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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 장미의 제국
작가 : 임다온
작품등록일 : 2016.8.21

나를 불러온 건 당신들인데.
나를 버리는 것 또한 당신들인가.......

어느 날, 평범한 현실에서 제국으로 오게 된 하랑.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것도 황당한데, 게다가 자신을 신이라 하며 천 년 동안 피지 않았던 붉은 장미를 피우라고 한다!

오직 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아름다운 황제 샤를과 오직 신만을 지켰던 매혹적인 기사 칼. 그리고 신이 되고자 하는 소녀 하랑.

그들 앞에 펼쳐질 가혹한 운명과 세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 판타지.

 
15. 건방진 게 매력
작성일 : 16-09-06 20:40     조회 : 530     추천 : 1     분량 : 4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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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짙은 암흑이 내려앉은 침실.

 가느다랗게 들어온 한 줄기 달빛만 있었다.

 얇은 살의 표피를 뚫고 박아넣은 이 사이로 끈적이는 붉은 액체를 탐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하아.......읏.”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는 그 순간에도 남자의 무릎에 올라탄 여자의 몸은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달뜬 숨을 내쉬고 있었다.

 목에 얼굴을 묻은 채 감은 눈꺼풀을 천천히 밀어 올리는 남자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 이채를 띄고 있었다.

 충분히 갈증을 채운 것인지 야릇한 마찰음을 내며 입술이 곧 떨어졌다.

 어둠 속 스쳐 가는 빛 속에서 피에 젖어있는 입술선을 느릿하게 핥는 붉은 혀가 보였다.

 

 “......폐하.”

 

 매혹적인 그 모습에 여자는 차마 아쉬운 듯 속삭이며 입을 맞추기 위해 다가갔다.

 

 “감히.”

 

 그녀의 입술이 닿기도 전, 서늘한 목소리가 여자의 몸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닿으려 하느냐.”

 

 은발의 사내는 붉은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강압적인 눈이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었다.

 같은 종족임에도 분명한 계급의 차이를 일깨워주는 눈이었다.

 황제를 만나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피까지 내줄 뱀파이어들이라면 황궁 밖에 널려있었다.

 여자는 황제의 심기를 거스른 자신의 성급한 행동을 꾸짖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어떤 기회인데.

 황제가 피를 원하는 때는 10년에 한 번이었다.

 뱀파이어에게 십년의 세월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렇기에 황제가 자주 찾는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수명이 인간과 다를 바 없어진 지금, 대다수의 뱀파이어들은 길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여자 뱀파이어들은 황제의 부름이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혹여나 황제와 함께 잠자리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황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했다.

 부질없는 기대를.

 어깨 아래로 넘실거리는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는 시종에 의해 자신이 황제의 침실로 불려갔을 때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수많은 세월 동안 황제는 오로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뱀파이어들만을 취해왔기에, 그의 확고한 취향에 들기 위해 머리카락의 색을 붉게 물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자신이 선택을 받음으로 그 기준이 흔들렸다.

 황제의 변덕인 것인지,

 아니면 취향이 변한 것인지.

 

 “하...... 폐하.......”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옷깃을 어깨까지 내리며 조심스럽게 황제에게 다가갔다.

 황제가 드러난 둥근 어깨를 감싸 쥐며 웃었다.

 천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착각이 들 정도의 미소였다.

 그래, 마침내.

 황제가 자신의 유혹에 응해주고 있었다.

 그녀에게 황제의 얼굴이 서서히 다가왔다.

 그리고 귓가에 숨이 닿아왔다.

 

 “나는......”

 

 그의 목소리가 황홀하게 다가왔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자는 싫어해.”

 

 멀어지는 그의 모습이 그녀의 눈동자에 잔혹한 빛을 띠고 있었다.

 죽음을 부르는.

 

 

 ***

 

 

 샤를은 소파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밀려오는 갈증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좀 전에도 피를 마셨지만, 여전히 목이 타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핏자국이 선명한 침대 위를 보았다.

 방금까지 자신을 유혹하던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 있었었다.

 지금은 핏자국만 남아 있지만.

 뱀파이어의 죽음은 시신조차 남지 않는 소멸이었다.

 그것이 오늘만큼은 편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누구와 닮았기에 죽은 갈색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랑.”

 

 눈을 감고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자 모습이 떠올랐다.

 당장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인 것을 보면 얼마나 자신이 그녀를 생각했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갈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그보다 짙은 색의 눈동자로 자신을 발견했을 때면 언제나 빛을 닮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랑.......”

 

 잡힐 듯 말 듯 아스라한 그녀의 모습에 이름을 다시 부르자 그 미소는 사라지고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떨리는 눈동자에 빛은 꺼져 있었다.

 감히 빛을 원했기에.

 그것을 품으려고 했기에.

 벌을 받았다.

 빛은 도망가고,

 자신은 영원히 그 빛을 갈망하는 벌이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

 

 “폐하, 바르만입니다.”

 

 샤를의 생각을 깬 바르만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코를 자극하는 혈향에 눈살을 찌푸렸다.

 바르만이 시선에 고개를 젖히고 앉아있는 샤를이 보였다.

 단정하고 빈틈없는 황제의 차림새는 어딘가 모르게 흐트러져 있었다.

 샤를이 고개를 들고 천천히 눈을 뜨자 붉게 물든 눈동자가 바르만을 보고 있었다.

 

 “들어와도 좋다고 한 적 없는데.”

 

 그의 말투도 평소와는 달라져 있었다.

 회의에서 아무리 귀족들이 신경을 긁는 말을 한들 존댓말을 쓰던 황제이지 않았던가.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니.”

 “......침실에 들인 그 여자는.......”

 “죽였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까?”

 “머리카락과 눈 빼고는 별로였어. 게다가,”

 “.......”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더라고.”

 

 그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바르만은 샤를의 어린 시절을 다시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황궁에 처음 들어왔던 바르만은 정원에서 놀고 있던 샤를을 본 적이 있었다.

 붉은 신으로부터 하얀 새를 선물로 받은 그는 천진하게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그 은발의 미소년은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 같았다.

 그 뒤로 바르만은 이따금씩 정원에 몰래 숨어서 그를 보곤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새는 목이 꺾인 채 죽어 있었다.

 샤를은 슬피 울며 정원을 찾은 붉은 신에게 안겼다.

 붉은 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던 소년이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바르만과 눈이 마주쳤었다.

 소년은 그를 향해 쉿 하는 입 모양을 보였다.

 그때부터 황제는 자신을 곁에 두기로 마음먹었는지도 몰랐다.

 눈물 뒤에 가려진 잔혹한 미소를 보았으니.

 

 “소식이 왔습니다.”

 

 바르만의 말을 들은 샤를이 웃음을 그치고 몸을 세웠다.

 

 “사절단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입니다.”

 

 ‘소식’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던 샤를은 이어지는 말에 관심이 없다는 듯이 다시 몸을 뒤로 기대었다.

 하얀 장미를 가져오는 그들이 내심 반가우면서도 티를 내지 않았던 황제였지만 무관심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들의 소식은?”

 “사절단이라면......”

 “하랑 일행 말이야.”

 “아. 호위 기사에게 전달받은 바로는 아마 백작가로 갔을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그것이, 호위 기사는 에발 마을을 떠나 현재 남 대륙의 경계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샤를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괜한 짓을 했어.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숨기기 위해서 아니셨습니까?”

 

 관찰력이 뛰어난 바르만은 샤를의 심중을 꽤 잘 파악하고 있었다.

 사절단으로부터 그녀를 감추기 위해서.

 

 “잘 아네. 인간들과 귀찮게 엮일만한 문제는 만들지 않는 것이 좋지.”

 

 그녀가 신이라니, 뭐니 한다면 사절단은 관심을 보일 것이고.

 그것은 곧 남 대륙에 약점이 될 수 있기에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용납이 안 돼.”

 

 하지만 두 번째 이유를 말하는 샤를의 마음을 바르만은 아직 완벽하게 꿰뚫지는 못한 듯싶다.

 세상에 무서울 것 없이 마음대로 해온 황제가 지금 신경이라는 것을 쓰고 있었다.

 신이라고는 해도 인간인 그녀를.

 

 “그녀는 질투해줄까.”

 “하랑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내가 다른 여자들과 함께 있으면 그 눈동자는 어떤 색을 띨까.”

 “.............”

 “그 입술로 어떤 말을 뱉을까.”

 “.......”

 “생각했더니 먹고 싶어졌어.”

 

 샤를의 붉은 입술이 벌어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바르만은 황제에게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 나왔다.

 

 “인간, 아니 하랑을 먹고 싶어.”

 

 천 년 동안 신의 말을 철저히 지켜왔던 황제에게서.

 

 

 ***

 

 

 “야, 내가 물었는데. 왜 대답이 없어?”

 

 짜증 난다는 듯이 물어오는 귀족의 인상은 험악하게 구겨져 있었다.

 뒤에서 자신의 옷깃을 쥔 일라이가 떨고 있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 화조차도 내지 못했지만,

 이렇게 만난 이상 하랑도 이판사판이었다.

 조금만 더 다가와라.

 

 “귀먹었냐?”

 

 조금만 더.

 하랑은 다가오는 귀족의 걸음을 세고 있었다.

 그가 하랑의 코앞으로 다가와 후드를 잡으려고 허리를 숙이는 순간,

 이때다.

 

 “악!”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들이받았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뒤로 나뒹굴었다.

 

 “너 뭐야!!”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널브러진 귀족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

 

 “아까 내가 못했던 거.”

 “하. 뭐라고?”

 “지금 하는 거다. 이 개만도 못한 자식아!”

 

 그녀가 내뱉은 말에 귀족의 얼굴이 수치심과 불쾌감으로 뒤덮여 있었다.

 감히 어떤 놈이 자신에게 저따위로 말한단 말인가.

 후드를 깊게 눌러써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만 들었을 때 소년인지, 소녀인지도 모르겠다.

 황제도 신의 기사도 아닌 주제에 나를 이렇게 만들어?

 신의 기사가 함께 있다는 것도 잊었는지 곧장 하랑을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그가 멀쩡한 왼손을 들어 올리는 그때 칼이 재빠르게 그 손을 잡았다.

 

 “나머지 손도 쓸모없나 보지.”

 

 낮고 음산한 목소리는 다시 한 번 그 고통을 일깨워주었다.

 동공이 흔들리며 몸을 뒤로 뺏다.

 그리고 신의 기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일행이라고 하셔도 집안에 들이는 자들의 신원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말을 해주지 않아서.”

 “내 시중을 드는 자다.”

 “하. 그렇습니까?”

 

 그의 손을 칼이 놓아주니 살짝 인상을 쓰며 자신의 손목을 털면서 말했다.

 

 “꽤 건방지네요. 이참에 저의 시종과 바꾸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런 자를 데리고 다니면 기사의 명예에 흠집만 생기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런 교육에는 자신 있어서 말입니다.”

 “잘 모르나 본데.”

 

 칼은 하랑의 어깨를 잡아 자신에게로 당겨 안았다.

 갑작스럽게 몸이 확 끌어 당겨져 하랑은 숨을 헙하고 삼켰다.

 왜 이러지.

 나한테 갑자기.

 내가 또 뭔가를 잘못했나.

 하랑이 올려다보려고 고개를 움직이자 칼의 큰손이 그녀의 얼굴을 앞으로 가게 하였다.

 

 “그 건방진 점이 매력적이라서 말이지.”

 

 그리고 그의 제안을 가뿐히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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