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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완벽한악역
작가 : 퐁당퐁당
작품등록일 : 2017.12.18

 
10화 – 일상과 변화의사이(4)
작성일 : 17-12-18 17:00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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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이는 어떤가?”

 

 “윤정현 변호사와 조문 마치고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울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10월 31일. 오후 5시. JS호텔&카지노 명동 본점.

 펜트 하우스 바로 아래층에 자리한 신 회장의 집무실에는 온갖 종류의 난초들로 가득 하다. 새 하얀 광목 수건을 손에 들고 있는 신 회장은 언뜻 보기에 정성스레 난을 손질하고 이는 모양새로 보이지만, 연우와 대화하는 내내 줄기 하나만을 붙잡고 있었다.

 올해 초 가연이 제 사무실 확장을 목적으로 뇌물 이라며 직접 들고 나른 싸구려 화분이었다. 이 까짓 싸구려 화분으로 얼마를 뜯어 가느냐며 역정을 내던 모습과는 다르게. 신 회장은 그 어떤 화분 보다도 공을 들여 길러냈고, 가연의 자필로 ‘애정합니다 조부님’ 이라는 문구가 쓰여 진 핑크색 레이스 화분띠는 손때가 가득 묻은 채 여전히 처음 모양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제 소란이 좀 있었다지?”

 

 “해인물산 쌍둥이들 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던 것 같은데 크게 신경 쓰실 일은 아니었습니다. 진행중인 계약건은 차질없이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흐음 ..”

 

  생각을 정리하는 듯 신 회장의 입에서 늘어지는 비음이 흘러 나왔고,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신 회장의 손에 잡힌 난초의 잎이 부러질 듯 위태로웠다. 혹시라도 부러지지 않을까 온 신경을 난초 잎에 집중하며 연우가 말을 이었다.

 

 “윤 의현 경감이 일으킨 소란은 이미 윤 성식 지검장님께 보고가 들어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 가연 대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이라 검찰 내부 적으로 조용히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눈길은 계속해서 난초에 머물러 있었지만 귀는 연우의 말에 집중 하고 있었던지 신 회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연우의 말이 끝난 후에도 한참이나 잎을 닦아내며 생각을 정리하던 신 회장의 손에서 기어코 난초의 이파리가 똑! 소리를 내며 부러져 나간다. 그 모습에 긴장 된 눈으로 난을 주목하던 연우가 신회장의 손에 의해 낭창하게 떨어져 나간 잎에게 애도의 눈빛을 보냈다.

 

 “이런… 가연이 녀석 알면 야단 맞겠구나…”

 

  주인의 과한 관심에 이른 생을 마감한 난 잎을 양손으로 꼭 쥐고, 애절한 표정으로 연우를 바라보는 신 회장 이었다.

 

 “ … 최선을 다해 막아 보겠습니다.”

 

 효심이 지극한 손녀의 눈치를 보는 조부의 모습에, 어쩐지 측은지심이 든 연우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듯 했다. 연우의 위로가 와 닿지 않았던지, 부러진 난잎을 들고 이리저리 대보고 화분에 꽃아도 보며 허둥대던 신 회장이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조심히 올려둔다.

 

 “연우 네가 올해 서른 여섯 이던가?”

 

 손에 쥐고 있던 광목 천을 길게 펴고 그 위에 운명하신 난초의 이파리를 조심스레 내려 놓는 신 회장의 손동작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주시하던 연우가 신 회장 입에서 나온 의외의 문장에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춘다.

 

 “이제 슬슬 마무리 지을 때가 되었어. 가연이도 그렇고, 연우 너도 이제 네 인생 살아야 하지 않겠나.”

 

 고개를 들어 바라본 신 회장의 얼굴에는 어느새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그 서늘한 눈빛에 연우는 몸까지 차갑게 식는 기분을 느꼈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고자 신 회장의 눈을 피한 연우의 떨림은 어느새 몸을 타고 내려왔고, 연우는 양손을 꼭 맞잡은 채 눈 앞에 있는 다기 세트를 가만히 내려 보았다.

 가연의 취향이 한껏 반영 되었을 법한 클래식한 다기 잔 안에 들어 있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마르코 폴로가 연우의 몸 속에 스민 이유모를 한기를 잠재워 줄 것 같았지만 그는 잔을 들 수 없었다. 마시지 못하는 홍차에서는 연우를 유혹하는 달콤한 꽃향기가 끝없이 피어 올랐고 방안 가득 피어 오른 향기는 연우의 갈증을 더욱 심화시켰다.

 

 “나이가 드니 노파심이 늘어. 시간은 또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거울을 볼 때 마다 흰 머리가 늘어있고, 기침을 한번 할 때마다 조바심이 들더구나. 내가 너에게 못 할 짓 하고 있는건 안다 만, 늙은 할애비 떠나 보내고 혼자 남을 아이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 늙은이 마음도 이해 해주게나.”

 

 “ …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아닐세 아닐세. 자네가 그리 말 할 건 없네. 참, 차 박사는 요새 뜸 하더구만. 병원 이사장 자리도 마다하고 메스 잡기에 수술방에서 사는 줄 알았더니만, 지금 어디 산골짜기에 틀어박혀 있다고? 그 쪽에 병원을 차려 줘야 하는건가 ... ”

 

 “봉사활동 중 이십니다. 강원도 지역에서 시골 분교나 보육원 돌아 다니면서 아이들 돌보신다고 합니다. 안식년 보내시고 연말즈음 돌아오실 예정이라 전해 들었습니다.”

 

 “흐음. 그래 차 박사와 연락 닿으면 안부나 전해 주게나. 나한테는 통 소식을 안 전해서 말이야.”

 

 “예.”

 

 연우의 짤막한 답변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내려 앉았다. 손에 들린 찻잔 속에 마시기 좋은 정도로 식어 있는 찻물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던 신 회장이 호로록 소리를 내며 한 모금 들이켰다. 여전히 입을 대지 못한 연우의 마르코 폴로는 식어가는 와중에도 향기를 흩뿌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고, 깊어지는 향기와 갈증에 연우가 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네가 지내던 곳도 강원도 였지. 여전히 기억은 없는건가?”

 

  잔을 내려 놓으며 던진 신 회장의 물음에 다기를 향해 다가가던 연우의 손이 길을 잃고 떨어졌다.

 

 “.. 예. ..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워낙 어렸을 적 기억이라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그래. 다섯 살 꼬마 였으니. 기억이 나면 좋겠지만 억지로 노력 할 필요는 없네. 부담도 가질 필요 없고.”

 

 

 연우가 끝끝내 마시지 못하고 돌아 간 마르코 폴로를 아련한 눈으로 내려다 보는 신회장의 표정이 더 없이 무겁다. 팔을 옆으로 뻗어 부러진 잎을 매 만지며 혼잣말을 하는 신 회장의 목소리에 어쩐지 물기가 어려 있었다.

 

 “이 미련한 늙은이 욕심에.. 아프겠구나..”

 

 

 

 ****

 

 “면세점 계약건 서류 좀 가져다 주시겠습니까?”

 

 준영을 골려 주고 올라온 연우의 사무실은 신 대표와 같은 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강남 소재의 법무법인 연 은 개중에서도 세가 가장 비싼 대형빌딩에 자리 해 최상층부터 열 다섯 개의 층을 사용 하고 있었고, 입주 전 시설 공사를 진행 해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설치가 되어 있었다. 어지간한 대형 회사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든 스케일 이었다. 게다가 설립한 지 3년뿐이 되지 않은 신생로펌이 감당 할 수준의 자릿값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일을 신가연은 해내었다. 물론 초기 입주비용은 신 회장의 주머니에서 나왔다지만, 1년도 채 되지않아 가연은 신 회장에게 모든 채무를 변제하고, 현재는 독자 적으로 연을 성장 시켜 가고 있었다.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건물의 최 상층에는 대표인 가연의 집무실과 연우의 사무실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고, 신대표 부속 비서실과 개인 크루들의 사무공간. 그리고 대형 회의실이 전부였다. 당연히 제 자리일 줄 알았던 가연의 옆 공간이 연우의 차지로 돌아갔을 때 정현은 심각하게 토라져 한동안 가연보다도 더한 독설을 날리고 다니며 히스테리의 정석을 보여 주었더랬다. 내심 양보해 주지 않을까 기대를 걸었던 연우마저 요지부동으로 버티자, 한동안 연우와 겸상도 하지 않았던 정현이다.

 

 “아, 그 건은 지금 윤 정현 변호사님이 진행 중이십니다. 대표님 지시로 오전에 관련서류 모두 이관 마쳤습니다.”

 

 자리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직속 사무직원을 호출한 연우는 제가 모르던 이야기를 꺼내 놓는 직원을 보자 미세하게 미간을 찡그린다.

 

 “전달받은 기억이 없습니다만?”

 

 “아.. 신 회장님 요청사항 이라고 하시기에.. 알고 계시는 줄 알고.. ”

 

 “신 회장님 요청사항이면, 저 한테 전달 안 해도 되는 겁니까? 업무관련 사안은 토씨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전달 부탁 드린다고. 제가 누누히 말씀 드렸을 텐데요.”

 

 “죄송합니다.”

 

 “이관 품의서는 올렸습니까?”

 

 “품의서는.. 대표님께서 생략해도 된다고 하셔서..”

 

 불시에 떨어지는 연우의 불호령에 연우의 크루 중 막내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수사원의 안색이 파리 해진다.

 물론 영수는 알고있었다. 연우의 결벽에 가까운 업무 스타일도 알고 있었고, 소송에 관한한 개미눈꼽 만큼의 사소한 일이라도 담당 변호사에게 전달 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입사 면접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왔기에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이 어떤 날 이었던가. 출근도장을 찍기가 무섭게 날아든 가연의 수류탄으로 인해 오전부터 담배 한모금 못 빨고, 화장실 한번 못가고, 그야말로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고 손가락에 쥐나게 타이핑했다.

 간신히 2차 폭발을 막아 낸 직원들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느라 한 가지를 잊어 버리고 말았다. 오전내내 여기저기서 폭탄과 수류탄이 번갈아 터지는 동안 가연은 연우를 단 한번도 호출 하지 않았고. 업무관련 사항을 포함,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전 직원’ 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우에게는 그 어떤 보고도, 지시도 없었던 것 이었다. 그리고 차연우는 이런 상황을 그냥 지나갈 위인이 아니었다.

 

 “김 영수씨. 제가 모르는 사이에 부서이동 하셨습니까? 김영수사원은 제 직속 입니까, 대표님 직속 입니까?”

 

 “…죄송합니다. 바로 작성해서 올리겠습니다.”

 

 똑같다. 똑같아-. 신대표와 차연우변호사는 어쩜 이렇게 똑 같은 지.. 나란히 붙어있는 두 상관의 칼 날 같은 성격에, 어깨 펼 날이 없는 직원들 이었다. 오전에는 신가연. 오후에는 차연우. 오늘 무슨 날이야?

 

 “됐습니다. 제가 직접 올리겠습니다. 대표님 오후 스케줄만 확인 해주세요.”

 

 예에.. 풀 죽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나가는 김영수사원의 축 처진 뒷모습을 응시하던 연우의 표정이 돌연 서늘해 진다.

 

 -너도 이제 네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나.

 

 눈치가 빠른건 지-. 연륜 이라고 해야 하는건지-. 나이가 들면 느는게 노파심 뿐만은 아닌가보다. 씁쓸한 입맛을 다신 연우가 빠르게 마음을 다잡고는 몸을 돌려 업무에 집중 하기 시작한다.

 

 

 

 “이번 주는 숨 좀 쉬나 했는데.. 차라리 일이 많은 게 나은 것 같아요..”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고 나오는 막내를 측은하게 보며 직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기 시작한다.

 

 “그러게. 아.. 이 새우 같은 내 인생.. 나, 등 아픈거 기분 탓 이야?”

 

 “아닐걸요. 저도 아픈 걸 보면.”

 

 “보면.. 되게 닮은 것 같지 않아? 누가보면 남매인 줄 알겠어.”

 

 “잘 어울려요 둘이. 그래서 안 맞나? 너무 똑같아서? 근데 사실인데.. 강검사님 보다 신대표님 하고 더 잘 어울려요. 비쥬얼도 그렇고. 왕자님 공주님 같이 생기셨잖아요 두분.”

 

 “에이. 엄밀히 말하면 왕자님 같이 생긴 건 윤정현변호사님 이죠. 차변호사님은 호위무사 쪽? 날카롭게 생긴-.”

 

 “아서라. 아랫층 이야기 못 들었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부하 직원들의 사담을 듣고 있던 사무장이 직원들의 입을 막으며 굳게 닫힌 연우의 사무실문을 흘긋 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총알받이가 되었던 막내 김영수사원의 귀에는 어떤 말도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주입 된 연우의 명령어만이 머릿속을 맴돌 뿐 이었다.

 

 “ … 혹시 … 신 대표님 오늘 오후 스케쥴 아시는 분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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