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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벽속의 남자
작가 : 탁지원
작품등록일 : 2017.12.18

기술의 진보가 심화되면 그것은 마법과 같게 됩니다.
지금 인류는 인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기술 혁명의 초입에 와 있습니다.
이제 AI는 여태까지 인류가 축적한 지식보다 몇십만년을 앞서 갈 것이고
생명공학과 나노공학은 인간의 생태적 특성을 근본적으로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이는 곧 기술을 선점한 인간들중에서 신이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의 출현 앞에 현생 호모 사피엔스들은 어떠한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요.

이제 주인공은 신이 될지 인간으로 남을지에 관하여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38. 노인의 정체 (1)
작성일 : 17-12-18 21:10     조회 : 257     추천 : 1     분량 : 4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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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는 해야 할 일만 제대로 해놓으면 나머지 시간에 내가 하는 일에는 특별히 간섭하지는 않았다.

 가끔은 혼자서 도자기를 팔러 읍내의 오일장에 나가시곤 했는데 그런 날은 막걸리도 한잔 걸치시고 저녁 늦게 오시는 바람에 나는 할아버지의 점심과 저녁을 따로 차리지 않아도 됐다.

 비가 와서 흙을 나를 수 없거나 나무를 할 수 없는 날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장터에 나가시는 날은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갖을 수 있어서 내가 손꼽아 기다리는 날들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날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왔다. 나는 가마터 주변에 앉아서 그동안의 일들을 공책에 정리하고 있었다.

 툇마루에 앉아 바깥을 바라 보시던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걸 보니 이젠 요번 여름도 거의 다 지나가려나 부다...’

 

 할아버지께서는 피지도 않는 곰방대를 물고 뻐금거리면서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러더니 리모컨으로 TV를 켜고 방바닥에 드러 누었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무슨 산중에 혼자 사는 도인 같은 말도 잘하더니만 나중에 보니 방안에 있는 고물 TV로 미니 시리즈 드라마나 <연예가 중계>따위를 보면서 혼자 히히덕 거리는게 인생의 유일한 낙처럼 보였다.

 

 ‘과연 저 할아버지가 그 남자의 부탁을 받고 나를 강한 남자로 키워 줄 수 있단 말인가?’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나는 할아버지의 정체에 대하여 궁금해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몇 주동안 지켜본 바로는 할아버지는 그냥 가마터에서 잘 팔리지도 않는 도자기를 굽는 노인네며 나에 대해서는 그저 어리버리한 공짜 일꾼 한명이 생겨서 잘됐다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나한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2009년의 여름이 그렇게 서서히 흘러 가고 있었다.

 

 *****

 

 그동안 나는 나도 잘모르는 나의 능력을 여러모로 실험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두번째로 화물차 기사를 만날 날 그와 대화하면서 그가 한 말을 난 절대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어머니를 만나고 싶나? 그렇다면 우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부터 길러. 니가 충분히 그 능력이 될 때 다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난 이곳 강진에 와서도 그 말을 절대 잊지 않고 있었다.

 한여름에 흙을 나르다 힘에 부쳐 앞으로 꼬구라졌을 때도, 장작을 패다 손에 물집이 터져 진물이 줄줄 흘러내릴 때도 난 오직 이 한마디 말만 생각하며 그 어려움을 다 참아내고 있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그 말은 내가 지쳐서 쓰러질 때가 되면 마법처럼 내 머리속에 다시 떠올라 나를 오뚝이처럼 다시 일으켜 세우게 했다.

 

 내가 지금의 이 어려움을 버텨내고 나의 숨겨진 능력만 끌어낸다면 그 남자의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어머니가 될 것이였다.

 

 우선 제일 먼저 할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가를 확인하는 것이였다.

 나는 흙담집 뒤에 있는 처마 밑 흙돌담벽을 내 실험의 기준으로 삼기로 하고 눈여겨 보았다.

 

 그 날 마침 할아버지께서 오일장을 맞이해서 읍내 장터로 아침 일찍 출발하시는 바람에 오전부터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나는 곧바로 그동안 감춰져 있던 나의 능력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정신을 집중시킨 나는 흙돌담벽을 향해 발을 뻗었다. 생각은 한번에 벽안으로 발을 집어넣는 것이었는데 생각처럼 한번에 쉽게 되지는 않았다.

 

 나는 마리속에서 지난날 민변구와 에릭,차동팔,신영귀 등을 떠올렸다.

 

 그날 민변구에 쫒기던 공포, 그리고 동네 아줌마를 무참히 살인하던 에릭의 그 미치광이 눈빛, 항상 날 벌레보듯 경멸하던 재벌집 숨겨놓은 첩의 자식 차동팔, 마지막으로 그놈들의 딱가리짓을 하면서 자기보다 약자위에 군림하던 신영귀까지.

 그 놈들의 얼굴이 하나씩 머리속에서 떠오를 때마나 나는 타오르는 분노로 이마의 핏줄이 꿈틀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흙돌담벽을 향해 발을 뻗었다. 내 오른쪽 발은 벽안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이윽고 나의 몸통이, 손이, 얼굴이, 마지막으로 왼발 발꿈치 끝까지 모두 다 완벽히 벽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역시 분노를 통해서 정신이 집중되어야 능력이 잘 발휘되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흙돌담벽으로 들어가는 순서였다.

 우선 가장 쉬운 스테인레스 숟가락부터 도전했다. 별 어려움 없이 숟가락은 나의 신체와 같이 벽속으로 쏙하고 들어갔다.

 그 다음은 라면 끊이는 작은 양은 냄비를 선택했다. 역시 별 무리없이 나와 같이 벽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요번엔 좀 더 큰 걸로 부엌의 밥솥을 선택했다. 밥솥은 내가 들기에도 좀 묵직했었다. 하지만 낑낑대면서도 나는 그것과 같이 벽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대만족이었다. 벽속에서 빠져 나온 나는 욕심을 내서 더 큰 것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마당 한구석에는 쓰지 않고 버려둔 돌로 만든 절구가 있었다. 나는 그것을 굴려서 흙돌담벽 앞까지 가지고 왔다. 절구의 좌우 넓이는 벽보다도 넓었다.

 

 ‘과연 이것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을까’

 

 나는 팔을 벌려 절구통을 감싸 안고 들지는 못하고 그냥 굴려서 벽속으로 밀고 들어갔다. 절구통과 함께 내 몸은 벽속으로 들어왔다.

 성공인듯 했지만 그러나 절구통은 그 부피만큼 전부 벽속으로 들어올 수는 없었다. 몸만 빼서 밖에 나와 보니 절구통은 2/3 정도만 벽에 박혀 있고 나머지는 밖으로 삐져 나와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이전에 내가 여수여객선터미널 일층 남자화장실에서 검은 잠바 한명의 머리를 벽속에 끌어들었을 때처럼 일부는 밖에 일부는 안에 잠겨 있었다.

 또한 벽은 절구가 안에 들어간 것만큼 밖으로 불룩하게 부풀어져 있었다. 아마도 그 부피와 밀도만큼이나 흙이 밖으로 밀려나간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결국 사물을 가지고 벽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으나 그 사물의 부피를 줄이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여러가지 재질의 벽으로 실험하고 싶었지만 가마터 주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흙돌담벽과 목재벽 뿐이었다. 이미 밖에서 시멘트-콘크리트벽과 철로 만든 대문은 실험을 했으니까 여태껏 실험해본 재질 중에 실패한 것은 없었다.

 

 이번에는 벽안에서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능력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번에 구리한강시민공원 근처 폐주유소에서 나를 쫒아온 검은 잠바를 벽을 타고 이동해서 천장에서 빠져나와 방망이로 그 자의 머리통을 부셔버린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렇게 벽을 타고 벽내부에서 이동하지 못했더라면 나는 꼼짝없이 그 안에 갇혀 에릭과 검은 잠바들에게 붙잡혔을 것이다. 그만큼 이 능력은 벽안에서 숨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흙돌담벽안에 들어간 나는 생각한 것처럼 그 안에서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었다.

 좌에서 우로, 밑에서 위로, 마치 물 속에서 수영을 하듯 그 안에서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일반벽들은 안에 배관이나 배선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고 특히 온돌 바닥에는 난방 코일이 깔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현대식 고층 건물일 경우 다양한 단열재나 외장재, 철근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가거나 벽 안에서 이동하는게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벽안의 배선이나 배관은 그 재질이 각자 다양하기 때문에 당장 이곳에서는 실험하기도 여의치 않아서 나중에 도시에 나갈 때 큰 빌딩을 상대로 한번에 몰아서 실험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만 해도 내 능력은 현대과학에서 허용하는 임계치를 훨씬 뛰어넘는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나의 능력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나도 알 수 없었다.

 

 이번에는 벽안에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벽을 관통할 수 있는지에 관한 실험이었다. 흙돌담벽안에 들어간 나는 잠시 머무르다가 반대편 벽으로 발부터 쑥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아주 가뿐하게 흙돌담벽을 관통한 것이다.

 

 나는 쾌재를 불렀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이 능력을 가지고 실생활에 써먹느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에릭을 피해 벽속에 숨거나 나를 쫓는 자를 벽속에 끌어 들여 숨을 못쉬게 만드는데 썼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사용해 볼 생각이 들었다.

 돈이 되거나 타인을 압도하는 목적으로 말이다.

 

 벽을 관통해서 나온 나는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흙돌담벽을 관통해서 반대편으로 나온 나는 낯설은 방안에 내가 들어온 것을 깨달았다.

 

 관통해서 나온 그 곳은 바로 할아버지의 서재였다. 사실 난 이 훍담집에 서재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었다.

 

 서재의 벽은 겉을 황토로 바르고 그위에 가볍게 한지로 벽지를 발랐다. 황토벽이라서 그런지 방안에는 습기가 심하게 차있거나 너무 덥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안에는 평소 TV만 즐겨보던 할아버지답지 않게 수많은 책들로 가득차 있었다.

 

 ‘뭐야…맨날 연예가중계하고 가요탑텐만 보는 줄 알았더니…’

 

 방안에는 제목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외국어로 씌어진 책들이 가득 했다. 그리고 방한쪽 구석에는 낡은 구형 컴퓨터와 모니터가 한대 놓여 있었다.

 

 ‘뭐야…여기서 저걸로 야동이라도 보시나…’

 난 컴퓨터를 켜보았지만 패스워드 걸려 있어 그냥 바로 껐다.

 그리고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중 한권을 뽑아 봤다.

 

 < TM 31-210 ; Improvised Munition Handbook> 이라…

 

 대충 번역하면 <현장에서 급조하는 임시 탄약 제조법> 이라 읽혀 졌다.

 

 ‘탄약제조? 대체 이런 책을 왜 할아버지가 보시는 거지?’

 

 난 잠잠했던 호기심이 발동해서 옆에 있던 다른 책도 한권 뽑아 보았다.

 

 < The Institute for Soldier Nanotechnologies: Taking Nanotechnology from the Laboratory to the Soldier : There is Plenty of Room at Bottom! >

 

 ‘이건 또 뭐야. 군인을 위한 나노소재공학?’

 자세히 더 살펴보자 방안의 도통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원서들과 논문들,스크랩 철들로 꽉 차 있었다.

 

 ‘이 할아버지 정말 정체가 뭐냐구? 그냥 가마터에서 도자기 굽는 노인 아니였어?’

 

 시간이 지나고 알면 알수록 할아버지가 누군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왜 내 목숨을 구해준 화물차 기사는 나를 이런 이상한 할아버지에게 맡긴 걸까?

 

 나는 또 다시 큰 혼란 속에 빠져들어 머리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마치 나를 둘러싸고 온 세상이 몰카 연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나만 바보가 된 느낌이 들었다.

 이 때 마침 장터에서 일찍 돌아오신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서둘러 벽을 통과해서 서재 밖으로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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