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완벽한악역
작가 : 퐁당퐁당
작품등록일 : 2017.12.18

 
18화 – 전쟁의 서막(2)
작성일 : 17-12-18 17:10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557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 결혼하려구-. 차연우랑.”

 

 무..ㅓ..?.. 강미연의 입에서 나온 결혼이라는 한 단어에 가연의 사고회로가 일순 정지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강한 공격에 머리가 어찔했다.

 결혼. 진작부터 생각 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연인이었던 차연우와 강미연은 결혼이라는 명제가 수면위에 드러나지 않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그렇기에 저 조차도 잊고 있었다. 커플의 미래는 결별 또는 결혼이라는 것을. 이분법 적이지만 한국사회의 정서상 이분 법 적일 수 밖에 없는 결론이었다. 또한 저와는 다르게 정상적인 가족형태의 로열패밀리들 이라면 애저녁에 정리가 되고도 남았을 일 이었다.

 36살의 차연우와 34살의 강미연. 어쩌면 진작에 결혼이라는 제도로 이 지긋지긋한 치정을 끝내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 였을 것이다. 신병훈 회장의 손녀 신가연.

 어릴적 부터 차연우를 후원 해 주고, 아버지인 차박사에게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할아버지였다. 그런 신회장의 손녀이기에 저에게 냉정하게 대할 지언정 내치치는 못 했을 것이다. 내가 알아서 포기 해 주기를 바라며 10년을 기다린 거겠지 차연우는. 구질구질 하네.. 생각 할수록 입안이 쓰다.

 

 “10년 만났으면. 이제 도장 찍을때 됐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아니, 그만해줘.”

 

 미연이 단호한 말투와 눈빛으로 압박을 가한다. 나는 저 모습이 싫다. 쉽게 말해 가진자의 여유. 토끼를 눈앞에 둔 사자 같은 모양새였다. 먹을것도 없고, 재미도 없는 먹잇감 따위. 잡기위해 수고하는 것 조차 아깝다는 태도. 어차피 차연우는 너에게 가지 않을 것 이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저 당당한 태도.

 

 “서론없이, 결론부터 하시는 스타일 인가봐요, 언니는?”

 

 진짜 싫다. 너무 싫다. 조금 더 솔직해 지자면. 저 모습이, 저 태도가 싫은 것이 아니라, 강미연이 싫었다. 세상 어떤것도 어렵지 않게 차지 할 수 있는 제가 유일하게 가질 수 없는 차연우의 옆자리를. 마치 처음부터 제 자리였던 양,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저 강미연의 모든 것이 싫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달랐을까. 혹은 내가, 아무리 빨랐더라도 다르지 않았던 것일까.

 

 “글쎄, 이 문제에서 서론이 의미가 있을까?”

 

 드라마속 주인공 같았다. 10년동안 크게 다툰 적 조차 없는 완벽한 커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 주인공과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 주인공 차연우. 그리고 10년동안 그를 따라 다니는 스펙좋고 끈질긴 악녀 신가연.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를 수가 없는 일 이었다. 10년이 넘어가는 이 지리멸렬한 관계속에서 자신은 악역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그에게 찾아가 당돌하게 고백인듯 고백아닌 고백 같던 그것을 던지던 그날부터 자신의 포지션은 정해져 있었다. 그림같은 커플을 방해하는 질투 많은 부잣집 외동딸. 너무나도 영특한 이 머리는 그 사실을 단 번에 알아차렸고, 이놈의 못돼처먹은 성격은 그 역할을 너무나도 훌륭히 수행 해 주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고요한 표정으로 찻잔을 내려다 보며 생각을 정리하던 가연이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걸고 미연과 눈을 마주쳐온다.

 

 “나 언니한테 조언 좀 구하려구요.”

 

 맑게 웃으며 저와 눈을 마주쳐 오는 가연의 입에서 나온 뜬금없는 말에 미연의 인상이 눈에 띄게 험악해 진다. 알수없게 불안했다. 저 당돌한 기집애가 또 무슨 수를 쓸지, 무슨 말로 제 심기를 건드리고, 무슨 방법으로 차연우를 흔들어 댈지.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면, 내 조언보다는 정신과 진료를 추천해.”

 

 독한눈을 뜨고 저를 저다보는 강미연의 표정이 이루 말 할 수 없이 사나웠다. 가연은 문뜩 저 얼굴이 어디까지 사나워 질 수 있는지, 궁금해 졌다. 더 할 나위 없이 완벽한 사고의 흐름이었다. 이기적이고. 추악하다. 점점 더 역할에 적합해져가는 제 모습을 비웃는다.

 

 “연애상담 이라서요-. 아시다시피 제가 친구가 별로 없잖아요, 성격이 이모양이라서.”

 

 그렇지-. 미연의 표정이 한층 더 심도 깊게 사나워 진다. 사나운 눈초리로 저를 매섭게 쳐다보는미연의 얼굴에 어렴풋 노기가 서려있다. 그 표정을 보며 입꼬리를 조금 더 길게 당겨 웃은 가연이 찻잔을 들어 목을 한 번 축이고는 다시한번 미연의 시선을 정면으로 맞춘다.

 

 어차피 악역이다. 악역은 악역일 뿐 좋은 악역, 나쁜 악역은 없다. 악(惡). 말 그대로 나쁜 것이다. 어차피 나쁠거. 제대로 나쁘자고 다짐한지도 벌써 십년 이었다. 화룡점정 이라고 하지-. 최선을 다해서 나빠볼 작정 이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이기적이여 볼 작정이다. 온 힘을 다 끌어 모아 나빠보고. 그래도 안돼면, 누구나 흔히 아는 나쁜년의 말로. 그것이 내 결말이다.

 

 “그리고-, 차연우는 언니가 제일 잘 알 거 아니예요. 뭐 좋아해요 그 남자? 뭘로 꼬셔야 넘어올까요? 육탄전으로 덤비면 가능성이 있을까요?”

 

 -챙그랑!!

 

 분노를 참지 못한 미연이 앞에 놓인 찻잔을 가연에게 집어 던졌다. 떨리는 손때문에 조준이 빗나갔는지, 가연을 빗겨 지나간 찻잔은 그녀의 옆에 놓인 의자의 등받이에 부딪히고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아직 뜨거운 찻물은 불시에 가해진 동력을 버티지못해 사방으로 펼쳐져 나갔고. 잔을 던진 미연의 오른손과 잔이 스치고 지나간 가연의 왼팔에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아가씨!!”

 

 “대표님!!”

 

 갑작스런 미연의 행동에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과 직원들이 놀란 눈을 뜨고 달려오기 시작했지만, 가연은 가볍게 손을 들어 그들의 접근을 제지 시킨다.

 

 “천박한 년. 너 진짜 구제불능 이구나? 니 애미가 애비 모르는 애 싸질러 놓고 죽었다더니. 이래서 핏줄이라는거 무시 못해.”

 

 서슬이 퍼런 눈을 하고는 손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패륜적인 말을 내뱉는 미연의 태도도 가히 품위있는 모양새로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을 제지하기위해 들어올린 손을 가만히 내린 가연이 평온한 표정으로 입을 떼었다

 

 “언니에게 나, 둘도 없는 천하의 나쁜년인거 아는데요, 언니도 저한테 그다지 좋은사람 아니예요. 시작부터 끝까지 좋을 수 없는 인연인데, 끝내자는 마당에 썅년짓 한번 더 할게요. 나 차연우 꼬실 거예요, 제대로. 이렇게 제대로 고백한번 못 해보고. 제대로 된 데이트 한번 못 해보고 끝낼 수는 없죠. 할 수 있는 것 다 해보려구요. 일말의 여지도 없게끔 확실히 끝내 줄게요.”

 

 곧은 자세로 미연과 정면으로 시선을 맞춘 채 또박또박 말을 내뱉는 가연의 태도는 모든 각오가 되어 있다는 듯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찢어질 듯 노려보는 미연의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한다.

 

 “너.. 너 이 미친.. 너 주제 파악이 안되니? 너 같은 년이 감히.. 넌 불청객이야. 우리 사이에 네 자리는 없다고. 네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우리.. 강미연 입에서 나온 우리라는 단어가 가연의 가슴을 찌르고 들어온다. 우리사이. 저렇게 아무렇지않게 ‘우리’ 라는 단어로 엮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새삼 무거웠다. 짐짓 당돌한척 말을 뱉었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끝을 낼 수 있을까? 내가 강미연을 이길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차연우 없이 살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다.

 

 “달라지면 달라지는 대로. 달라지지 않으면 달라지지않는 대로. 난 자신 있는데, 언니는 자신 없으신가봐요.”

 

 그럴리가. 자신이 있을리가 없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가 벌써부터 두렵다. 차연우는 참 대단하기도 하지. 세상 두려울 것 없는 신가연의 유일한 두렴움은 차연우였다.

 

 “하!.. 미친년. 너-. 니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비참할거야. 처참히 밟아줄게. 다시 일어 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뭉게줄게. 더 이상 떨어질 수도 없을 정도로 나락까지 떨어지게 해 줄게. 넌 오늘 내 호의를 무시한걸 죽을때까지 후회하게 될거야.”

 

 독기 가득한 눈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미연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박찬다. 쿵쾅거리며 나가던 미연이 몇 걸음 가지 못 하고 무서운 기세로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쿠탕당-! 챙그랑!

 엄청난 기세로 돌아온 미연이 그대로 테이블을 걷어 차 버렸고. 그 반동에 동그란 철제 테이블 위에 있는 다기세트와 물컵 따위가 제각각 소리를 지르며 매끈한 대리석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쪽팔린 줄 알아. 싸구려 같은 년.”

 

 저주를 퍼붓듯이 내뱉던 말들로도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인지, 끝까지 난동을 피운 미연이 바닥이 부서질듯한 소리를 쿵쿵 내가며 돌아 나가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연에게 달려들었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후다닥 달려든 직원들은 요리조리 가연을 살피며 수선을 떨어댔다. 가연의 눈치를 살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의 호들갑에도 그녀는 표정 없는 얼굴로 미연이 나간 문 만을 응시할 뿐, 미동이 없었다.

 아직 쪽 팔리기는 이르지-. 그동안 차연우 꽁무니 쫒아다닌 신가연 인생이 얼마나 비참했는데, 이 정도 일 가지고 쪽팔림을 운운할 수 있을리가 없다.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어 차오르는 생각을 털어 낸 가연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언반구의 말도 없이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는 가연을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경호실장이 슬쩍 가연의 앞을 가리고 선다.

 

 “병원부터 가시죠.”

 

 제 팔에 눈길을 두며 말하는 남자의 얼굴이 단호했다. 찻물이 꽤 뜨거웠던지, 반소매 아래로 보이는 맨 살이 눈에 띄게 붉어져 있었다. 사람의 감각이란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채 신경쓰지 못하고 있던 지금까지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눈으로 보고 나니 갑자기 피부가 아려온다. 괜찮다는 의미로 경호원에게 살풋 웃어보인 가연이 의자에 걸쳐져 있던 아이보리색 코트를 팔에 꿰어입는다.

 

 “별일 아닙니다. 회장님께는 말 마세요.”

 

 그래도-. 뒷말을 늘이는 경호실장을 가볍게 만류한 가연이 직원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선다. 아직까지 저를 돌아다보며 힐끔거리는 손님들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여 종전의 소동에 대한 사과의 뜻을 표하는 가연이었다.

 

 “실장님, 여기 계신 분들 결제는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한분한분께 사과말씀 전해 주시고, JS호텔 레스토랑과 라운지 이용권도 개인별로 발급 부탁드려요. 금액은 합산해서 제 앞으로 청구 해 주시면 됩니다. 클레임이 발생할 경우에는 제가 직접 사과 드리도록 할 테니 명함 받아서 전달 부탁 드리고요.”

 

 요란했던 소동의 당사자로 보이지 않을 만큼 차분한 태도로 상황을 수습하는 가연의 모습에 범접할 수 없는 노블리스의 아우라를 느끼는 직원들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오너제목인데, 왜 변호사가 되었을까..

 

 “괜한 소동으로 업무에 불편 드려 죄송합니다.”

 

 직원들에게 까지 진심이 담긴 사과의 말을 건낸 가연이 배웅을 마다하며 호텔문을 나섰다. 가연의 마다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눈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경호실장이 기어코 그녀를 따라 붙으며 동행을 고집했지만.

 

 “좀 걷고 싶어서요. 저도 멘탈 수습할 시간은 주셔야죠-“

 

 라며 웃는 그녀였기에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결국 한시간의 자유시간을 허락 받은 가연이 초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자유시간이라 해도 결국 원거리 경호일 것을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그 조차도 쉽게 허락 될 수 없는 처지였기에 가연이 얼굴에 만족감이 어린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좀 살 것 같았다. 열로 달아오른 머리가 차가운 바람에 숨 쉴 공간을 내어 주는 기분이었다. 긴장으로 뻣뻣하게 굳어 있던 몸을 식할까 싶어, 코트의 옷깃을 살짝 쥐어 보지만, 감기조차 가볍게 지나가지 못 하는 제 몸을 생각하며 코트의 앞섶을 열어 두는 것으로 만족한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18화 – 전쟁의 서막(2) 2017 / 12 / 18 273 0 5570   
17 17화 – 전쟁의 서막(1) 2017 / 12 / 18 276 0 6276   
16 16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10) 2017 / 12 / 18 299 0 5728   
15 15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9) 2017 / 12 / 18 269 0 5750   
14 14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8) 2017 / 12 / 18 282 0 5921   
13 13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7) 2017 / 12 / 18 282 0 5684   
12 12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6) 2017 / 12 / 18 280 0 6916   
11 11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5) 2017 / 12 / 18 272 0 5886   
10 10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4) 2017 / 12 / 18 277 0 5442   
9 9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3) 2017 / 12 / 18 290 0 6369   
8 8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2) 2017 / 12 / 18 293 0 5116   
7 7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1) 2017 / 12 / 18 298 0 5996   
6 6화 – 할로윈데이(6) 2017 / 12 / 18 290 0 5640   
5 5화 – 할로윈데이(5) 2017 / 12 / 18 303 0 5581   
4 4화 – 할로윈데이(4) 2017 / 12 / 18 299 0 5016   
3 3화 – 할로윈데이(3) 2017 / 12 / 18 305 0 5904   
2 2화 – 할로윈데이(2) 2017 / 12 / 18 301 0 6158   
1 1화 – 할로윈 데이(1) 2017 / 12 / 18 500 0 534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