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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밤의 아이들
작가 : 어설트
작품등록일 : 2017.6.17

이곳은 죽은 자들의 세계, 사자(死者)의 세계다.
동화 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죽은 자들의 이야기.

 
10. 길 잃은 밤 (2)
작성일 : 17-12-18 22:13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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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꾸었다.

 

  가족, 친구들, .......‘그 애’, 그리고 첫사랑.

 

  “나 왕따 당하고 있는 것 같아.”

 

  친한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나는 처음으로 고백했다.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서 받는 악의가 생소했다. 원래는 다른 일이었어야 할 일이 어딘가 뒤틀려진 거라고 생각했다.

 

  작은 비아냥거림에서 시작해서 내 이름을 부르며 교실에 있는 모두에게 들리도록 욕을 하고, 이제는 아예 신체를 툭툭 치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들의 행동이 노골적으로 변하자 친했던 아이들이 조금씩 멀어졌다. 무서웠던 거다. 전교에서 질 안 좋고 거칠기로 유명했던 그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고, 거기에 휘말리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 나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했다. 우리는 그렇게까지 친하지 않았던 거다.

 

  그런데 너희들이 그러면 안 돼지.

 

  나는 절망적인 기분으로 친구들의 얼굴들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친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들, 서로 믿고 의지하던 친구들이 이 고백 한 마디에 얼음이 되었다.

 

  알고 있었다.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까, 어디선가 봤거나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나를 더욱 참담하게 만들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멍든 팔을 꾹 눌렀다.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기분이 잠깐이나마 고통에 집중되도록.

 

  “뭐라고 말 좀 해봐.”

 

  목소리를 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 괴롭힘 당하고 있다고. 너희는 내 친구잖아.”

 

  답이 없다.

 

  나를 이간질하는 아이가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그 아이가 퍼트린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아이가 바로 내 첫사랑의 마음을 빼앗은 ‘그 애’였다. 어째서 친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그 애’가 나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를 퍼트리고 다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10대에게 있어서 혐오스러운 이야기들뿐이었다. 오해가 있었던 건 게 아닐까,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괴롭힘에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때, ‘그 애’가 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화가 나서 ‘그 애’에게 따졌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처음으로 끌려가 얻어맞았다. 얍삽한 아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만 골라 때렸다. 가려도 수상하지 않은 곳이 찢어져 피가 나고 멍이 들었다. 그 교활함 덕분에 나도 그들이 원하던 바를 이를 수 있었다.

 

  학교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참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을 수 있어서 참았다. 그뿐이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행동에 뭔가 오해가 있었거나, 운이 나빠 안 좋은 일에 휘말리게 됐다는, 그래서 이 일이 잘 풀릴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모자람 없는 사랑을 받고, 세상에서부터 아무런 어려움이나 고난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당시의 나는 ‘순수한 악의’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였다.

 

  때문에 이 날, 친구들에게 고백한 것은 내가 버틸 수 있었던 한계가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는 의미였다.

 

  “...이젠 아니야?”

 

  목소리를 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한마디에 점차 감정이 터져 나왔다.

 

  “너희들도 무섭니? 휘말릴까봐? 나랑 같은 꼴 돼서 비웃음 당할까봐? 너희들 내가 불쌍해 보여?”

 

  “...미안해.”

 

  한 친구가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다른 친구들의 고개가 그 친구에게로 향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희들도 다 똑같구나.”

 

  다른 친구가 무어라 말하려 팔을 들었지만 나는 듣지 않고 뛰쳐나왔다. 위로도 안 될 변명 따위 듣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 우리는 마주쳐도 인사도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한 순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친구들에게도 버림받았다.

 

  이 학교에서, 난 정말 혼자가 됐다.

 

  후들거리며 버티고 선 내 인내는 무너졌고, 내 안의 무언가가 날카로운 파편을 남기며 부서졌다.

 

  지옥과도 같은 일상이 시작되었다.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꺼내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만큼,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자라오면서 사랑만이 온전했던 부모님께, 내가 겪는 고통을 알리기 싫었다. 그들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나는 더 버틸 자신이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아프기 싫었다. 선생님께 이야기하지 않은 맥락도 마찬가지였다.

 

  결국엔 버텨야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는데도 숨을 쉬고 살아가야 했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나와 나란 존재를 떼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아니게 되고 싶었다.

 

  그렇게 진창이 되어가던 어느 날, 동급생들 사이가 소란스러웠다. 전학생이 왔다는 듯 했다. 나를 우습게 볼 사람이 한 명 더 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착오였다. 그는 나를 사랑해줄 사람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참혹하게 짓밟는 사람이었다.

 

  다들 전학생의 얼굴을 보겠다고 난리였지만 나는 당연하게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전학생을 알아 본 건 그의 얼굴이 아니라 행동에서였다.

 

  실수는 고의가 아니다. 적어도 그렇게 우기면 된다. 그래서 계단을 내려가는 도중 걷어차여도 그건 실수였다. 실수로 쳤는데 계단에서 넘어졌다, 라는 말이 성립되면 ‘걷어차였다’는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다.

 

  네 계단 아래로 거의 구르다시피 넘어진 내 주위로 아이들이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발목을 붙잡고 신음을 참았다. 둥그렇게 서서 멀뚱히 바라만 보는 아이들, 마치 희극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어디선가 웃음소리도 들리는 것도 같았다.

 

  나는 습관처럼 내 주위를 검게 칠했다. 아무도 없기를 바라고 느끼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고 그 속을 뚫고 그 아이가 다가왔다.

 

  “괜찮아? 많이 아파?”

 

  뒤에서 소년을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네가 신경 안 써도 돼, 쟤는 그냥 놔둬, 나중에 시비 걸릴지도 몰라.

 

 내 귀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비로소 그 아이가 전학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친구들의 만류에 소년은 화를 냈다.

 

  “너넨 지금 그게 중요하냐? 사람이 다쳤잖아!”

 

  소년은 나를 부축해서 보건실까지 데려다줬다. 마침 보건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참이었는데, 그걸 알고 소년은 갑자기 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멋대로 발목을 진단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호의가, 지금에 와서는 낯설고 거부감이 들었다.

 

  “내가 알아서 할 게. 그냥 가.”

 

  “혼자 하는 것보단 누가 해주는 게 낫잖아.”

 

  내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시선을 내리깔자 무언가를 깨달은 소년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처음으로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네가 불쌍해서 그런 거 아니야. 걔네들이 나쁜 거지.”

 

  무심하다 싶은 말투로 내뱉고 소년은 다시 발목을 살폈다. 우리의 대화는 그게 다였다. 분명 그랬는데, 우리는 어느새 또 다시 만나고 인사를 나누고 이름을 기억했다.

 

  그건 마치 한 편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안 그래도 내가 처한 이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데, 그 아이는 그곳에서 더욱 비정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 아이만 찾게 된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소년의 눈을 마주보노라면, 나 역시 그와 같은 눈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절망적인 한숨이 아니라 그 아이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오랜만에 세상이 이렇게 밝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년은 내가 처한 상황을 힘들어했다. 나를 위한 몇 번인가의 시도가 있었지만 미련스레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은 내 눈앞에서 칼을 휘둘렀지만, 어른들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결국 굴복하고만 어린 소년은 그럼에도 내 손을 놓지 않았다. 다쳤다면 약을 발라주고, 내 모습이 엉망이었을 땐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나 역시 괜찮다고 말했다. 소년이 안심하길 바라며 웃었다. 소년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 세계는 이미 변했다. 소년을 만날 수 있다는 그 한줄기 빛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그것이 정말 꿈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했는데.

 

  “‘그 애’가 좋아.”

 

  소년이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자나 그 어떤 기적이 아니었음을, 그저 한낱 이기적인 인간이었음을 알았다면, 나는 이보다 덜 아팠을까.

 

  나는 다시 구렁텅이로 빠졌다. 그것은 전 보다 더 깊고 어두웠다.

 

  나름대로 당찬 척 굴던 나는 더 이상 그럴 수가 없었다.

 

  가족들은 이런 나의 상태를 금방 눈치 챘다. 그들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의 얼굴을 보았을 때 내가 절대 무너지지 않길 바라던 것들이 무너졌다. 이대로 나 자신마저 부서질 것만 같아서,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붙잡고 울며 매달렸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까지 했는지,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다만 너무나 절실했다.

 

  악몽은 길었으나, 그것 역시 꿈이라고 증명하듯 나쁜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 왔다.

 

  졸업식 날, 마치 필연적인 것처럼 소년과 마주쳤다.

 

  비로소 다다른 이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에.

 

  ‘그 애’와 소년이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무덤덤했다. 나는 그렇게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애’는 처음부터 소년을 좋아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 애’를 이해해보려는 것도 그때에는 포기한 지 오래였다. 그저 이 순간이 어서 끝나고 진정한 내일이 왔으면, 하고 바랐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던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무언가 이야기하려는 소년의 곁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었다. 정말 끝이었다.

 

  부모님에게 받은 꽃다발의 은은한 향기는 새로운 날로부터 흘러나온 것 마냥 달콤했다.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걸음이 가벼웠다. 나는 문득 내가 걸어온 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나를 끔찍하게 짓눌렀던 학교를 돌아보았다.

 

  멀어진 학교를 보고나서야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줄곧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음을.

 

  내가 처한 상황을, 나를 망가뜨리는 이 현실들을.

 

  그래서 인정하지 못했고, 누군가 해결하도록 두지 않았다. 이 괴롭힘을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게 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건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겁쟁이라서 도망쳤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결국 나는 버텼고, 모든 것이 비로소 끝이 났다.

 

  아프고 새카만 기억들은 한때 내가 빠졌던 구덩이에 묻어버리고 모든 것을 잊자고 결심했다. 그러자 조금씩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

 

  아아,

 

  이렇게 죽을 줄 알았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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