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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화에 관하여
작가 : 펭윙
작품등록일 : 2017.11.3

21세기,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이시대에 갑자기 오래전 모습을 감췄던 신들과 악마들이 나타난다. 인류와 함께 악마들과의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는 신들과, 신들을 굴복시키고 인류를 타락시키려는 악마들의 마지막 이야기


 
희생(2)
작성일 : 17-12-18 22:23     조회 : 270     추천 : 1     분량 : 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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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우는 헐레벌떡 자리로 돌아와서 급히 잔해더미를 파헤쳤다. 맨 손으로 날카로운 파편들을 만지느라 손은 이전보다 더 상했지만 지금 그는 그깟 상처 때문에 원천을 찾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허겁지겁 뒤적이던 그는 무언가 손에 닿는 걸 느끼고 그것을 꺼내기 위해 콘크리트 조각들을 양 옆으로 치워놓기 시작했다.

  ‘찾았다!’

  조각들에 덮여 있었던 물건은 보우의 직감대로 원천이 들어있는 상자였다. 보우는 상자를 들고 다시 시엔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 때, 보우의 손이 상자에 닿자마자 상자가 빛을 내뿜으며 열리더니 이내 빛이 보우를 휘감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빛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 보우를 더욱 더 촘촘히 감싸고 그를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보우는 어쩔 줄을 모른 채 자신의 몸을 빛의 흐름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시엔에게 빨리 가야 하는 상황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 조급함과 불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빛은 보우 몸에서 무언가를 찾듯이 그의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다가 보우의 목에 걸려있는 스님의 사리를 발견하고는 순식간에 사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리는 원천의 빛을 점점 빨아드릴수록 더 영롱하게 빛을 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보우의 몸도 사리를 따라 더 위쪽으로 떠오르고, 보우는 자신의 몸에도 무언가가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안돼... 빨리 시엔에게 가야 하는데... 이럴 시간이 없는데...'

  보우의 시야는 점점 더 흐릿해지고, 그의 눈에는 이제 하얀 빛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우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보우는 계속해서 빛 속을 방황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대화소리에 그곳으로 헤엄쳐갔다. 거기에서는 시엔과 천사들, 그리고 다른 몇몇의 신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었다. 보우는 애절하게 시엔을 불렀지만, 그녀는 보우가 전혀 안 보이는 건지 주변과 계속해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한 여성이 시엔에게 말했다.

  "걱정 마요. 저희들이 반드시 이것을 안전하게 오메테오틀에게 전해주겠습니다."

  "조심해야 해. 이거마저도 그들에게 빼앗기면 인류들에겐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는 거야. 그리고...다치지 마. 너희들마저 다치면 난..."

  시엔은 그들을 걱정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 시엔에게 한 남성이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들을 너무 과소평가하시는군요. 저희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신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데, 아무리 악마들이라고 겁도 없이 달려들기라도 하겠습니까?"

  보우는 대화를 들으면서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오메테오틀이 뭐지? 그리고 저들은 누구고 어디로 가려는 거지? 계속 알 수 없는 의문점들 투성이었다.

  보우가 고민하는 사이 어느새 그의 눈앞에는 시엔과 그 주변 사람들이 사라지고 방금 시엔에게 말을 걸었던 남성과 여성이 초췌한 모습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모습이 펼쳐졌다. 여성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는지 당황함이 얼굴에 가득했다.

  "분명 대륙과 대륙이 이어져있다 했는데! 왜 눈앞에는 바다가 있는 거야! 그럼 오메테오틀은 어디로 간 거지?"

  "너 지금 그 말을 몇 번 했는지 알아? 지금은 그 생각 접어두고 빨리 피해야 해! 원천을 빼앗기면 다 끝장이야!"

  그들의 대화를 듣고 보우는 의문점 하나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악마들을 피해 원천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그들 옆쪽에 멀리서 수많은 악마들이 튀어나와 그들에게 달려오기 시작했고, 반대쪽에는 더 도망칠 곳도 없는 호수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남성은 호수를 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걸음을 멈추고 여성에게 상자를 건넸다.

  "내가 여기서 버티고 있을게, 넌 이 상자를 가지고 호수를 따라 최대한 멀리 가." "뭐? 무슨 소리야. 가려면 같이 가. 너 혼자 여기 두고는 못 가."

  "우리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를 따라온 다른 자들도 생각해야지! 원천도 빼앗기고 다 소멸당할 셈이야?"

  여성은 더 이상 남성을 말리지 못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데리고 호수를 따라 멀리 도망쳤다. 남성은 혼자서 수많은 마귀들을 맞섰다. 그러다가 다른 일행들이 저만치 도망친 것을 확인하고, 온 힘을 모아 바닷물을 이용해 일행들이 도망친 곳으로 향하는 길을 끊어버렸다.

  "이놈들! 이 환인을 쓰러트리기 전에는 원천에 손끝 하나도 못 댄다! 힘을 얻으려는 자, 나부터 뚫고 가라!"

  보우는 환인이라는 말을 듣고 천사들을 처음 만났을 때 구마 사제가 자신에게 설명해줬던 일이 기억났다. '아, 저 때 다쳐서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됐던 거구나. 그럼 결국 저때 저 사람은 죽은건가...' 보우는 눈앞에서 벌어진 복잡한 사건들 속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어느새 그의 눈앞에는 환인들과 마귀들이 사라지고 다시 칠흑 같은 어둠만이 펼쳐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어둠 속에서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빛이 나오더니 새로운 두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 어린 소년과 수염이 덥수룩 난 중년 남성이었다.

  "찾았다... 이게 바로..."

  "이게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건가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

  "그래, 가장 강력한 힘이자 최후의 날 때 우리 모두를 구원할 힘."

  "믿을 수가 없어요... 세상의 운명이 이 작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에 달려있다니."

  "지금부터는 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단다. 이제 네가 인류 중 한 명을 열쇠로 정하고 이것을 끝까지 지켜야 해.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근원이란 자가 올 때까지. 할 수 있지?"

  중년 남성은 소년에게 조심스레 상자를 꺼내 건네주었다. 그는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지 얼굴은 초췌하고 입술은 삐쩍 말라있었다. 소년은 중년 남성에게 상자를 건네받은 뒤, 멍하니 남성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는 단단히 결심을 하고 입을 열었다.

  "네 아버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것을 끝까지 지킬게요."

  중년 남성은 소년의 굳은 결심에 흡족한 듯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보우는 방금 환인이 다른 신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건네준 상자가 어째서 다시 이곳에 있는지 의아해하던 중, 중년의 입에서 나온 근원이라는 말에 시엔이 생각나 다시 초조해했다. 두 남자의 대화가 끝나자, 보우 주변은 다시 아까처럼 하얀 빛이 휘몰아쳤다. 빛의 대부분이 모두 사리 안으로 들어가고, 빛이 점점 희미해질 때 보우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보우야, 그동안 나 도와주느라 고생했어."

  익숙한 목소리의 정체는 시엔이었다. 빛이 빨려 들어간 사리에서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다시금 보우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시, 시엔 미안해요, 빨리 갖다 주려 했는데 갑자기 이게 막 혼자... 지금 어디 있어요? 내가 바로 갈게요!"

  "난 이미 제육천으로 들어갔어. 이제 내 목소리도 좀 있으면 더 이상 안 들릴 거야."

  보우는 시엔의 말에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엎드려 흐느껴 울기만을 반복했다. 시엔은 그에게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그동안 미카엘이 너에게 성의 없이 대한 거 내가 대신 사과할게. 그가 이제부터 너를 도와줄 거야. 그리고... 너 덕분에 짧게나마 다시 세상에 나와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은인에게 이런 무거운 짐을 짊어줘서."

  보우는 사리를 기도하듯이 두 손으로 꽉 쥐고 어떻게든 시엔을 잡아보려 애썼다. 그러나 이제는 들리던 그녀의 목소리마저 점점 더 희미해져갔다. 보우 주위에서 계속 빛나던 빛이 사라지고, 보우는 건물 폐허 한가운데에서 무릎을 꿇은 채 세상에서 겨우겨우 울음을 참으며 눈물을 조용히 삼켰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도... 친절하게... 대해줘..."

  시엔의 목소리는 이 말을 끝으로 영영 들리지 않았다. 보우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다 듣고서야 세상에서 가장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내면서 통곡했다. 미카엘은 방금까지 시엔이 있던 자리에서 아직까지 엎드려있는 채로 보우의 곡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지금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씩의 슬픔을 품고 있었다.

 

  레이와와 서 신부가 뒤늦게 도착했을 때 현장의 상황은 그들의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다. 그 강하다던 천사들의 대다수가 사라졌거나 부상을 입은 채 쓰러져있었고, 미카엘과 보우는 처참한 몰골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주저앉아만 있었다. 국정원 요원들의 상태는 말할 것도 없었다. 서 신부와 레이와가 데리고 온 STO 요원들과 구마 사제가 긴급히 부상자들에게 응급조치를 취하고, 부상자들을 시설로 옮기는 일이 계속되었다. 레이와는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다시 차로 돌아와서 숨을 골랐다. 차에는 아까 STO 시설에서 얘기를 나눴던 여성이 앉아있었다.

  "근원은 어떻게 됐어?"

  "하... 모르겠어요. 죽은 건지 어디론가 사라진 건지."

  시엔의 행방이 오리무중 하다는 소식에 여성은 말없이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와는 이상하다는 듯 여성에게 물었다.

  "근원이 위험에 처할 거라고 이곳에 오시더니, 왜 그녀를 도우러 가지 않았죠? 설마 천자마가 당신보다도 강한 존재인가요?"

  레이와의 따지는 듯한 질문에 여성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답했다.

  "... 오지 말라고 했어. 근원이라는 자가."

  "오지 말라고 했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내가 '이자나기'의 자손이라는 것도, 내가 그녀를 도우러 온 것도.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나에게 말을 걸었어. 지옥의 끝까지 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잠깐, 그렇다면 근원이 제육천으로 갔단 말이에요? 그곳에는 왜..."

  여성은 레이와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스스로 지옥으로 간 거야. 그것도 제육천보다 더 깊은, 지옥의 끝 바닥으로..."

  "지옥의 끝 바닥이라니...그곳에 뭐가 있길래..."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말에 레이와는 더욱 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여성은 레이와의 중얼거림을 듣고 조용히 말했다.

  "그곳에는... '최초의 악마'가 있어."

 

  보우는 아직도 허무함과 슬픔 속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도 친절히 대해줘.' 이 시엔의 마지막 말이 계속해서 보우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는 목에 걸려있는 사리를 만지작거렸다. 그전에도 영롱한 하얀색의 진주 빛깔을 띠고 있었던 사리는 시엔의 손길과 원천의 빛을 받은 후 노란 빛깔도 띠고 있었다. 사리 속에서는 은하와도 같은 빛이 영롱하게 진동을 울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보우는 문뜩 자신의 몸속에 무언가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은 것이 떠올랐다. 보우는 조심스레 건물 잔해들을 향해 손을 뻗은 다음 조용히 무언가를 집중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잠시 잔해 쪽을 바라보더니 무언가 결심을 한 듯 표정을 바꾸었다. 마치, 남들과는 다른, 어떠한 사명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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