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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데몬스
작가 : 리아트리스
작품등록일 :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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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죽이러 갈 거야!"

괴물이 되어 돌아온 소년, 소녀들의 가공할 전쟁이 시작된다!



 
프롤로그
작성일 : 17-12-18 19:23     조회 : 414     추천 : 0     분량 : 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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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달그락, 텅……!

 쩝쩝쩝…….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자가 바닥에 주저앉아 뭔가를 먹고 있었다.

 인육을 먹는 귀신의 이미지가 사내들의 머릿속에서 동시에 떠올랐으나 여자가 먹고 있는 것은 사람 고기가 아니었다.

 통조림이었다. 고기와 과일 등이 담긴 여러 종류의 통조림을 여자는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주변에는 비었거나 내용물이 반쯤 들어 있는 지저분한 깡통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지간히 허기가 졌는지 여자는 누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고개를 처박고 먹는 데만 열중하고 있었다.

 사내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시체들이 즐비한 참살의 현장에서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행위도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여자의 끔찍한 몰골이 사내들의 머릿속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여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를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얼굴도, 머리카락도 온통 붉은 색으로 얼룩져 있었다. 입고 있는 민소매 원피스는 아무리 봐도 잠옷처럼 보였는데 원래 흰색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옷에 묻은 피가 아직 번들거리는 걸 보니 묻은 지 얼마 안 되는 듯했다. 피 범벅이 된 얼굴이 머리카락에 반쯤 가려져 있어 나이를 정확히 읽어내긴 힘들었으나 젊은 여자임에는 틀림없었다.

 피를 뒤집어 쓴 채 긴 머리카락을 바닥까지 아무렇게나 늘어뜨리고 허겁지겁 음식을 삼키는 여자의 모습은 인간이 아니라 한 마리 들짐승 같았다. 제대로 씹지도 않고 넘기는지 음식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꿀떡, 꿀떡 들렸다.

 사내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무섭지만 신기한 동물을 구경하듯 넋 나간 표정으로 하염없이 여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너…… 넌 뭐야?”

 이윽고 정신을 차린 사내 하나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상대가 젊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듯 작고 소심했다. 건달로서의 체면치레라도 하려는 듯 뒤늦게 이마에 주름이 잡히도록 눈을 부라려 봤지만 회칼을 쥔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여자가 고개를 홱 치켜들더니 섬뜩한 삼백 안으로 사내들을 노려봤다.

 

 “악마?”

 적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악마라니…… 그게 무슨?”

 

 얼굴을 뒤덮은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두 눈이 인광을 빛내는 밤의 맹수처럼 불타올랐다. 사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헉, 하고 낮은 신음을 토하며 뒷걸음질 쳤다.

 여자는 입을 한껏 벌리고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이상한 소리를 길게 내질렀다.

 “가아아아악……!”

 머리카락 사이로 여자의 이목구비가 드러났다.

 젊다 못해 어려 보이는 얼굴이었다. 기껏 해야 열아홉, 스물 정도. 그보다 어린 소녀일 수도 있었다. 사내들을 노려보는 눈빛과 포효하는 목소리에서 뿜어지는 박력과 위압감은 엄청났다.

 “조심해!”

 멀리서 적호의 외침이 들렸다.

 사내들은 허둥대며 이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여자를 쳐다봤다.

 “가아아아악……!”

 여자의 피투성이 얼굴이 순식간에 사내들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으아악!”

 사내들은 뒷걸음질 치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회칼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회칼은 공허하게 허공을 내지를 뿐이었다.

 여자의 포효와 함께 뜨거운 기운이 사내들의 몸을 꿰뚫었다. 미처 방어할 틈도, 상황을 인식할 겨를도 없이 사내들의 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허공을 날았다.

 

 

 3

 

 적호는 철제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형님, 왜 그러십니까?”

 포니테일 사내가 뒤따라왔다.

 끔찍한 비명소리가 잇달아 들리는가 싶더니 창고 한쪽 구석에서 펑, 소리와 함께 섬광이 번쩍였다. 적호는 걸음을 멈추고 순간적으로 자세를 낮췄다.

 콰콰쾅!

 앞쪽에 겹겹이 쌓여 있던 박스의 벽들이 차례로 무너지며 사지를 앞으로 쭉 뻗은 사내의 등짝이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적호는 재빨리 바닥으로 엎드리며 포탄처럼 날아오는 사내의 몸을 피했다. 사내의 몸에서 핏줄기가 분수처럼 뿜어지고 있었다. 적호의 얼굴 위로 뜨거운 혈액이 방울져 떨어졌다. 적호의 머리 위를 스쳐간 사내의 몸뚱이는 박스 몇 개를 더 쓰러뜨린 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

 사내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또 다른 쪽에서 요란한 추락 음이 들렸다.

 쿠웅!

 해머로 벽을 때리는 것 같은 크고 둔탁한 마찰음이 불쾌하게 창고 안을 뒤흔들었다. 출입구 근처였다.

 “니미럴, 뭔 일이야?”

 적호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렸던 포니테일 사내가 간신히 고개를 쳐들고 사방을 갸웃거렸다.

 적호는 단검을 쭉 뻗으며 일어섰다. 칼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막 생산된 두 구의 붉은 시체가 시야 양쪽으로 포착됐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부하였던 사내들이었다.

 시체들은 봉제인형처럼 사지가 뒤틀린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한쪽은 가슴에, 한쪽은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무토막처럼 굳어버린 몸뚱이 주변으로 피와 내장이 꽃잎처럼 펼쳐져 있었다. 죽은 중국인들과 똑같은 몰골이었다.

 등줄기로 차가운 소름이 돋아났고, 몸 전체에서 뜨거운 땀방울이 솟아나는 게 느껴졌다. 적호는 이를 악물고 콧구멍으로 빠르게 심호흡을 했다.

 “도대체 어떤 새끼야!”

 포니테일 사내가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입 다물어!”

 적호가 손을 들어 사내를 저지했다.

 아직 있었다.

 중국인과 자신의 부하들을 식은 살덩이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이 아직 창고 안에 있다.

 

 악마가……

 악마가 있어요!

 

 통역과 통화하며 적호가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악마가 이곳에 있다!

 적호는 아직 무너지지 않은 상자 더미 뒤에 등을 대고 섰다. 섬광이 터졌던 장소에서 불과 열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포니테일 사내가 회칼을 빼들고 적호 옆에 섰다.

 등 뒤에서 위험이 느껴졌다. 적호는 상자 뒤로 몸을 바짝 숨긴 채 한쪽 눈만 내밀어 입구를 살폈다.

 반쯤 뜯긴 철문 사이로 하얀 가로등 불빛과 빛 속에서 어지럽게 몸을 뒤섞는 빗물의 요란한 움직임이 보였다. 웅덩이 진 바닥에서도 빗물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빌어먹을 날씨.

 적호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입구까지의 거리도 열 발자국 정도였다.

 적호는 자세를 더욱 낮추고 상자 더미 너머의 움직임을 감지하려 애썼다.

 희미하게 발소리가 들렸다. 몸집이 크지 않은 무언가가 입구를 향해 이동하는 게 느껴졌다.

 차박, 차박……

 희고 작은 맨발이 피 도장을 찍으며 걷고 있었다.

 “형님, 어떻게 하실…….”

 적호는 손바닥을 뻗어 포니테일 사내의 입을 틀어막았다. 생각 같아서는 머리통을 한 방 날리고 싶었다. 떠들 상황이 아니었다. 가공할 존재가 부디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떠나 주기를 기도해야 한다.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이윽고 들리지 않았다. 입구 가까이까지 다가간 것이다.

 적호는 다시 한쪽 눈만 내밀어 입구를 살폈다.

 눈앞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적호는 기겁을 하며 머리를 뒤로 뺐다. 처참한 시체들처럼 자신의 머리통도 날아가는 줄 알았다.

 머리는 온전했다. 적호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번개였다. 눈을 찌를 것 같은 사나운 흰 빛이 창고 안을 몇 번이나 휘돌았다. 이어서 폭격이라도 퍼붓듯 거대한 천둥소리가 건물을 뒤흔들었다.

 천둥소리가 멎을 즈음 누군가 적호 앞에 우뚝 섰다. 포니테일 사내였다.

 “야, 뭐해? 어서 뒤로 와!”

 적호가 소리 죽여 외쳤다.

 포니테일 사내는 적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전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형님! 저기…….”

 포니테일 사내가 입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적호의 시선도 그곳을 따라갔다.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여자가 등을 보인 채 입구 앞에 서 있었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부터 속살이 내비칠 정도로 얇은 원피스와 맨발의 두 다리까지 여자의 몸은 온통 피에 젖어 있었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 여자라니……

 적호가 정작 놀란 것은 여자가 어떤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바주카포까지는 아니더라도 덤덤탄 정도가 장착된 권총 하나쯤은 쥐고 있을 줄 알았다. 민소매 아래로 드러난 여자의 가느다란 두 팔 끝에는 아무 것도 쥐어진 게 없었다.

 포니테일 사내가 홀린 듯 여자를 향해 비칠비칠 걸어갔다.

 “야, 이 미친놈…….”

 적호는 사내의 팔을 붙잡으려 했으나 사내의 움직임이 빨라 놓치고 말았다.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적호는 사내의 뒤를 따라가지 않았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상자 뒤에 계속 몸을 숨기고 있었다.

 문 밖으로 나가려던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몸은 여전히 앞을 향한 채 고개만 뒤로 돌려 다가오는 사내를 응시했다. 가로등 흰 빛에 반사된 여자의 눈은 어쩐지 처연하고 지쳐 보였다.

 “너 뭐야?”

 포니테일 사내가 회칼을 쥔 손을 앞으로 뻗었다.

 “네가 다 죽인 거야?”

 사내의 목소리는 기계음처럼 건조했다.

 처참한 살육과 가녀린 소녀. 상반된 두 개의 이미지가 충돌하면서 가슴 속에서 엄청난 전율의 폭풍이 인 것이다. 전율은 사내의 감정을 하얗게 연소시키고 이성과 판단력까지 앗아갔다. 사내는 꿈을 꾸듯 몽롱한 상태에 빠져 몸에 밴 기계적인 습관으로만 움직이고 있었다.

 여자는 관찰하듯 사내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자가 등을 보이는 순간 사내의 마음속에서 짧은 파문이 일었다. 전율의 틈새를 뚫고 솟아난 한 줄기 용기가 두려움의 물결을 잠재웠다. 그리고 그 짧은 감정의 변화가 사내의 운명을 결정짓고 말았다.

 “거기 서, 이 미친년아!”

 사내가 회칼을 겨누며 여자를 향해 달려갔다.

 그 순간 섬광이 연속으로 터졌다.

 적호는 상자 뒤로 몸을 꽁꽁 숨겼다. 이번에는 번개가 아니었다. 뒤따르는 천둥소리가 없었던 것이다.

 쿵!

 천둥소리 대신 지면을 치는 둔탁한 마찰음이 들렸다.

 적호의 눈앞으로 크고 붉은 살덩어리가 떨어졌다.

 포니테일 사내의 몸은 거의 몸통만 남아 있었다. 목이 날아가고, 한쪽 팔이 날아가고, 하반신이 날아가고 없었다. 떨어져나간 사내의 머리통이 저만치에서 구르고 있었다. 코 아래 부분이 완전히 사라져 눈과 이마와 뒤통수의 가죽만 남은 사내의 머리통은 속살을 모두 파낸 호박 같았다. 유감스럽게도 포니테일만은 아직 남아 달랑거렸다.

 적호는 단검을 떨어뜨렸다. 목구멍을 타고 뜨겁게 치솟는 비명을 두 손으로 간신히 틀어막았다. 비명은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층이었다.

 이층 난간에 기댄 채 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창백한 얼굴로 아래를 응시하는 남자는 홀로 살아남은 중국인 통역이었다.

 “영우 씨. 괜찮아요?”

 적호는 통역을 올려다봤다. 언뜻 봐도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 철제 난간을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복부를 움켜쥔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복부부터 무릎까지 온통 피범벅이었다.

 “악마가…….”

 통역의 두 눈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떠돌았다. 짙붉은 입술 위로 걸쭉한 핏물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악마가 다녀갔어요. 악마가…….”

 마지막 한 마디를 맺지 못한 채 남자의 고개가 푹 꺾였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내린 피가 하관을 타고 내려와 일층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혼자 남은 적호는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 안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는 턱을 덜덜 떨면서 핏빛 지옥도를 둘러봤다. 이곳에 남아 있는 모든 공포와 불가해성은 이제 적호 혼자의 몫이 되었다. 납득되지 않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을 혼자 짊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적호는 상자 너머로 머리를 내밀어 입구를 살폈다.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열린 문틈 사이로 비바람이 들이닥쳤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도 들렸다.

 “젠장맞을……”

 적호는 떨리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간신히 일어섰다.

 번개가 연이어 터졌고, 천둥소리가 창고를 뒤흔들었다. 적호는 비명을 토하며 몸을 움츠렸다. 어딘가에 구멍이라도 뚫릴 것만 같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듯했다.

 적호가 한 발을 떼려는 순간 다시 섬광이 터졌다. 섬광은 거대한 날짐승처럼 창고 안을 사납게 뛰어다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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