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 밤, 보름달이 뜬다
작가 : 인사이
작품등록일 : 2017.12.3

시간을 거스르는 그녀의 좌충우돌 로맨스!
10년 전 풋풋한 연하남은 지금의 톱 스타 배우.
같은 사람인데 양다리 걸친 기분은 왜인가요?
뒤틀린 시간 속에서 피어난 첫사랑은 10년의 시차를 극복할 수 있을까?

 
17. 무사 귀환
작성일 : 17-12-18 18:20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395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7. 무사 귀환

 

 방에 들어와 알레르기약을 찾아 먹은 혁은 거울 앞에서 얼굴을 살폈다.

 

 입 주위는 울긋불긋하고, 입은 퉁퉁 부어있고, 화끈거리던 볼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아. 진짜 스타일 구기게.”

 

 알레르기 때문에 입술이 간지럽다 못해 욱신거리기까지 하는데도 혁은 못난 얼굴을 보름에게 보인 것만 신경 쓰였다.

 

 “으~ 왜 하필 호두 파이를 만들었지?”

 

 근데 가만. 저 점쟁이 누나가 호두 알레르기란 걸 알고 만든 건 아니겠지?

 

 혁은 보름을 잠시 의심하다 울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던 보름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귀여운 얼굴이 못된 심보를 가졌을 리 없다.

 

 욱신거리는 입꼬리가 또 위로 솟았다.

 아파도 초승을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

 

 호두 알레르기 사건 이후로 보름은 혁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걱정과는 달리 혁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까칠모드는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지만, 식사도 챙겨주는 대로 다 먹고 새 학기도 잘 적응해가는 눈치였다.

 

 주말 오후, 주방에서 나오던 보름의 눈에 거실에 덩그러니 놓인 그랜드 피아노가 들어왔다.

 문득 피아노 전공인 혁이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걸 본 적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물리 치료 중이라더니 손에 무리가 갈까 봐 쉬고 있는 건지.

 그래도 곧 수험 생활이 시작될 텐데 연습 한 번 안 하는 것이 이상했다.

 마침 혁이 거실로 내려오고 있었다.

 

 “피아노 연습 안 해?”

 

 “.....어차피 피아노로 성공할 거 아니라면서요?”

 

 “어, 어?”

 

 맞다. 처음 점술가라 소개한 날 해준 말이지.

 

 가난한 천재 피아니스트의 인생역전을 그린 영화에서 열연했던 눌이 생각난다.

 피아노를 전공했던 눌의 실감 나는 피아니스트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흥행작이다.

 갑자기 자신이 알려준 미래 때문에 눌의 인생이 뭔가 잘못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의 작은 선택들이 예측불허 미래를 만들어낸다는 ‘나비효과’란 영화도 생각났다.

 

 “야…. 야! 그래도 지금 학생 신분인데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해야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야. 나한테 재능과 열정을 다 하라며? 아무리 다른 분야로 성공한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하니?”

 

 확신에 찬 말투로 말해줄 땐 언제고.

 혁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보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엉뚱하기는.

 

 피아노로 성공 못 한다는 말에 조금 실망하긴 했었다.

 하지만 언젠간 실력으로 아버지를 이기겠다는 계획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피아노 연습을 쉰 적은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역시 피아노뿐이었으니까.

 그랜드 피아노는 소리가 너무 커 방안의 디지털 피아노로 연습하는 중이었다.

 헤드셋을 끼고 피아노를 쳤으니 연습 소리를 들었을 리 없다.

 

 “한 곡 들려줄까요?”

 

 연습하라는 잔소리를 횡설수설 이어가던 보름은 피아노 연주를 해주겠다는 혁의 말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신청곡이라도 있어요?”

 

 영화에 삽입된 몇몇 곡의 멜로디만 기억날 뿐 알고 있는 클래식은 별로 없었다.

 보름은 잠시 생각하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OST를 떠올렸다.

 

 “그거…. 그…. 쇼팽 흑건?

 

 쇼팽의 연습곡 중 G플랫 장조곡이다.

 여섯 개의 플랫이 붙어 있어 오른손이 검은 건반만을 연주하는 곡이었다.

 ‘흑건’이라는 별칭을 가진 쇼팽의 곡을 알고 있다니 혁은 의외란 생각을 했다.

 

 피아노도 칠 수 있나?

 피아노 치는 점술가를 잠시 상상해 본다.

 

 “쇼팽 에튀드 5번이요?”

 

 “응? 그건 모르겠고 검은색 건반 치다가 하얀 건반으로 바꾸던데?”

 

 그럼 그렇지.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흑건을 백건으로?’

 

 몇 년 뒤에야 개봉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모르는 혁은 보름이 누군가 F 장조로 편곡한 곡을 들었나보다 생각했다.

 

 혁이 피아노 의자에 앉자 보름도 앉을 곳을 찾았다.

 소파도 없는 거실에 앉을 곳이 마땅치 않다.

 보름은 피아노가 잘 보이는 곳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연주를 기다리는 보름을 보며 혁은 엄마가 돌아가신 뒤 누군가를 위한 연주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반다리가 영 불편한지 보름은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끌어안았다.

 자세를 고치는 보름을 바라보며 혁이 슬며시 웃었다.

 왜 그녀만 보면 입꼬리가 가만있질 못하는지.

 

 혁은 표정을 굳히고 피아노 건반 뚜껑을 열었다.

 

 깍지 끼고 좌우로 움직이던 혁의 긴 손가락이 건반 위에 올려졌다.

 굵지만 쭉 뻗은 손가락은 건반 위를 날렵하게 움직이며 경쾌한 선율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빠르게 건반을 튕겨내는 혁의 우아한 손놀림.

 

 보름의 입이 절로 벌어졌다.

 

 역시 서문눌.

 

 피아노 치는 혁의 표정은 영화 속에서 열정적으로 열연하던 눌의 그것이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혁을 보며 영화배우 눌을 떠올린 건 오랜만이다.

 혁과 함께 지내는 동안은 둘이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혁은 그냥 자신이 챙겨주고 있는 가까운 동생 같기만 했다.

 피아노 앞에 앉은 혁을 보니 역시 눌의 어린 시절이 분명하다.

 

 짧은 연주가 끝나자 보름은 물개 손뼉을 치며 감동의 눈빛을 쏘아댔다.

 그런 보름을 보며 혁이 킥킥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아 심장이 다시 쿵쾅쿵쾅 연주한다.

 병이라도 생긴 거 아닐까.

 혁은 지금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다.

 

 **

 

 4월이 되자 포근한 봄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침, 저녁엔 여전히 공기가 차가웠지만, 한낮엔 가벼운 외투를 입고 외출하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학교 다니는 혁의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그래 봤자 교복 위에 덧입는 점퍼가 얇아진 거뿐이었지만.

 

 호두 파이 사건 이후로 혁의 마음은 좀 풀린 거 같았다.

 눈은 잘 마주치지 않았지만, 아침도 잘 먹어주었고, 저녁 식사도 다시 같이했다.

 

 3일 앞으로 타임슬립 날짜가 다가오자 보름은 병원에 있는 엄마 한 번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을 나섰다.

 

 “와~ 정말 완연한 봄인 건가?”

 

 마른 나뭇가지들에 연둣빛 여리여리한 새싹들이 올라와 있었다.

 간간이 올라온 꽃망울들은 금방이라도 화사한 빛의 꽃잎들을 터트릴 거 같다.

 

 “아직 거긴 쌀쌀하겠지?”

 

 이제 두 달의 터울이 생긴 이곳과 현재 날씨는 확연히 차이 날 것이다.

 보름은 돌아가는 날 옷을 단단히 챙겨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저녁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보름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보름은 엄마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저녁 식사를 초대받아 오랜만에 엄마의 집밥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러고 보니 항상 밥을 차려주기만 하다 차려주는 밥을 먹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엄마에게서 가끔 누리와 함께 산책해도 좋다는 허락까지 받아낸 터라 혁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꼬리를 흔들며 반기던 누리만큼 신이 나 있었다.

 

 ‘어머, 낯선 사람들한테 이렇게 꼬리를 흔드는 애가 아닌데, 누리도 초승이 마음에 드나 보네.’

 

 엄마는 보름을 보자마자 꼬리를 흔드는 누리를 신기해했다.

 

 ‘저기 아줌마, 가끔 누리랑 밖에 나가 놀아줘도 될까요?’

 ‘우리 누리랑 놀아주겠다고?’

 

 ‘네……. 아줌마도 일하며 간호하느라 바쁘시고, 누리가 좀 외로울 거 같아서요. 실례되는 얘길까요?’

 

 ‘아냐. 실례는. 우리 보름이 입원한 뒤로는 누리에게 통 신경을 못 써줘서 마음에 걸렸는데 잘됐네. 그런데 귀찮지 않겠어?’

 

 ‘아니에요. 저 강아지 정말 좋아해요. 가끔 들려 같이 산책도 하고 그럴게요. 괜찮죠?’

 

 ‘그럼~ 나야 고마운 일이지. 초승인 마음 씀씀이가 어쩜 이리 고울까? 고마워~.’

 

 오늘도 엄마는 초승이 참 참하고 예쁘다며 칭찬의 말을 잔뜩 해줬다.

 24살 딸한테도 칭찬 좀 해주지. 흥.

 

 보름은 못마땅하고 초승은 예쁘기만 하다니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

 

 드디어 4월 6일, 음력 15일이 되었다.

 

 보름은 저녁 식사 후 자기 방으로 올라간 혁 몰래 살금살금 집을 나왔다.

 2월의 찬바람을 대비해 과거로 넘어올 때 입었던 코트를 챙겨 들고 나왔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급했다.

 어디서 또 커다란 곰 한 마리가 튀어나올지 몰라 거의 뛰다시피 걷는 보름이다.

 

 보름달 카드를 단말기에 갖다 대며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오늘은 무사히 타임슬립에 성공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골목 앞이 환하게 밝았다.

 두 달 만에 보는 반가운 저 간판.

 

 “고맙다~ 사람들 편의 봐주며 24시간 열려있어 줘서.”

 

 이제는 등대처럼 느껴지는 편의점의 밝은 빛을 보며 보름은 현재로의 무사 귀환 발걸음을 내디뎠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0. 회장님의 변신 2017 / 12 / 19 260 0 6368   
20 19. 10년 전은 일시 정지 2017 / 12 / 18 275 0 4905   
19 18. 더블에스 대표 2017 / 12 / 18 268 0 5013   
18 17. 무사 귀환 2017 / 12 / 18 256 0 3954   
17 16. 다시 돌아올 2월 2017 / 12 / 18 255 0 6430   
16 15. 치약 맛 아이스크림 2017 / 12 / 18 261 0 6093   
15 14. 그 마법이 아니야 2017 / 12 / 14 252 0 5451   
14 13. 운명적 만남 2017 / 12 / 12 267 0 3097   
13 12.그 분이 오셨어 2017 / 12 / 11 259 0 4425   
12 11. 두근두근 밸런타인 2017 / 12 / 10 263 0 5450   
11 10. 사려 깊은 집주인 2017 / 12 / 9 259 0 5757   
10 9. 두 번째 타임슬립 - 시간을 달리는 보름 2017 / 12 / 9 257 1 5823   
9 8. 시차 적응 2017 / 12 / 8 269 0 5369   
8 7. 마법이 시작되면 2017 / 12 / 7 279 0 5830   
7 6. 라면 먹고 갈래요? 2017 / 12 / 7 272 0 5454   
6 5. 빚쟁이 누나 초승 2017 / 12 / 6 252 0 5329   
5 4. 고등학생 서문 눌 2017 / 12 / 5 261 0 6344   
4 3. 첫 번째 타임슬립 2017 / 12 / 5 277 0 5673   
3 2. 수상한 회장님 2017 / 12 / 4 265 0 6714   
2 1. 시작 2017 / 12 / 3 268 0 4486   
1 프롤로그 2017 / 12 / 3 436 0 292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