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백년야행
작가 : 소금소금
작품등록일 : 2017.12.16

인수는 작가지망생이다. 매번, 자신의 소설이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 탓으로 돌렸다. 어느날, 인수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을 진탕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술기운을 빌려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는 산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사슴과도 같은 뿔이 달린 여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노루'라고 소개했으며, 세상에는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아소'라는 존재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인수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이제 곧 시작될 '백년야행'에 인수를 초대한다. 작가로서 소재에 굶주려있던 인수는 백년야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인수가 완성한 여러 이야기 중, 조각나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나비편(20)
작성일 : 17-12-18 17:24     조회 : 248     추천 : 0     분량 : 450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늘은 여기서 쉬어간다. 내일 도착할 예정이니, 조금만 더 힘내도록.”

  말을 마치자 자신을 짓누를것만 같던 시선이 사라졌다. 각자 맡은일을 하기위해 흩어지는 사람들. 언젠가부터 가름은 이들이 한 부족이나 가족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그들 모두가 책임감으로 느껴졌다. 8년 전 많은 걸 잃은 뒤, 가름은 빠르게 약해졌다. 충격탓인지 몸은 빠르게 늙어갔고 얼마지나지않아 한 사람 몫의 일조차 못하는 몸이 돼버렸다. 그저 족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선택, 선택만 계속해왔다. 그 때마다 부족의 사람들의 기대와 간절함에 간절함을 한 몸에 받았고, 기대에 가득찬 시석속에서 입을 여는것이 두려웠다.

  가름은 죄인이었다. 단 한 번, 잘못된 선택. 아니, 인간으로선 옳은 선택을 했었다. 하지만 그 선택 때문에 그의 부족은 큰 상처를 입었다. 자신의 동생처럼 그를 원망해 떠나간 자들도 있었다. 빠르면 내일, 늦어도 며칠안에 자신의 선택에 대한 대가가 찾아올 것이다. 이미 번복할 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는 그저 마음속으로 바랄뿐이었다. 제발, 아무일도 없어달라고.

  그날 밤도 전날과 다를건 없었다. 단지 저 멀리서 반짝이는 산만이 이야기거리로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누군가는 기대를, 누군가는 불안을 안은 채 마지막 하루를 앞두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이동을 준비하는 붉은 눈 부족안에서 기묘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모두들 처음엔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도 안된다고 여겼지만, 소문의 장본인이 직접 나서자 눈은 튀어나오고 입은 찢어질 것처럼 경악해했다. 그렇게 하나 둘 소문이 사실이라는 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맴돌았고, 그 때마다 사람들은 있는 놀라움에 탄성을 내질렀다. 이는 테네바도 마찬가지였는데, 어찌나 놀랐는지 앞머리에 가려진 눈이 머리카락을 뚫고 보이는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네도 적잖이 놀랐는지, 음식을 입에 넣으려던 손을 멈추고 입을 크게 벌린 채로 굳어버렸다. 그렇게 하네와 테네바는 시선만 몇 번 주고받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테네바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하네와 함께 소문의 당사자를 찾아갔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제 막 뒷정리를 시작하려는 자리, 원래라면 혼자있어야 할 자리에 두 사람이 있다. 테네바는 그중 연신 미소를 띠고있는 남성, 페탄에게 말을 걸었다.

  “……페탄 아저씨.”

  “음? 아니! 이게 누구야? 테네바랑 하네 아니냐? 그래, 무슨일이냐!”

  페탄이 평소 이상으로 기운차게 대답했다.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휘어진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테네바와 하네가 온 이유를 알고 있을것이다. 아니, 분명히 알고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오기 전에도 많은 이들이 다녀갔을 것이 번했기 때문이다. 다 알면서 모르는 척 너스레 떠는 페탄의 모습에 조금 약이 올랐지만, 테네바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 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네요, 별 다른건 아니고……믿지 못할 이야기 하나가 들려와서요?”

  “으응? 믿지 못할이야기라니? 뭔데, 어서 해보거라. 이 페탄이 진위를 가려주마!”

  페탄이 고개를 살짝 꺾어 귀가 테네바를 향하도록 했다. 능구렁이 같이 미소짓는 페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테네바가 페탄의 옆,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들을 바라보는 여성을 가리켰다.

  “호, 혹시…… 저분이 누구신지……여쭤봐도……되겠습니까?”

  “하!하!하!하! 그럼그럼! 얼마든지 물어봐도되지!”

  페탄이 양손을 허리에 얹고 과장스럽게 웃었다. 고개까지 쳐들고 웃음소리를 한자 한자 끊어서 내는 꼬락서니가 보기 좋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페탄의 웃음 소리는 크고 자신감 있었으며 굉장히 기분 나빴다. 페탄은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에게 손을 건냈다. 여성은 그의 손을 잡아 자리에서 일어났고, 페탄은 여성의 옆자리에 서서 테네바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무려! 두 손을 맞잡은 채로! 테네바는 두 사람의 마주잡은 손을 보자 움찔거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입가를 기괴하게 비틀며 테네바가 웃었다.

  “하하, 손까지 그렇게 사이좋게 잡으시고……가까운 사이신가봐요……?”

  “오빠, 지금 표정 이상해…….”

  하네가 테네바의 소매를 슬쩍 잡아당겼다. 아무리봐도 지금의 테네바의 표정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는데, 페탄은 그것조차 좋은지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마치 다 들켰다는 듯 아쉽고 부끄러워하며, 보는이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표정을 지으면서 뒷 머리를 긁적였다.

  “아, 하~참. 이거 들켜버렸나? 뭐 어쩔수 없지, 소문도 났다는데 하하! 그래 테네바, 이 페탄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어떠냐! 미인이지? 당신도 한마디 해봐 트리빈.”

  “반가워요 테네바, 그리고 하네. 두 사람은 워낙 유명해서 잘 알고있어요. 반가워요.”

  트리빈이라고 불린 여성이 작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테네바는 대답을 해야하는데 아무리 봐도 어울리지 않는 두사람의 모습에 멍하게 서있을 뿐이었다. 말 못하는 테네바를 올려다본 하네가 한숨을 내쉬고 트리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반가워요, 저는 하네고. 이 사람이 제 오빠 테네바에요. 두 분 모두 잘 어울리세요~.”

  “고마워요, 하네 씨.”

  “고맙구나 하네, 네가 보는 눈은 기가막히는구나!”

  트리빈은 미소를 지었고, 페탄은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테네바는 여전히 멍하게 두사람만 바라보았다. 테네바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자 머릿속엔 왜? 어떻게?라는 의문이 먼저 떠올랐다. 페탄은 성격이 유쾌하긴 했지만, 하도 이곳저곳 찔러다니는 탓에 부족 여자들 사이에서 평가는 그야말로 최악. 바닥을 치다못해 땅까지 파야할 페탄의 평가를 보며 부족의 남자들은 여러 생각을 했고, 그 모든것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페탄보다는 낫지…….’

  라는 생각. 이는 테네바역시 내심 공감하던 것이었고, 종종 페탄이 노총각으로 계속지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과 그래도 자신이 페탄보단 빨리 결혼할 수 있다는 치기어린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페탄의 옆에 서있는 여성은,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을 아리따운 여성이었다. 단순히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마저도 페탄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마치 사막과 하늘과 같은 차이가 있었다. 트리빈의 표정에는 항상 은은한 미소가 어렸고 눈빛엔 자애로움이 가득했다. 마주선 두 사람의 키는 엇비슷했는데, 머리통은 페탄이 두배는 더 커보였다.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때문에 깔끔함과는 거리가 먼 페탄과 달리 트리빈은 단정하게 기른 머리와 깔끔하게 정돈된 눈썹을 지니고 있었다. 테네바는 순간, 저 트리빈이 페탄을 불쌍히 여겨 만나주는 것이 아닐까? 페탄이 칼이라도 들이밀고 협박한게 아닐까하는 상상까지 했다. 그만큼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았다. 뭐랄까, 마치 하네의 얇은 검지 손가락과, 자신의 굵은 엄지손가락이 나란히 서있는것 같았다. 혹시나 서로 다르기에 끌린 것일까? 이것저것 가능성을 검토하는 테네바의 귓가에 잔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테네바 씨.”

  마치 뺨을 스치는 실바람처럼 기분좋고 나긋한 목소리, 트리빈이었다. 그녀는 테네바의 복잡한 표정을 보며 다 안다는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테네바는 그때서야 자신이 실례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어차피 자신의 눈이 보이지도 않을텐데 시선을 황급히 두 사람의 발치에 둔 채로 말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그…… 두 분 참 잘 어울리세요.”

  “아뇨, 괜찮아요.”

  “네……, 그런데 혹시 두 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 사람이랑요? 으음, 어젯밤에…….”

  트리빈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어젯밤, 그녀가 바위에 앉아 밤하늘을 보고 있을 때 페탄이 다가왔다고 했다. 페탄은 특유의 경박한 말투로 밤하늘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페탄이라는 남자에 대한 평가를 알기에 꺼려졌다고 했다. 그래서 반응하지 않고 밤하늘만 올려다 봤고, 페탄은 그런 그녀의 옆에 슬쩍 앉아 함께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려줬더랜다. 처음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만 하기에 소문과 같이 별 볼일 없는 남자인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계속 될수록 자신도 모르게 작은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고, 어느샌가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친 하루가 끝나고 올려다 별 빛 가득한 하늘과 저 멀리, 은색으로 빛나는 산봉우리가 만드는 따뜻하고 아련한 분위기가 한 몫했다고 트리빈이 웃으며 말했다. 페탄은 잠자코 고개만 끄덕거렸다. 트리빈은 페탄을 지긋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의 평가가 어떻든, 어젯밤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올려다본 하늘은 여지껏 본 어느 하늘보다도 아름다웠어요. 고마워요, 페탄.”

  “아니, 나야말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고마워, 트리빈.”

  페탄이 여지껏 보지못한 진지한 표정으로 트리빈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애정을 가득담은 채 트리빈과 시선을 교환한 페탄은 조심스레 그녀를 끌어 안았다. 트리빈은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눈을 감고 미소를 지으며 페탄을 안아줬다. 그리고 그러한 광경을 테네바와 하네는 입만 쩍 벌린 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얼굴이 붉어진 하네가 테네바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오……오빠, 우리도 준비, 준비하러가야지.”

 

 
작가의 말
 

 으얏! 드디어, 공모전 분량을 채웠습니다. 공모전을 너무 뒤늦게 알아서 2주간 초고를 쓰는데 너무 힘들더라구요. 글쓸시간만 있는게 아니다보니, 하루에 한 시간, 두 시간 깨작거리며 쓴 것을 옮기고. 즉석에서 퇴고하고...초심자에겐 너무나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제 계획대로라면, 이 부분이 조각나비 이야기의 딱 절반정도 되겠네요. 정확히는 인수와 아소의 만남, 하네와 테네바의 이동 ㅡ 까지가 1부? 느낌이고. 이동 이후의 이야기는 2부라고 봐야겠네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조각나비편(20) 2017 / 12 / 18 249 0 4501   
20 조각나비편(19) 2017 / 12 / 18 257 0 5033   
19 조각나비편(18) 2017 / 12 / 18 236 0 4427   
18 조각나비편(17) 2017 / 12 / 18 246 0 4240   
17 조각나비편(16) 2017 / 12 / 18 234 0 4621   
16 조각나비편(15) 2017 / 12 / 18 232 0 6354   
15 조각나비편(14) 2017 / 12 / 18 247 0 5949   
14 조각나비편(13) 2017 / 12 / 18 233 0 5242   
13 조각나비편(12) 2017 / 12 / 18 235 0 8802   
12 조각나비편(11) 2017 / 12 / 17 248 0 5558   
11 조각나비편(10) 2017 / 12 / 17 252 0 4591   
10 조각나비편(9) 2017 / 12 / 17 229 0 4693   
9 조각나비편(8) 2017 / 12 / 16 231 0 6737   
8 조각나비편(7) 2017 / 12 / 16 250 0 8112   
7 조각나비편(6) 2017 / 12 / 16 231 0 2993   
6 조각나비편(5) 2017 / 12 / 16 231 0 3982   
5 조각나비편(4) 2017 / 12 / 16 244 0 4669   
4 조각나비편(3) 2017 / 12 / 16 222 0 4122   
3 조각나비편(2) 2017 / 12 / 16 254 0 3152   
2 조각나비편(1) 2017 / 12 / 16 255 0 5272   
1 프롤로그 2017 / 12 / 16 380 1 32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