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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백년야행
작가 : 소금소금
작품등록일 : 2017.12.16

인수는 작가지망생이다. 매번, 자신의 소설이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 탓으로 돌렸다. 어느날, 인수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을 진탕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술기운을 빌려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는 산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사슴과도 같은 뿔이 달린 여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노루'라고 소개했으며, 세상에는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아소'라는 존재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인수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이제 곧 시작될 '백년야행'에 인수를 초대한다. 작가로서 소재에 굶주려있던 인수는 백년야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인수가 완성한 여러 이야기 중, 조각나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나비편(18)
작성일 : 17-12-18 16:18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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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습니다."

  가름이 고개를 돌렸다. 전혀 예상못했다는듯이 눈빛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뭐라고 했나?"

  잘못들었나 싶어 가름이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다고 했습니다."

  "……자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나?"

  "예."

  가름이 손을들어 하르판이 향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아무것도 모르는 자네딸이 죽을지도 모르네. 그래도 괜찮다는 건가?"

  바간이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그래도 아비 앞에서 딸이 죽는다는 이야기는 너무하군요."

  "아, 아차, 미안하네, 미안해. 너무 놀라서 그만……."

  가름이 고개를 숙였다. 족장이나 되는자가 자신에게 머리를 숙이자 괜히 머쓱해진 바간이 가름의 어깨를 잡아 세워주었다.

  "아닙니다. 단지, 그만큼 결과가 극단적일수는 있겠지요. 그렇기에 제 입장에선 피하는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

  바간은 고개를 돌려 저 멀리 걸어가는 자신의 딸을 보았다. 아내를 닮아, 정말. 정말 예쁘게 자랐다. 그녀가 이 모습을 보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하르판…… 제 딸이 하르판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가름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저 아이는, 제 어미를 닮아 아름답게 자랐지만. 성격쪽은 제 피를 더 진하게 받은 것인지, 여장부와 같더군요. 물러설줄 모르고, 고집부리고, 툭하면 화내고…… 물론 그 모습도 전부 사랑스럽습니다만. 저 아이는 분명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저기 보십쇼."

  바간의 말에따라 하르판을 보자, 하르판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띠운 채 테네바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바간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바간의 미소를 보고 가름이 놀라서 말했다.

  "허, 자네가 웃기도하다니. 딸아이가 그리도 좋은가?"

  바간이 시선은 여전히 하르판을 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제가 사는 이유인데 보기만해도 좋습니다. 그보다 보셔야 할 건, 하르판의 행동 그 자체입니다. 저 아이는 아마도 테네바에게 여러번 거절당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저한테까지 와서 하소연했던 거겠죠. 그런데 저마저도 하르판을 편들긴 커녕 안된다고 선을 그었구요."

  바간이 돌맹이를 집어 바닥에 선을 죽 그으며 말했다.

  "보통 저 나이대 아이들은 거기에서 포기했을 겁니다. 어쩌면, 제 차례까지 안오고 최초의 거절때 좌절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저 아이는 오히려 오기를 부리더군요. 어떻게든 원하는걸 이뤄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저런 녀석이 도망치는 길을 선택할리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도망치겠죠. 저는 8년 전 이후로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런 와중에도 저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갈수록 커지더군요.그렇기에, 저 아이가 택한 길이라면 조용히 뒤 따라갈 생각입니다. 설령 그 끝에서 기다리는게 죽음이라도, 저 아이는 두려움 없이 씩씩하게 걸어가겠죠."

  가름은 말없이 바간을 바라보았다. 바간은, 하르판을 굳게 믿고있었다. 그리고, 하르판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렇다. 그는 전사이기 이전에 하르판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괜시리 시큰거리는 눈시울에 애꿎은 수염만 만지작 거리던 가름이 입을 열었다.

  "그만큼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가 틀린길을 택할 때 바로잡아 주어야 하지 않겠나? 앞으로, 아니, 당장 내일 우리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네. 자네뿐만 아니라 딸아이의 목숨까지 담보로 걸을만한 가치가 있는 길인가, 그 길은?"

  바간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말했다.

  "인생에 있어 다른길이 있을 뿐, 틀린길이란건 없습니다. 저 아이가 택한 길의 끝에 놓여진것이 저의 죽음, 나아가 저 아이의 죽음이 될지라도. 저는 하르판이 틀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꿋꿋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제 딸아이를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자네는 미쳤군."

  가름이 얼굴을 찡그렸다.

  "예, 미쳤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멀쩡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게나 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왜 남자를 만나는 것을 막는것인가?"

  "책임입니다."

  "책임?"

  바간이 두 손을 마주잡고 가름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예, 여태껏 하르판의 선택은 항상 저와 하르판, 두 사람이 감당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다릅니다. 하르판이 남자를 책임져야하며 동시에, 남자 역시 하르판을 책임져야하죠. 저 아이에겐 아직 다른이를 어깨에 짊어진다는 것의 무게를 모릅니다. 족장님이라면 잘 아시지 않습니까."

  "……끙, 그런거였나.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데……."

  "뭐, 그 점은 제가 적당히 조치하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랑 한 번 못해보는건 너무나 가혹하니까요."

  "그래, 그건 자네가 알아서하게……. 이거 원, 듣고싶은 대답은 들었는데, 쓸데없는것까지 잔뜩 들어서……."

  가름이 찝찝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시는 겁니까? 식사는?"

  "쯧, 입맛이 사라졌네. 자네나 사랑하는 딸이랑 식사 맛있게 하게나. 나 원……. 그래도 뭐, 고맙네."

  "아닙니다."

  "그래, 난 이만 가봄세."

  "예."

  가름이 몸을 돌려 천막밖을 빠져나가자 홀로남은 바간은 하르판에게 시선을 돌렸다.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뜻대로 안되는 모양이다. 어떻게든 테네바의 시선을 돌려보려 애쓰는 모양인데, 저 돌부처 같은 녀석은 자기 동생에만 신경쓰고 있었다.

  "테네바……라."

  자신의 딸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테네바의 왠지모를 괘씸함을 느끼며, 바간은 식사준비를 이어갔다.

  한 천막 아래서 중요한 이야기가 오간다는것을 꿈에도 모른 채 테네바와 하네는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르판은 이번에도 바늘 하나 꽂히지않은 테네바의 견고한 방어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바간이 기다리는 천막으로 돌아갔다. 묵묵하게 요리를 하는 바간의 얼굴을 보자 괜히 화가 치밀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하소연했지만 역시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차라리 돌맹이랑 이야기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하며 하르판은 바닥에 주저 앉았다. 바간은 수프와 같은 것의 간을 보더니, 그릇에 덜어 하르판에게 건넸다.

  "먹어라."

  "……네."

  힘없이 숟가락질을 하는 하네의 모습에 바간이 목 언저리를 긁적이다 입을 열었다.

  "하르판."

  "왜요."

  바간이 부르건 말건 관심없다는듯이 하르판은 고개를 숙인 채, 수프만 휘휘 저었다. 하지만, 이어진 바간의 말에 하르판의 고개가 튕기듯 올라갔다.

  "테네바 말이다. 그렇게 좋냐?"

  "뭐, 뭐, 뭐, 뭐 ,뭐라고요?"

  하르판은 머리카락의 색깔이 내려온 것인지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당황 때문에 그릇과 수저를 집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예상 이상으로 격한 반응에 바간이 작게 감탄했다.

  "허, 그 정도로 좋아하고 있던 거냐?"

  "무, 무슨소리에요 갑자기. 밥이나 먹어요!"

  수저를 쥔 손을 흔들며 하르판이 말했다. 바간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놀란 눈빛으로 하르판을 바라보았다.

  "너, 설마? 네가 테네바 좋아하는걸 내가 몰랐을줄 알았냐?"

  "어, 어, 뭐야? 어떻게 알았어요? 누가 말했어요? 누구에요?"

  "허, 내가 누군데 그걸 모르냐?"

  "몰라요, 누구……아야!"

  바간이 손가락으로 하르판의 콧잔등을 툭하고 쳤다. 하르판이 코를 부여잡고 두눈을 동그랗게 뜨자 바간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누구긴, 네 아빠지. 설마 내가 그것도 모를거라고 생각한건가?"

  "으, 으윽……!"

  하르판이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바간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얼굴은 새빨개졌고 고통 탓인지 부끄러움 탓인지 곧게 뻗은 눈꼬리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뭐에요 그럼! 다 알면서 그동안, 안된다. 안된다! 자기 딸이 누굴 좋아하는거 알면 도와주진 못할망정 뭐요? 나보다 강해야 한다고? 왜 이렇게 사람이 무식해요? 그렇게 자기가 센거 자랑하고 싶었어요?"

  하르판이 목에 핏대까지 세우고 격정적으로 말함에도 바간은 묵묵히 딸아이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하르판이 이만큼 흥분한 것은 그로서도 처음보는 것이었다. 묵묵부답인 바간에 하르판은 머리끝까지 열받았는지 숨까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 이거! 이거 봐! 저 표정! 또 무시하지? 안들려요? 자기가 말 꺼내놓고 왜 이러는건데요 진짜?" ……

  잠자코 듣고있던 바간이 손을 들어 진정하라는 손짓을 취했다.

  "잠깐, 침착해라. 나라고 뭐 갑자기 이야기를 꺼냈겠냐, 내 이야기도 좀 들어보는게 어떠냐."

  "후욱, 후……. 아빠가 내 이야기도 들어주고, 이젠 이야기도 해준다네! 오늘 아주 특별한 날이네 그렇죠? 좋아요, 한번 들어봅시다. 또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벌써부터 기대되네 그냥!"

  하르판이 씩씩거리며 바닥에 거칠게 주저앉았다. 바간은 한숨을 내쉬고 한손에 쥔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좋아, 천천히 가자. 너, 테네바 좋아하는건 맞지?"

  "알면서 왜 물어봐요 그건."

  "그래, 하지만 정말 괜찮나? 테네바에겐 병든 여동생이라는 무거운 짐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너까지……."

  짝-. 바간은 말을 마치지 못했다. 바간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하르판이 바간의 따귀를 때렸다. 하르판은 눈가에 눈물이 가득한 채 그렁그렁 거리고 있었고, 바간은 입을 작게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작가의 말
 

 좀 과했나? 성격을 너무 강하게 잡은 것 같은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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