 

 “뭔가 더 강렬한 게 나와야 될텐데 말이야.”

 

 김소은을 겨냥한 호열의 나직한 혼잣말이었다. 호열은 숲에 들어온 순간부터 여러 감정이 떠올랐다. 무언가가 덮칠 듯한 불안감과 동시에, 초현실적인 사진을 담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호열을 옥죄었다.

 

 “조금만 더 가시면 분명 뭔가 나올 거예요.”

 

 눈치 챈 소은은 담담하게 응수했다.

 

 “조금만이 도대체 언제까지야?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걸었어. 근데 거지같은 비둘기 한 마리밖에 못 봤잖아. 이러려고 이 먼 곳까지 왔냐고. 어딘지도 모를 이 곳에!”

 

 호열은 갑자기 역정을 냈다. 피로와 불안이 뒤섞여 점점 화가 차올랐다.

 

 준성은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계속 똑같은 풍경뿐이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무슨 말이든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괜히 끼어들었다가 화만 부추길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스스로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터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었다. 나무 사이에서 흘러오는 소리는 가히 공포스러웠다. 세 사람은 심장이 덜컹했다. 동시에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들었어요?”

 

 소은이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래.. 발소리.. 같았는데 말이야..”

 

 호열은 극히 경계적인 눈빛으로 두리번거렸다.

 

 뭔가가 나타나길 바라던 그였으나, 정작 나타나니 겁을 집어먹었다. 터벅터벅, 발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저 쪽, 나무 사이로 한 번 가보죠. 그리고 조금 빨리 걷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체하면 안 되겠어요.”

 

 소은이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보폭을 넓게 잡아 걸어갔다.

 

 “근데 실루엣조차 안 보이네요. 숲이 이렇게 황량한데 말이에요.”

 

 준성은 카메라에서 눈을 떼며 타이밍 좋게 끼어들었다.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어둡지도 않은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어둠이 어둠 같지가 않잖아요. 오히려 빛 같아요. 누군가 멀리 서있으면 보일 것 같은데 안 보이네요.”

 

 “빛? 빛이 검은 데 보일 리가 있나?”

 

 “저희가 지금 어떻게 보고 있는데요. 불이 없어도 얼굴이 보이잖아요. 숲도 보이고요. 현실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준성은 검은색이 어둡다는 건 편견이라는 사실을 이 곳에 와서 절감했다. 물론 현실에선 여전히 어둡다고 치부될테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그저 하나의 검은 달빛이었다. 준성은 현실보다 지금 느끼는 검은 빛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제 생각도 그래요. 근데 아직은 아무도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아깐 발소리가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소은이 말했다.

 

 “뭐, 그럼 뭔데?”

 

 호열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자신만 무지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나 자존심을 세울 때는 아니었다.

 

 “그걸 알려고 여기 온 거죠.”

 

 친절하고도 까칠한 말투였다. 호열은 한 마디 하려다 괜히 힘만 뺄 것 같아 눈초리만 쏘고 말았다.

 

 준성은 조금이라도 다른 풍경이 나오면 틈틈이 카메라를 들었다. 이를 테면, 눈에 띄게 큰 나무라든지 부러진 나뭇가지라든지. 그다지 특별하진 않지만 특별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사진에 담아두었다.

 

 준성은 이것저것 사진 찍다가 놀랄만한 광경을 보았다. 나무 사이에서 걸어 다니고 있는 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사람 형상이었다. 놀라는 것도 잠시, 사진을 연달아 찍었다. 그리고는 곧장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저쪽, 저쪽 좀 보세요. 누군가 걸어 다녀요!”

 

 준성의 목소리는 다소 떨리고 있었으나, 다잡으려는 의지가 보였다.

 다들 그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거북목이 두드러지는 조그마한 체구의 남성이 느릿하게 걸어 다니고 있었다.

 

 “가까이 가볼까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죠.”

 

 소은은 무서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설레는 듯 보였다.

 

 “그럽시다. 공격하지는 않겠죠?”

 

 “설마요. 그럼 거리를 좀 두고 지켜볼까요? 아직 정체를 모르니..”

 

 호열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면 실루엣의 코앞까지 갈 기세였다. 호열은 겁을 먹은 표정이 역력히 드러났다.

 

 느릿하게 걷던 실루엣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스르르 고개를 돌려 세 사람 쪽을 바라봤다. 앞서가던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호열은 공포심에 말이 없어진 상태였다.

 세 사람과 실루엣은 자리에 멈춘 상태에서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 실루엣은 검은 그림자처가 일어선 모양새였다.

 

 5초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움직임이 없던 호열이 갑자기 숲의 왼쪽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당황스러웠다. 허겁지겁 도망가는 호열의 뒷모습과 실루엣의 검은 앞모습을 번갈아 보았다.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호열을 따라갔다. 준성은 뒤를 돌아 실루엣을 찰칵 찍고는 다시 도망갔다.

 

 “아니, 피디님! 이제 그만 가세요!”

 

 뒤도 안 보고 달리는 호열에게 소은이 말했다. 소은의 말을 듣고는 호열은 도주를 멈췄다. 숨이 차서 다들 헉헉거렸다. 실루엣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까.. 아까 그거 뭐야?”

 

 호열이 이제야 겁이 사라졌는지 간만에 입을 뗐다.

 

 “글쎄요. 피디님께서 그토록 찾던 죽은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요. 근데 이렇게 도망치시면 어떡해요.”

 

 “쩝.. 이거 참..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됐네. 근데 흐물흐물한 귀신같은 거 너도 봤잖아. 나참. 살다 살다 저런 것도 보네.”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저는 여기 적응 된 것 같네요. 별로 안 무서워요. 제가 계속 앞장 설테니 제 뒤만 따라오세요. 또 도망치시면 안 돼요. 피디님.”

 

 소은이 말했다.

 

 “그래, 넌 뭐 원체 겁이 없는 애니까. 그나저나 준성, 사진은 좀 찍었어?”

 

 거만해진 모습이 다소 여유를 찾은 듯했다.

 

 “네, 몇 장 찍었습니다. 더 찍을 수 있었습니다만..”

 

 “알았어, 알았어. 다시 가자고.”

 

 호열은 준성의 말을 자르고, 다시 갈 준비를 했다.

 

 “그 쪽으로 다시 한 번 가보죠. 걷다 보면 또 발견할 것 같아요.”

 

 준성은 도망쳐 온 방향을 보며 말했다. 소은도 동의하는 듯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있어봐.”

 

 호열이 말했다.

 

 “아까 네가 촬영한 사진 있지?. 그거 한 번 보고 가자고.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이나 좀 보자.”

 

 “무서워서 도망치신 분이~”

 

 소은이 능글스레 웃었다. 호열이 소은을 째려보았다.

 

 “계속 피하리?”

 

 “아뇨, 아뇨. 보셔야죠. 하하.”

 

 소은은 얄밉게 말했다. 준성은 조용히 카메라를 켰다.

 세 사람은 얼굴을 맞댄 채 준성의 카메라에 시선을 쏟았다. 준성은 사진을 하나씩 넘기다가, 실루엣 사진이 나오자 확대를 시켰다.

 

 “잘 보이질 않냐.. 확대 좀 해보지 그래.”

 

 준성은 사진을 확대하였다. 하지만 실루엣은 확대를 해도 이목구비나 다른 세부적인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확대를 해봐도 검은 형상으로 밖에 안보였다.

 

 “자세히는 안 보이네요. 이목구비가 안 보여요.”

 

 소은이 아쉬운 듯 말했다.

 

 “카메라는 굉장히 좋은 거거든요, 이게.. 어두운 데서도 잘 찍힌단 말이에요. 이런 곳에서 안 찍힐 리가 없는데..”

 

 준성은 안타깝게 토로했다. 자신이 실수한 것 같아 뜨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진 찍은 게 어디야. 난 솔직히 죽은 사람 사진 찍으면 사진에 안 나올까봐 걱정했는데 말이야. 앞으로 더 찾으면 되니까 아쉬워하지 말라고.”

 

 호열은 의외로 다독였다. 까칠하던 사람이 다독여주니 준성은 자신도 모르게 은연한 웃음이 나왔다.

 

 “사진이 왜 안 나와요. 제가 저번에 찍은 거 보여드렸잖아요. 아직도 못 믿고 계신 거예요?”

 

 다소 서운함이 묻어나오는 소은의 말이었다.

 

 “아니, 네가 거짓말했다는 건 아니고. 내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래. 일어날 수 없는 일이잖아. 가족이나 지인한테 그 사진 보여줘봐라 무슨 소리 듣나.”

 

 맞는 말이라 소은은 반박할 수 없었다. 단지 서운함에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그 감정을 금세 뿌리쳤다. 강한 정신력은 그녀가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이유였다. 소은은 당당하게 앞장서 걸어가며 죽은 사람을 반드시 찾겠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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