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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완벽한악역
작가 : 퐁당퐁당
작품등록일 : 2017.12.18

 
6화 – 할로윈데이(6)
작성일 : 17-12-18 16:53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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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장님은 오전에 다녀 오셨나봐. 오늘은 나랑 가자. 꽃은 내가 준비했어.”

 

  자연스럽게 가연에게 벨트를 메준 정현이 차를 출발시키며 말했고, 가연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언제나 산만하고 장난끼 많은 정현이지만 오늘은 슬쩍 가연의 눈치만 볼 뿐 다른 말이 없었다. 그런 정현의 모습에 가연은 새삼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되세겨 보았다.

  오늘은 가연의 생일이었고, 그녀에게 생일은 단 한번도 즐거운 날이었던 기억이 없었다.

 

  어릴 적 부터 할아버지는 언제나 제 생일에 화려한 파티를 열어 주었지만, 한번도 당신께서 참석 한 적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축하 해 주며 함께 제 생일을 즐겨주었지만 정작 하나뿐인 가족인 할아버지는 수 많은 선물과 축하 한다는 편지만 전해 올 뿐, 생일파티에는 머리카락 한 올 비추지 않았다.

 가연은 값비싼 선물도, 호텔에서의 화려한 파티도 즐겁지 않았었다. 언제나 가슴 한구석이 시려왔다. 모두가 축하해 주지만 정작 축하 받고 싶은 이 에게는 외면 당하는 생일 이라니. 서운한 마음은 점점 커져갔고, 성인이 되던 해에 가연은 제가 태어난 것이 기쁘지 않냐며 할아버지에게 따지고 들었다. 참고 참았던 서운함이 터져버린 것 이다.

 한참 생일파티를 즐기고 있을 줄로 알았던 하나뿐인 손녀가 눈물이 범벅이 된 채로 집으로 뛰어 들어 왔을 때, 여느때와 같이 안절부절 하며 저를 달래줄 줄로만 알았던 신회장은, 복잡한 표정으로 가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없이 자리를 피했었다.

 신회장의 침묵에 한참이나 망부석 처럼 서서 눈물을 쏟아내고 있던 가연에게 진실을 말 해준 이는 정현의 형인 의현이었다.

 

 ‘신회장님에게 오늘은 니 생일이 아니라, 요절한 딸의 기일이야.’

 

 10월 31일 할로윈 데이. 그날은 신가연의 생일 이었고, 요절한 신회장의 외동딸 신지수의 기일이었다.

 

 단 한번도 없었다. 신회장은 10년동안 단 한번도 딸의 납골당에 가연과 함께 간 적이 없었다.

 언제나 정현과 함께 였다. 처음에는 위치도 알려주지 않고 차도 내주지 않아 오만 군데를 다 뒤져가며 묻고 물어 버스를 타고 갔었다. 그 다음 해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러 가는 쓸쓸한 길목에 신가연의 옆에 있어 준 사람은 오로지 윤정현 뿐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정현은 오늘은-. 이라는 말을 붙이며 은근슬쩍 저를 위로하곤 했다.

 

 “끝나고 회사로 갈거야. 나 회사에 떨궈주고 넌 니 볼일 봐.”

 

 “대표님이 회사에 가신다는데, 감히 제가 어디를 놀러 가겠습니까-.”

 

  운전 중인 정현은 전방에 시선을 둔 채 가연의 말을 받았고, 정현의 말에 가연이 정현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볼 일 보라고 했지 놀러 가라는 말은 안했는데-. 높낮이 없이 던져지는 가연의 말에 어쩐지 심술이 가득하고. 이를 눈치챈 정현이 피식 웃으며 능청을 떤다.

 성인이 된 이후 가연은 생일날 이면 유난히 정현을 찾았다. 아마도, 트라우마 같은 것 이겠지.

 

 “볼 일도 안 보고, 놀러 도 안 갈 거니까 나 해장국 먹여줘. 어우 술도 많이 안 먹었는데 속이 왜이렇게 뒤집히나 모르겠네.””

 

  제 형이 가연에게 폭탄을 던진 그 날 정현은 다짜고짜 의현에게 주먹을 날렸었다.

 나이차가 나이차인 만큼 깐족 거리기는 했어도 제대로 한번 대들어 보지도 못했던 형이었다. 의현이 평소에 썩 좋다고 평할 만한 성격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가연에게는 친동생인 저보다 더 친근하게 굴며 퍽 잘 대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어쩐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뛰어 들어와 가연을 다그쳤고, 의현의 입에서 나온 말에 가연은 무너졌다.

 물론 의현이 던진 폭탄은 정현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었다. 그러나 주저 앉아 오열하는 가연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좋게 말 해주어도 되었을 텐데. 가연의 잘못도 아닐 텐데. 왜 꼭 그런식으로 전해야 했을까-. 가연의 무너진 모습에 정현은 불을 뿜으며 형에게 달려 들었지만, 경찰인 형의 압도적인 힘에 밀려 오히려 쥐어 터지기만 했었다. 정신없이 주먹이 날아드는 와중에도 정현은 눈에 불을켜고 형에게 바락바락 대들었다.

 한 마디의 말로 심장을 난도질 당한 가연 대신 제가 소리를 지르며 울분을 토해냈다. 닭 똥 같은 눈물을 쏱아 내면서도 둘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바둥 거리는 가연의 모습에 의현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뛰쳐 나갔고,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던 형제의 싸움은 정현의 참 패로 끝이 났다.

 의현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뒤 가연은, 제 형에게 사정없이 맞아 퉁퉁 부은 정현의 얼굴을 붙잡고는 저 때문에 더 못 생겨져서 어떡하냐며 거의 통곡을 하며 울었다.

 

 그 날. 그 넓고 큰 집에는 단 둘 뿐이었다. 밤이 찾아오고, 새벽이 지나 아침이 되어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정현은 밤새 가연의 등을 토닥이며 손을 꼭 잡아 주었고, 가연은 울다가 울다가 지쳐 쓰러지듯이 잠이 들었다. 그렇게 가연이 꼬박 하루를 앓듯이 자고 일어났을 때. 가연의 눈 앞에 있는 이는 정현 뿐 이었다.

 눈을 뜨고 나서도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정현을 바라보던 가연이 여전히 제 손을 꼭 잡고 있는 정현의 손을 마주 잡았다.

 

 ‘배고프지? 말 만해. 내가 다 해줄게.’

 

  아무일 없다는 듯 여전히 그 개구진 미소를 지어 보이던 십여년 전 그날의 윤정현이 지금 제 옆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정현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

 

 “...넌 어떻게 10년이 지나도 밥 타령이냐.”

 

  정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는 가연이 툭 내뱉은 말에, 정현이 슬쩍 가연을 돌아보며 제 상태를 살피는 기색을 느꼈지만 가연은 아는 채 하지 않았다.

 그 날 이후 가연은 제 생일을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가연의 마음에는 희망이 있었고, 좋은 기억은 없었지만 좋아 질 것이라 믿었기에. 그 날을 싫어하지는 않았었다. 비록 결핍이 있었지만 생일은 생일 이었음으로.

 하지만 진실이 비수가 되어 날아온 그 날. 제 생일이 할로윈 이라는 것이 어쩐지 특별한 것 같다며 내심 좋아하던 천진한 소녀는 사라져 버렸다.

 

 할로윈 데이. 죽은 자들의 날. 어쩐지 저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어미의 피를 묻히고 태어난 아이. 제 엄마를 죽이고 태어난 신가연.

 

  누구도, 가연 자신 마저도 그녀의 생일을 기뻐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을 마주한 가연은 생일 파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 했지만, 신회장은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아니,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가연의 탄생과 지수의 죽음은 별개였다. 딸에 대한 죄책감은 당신이 모두 지고갈 것 이기에, 가연에게는 구태여 어미의 죽음을 상기 시키지 않았었던 것이다. 그러나 쇠 심줄 같은 가연의 고집 으로 인해, 당일에는 아무런 이벤트도 없이 죽은 어머니를 기렸고 가연의 생일은 전야제 형식으로 치뤄졌다.

  신회장도 신회장 이었지만 가연이 울며 불며 악을 썼음에도 굳이 파티를 여는 데에는 정현이 크게 한 몫 했다. 가연이 울며 때를 쓸 때마다 정현도 같이 때를 썼던 것이다. 가연이 악을 쓰면 정현도 악을 썼고 가연이 울면 정현도 울었다. 신회장을 종용해 해 마다 점점 화려하게 파티를 열었고 억지로라도 가연을 그 자리에 앉혔다.

 

  그러한 실랑이를 수 년을 반복했고, 정현이 군 복무 중이던 5년 전. 기어코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드디어 정현의 감시 아닌 감시를 벗어난 가연은 제 생일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가연의 생일과 맞춰 아끼고 아껴뒀던 휴가를 낸 정현이 주인공이 없는 파티장에서 난동을 부렸던 것이다.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 하여 달려온 가연이 목격 한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이었다. 정현은 주인공 없는 파티가 말이 되냐며 눈 마주치는 사람마다 윽박을 질러댔고, 당장 신가연을 데려오라며 그야말로 미친 놈 처럼 굴었단다. 말려도, 말려도, 망아지처럼 날뛰는 윤정현을 제지 하기위해 결국 경찰이 출동했고, 당시 정현이 군인의 신분으로 난동을 부린 것이기 때문에 사건의 여파가 일파 만파 번져 결국 헌병까지 출동했던 것이다.

 그 아수라 장에서도 정현은 신가연이 오기 전까지는 절대. 어디에도 못 간다며 드러누웠고, 그런 주제에.. 창백한 얼굴로 도착한 가연에게 세상 해맑게 웃어 보이며 '서프라이즈-!' 를 외치던 윤정현은 끝까지 미친 놈 이었다.

 지검장인 아버지와 형사인 의현의 각고의 노력으로 영창을 간신히 면 했기에 망정이지, 까딱 했으면 그 날 정현은 변호사고 뭐고 신상에 빨간 줄을 그을 뻔 했더랬다.

 윤정현이 제 인생을 담보로 신가연을 출석시킨 그 날 이후. 가연은 얌전히 파티에 참석 하게 되었다. 망나니가 된 윤정현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는것을 뼈져리게 깨달았기 때문에.

 

 

 “도착. 여긴 언제나 그대로다. 우린 매년 커서 오는데.”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린 정현이 안전벨트를 푸르며 말했다. 그러네-. 하며 정현의 말을 받아준 가연이 먼저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고 뒷좌석에서 꽃을 챙겨 내린 정현이 얼른 가연의 뒤를 따라 붙었다. 단정한 발걸음으로 납골당을 향하는 두 사람은 차에서 내린 이후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오늘 저 서른 한 살 됐어요.”

 

  꽃을 올리고 묵념으로 예를 갖췄다.

  유골함 앞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던 가연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첫 마디를 꺼내었고, 정현은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가연이 보이지않는 반대편 으로 돌아온 정현이 기둥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는다.

 

 “이제 엄마 보다 제가 나이가 많네요.”

 

  정현이 시야를 벗어난 후에도 한참이나 미동이 없던 가연이 차분한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 말을 이어 붙인다.

 

 “처음 엄마를 보러 왔을 때는 많이 울었는데.. 이제 눈물이 나지는 않네요. 이기적이죠? .. 현실은 변하지 않았는데 제 마음은 변했나 봐요. 시간이 좀 지났다고 조금 무뎌 졌나봐요.”

 

  신지수. 그녀는 신변훈 회장의 외동딸이자 신가연의 엄마이다.

  지수의 유골함 앞에는 가연과 꼭 닮은 여자가 웃고 있었다. 처음 어미의 사진을 봤을 때 가연은 심장이 떨어 지는 것 같았다.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지수의 얼굴이 마치 제 얼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유골함에 적힌 이름이 신지수가 아니라 신가연 이었어야 할 것 만 같은 기분이었다.

 저와 쌍둥이 처럼 꼭 닮은 얼굴로 말간 웃음을 짓고있는 여자를 보았을 때 가연이 느낀 감정은 죄책감 이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엄마가 저 때문에 죽은 것 같았다. 그리고 가연은 깨달았다. 자신은 가해자 라는 것을. 할아버지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제 모습은 피해자의 유족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가해자의 모습과 같았다.

 

 “염치없죠? 엄마 대신.. 살아있는 주제에. 염치도 없이 저 너무 잘 살아요. 엄마랑 이렇게 똑 같은 얼굴로 엄청 못 되게, 남들 막 괴롭히면서 혼자 너무 잘 살아요 저. 그런데 저는 계속 이렇게 살래요.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갖고 싶은 것 다 갖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나 그래도 엄마 딸이니까 살아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포기 안하고 살게 해줘요. 그리고 나중에 하늘에서 만나면 그때 야단쳐요.”

 

 

  비교적 짧은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가연이 정현 팔을 툭 치고 지나간다. 벽에 뒤통수를 콩콩 찧으며 상념에 잠겨 있던 정현이 가연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다다닥 뛰어가 그녀의 어깨에 팔을 척- 걸쳐 올린다.

 

 “무거워 멍충아.”

 

 “욜. 엇 그제 운동 좀 한게 효과가 있나보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현을 쳐다보는 가연의 눈에 개구지게 웃고있는 정현의 얼굴이 보였다. 십 년이 지나도, 이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그 얼굴에 가연은 입꼬리를 슬쩍 늘이며 마주 웃고 말았다.

 

 “넌 언제 철 들래?”

 

 “너 철 들때-. 고로. 영원히 안 들겠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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