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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망자의 절규
작가 : 한솔
작품등록일 : 2017.12.18

죽은 자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발견하게 된 한 방송국 제작진.

그 곳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소수 인원을 꾸려, 목숨을 걸고 도시로 향한다.

예상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 있는 반면, 충격적인 이면이 존재하기도 하는데..

 
망자의 절규
작성일 : 17-12-18 22:26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3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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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냉기가 내려앉은 동굴 안. 나룻배는 한기를 머금고 천천히 물살을 탄다. 세 사람은 추위 속에서 덜덜 떤다. 특히나 가운데 서서 노를 젓는 준성은 추위가 더욱 극심하다. 운동화 틈으로 바닷물이 조금씩 스며든다. 소은과 호열은 물을 피해 맨 뒷자리에 앉는다. 소은은 준성의 추위를 덮어주려 그의 목에 목도리를 둘러준다.

 

 사방은 어둠으로 둘러 쌓여있다. 동굴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고요한 동굴 안에서 노 젓는 소리만 작게 들린다. 준성은 옅은 빛에 의지하며 노를 젓는다.

 

 그녀는 계속 손전등으로 길을 밝힌다. 그 빛을 보며 준성은 빛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닫는다. 의지나 희망이 왜 빛에 비유되는지, 이름도 알지 못하는 바다동굴 안에서 떠올린다. 하지만 검은 바다는 여전히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속도가 안 나네. 세게 좀 저읍시다. 젊은 친구가 힘이 없어.”

 뒤편에 앉아있던 피디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불빛으로 요리조리, 노를 경망스럽게 비추었다. 그걸 보자 준성은 빛에 대한 아름다움이 사라졌다.

 

 “워낙 어두운 곳이라서요. 속도를 내면 자칫 위험해 질 수 있으니까 천천히 가는 겁니다.”

 

 “아니 뭐, 우리가 손전등으로 불빛 비춰주는데 조금은 빨리 가도 되잖아. 느려도 너무 느려서 그래. 지금 몇십 분을 타고 왔는데 도착할 기미도 안 보이잖아.”

 

 피디는 언젠가부터 말이 짧아졌다. 하지만 준성은 딱히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이전에도 피디와 같이 일한 적이 많았는데, 그 때부터 그의 무례함을 익히 알고 있었다.

 

 “원래 좀 오래 걸려요. 거기 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 저도 한참 걸렸어요.”

 소은이 조곤하게 말했다.

 

 “그런데 거기라는 데가 도대체 어딥니까? 가는 동안 설명 좀 해주세요. 시간도 오래 걸린다면서요.”

 준성이 이전과는 다른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음.. 사실 저도 제대로 아는 건 많이 없어요. 마을 이름도 모르고, 사람이 사는 지 안 사는지도 모르고.. 다만 정말 정말 특별한 사실을 하나 알고 있죠. 말도 안 되는..”

 

 소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누군가의 비밀을 폭로할 때 나오는 목소리였다.

 

 “뭡니까, 그게?”

 소은은 호열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호열은 대답이 없었다.

 준성은 다소 짜증이 났다. 다시 한 번 물으려고 입을 뗀 순간, 소은이 나지막이 대답했다.

 

 “죽은 사람들이 살아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어색함이 가득했다.

 준성은 피식 웃으며 믿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냈다.

 

 “하하, 됐습니다.”

 

 하지만 표정의 의미와 행동이 불일치했다. 준성의 노 젓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소은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하하, 거짓말 같죠? 이따 두 눈으로 확인하세요.”

 

 소은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그래. 카메라에도 잘 담고. 뭐 하나 빼먹지 말고 잘 담으라고, 응?”

 

 뒤편에 누워있던 피디가 거만하게 말했다.

 

 “두 분 다 직접 가보신 거예요? 피디님도 이걸 믿어요?”

 

 여전히 불신이 가득한 준성의 말투였다.

 

 “아니, 소은만 가봤어. 쟤가 휴가 끝나고 오더니 갑자기 나한테 신기한 곳을 발견했다는 거야. 그러더니 호들갑 떨면서 사진 몇 장을 보여주더라. 이 곳이 방송을 타면 대박날 거라면서 꼭 가봐야 한다고.. 근데 사실 나도 내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진 안 믿어.”

 호열의 말을 듣자 어둠 속에서 소은의 헛웃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제가 거짓말을 하겠어요? 방송하고 관련된 건데요.”

 

 “사진도 사실 조금 칙칙한 오지 사진들 정도였거든. 그걸 보고 누가 죽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믿겠어.”

 

 “아니, 그건 말씀드렸잖아요. 촬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요.”

 뾰로통한 말투였다. 다들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덧붙이지 않았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귀신이라도 달라붙어서 못 찍었나? 버튼 하나 누르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호열이 실실 웃으며 비꼬았다. 소은은 호열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손전등으로 길을 계속 밝혔다.

 세 사람 사이에 대화가 끊겼다. 배는 고요 속에서 천천히 물살을 갈랐다. 일정하게 노를 젓는 소리는 오싹하게 들려왔다. 준성은 갑자기 소은이 했던 말이 가슴에 닿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잖아, 김 작가. 길 잘못 든 거 아냐? 앞뒤가 하나도 안 보이네. 여기서 실수 한 번 하면 바로 생사로 직결된다고. 정신 똑바로 차려.”

 어둠의 끝이 보이지 않자 시간이 지날수록 호열은 불안해졌다. 성난 말투는 다소 떨리고 있었다.

 

 “조금 더 가야해요. 불안하면 한숨 주무셔도 돼요. 도착하면 깨워드릴게요.”

 

 “한숨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여기서 잠이 오겠냐?”

 

 “금방 도착할 거예요.”

 

 소은은 밝은 어조로 말하며 어둠 속에서 힘을 불어 넣었다. 홀로 노를 젓는 준성에게도 힘이 되었다.

 

 “죄송해요. 조금만 더 고생해주세요. 이제 곧 도착할 거예요.”

 

 소은은 갑자기 손전등을 준성의 얼굴에 비추며 말했다. 준성은 눈이 부셔 눈을 반쯤 감았다. 그리곤 멋쩍게 웃으며 알겠다고 말했다. 소은은 다시 빛으로 경로를 밝혔다. 배는 천천히 고요하게 빛을 따라 나아갔다.

 

 준성은 죽은 사람들이 사는 곳에 간다는 게 영 미심쩍었다. 하지만 어린 소은이 이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혈안이 되어서 거짓말에 확신을 세울 리가 없다. 또한 고참 호열을 설득해서 이 곳에 같이 올 정도면 어느 정도 신뢰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길이 나뉘어져 있지 않아서 좋네요. 바위 같은 것도 없고요. 빛이 없어도 갈 수 있겠는데요.”

 

 “하하, 네. 죽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 같은 건가 보죠 뭐. 가시는 길 편안히.. 뭐 이런 거 일수도 있고요.”

 

 소은이 명랑하게 웃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했다.

 

 “죽은 사람.. 근데 전 아직 그 마을의 정체가 의심스럽거든요. 작가님은 정말 그 세계가 죽은 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고 계시나 봐요.”

 

 준성이 덤덤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무뚝뚝한 의구심은 소은의 마음을 건드리기 딱 좋았다. 소은은 떨떠름한 기색을 보였다.

 

 “제가 지금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여요? 저 못 믿으면 같이 일 못해요.”

 

 어딘가 날카로운 어조였다.

 

 “아뇨, 그건 아니고요.. 제 말은..”

 

 준성은 당황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제 눈으로 직접 봤다고 말했잖아요. 이제부턴 서로 믿지 못하면 같이 못 다닌다고요. 준성씨는 생각보다 의심이 많으시네요.”

 

 “아니, 그게.. 일반적인 생각이니까 그렇죠. 화나신 건 아니죠?”

 

 “화난 건 아니고요. 앞에 보시겠어요?”

 

 소은은 손전등을 깜빡 거리며 앞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준성은 자신이 잘못했는지 의아해하며 노를 저었다.

 

 “하하, 김 작가. 왜 정색을 하고 그래. 워낙 비현실적이니까 그렇지. 그래서 우리가 이걸 세상에 내보내자는 거 아냐. 여기 괜히 온 게 아냐.”

 분위기를 보다 호열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래야죠.”

 

 소은이 말했다. 준성은 이걸 사과를 해야 하나, 우물쭈물하는 사이 무언가를 보았다.

 

 “저기 뭔가 보이는 것 같은데, 혹시 출구 아닙니까?”

 준성이 먼 곳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어두운 회색을 띠고 있었다. 겹겹의 어둠 속에서, 옅은 어둠이 도드라져 눈에 띠었다.

 소은과 호열도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네요. 출구 맞네요. 저 쪽으로 가주세요.”

 

 “오오.. 갑자기 소름 끼치는구만.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해하거나 그러진 않겠지?”

 출구가 다가오자 호열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죽은 사람들을 대면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던 그였지만, 사실은 어느 정도 믿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런 건 없었어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그냥 우리 할 일 하고 돌아오면 돼요.”

 

 “나참, 그깟 돈 때문에 죽은 사람까지 찾아가다니. 나도 참 미쳤지.”

 

 두 사람이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준성은 묵묵히 출구로 노를 저어갔다. 길게 한 번, 두 번.. 계속 저어갈수록 회색빛 출구에 가까워졌다. 음침하고 탁한 기운이 심히 느껴졌다. 눈살을 찌푸렸다. 노질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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