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백년야행
작가 : 소금소금
작품등록일 : 2017.12.16

인수는 작가지망생이다. 매번, 자신의 소설이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 탓으로 돌렸다. 어느날, 인수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을 진탕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술기운을 빌려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는 산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사슴과도 같은 뿔이 달린 여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노루'라고 소개했으며, 세상에는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아소'라는 존재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인수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이제 곧 시작될 '백년야행'에 인수를 초대한다. 작가로서 소재에 굶주려있던 인수는 백년야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인수가 완성한 여러 이야기 중, 조각나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나비편(19)
작성일 : 17-12-18 17:12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03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떻게…… 어떻게 그런 소릴 할 수 있어요?"

  "아, 아니…… 왜?"

  "몰라서 물어요? 어떻게 하네를 짐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테네바가 들으면 무슨 생각하겠어요? 내가 듣기만 해도 이렇게 화나는데!"

  "아, 아니 잠깐……. 난 사실을 이야기 한 것 뿐인데……"

  바간이 당황탓에 말을 더듬었다.

  "진짜, 꽉 막혀있는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날 위한다니까 좀 버거워도 견뎠다구요. 그런데, 이건, 이건……진짜 아닌거 아니에요? 실망이네요 진짜. 저 그냥 다른데서 밥 먹을게요, 지금 아빠랑은 밥을 못 먹겠어요. 차라리 눈칫밥먹는게 낫지."

  하르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렸다. 뒤돌아보지 않고 나가려던 하르판은 바위가 떨어진듯 울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바간이 머리를 바닥에 찧은 채 엎드리고 있었다.

  "미안하다! 내가, 내가 큰 실수를 했다. 다신, 다신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마. 그러니, 내 이야기를 좀 들어다오."

  "……그게 왜 나한테 미안한 거에요? 하네랑 테네바한테 사과해야지."

  "그 두사람도 찾아가 사과하마, 그러니. 내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다오, 나쁜이야기가 아니다."

  "……휴."

  자신의 아버지가 눈앞에서 머리까지 찧으며 비는데 어떤 딸이 매정하게 떠날 수 있을까? 하르판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금 바간의 앞에 앉았다. 바간은 하르판이 앉은걸 확인하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마 한가운데, 피부가 까져 핏방우리 맺힌 상처가 생겼다. 바간의 이마를 보자 괜히 미안해진 하르판이 머쓱하게 말했다.

  "……그래서. 할 이야기라는건?"

  "거두절미하고, 테네바랑 교제해도 좋다."

  "……예?"

  갑작스런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하르판이 굳어버렸다. 하르판이 넋이나가건 말건 바간의 말은 계속 됐다.

  "변명같이 들리겠지만, 너에게 하네의 이야기를 한 건 책임에 관해 말하려던 것 뿐이다. 너흰 아직 책임이란 것의 무게를 알기에 어리다. 그런데, 족장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책임도 중요하지만, 결국 하르판 너의 행복이 더 중요한 것이란걸 알았다. 그렇기에, 너가 선택한 길을 존중하고자 한다."

  "그, 그럼?"

  "그래, 나는 허락했으니 이제 너가 테네바의 마음만 잡으면 된다."

  하르판이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정말, 정말이에요? 막 또 난리치는거 아니에요? 이딴거 인정못해! 하면서 그러는거 아니고?"

  "……그래."

  "으으으으!"

  하르판이 두눈을 질끈감고 됐다는 듯 주먹을 쥐었다.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것이 어지간히 좋은 모양이다. 바간은 그런 딸의 모습에도 아랑곳 않고 입을 열었다.

  "다만."

  "?"

  아까 전 느꼈던 괘씸함이 아직도 사리지지 않았다. 바간이 목을 꺾어 뚜둑하는 소리는 내며 테네바를 노려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약골한테 널 보낼수는 없지, 자리잡게 되면 저녀석과 대련 몇번 해봐야겠다."

  "……엥?"

  "뭐, 딸아이 마음을 짓밟은 녀석을 혼내는것도 아비의 역할이니 말이다."

  "……아, 아빠!"

  하르판이 바간의 머리 근처에 양손을 가져가더니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철이 들고나서부터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하려니 괜시리 긴장되었다. 바간은 하르판이 무엇을 하려는건지 알지 못해 뚱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 양 옆에서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만 바라보았다. 슬슬 거슬리기 시작해 한마디 하려는 순간.

  "사랑해!"

  하르판이 바간의 머리를 꽉 껴안았다. 몇 년간 딸아이가 자신의 손 한번 잡아준 적도 없었는데, 이정도로 기뻐할 줄이야. 바간은 하르판의 품안에 안겨 미소지었다. 그렇게 잠시, 말없이 바간의 머리를 끌어안고있던 하르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빠."

  "그래."

  대답을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듯,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갑자기 이러는거, 무슨 이유가 있는거죠?"

  하르판이 무언가 눈치챈 것 같았다. 바간은, 항상 그래왔듯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무슨일인지는 알려줄 수 없겠죠?"

  "아직……아직은 알려줄수 없구나."

  "그래, 그거면 됐어요."

  하르판은 위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조금이지만, 알 것 같았다. 고집스런 바간조차도 마음을 돌릴정도의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더 캐묻는다해도 바간이 말해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그저, 남몰래 맘고생이 심했을 아버지를 안아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바간도 말없이 딸 아이의 포옹속에 생각에 잠겼다.

  오후의 이동이 시작되고 얼마 후, 테네바의 시선이 향한 모든 곳이 춤을 췄다. 마치 요염한 무희와도 같이 살랑거리며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그 아찔함에 테네바는 눈가를 비비고 마른세수를 했다. 지평선에선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려는 것처럼 서로를 휘감고 있었다. 테네바는 몇 번이고 눈을 깜빡이며 일렁이는 시야를 바로잡았다. 지칠 때는 고개를 숙이고 앞 사람의 발만 보았다. 저것만 따라가면 이탈할 염려는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앞 사람의 발만 보며 걸었고, 가장 앞에서 말을 타고 나아가는 자는 책임감이라는 고삐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자신의 고개가 아래를 향한 순간, 그 대가는 부족 전체에게 향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바닥에선 자신을 한 번 봐달라며 손을 흔드는 아지랑이와 귓가에 울리는 이명에 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었다. 그는 말라붙어 하얗게 각질이 올라온 입술만 덧 없이 혀로 핥아가며 숨을 내쉬었다. 가축들도 지쳤는지 울음소리 하나 내지않았고, 지독한 정적가운데 먼 곳을 바라보던 그는 두 눈을 부릅떴다. 저 멀리, 하늘과 땅이 섞이는 곳에서 작고 뾰족한 무언가가 솟아 올라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작았고, 공기마저 끊임없이 흔들리기에 그는 고개를 쭉 내밀고 눈 위에 손을 얹어 그늘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치 눈을 감은 것처럼 보일정도로 가늘게해서 튀어오른 물체 하나만 오롯이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그 것의 색이 하얀색이라는 것을 먼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동할수록 조금씩 지평선 위로 몸을 드러내는 그 것의 거대한 모습, 위쪽은 하얗지만 다가갈수록 아래는 녹색을 띠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의 한 가운데 꽂힌 깃발처럼 거대한 산이었다. 중앙에 가장 높은 봉우리가 솟아있고 그 주변을 감싸듯 작은 봉우리 몇개가 솟아있었다. 그는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고 걸음을 멈췄다. 그가 타고있던 말의 꽁무니만 바라보던 사내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고, 그렇게 하나 둘. 이윽고 부족 전체의 이동이 멈추었다. 그는 말머리를 돌려 가름에게 향했다. 가름은 그늘이 내려앉은 눈가를 힘겹게 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무리의 앞을 맡긴 사내다, 어째서 그가 자신에게 다가올까? 사내는 옅은 미소만을 띠운 채 가름의 앞에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족장님, 찾았습니다.”

  “찾다니, 뭘 말인가?”

  “직접 보시는 편이 빠를 것 같습니다. 잠시만 이쪽으로…….”

  사내는 말 머리를 돌려 무리를 이탈했다. 가름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삐를 당겨 사내의 뒤를 따라갔다. 두 사람은 아주 약간, 그저 앞쪽을 바라보는데 눈에 걸릴 것 없을 정도의 위치까지 움직였다. 사내는 말을 멈춰세우고 자신들이 향하는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보이십니까?”

  “으응? 무엇 말인가?”

  “바로 앞에 바위 세개가 있잖습니까. 그중 가운데와 오른쪽 바위 바라본 채 그대로 시선을 지평선 쪽으로 옮겨보십시오.”

  과연, 사내의 말을 따라하니 지평선에 아주 조금, 튀어나온 무언가가 보였다. 얼핏보기엔 뾰족한 바위같기도 한 것은 백색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이 거리에서 이만한 크기로 보일정도면 거대한 크기를 가졌을 것이다. 가름이 가진 지식에 한해서 그만한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다.

  “……저건,산인가?”

  “네, 위쪽에 눈이 쌓일 정도로 높은 산입니다. 얼핏 보면 가장 높은 봉우리만 보이지만, 자세히 보시면 지평선을 따라 작은 봉우리들이 드문드문 솟아있습니다. 아마도 저기가 저희의 목적지인 것 같습니다.”

  “그래, 저기가 우리 목적지구나. 얼마나 걸릴꼬?”

  사내는 지평선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 이상 하루정도 걸으면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의 예상대로 딱 3일째에 도착할 거리, 그렇게 생각을 마친 사내는 입을 열었다.

  “눈에 보이기 시작했으니 빠르면 내일 점심 무렵 도착할 수 있을겁니다. 중간에 식사를 하고 여유롭게 가더라도……해지기 전까지는 도착할 것 같군요.

  “이제 정말 조금이구만……, 오늘은 여기서 쉬어가야겠어.”

  “네, 그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 수고했네.”

  “아닙니다, 전 이만 자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알았네.”

  사내는 고개를 꾸벅 숙이곤 다시 무리의 앞,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가름은 저 멀리 머리만 내놓은 산을 보았다. 저기가 목적지인건 확실하다. 아마도, 눈이 녹아 생긴 호수나 작은 개울이라도 있을 것이다. 조금만 넘어가면 낮은 구름이 산에 부딪혀 적잖이 비도 내릴 것이다. 주변엔 가축들을 먹일 초지도 넓게 있는, 이상적인 위치였다. 그런 꿈만 같은 곳을 눈 앞에 두고 가름의 눈가에 그늘이 졌다. 저 곳엔 아마 자신의 동생, 게름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자신이 여기에 와 있는걸 알지도 모른다. 피는 그런 것이니까. 형제라는 이름을 버린지가 8년, 서로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기를 바랬건만 피가 이어졌다는 것이 하나의 굴레가 되어 운명이 두 사람을 또 한번 엮으려고 한다.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다. 가름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피할수 없고, 피해서도 안되는 운명이다. 그는 자신의 말만 기다리는 부족민들의 얼굴을 보았다. 피곤함에 찌든 표정, 몇 안되는 자들만 저 멀리 산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고있다. 그들 역시 저 산이 가지는 불확실함에 긴장하는 것이다. 목적지는 가까워지는데 마음은 무거워져만 간다. 늙어갈수록 그런것에 무뎌질줄 알았는데, 족장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책임감에 무릎이 삐걱거렸다. 이젠 두 다리로 오래 걷기도 힘든 몸이다, 가름은 주저앉고 싶었다. 목적지가 저기있으니 너희 먼저 가라고, 나는 여기에 두고 가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들자,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것 또한 책임감. 참으로 지독한 놈이었다. 가름은 마른세수를 했다. 이미 되돌릴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저 최선을 다해야 할 뿐이다. 가름은 휘청거리는 무릎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육포를 씹기도 벅찬 이를 꽉 악물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책임감들의 시선 가운데, 그는 조용히 오른 손을 들어올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조각나비편(20) 2017 / 12 / 18 248 0 4501   
20 조각나비편(19) 2017 / 12 / 18 257 0 5033   
19 조각나비편(18) 2017 / 12 / 18 235 0 4427   
18 조각나비편(17) 2017 / 12 / 18 246 0 4240   
17 조각나비편(16) 2017 / 12 / 18 234 0 4621   
16 조각나비편(15) 2017 / 12 / 18 231 0 6354   
15 조각나비편(14) 2017 / 12 / 18 247 0 5949   
14 조각나비편(13) 2017 / 12 / 18 233 0 5242   
13 조각나비편(12) 2017 / 12 / 18 234 0 8802   
12 조각나비편(11) 2017 / 12 / 17 248 0 5558   
11 조각나비편(10) 2017 / 12 / 17 252 0 4591   
10 조각나비편(9) 2017 / 12 / 17 229 0 4693   
9 조각나비편(8) 2017 / 12 / 16 230 0 6737   
8 조각나비편(7) 2017 / 12 / 16 249 0 8112   
7 조각나비편(6) 2017 / 12 / 16 231 0 2993   
6 조각나비편(5) 2017 / 12 / 16 231 0 3982   
5 조각나비편(4) 2017 / 12 / 16 244 0 4669   
4 조각나비편(3) 2017 / 12 / 16 222 0 4122   
3 조각나비편(2) 2017 / 12 / 16 254 0 3152   
2 조각나비편(1) 2017 / 12 / 16 255 0 5272   
1 프롤로그 2017 / 12 / 16 380 1 32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