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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31. 백화점(2)
작성일 : 17-12-18 19:49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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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나는 게이트가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분이 복잡해졌다.

 화장실에 나타난 세이크리드 게이트라….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일단 게이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해지지 않을 이상한 감각이 두뇌를 스침과 동시에 나는 갑옷을 입었다. 굳이 스마트위치를 작동해 위마를 탐색할 필요는 없어보였으니까.

 ‘넓지 않으니 5층을 뒤지다 보면 언젠간 나오겠지.’

 금방 해결해서 빨리 돌아가는 사태를 피하기 위함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나는 느긋하게 옷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차라리 여기가 전자제품 코너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런저런 기기를 실험해볼 수 있었을 것을.

 주위에 널린 명품 옷들을 보며 나는 딴 생각을 품었다.

 ‘이거 다 가져가면 얼마나 나오려나.’

 물론 허황된 꿈이다. 성지의 모든 물건은 세이크리드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사라지니까.

 음식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완전히 동화되지 않는 이상 음식물은 전부 위장에서 사라진다.

 그래서 가끔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은 성지에 올 때마다 시간을 내서 배터지게 먹고 돌아가고 싶다는 농담을 한다.

 뷕뷕!

 “아. 벌써 찾았네.”

 이런 눈치 없는 자식. 조금 더 늦게 나오면 어디가 덧나나.

 나는 내 눈앞에 나타난 70cm 정도의 작은 난쟁이 같은 위마를 바라봤다.

 이 녀석은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 유명한 고블린.

 커다란 귀와 매부리 코. 푸르스름한 피부에 작은 체구와 아이와 같은 지성을 가진 하급의 위마이다.

 뷕뷕뷕!

 고블린은 나를 두려워하다 괴성을 내지르며 멀리 도망쳤다.

 나는 그런 고블린을 잠깐의 여유를 두고 지켜보다 다리에 힘을 줘 강하게 땅을 막차는 것만으로도 고블린의 바로 지척까지 쫒아갈 수 있었다.

 “흣차.”

 나는 뒤에서 고블린의 목덜미를 가볍게 잡아 올렸다. 고블린은 발버둥 치며 손톱 발톱으로 내 갑옷을 마구 할퀴었지만 흠집도 나지 않았다.

 “어. 안 사라지네?”

 고블린은 분명 하급 중의 하급 위마다. 그리고 하급의 위마라면 분명 나에게 잡히자마자 파사의 기운 때문에 바로 소멸 되야 정상인데, 이 녀석은 고통 찬 비명만 토해내고 있다.

 ‘같은 개체라도 은에 대한 내성은 제각각이라더니.’

 나는 어쩔 수 없이 레이크를 뽑아 들었다.

 요즘 들어 이런 특이한 개체가 비교적 자주 등장한다지. 덕분에 협회가 골치 아프다나 뭐라나.

 “극락왕생 해.”

 스걱.

 순식간에 고블린의 목을 그어버린 나는 작게나마 명복을 빌어주었다.

 어떤 사유가 있어도 의지가 있는 생명체를 세상에서 지워버린다는 건 역시 마음에 짐이 된다. 특히나 이렇게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 하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고 순간적인 연민에 빠져 놓아주면 이 시체는 고블린이 아닌 사람의 것이었으리라. 아무리 어린애 같은 체구라 해도 사람 한 명 정도는 그럭저럭 죽일 수 있으니까.

 다행히 고블린은 완전히 괴물 같이 생겨서 그나마 양심에 가책이 덜 느껴진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괴상망측하게 생긴 괴물들이 이리저리 구르고 죽는 모습은 많이 접으니까. 요즘의 CG기술은 괴물의 죽음을 현실적이고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내가 위마를 처음 레이크로 베어 죽였을 때. 그런 미디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 게 내 정신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더 걱정되는 요소도 있다. 만약 은혈귀 같은 인간형의 위마를 만난다면, 그 위마를 레이크로 베어 쓰러트리는 날이 온 다면, 과연 내 멘탈은 남아날 수 있을까? 반대로 인간형 위마의 죽음에 너무 익숙해져서 진짜 인간의 죽음을 봐도 덤덤해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인간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게 되면 괜히 나 자신이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쩔 수 있나.’

 레이크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수납하면서 나는 한 고사성어를 떠올렸다.

 약육강식. 약자의 살은 강자에게 먹힌다.

 오로지 힘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이 세계의 이면에 들어오기 전에도 세상은 약육강식이었다. 돈과 권력이 없어 잡아먹히기만 할뿐인 약자. 그것이 우리 가족의 위치였다. 그런 우리가 약자의 위치에서 탈출했다. 아직 강자는 되지 못 할지언정 무작정 뜯기고만 사는 위치에서 벗어난 것이다.

 내 첫 월급으로 산 지갑을 엄마한테 선물했을 때 엄마의 눈엔 오랜만에 눈물이 고였다. 그걸 본 내 가슴도 적적해졌다. 혹독하게 마음먹고 살아온 삶에 봄의 순풍이 불어왔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약자의 삶으로 돌아가긴 싫었다. 적응하지 못 하면 도태 될 뿐이다. 최선을 다해 살아남아야한다.

 ‘애초에 인간형 위마를 내가 무작정 죽일 수 있다는 전제부터가 잘못되었지.’

 지금이야 웬만한 위마 상대로는 내가 강자이고, 본부장님이 나에게 나보다 더 강자를 상대할 상황은 나오지 않을 거라 말씀하시긴 했지만 예의 모노폴라이즈 건도 있듯이 언제 내가 약자기 되어 잡아먹힐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런 투쟁적인 삶에서 인간도 아닌 위마를 쓰러트리는 걸로, 생명을 빼앗는 걸로 고민하며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될 일이겠지.

 “에후. 갑자기 뭔 궁상이냐.”

 나는 바보 같다고 투덜거리면서 세이크리드 게이트를 통해 성지에서 빠져나와 갑옷을 해제했다.

 ‘전송 완료.’

 스마트폰을 꺼내 이지인 누나에게 상황보고를 써 보낸 나는 ‘수고하셨어요.’라 적힌 문자를 확인하고 결계를 해제했다. 기지개를 한 번 피고 화장실로 들어오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며 밑층으로 내려갔다.

 ‘수학여행인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얼마 후에 있을 고등학교 2학년 최고의 이벤트를 떠올렸다.

 과거의 나는 수련회라던지 수학여행 같은 학교 이벤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궁핍한 가계사정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돈을 쥐어주며 다녀오라는 엄마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이런 돈 낭비 따윈 절대 하지 않았을 거다.

 여행을 가서도 나만 이렇게 즐겨도 되는지 안절부절 못했고 가시 방석에 앉아있는 것처럼 괜한 불편함에 제대로 된 구경도 하지 못 했다.

 ‘멍청했지.’

 지금의 나라면 이왕 돈 낸 거 본전이라도 뽑자고 각오를 다져 할 거 못 할 거 다 하면서 즐기다 왔을 텐데.

 ‘…근데 그것도 즐긴다고 볼 수 없겠네.’

 전투적으로 모든 것을 탐하듯 여행지를 갈구하는 게 과연 옳바른 일일까?

 뭐 어쨌든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모든 걸 내려놓고 즐겨야지.

 거기다 처음으로 비행기도 타고 말이다. 아무리 국내여행에 저가항공이라 비좁고 짧다지만 그래도 비행기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렸을 적 붉은 망토를 등에 두르고 날아다니는 놀이를 한 번쯤 해봤을 정도로 하늘을 나는 건 인간의 로망이니까.

 ‘날아다닐 수 있는 은장도도 있으려나?’

 고유능력이 있는 상급 은장도의 수가 적다곤 해도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은장도면 흡수해도 좋을 텐데.

 ‘아. 능력이 바뀌니까 무리구나.’

 내 갑옷에 흡수하는 순간 레이크처럼 능력이 괴상하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낭비밖에 되지 않는다.

 은장도를 한 사람이 두 개 이상 사용하면 그 효율이 급감하게 된다. 중첩해서 해방할수록 은장도의 고유능력의 위력이 감소하게 된다는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유진이 자신의 은장도. 모르가르텐을 해방한 상태로 엣지드 리볼버를 해방하면, 엣지드 리볼버의 화력이 서민아가 사용할 때보다 반 토막 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서민아가 엣지드 리볼버를 해방한 상태로 모르가르텐을 해방해봤자 임펙트 스매쉬의 위력 증폭은 서유진이 사용 할 때보다 낮아진다.

 심지어 신체강화는 은장도 중 가장 높은 등급의 은장도의 신체강화만 적용된다 하니 은장도를 두 개 이상 쓸 이유가 전무했다.

 ‘이 갑옷은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정확한 능력은 측정할 수 없지만 다른 은장도와 비교한 결과 레이크는 A급 수준의 고유 능력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걸로 판명 났다.

 이 갑옷은 은장도로 치지 않는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레이크는 다른 은장도를 중복해서 해방했을 때처럼 위력이 반감되지 않았다.

 그래도 신체능력은 레이크를 흡수하기 전이나 후나 똑같은 걸 보면 역시 은장도를 새로 흡수하는 건 낭비다.

 뭐. 애초에 적합률 문제도 있고.

 개발실에 A급 이상의 은장도가 주인을 찾지 못 해 뒹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적합률이 맞는 사람을 못 찾았거나, 찾아도 이미 다른 은장도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엄청 불려나갔지.’

 연구개발팀장인 정훈 아저씨가 나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B급 이상의 은장도는 신체강화 외에도 고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 은장도를 내 몸에 한 번 흡수시켜 변형하면 은장도의 고유 능력도, 적합률도 변한다지.

 등급이 변동되지 않는 덕분에 능력이 보잘 것 없거나 영 쓸만하지 못한 은장도는 내가 순차적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아직 평범하게 해방하는 걸로 사용 할 수는 없지만 곧 변압기 같은 매개물을 개발할 예정이라 한다.

 ‘…왜 이렇게 생각이 산으로 가고 있지?’

 나는 무슨 생각을 하다가 여기까지 샜는지 되짚어보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기에 생각을 접고 3층 여성의류코너 안으로 들어왔다.

 아까 있던 곳으로 돌아왔지만 엄마와 하린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빙 둘러봐도 행적을 찾을 수 없어 결국 나는 스마트폰을 들었다.

 -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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