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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24.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4)
작성일 : 17-12-18 16:11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1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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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린느 후즈입니다.”

  「수사관님께서 소환하신 쉘터 B의 관리관 시네이드님이 도착했습니다.」

  “아, 그래요? 내려가겠습니다.”

 

  린은 전화를 끊고 반을 보았다. 반은 그 관리관에게 연락을 하면서 자신과 린의 번호를 남겨주었다고 설명해주었다. 아무래도 관리관이 여자라 여자인 쪽이 편했던 모양이다. 1층으로 내려가려고 움직이는데, 윤수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부대장님이 연락이 안 되는 모양이다. 반과 린은 그 쉘터에서 나온 관리관과 만나고 온다고 윤수에게 말하고 1층으로 곧장 내려갔다. 1층 홀로 가니, 홀의 커다란 문을 보았을 때 왼쪽에 놓여 있는 소파들에 홀로 앉아 있는 여성이 있었다. 긴 검은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머리카락 끝 부분은 굵게 말려 있었다. 잠을 잘 못 자는 것인지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피부는 심하게 하얬다. 아마 병원에서 봤으면 환자일 거라고 곧장 확신했을 정도였다. 린에게 연락을 했으므로 린이 먼저 그녀에게 걸어갔다.

 

  “시네이드씨? 제가 린느 후즈 수사관입니다.”

  “아…네. 시네이드라고 합니다.”

  “일단 자리를 옮길까요?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 것뿐이어서요.”

 

  지나치게 긴장한 것처럼 보이는 시네이드에게, 반이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시네이드는 갑자기 정보국에서 소환요청이 오자 매우 놀라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막상 내려온 사람들이 자신보다 한참 어려 보여서 맥이 조금 빠졌다. 물론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사태가 사태인 만큼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반과 린을 따라 자신이 있던 1층 홀에서 좀 더 왼쪽으로 걸어간 시네이드는 1층 홀에 존재하는 카페테리아 같은 곳을 발견했다. 하지만 단순히 손님이 드나드는 곳 같지는 않아 보였다. 아까 시네이드가 앉아 있던 파란색 소파들이 여기에도 있지만, 그들이 향하는 곳은 유리문이 있는 안쪽이었기 때문이다. 시네이드는 다시 긴장했다.

  이내 안에 들어가서 린과 반이 바깥쪽에 앉고, 시네이드가 안쪽에 앉았다. 유리는 저절로 불투명한 상태로 변했다.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 그렇게 되는 구조라는 걸 시네이드도 본 적이 있으므로 놀라지는 않았다. 반은 다시 한 번 시네이드에게 편하게 말하라고 웃으면서 말해주었고, 린은 조서를 작성할 준비를 했다. 테이블에 손가락을 두 번 두드리자 책상에서 키보드 모양으로 빛이 나왔다. 그리고 린느 후즈라고 소개한 수사관은 시네이드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성함과 일하시는 곳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네. 이름은 시네이드입니다. 현재 쉘터 B에서 관리관 일을 하고 있어요.”

  “두달 쯤 전에 쉘터를 비우신 일이 있었죠? 해당 이민자가 사망해서요.”

  “네…기억하고 있어요. 물론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조금 특이했거든요.”

  “특이했다고요?”

 

  린이 되물었다. 시네이드는 그 때를 다시 떠올렸다. 시네이드는 쉘터에서 갑자기 생명반응이 약해진 사람을 발견했다. 심장이 갑자기 매우 느리게 뛰기 시작한 것이었다. 시네이드는 이 사실을 관리대장인 대솔에게 보고했고, 가서 확인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쉘터 안으로 들어갔다. 접속장치에는 따로 문제가 없었다. 생명유지 장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심장이 뛰는 속도는 계속 느려졌다. 이러다가는 멈출 것만 같아서 닫혀 있는 생명유지 장치의 커버를 열고 심장마사지를 시작했다. 살려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살려내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때 느꼈다.

 

  “분명히 생명유지 장치에서는 그 분의 심장이 멎어가고 있다고 반응하고 있는데…제 손이 느끼기엔 심장이 멀쩡히 뛰고 있었어요.”

  “그럼 그 생명유지 장치의 오류였던 건 아닙니까?”

  “아뇨. 유지 장치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저도 그런 줄 알고 바로 확인했거든요. 그래서 관리대장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D월드에서의 이민자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관리대장님께서 확인하겠다고 하시면서 쉘터로 들어오셨어요.”

 

  심장은 멀쩡히 뛰고 있는데 생명유지 장치에서 흘러나오는 신호는 이 사람이 거의 사망 직전으로 나오고 있었다. 시네이드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이 모순된 상황에서 자신의 손을 믿어야 하는 건지, 기계를 믿어야 하는 건지 짧은 시간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믿고 기계 장치의 결함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아무런 결함이 없었다. 그 사이 심장박동수는 또 떨어졌다. 이 환자의 심장이 비정상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약물을 투여하기를 결정하는 것도 곤란한 일이었다. 그래서 시네이드는 관리대장에게 현재 이 사람의 VA의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실제 몸에 이렇게 부담이 있으면, D월드에 있는 그 사람도 고통을 느끼거나 기절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리대장은 쉘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시네이드에게 약물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시네이드가 나가서 그 약물을 가져왔을 땐 이미 그 환자가 사망했다고 관리대장이 판정을 내렸다. 시네이드는 믿을 수가 없어서 다시 한 번 확인했는데, 확실히 심장이 멎어 있었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사람이 사망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관리대장님 명령으로 제가 약을 가지러 나갔다 돌아온 건 5분도 걸리지 않은 일이에요. 그 사이에 그 분은 사망했고…그래서 절차대로 해당 이민자를 그녀가 원했던 대로 처리했습니다.”

  “사망한 걸 본인도 확인했다는 말씀이신 거죠?”

  “네, 분명히 심장이 멎었어요.”

  “혹시 그 이민자의 이름, 기억하고 계세요? 이름이 아니고 다른 것이라도 괜찮아요. 외모라든지….”

 

  시네이드가 기억을 꽤 상세히 하고 있는 걸 안 린이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시네이드는 확신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관리대장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상황 자체가 너무 이상했다.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는 거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너무 이상한 죽음이었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이민자의 이름은 잊어버리지 않았다. 혼자 조사한다든지 신고할 정도의 용기는 없었지만 양심상 그 기억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은 줄리아 헤링이었어요. 모발이 얇은 갈색이었고…피부는 하얀 편이었어요. 키가 크지 않고 마른 편이었습니다. 그분이 D월드로 이민하기 전에 자신이 사망할 경우 요구했던 처분은 현실세계의 자신의 ‘집으로 내보내 달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했고요.”

 

  반은 그 말을 듣고 뭔가 떠오른 듯 핸드폰으로 뭘 적고 있었다. 시네이드의 증언 덕분에 좀 더 많은 걸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그 피의자에 대한 정보가 어디에도 없었는데 지금 막 외모부터 이름까지 모두 알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네이드는 여전히 불편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단순히 줄리아 헤링이라는 사람이 사망한 것에 의혹을 가지고 있었던 걸 말하지 않은 게 불편한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 린은 조심스럽게 시네이드에게 물었다.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실은, 걸리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말씀해주세요. 작은 거라도 좋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쉘터를 비우는 일은 그 이민자의 사망을 확인한 관리관이 맡아 해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줄리아 헤링씨는 제가 맡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처리 중간에 관리대장님께서 하시겠다면서…가지고 가셨거든요.”

 

  시네이드는 이 말을 하면서도 해도 되는 이야기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관리대장이 갑자기 관리관의 일을 가져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평소에는 정말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관리대장이 그녀의 죽음을 먼저 확인했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녀도 그 의혹을 없애기 위해 죽은 것이 확실하다고 계속 되뇌고 있었지만, 수사대에서 조사까지 하고 나니 그 의혹이 다시 한 번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다. 시네이드는 무릎 위에 올려둔 자신의 손으로 주먹을 꾹 쥐었다. 원피스 자락이 그것에 따라 구겨졌다.

 

  “어쩌면 제가 예민한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에 걸려요. 대솔 관리대장님께서 그러신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생명유지 장치에는 문제가 없는데 심장박동수가 떨어지는 걸로 나오는 상황에서 제가 확인했던 그 분의 심장박동수는 분명히 정상이었거든요. 그 짧은 사이에 사망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학부에서 근무한 의견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시네이드가 여태까지 말했던 긴장했던 모습과는 달리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의학부에서 근무했었나. 그러고 보니 관리대장이라고 했던 대솔은 보안부에서 일했다고 했었지. 더 물을 것은 없어 보였다. 시네이드가 말한 대로 대솔이 현재로써는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이다. 다시 한 번 그를 소환해 물어보면 될 일이다. 그래서 시네이드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조사를 마쳤다. 시네이드는 밖으로 나가려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는 뒤를 돌아 린과 반을 보았다. 두 사람도 시네이드를 다시 보았다. 시네이드의 표정은 조금 괴로워보였다.

 

  “관리대장님도 분명히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만…분명히 잘못된 거겠죠.”

  “…시네이드씨가 말씀하신 게 사실이라면요. 저희로서는 체포할 수밖에요.”

  “아마 제가 의심할 걸 알고 계셨을 거예요. 이렇게 눈에 띄게 일을 벌인 것도 그렇고 어쩐지….”

  “꼬리가 잡히길 바랐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시네이드가 말을 줄이자 린이 대신 대꾸했다. 시네이드는 흠칫 놀랐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밖에 나가버렸다. 확실히 시네이드의 말대로라면 이상하다. 누가 보아도 자신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시네이드가 걸렸다면 그녀에게 협박을 하거나 어떤 접근을 했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게 있었다면 저렇게 소심한 시네이드가 여기까지 증언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럼, 잡히기 위해 시네이드가 증언하는 걸 그대로 뒀다는 얘긴데…. 왜 범죄를 저지르고 잡히고 싶어 한다는 거지? 다시 깊은 생각에 잠기려는 린에게 반은 방금 전에 핸드폰으로 찾았던 것을 말했다.

 

  “방금 전에 시네이드씨가 말했던 거 말이야. 몇 분 안에 정상적이던 심장이 갑자기 멎었다는 거.”

  “아는 거 있어?”

  “그거랑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 감옥에 있던 수감자가 갑자기 심장이 사망절차를 밟고 멎어 내보냈는데, 얼마 있다가 멀쩡히 살아 돌아다녔던 사건.”

  “그럼 그럴 수 있는 약물 같은 게 있는 거야?”

  “응. 금지된 약물이라 분명히 구하기 어려울 텐데…. 구했다고 가정하면 시네이드씨 증언과도 아귀가 맞아.”

 

  반이 핸드폰을 들어 내용을 보여주었다. 방금 전에 반이 간단히 설명했던 사건이 정리되어 있다. 수감자에게 약을 넣어주는 건 금지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매수해 약으로 가정하고 안으로 들여보냈던 모양이다. 그 약을 먹고 얼마 안 되어 심장이 멎었다. 하지만 멀쩡히 살아 돌아다니던 것이 다시 검거되어 이 약물에 대해 알려지게 되었다. 정식으로 등록된 약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암거래로 암암리에 팔리는 모양인데 정부에서는 그 약물에 대해 엄격히 금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한 게 발각되면 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 보통 그런 약물은 위 수감자가 사용했던 것처럼 좋은 의도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걸 구해서 줄리아 헤링을 쉘터 밖으로 내보냈고, 그 때 주소와 VA의 접속을 끊지 않은 채 내보냈다고 한다면…가상세계에 있는 줄리아 헤링은 D월드에서 잠시 정신이 잃은 정도로 쉘터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이론이 성립한다. 그래, 이론은 말이다.

 

  “심장이 멎었는데 접속이 끊어지지 않는 게 가능할까? 신경 자체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생명반응이 없잖아.”

  “접속의 요건은 신경이 연결되어 있는 거니까…엄밀히 말하면 ‘살아 있어야’한다는 전제는 아니야. 짧은 시간이라면 접속이 끊어지지 않을 거야. 보통 현실의 몸에 문제가 생겨 VA가 사라지는 경우에도 형태를 유지한 채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까.”

 

  현실의 몸이 사망했는데 갑자기 VA가 사라질 경우 D월드에는 분명히 혼란이 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용하는 주소에 공통적으로 심어져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VA의 현상유지기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린도 그걸 기억해냈다. VA가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심장마비로 사망한 걸로 VA가 처리될 수 있도록 사라지지 않은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 상태가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보고되면 보안부에서 출동해 그 사람의 뒤처리를 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 기간은 제한이 따로 없다. 어차피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바로 보고가 되기 때문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말이다. 그 허점을 이용한 것 같다. 이런 것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 그래, 관리관이라면 모를 리는 없다. 린과 반은 그 방에서 나와 다시 9층으로 올라가는 길에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대솔이란 사람, 빨리 잡으러 가야할 것 같은데. 시네이드씨가 여기에 온다는 걸 알고 있잖아.”

  “시네이드씨가 위험할 지도 모르고.”

 

  린이 엘리베이터에 타려다가 뒤를 돌아 시네이드를 데리러 가려는 듯 뛰기 시작했을 때, 반의 핸드폰이 울렸다. 윤수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린의 말도 일리는 있었기 때문에 반은 린을 따라 뛰면서 윤수의 전화를 받았다. 린은 어느 새 정보국 정문을 나서고 있다.

 

  “어, 형!”

  「뭐야, 왜 뛰고 있어?」

  “용건만 빨리 말해!”

  「쉘터 B 사건, 피의자 잡았어. 부대장님이 여기로 연행하는 중이래.」

  “피의자? 설마, 그 관리대장이야?”

  「자세한 건 올라오면 얘기해줄게. 넌 어딘데?」

 

  반이 정보국 문을 밀고 나가면서 윤수의 말을 듣고 있다가 대꾸하는 걸 잊고 숨을 골랐다. 린도 뛰던 걸 멈췄다. 린보다 좀 더 멀리에 시네이드가 있었다. 시네이드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누군가를 보고 걷던 걸 멈춘 것 같다. 그리고 그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건, 대솔과 그를 잡아오고 있는 부대장 제닌이었다. 린은 시네이드 쪽으로 걸어가 대솔과 부딪치지 않도록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시네이드는 린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대솔에게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설마 했던 것이 현실로 확인되니,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대솔은 시네이드를 보았다가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제닌은 린과 반에게 얼른 올라오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위로 올라갔다. 시네이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붙잡아주고 있는 린의 손을 놓도록 했다. 그리고는 린과 반에게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천천히 가던 길을 갔다. 린은 시네이드가 조금 걱정됐지만, 지금으로서는 해줄 말도 없었다. 대솔이 유력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제닌이 왜 대솔을 잡아온 건지에 대해선 린과 반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린은 다시 정보국 쪽으로 몸을 돌려 반을 툭 쳤다.

 

  “뭘 멍하니 있어. 얼른 가자.”

 

  반은 여태까지 윤수와 전화가 연결되어 있던 걸 알고 일단 그것부터 끊고 린의 뒤를 따랐다. 대솔은 전혀 저항도 하지 않았다. 제닌이 실력이 있는 수사관이긴 하지만 현실에서 대솔의 덩치는 제닌이 상대할 정도가 아니다. 그는 이전에 보안부에서 근무했을 정도였으므로 마음만 먹었다면 체포하려는 제닌을 오히려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표정도 매우, 안정되어 보였다. 자포자기한 걸로도 보였다. 제닌과 관리대장인 대솔, 그리고 반과 린이 지하층에 도착했다. 그는 오늘 두 번째로 이 조사실을 방문하고 있다. 린과 반은 또 다시 조사실이 보이는 참고실로 들어가고, 신문은 제닌과 윤수 쪽에서 맡았다. 린은 그 틈을 타서 방금 전에 알아낸 사실을 슐츠에게 메시지로 알렸다. 그리고 조사에 집중했다. 제닌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솔씨, 왜 여기에 다시 오셨는지 아시죠? 지금부터 하는 말씀은 모두 녹화됩니다. 잘 아시겠지만 원하지 않으면 진술거부권으로 증언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뇨, 자백하겠습니다.”

  “마음을 바꾸신 이유가 궁금하네요. 제가 대솔씨를 따라가서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서인가요?”

 

  제닌은 아까 대솔을 조사한 이후에 린과 반에게 페이휴에서 잡힌 피의자에 대해 조사하라고 말한 후, 대솔의 뒤를 따라갔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마치 조사받을 걸 알았다는 듯이 이런저런 정보를 미리 뽑아온 것도 그렇고, 지나치게 침착한 것도 그렇고. 여러 모로 이상한 기분이 들어 따라갔을 뿐이었다. 대솔이 정보국에서 나와 움직였을 때, 제닌은 대솔이 다시 쉘터로 돌아갈 줄 알았다. 만약 자신이 느낀 그 이상한 감이 대솔이 범인이기 때문이라면, 대솔이 다시 쉘터로 돌아가 관련된 자료를 파기하거나 숨기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솔은 차를 끌고 쉘터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가 향한 곳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세잎클로버’라는 NGO 단체였다.

 

  “애초에 오래 숨길 생각은 없었습니다. 자백하기 전에, 아내를 한 번 더 보려던 것뿐이었으니까요.”

  “…그 분이 아내분이셨군요.”

 

  대솔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닌은 옆에 있는 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걸 알고 컴퓨터로 세잎클로버에서 받아온 환자정보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전에 대솔이 세잎클로버 쪽에, 만약 수사관의 요청이 있으면 순순히 정보를 제공해주라는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받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대솔은 수사관이 여기에 찾아올 것도 예상했던 것 같다. 환자는 접속실패로 인해 벌써 1년째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여성이었다. 그저 잠든 걸로 보였지만, 1년 넘게 의식을 한 번도 차리지 못했다. 대솔은 순순히 상황을 설명했다.

 

  “쉘터에서 근무한 건 꽤 오래 됐습니다. 거의 5년 정도 됐군요. 아내가 접속실패로 그렇게 된 지는 1년이 넘었고요. 수사관님들은 쉘터에 들어가 본 적 없으시겠죠?”

 

  대솔은 대뜸 제닌과 윤수에게 되물었다. 당연히 들어가본 적이 없다. 쉘터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정부의 공인을 받은 관리관들 뿐이니까. 간혹 사건이 있으면 특별히 들어갈 수 있는 허가가 내려오긴 했지만, 흔한 일은 아니었다. 쉘터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이면 안 되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대솔의 표정이 괴롭다는 듯 찌푸려졌다. 대솔은 쉽게 쉘터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도 그랬지만, 쉘터를 관리하다가 아내를 보러 갔을 때 그 괴리감은 이루 설명할 수가 없었다.

 

  “쉘터에 있는 사람들과 제 아내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쉘터의 사람들은 똑같은 꿈을 꾸고 있을 뿐이죠. 그들의 꿈을 존중해준다는 생각으로 버텨 보려고는 했지만, 계속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이런 곳에 가둬두고 꿈만 꾸게 만드는 게, 정말 옳은 일인가.”

 

  대솔은 아내가 접속실패로 의식불명이 된 이후로 쉘터의 사람들과 아내의 차이점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쉘터에 있는 사람들은 D월드에서 살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런 꼴이 된 것이다. 자의로 그렇게 된 것이니까 엄연히 말하면 차이점은 있었지만…. 매일 쉘터를 보며 근무하는 대솔에게는 그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대전제도 말이다. 대솔은 여전히 괴로워하며 수갑을 찬 양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쉘터는 보호소가 아닙니다. 감옥…아니, 무덤입니다.”

  “그럼,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쉘터에 있는 사람을 빼돌렸다는 말씀이신가요?”

 

  윤수가 대솔에게 다시 물었다. 대솔은 윤수의 말에 자신이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 수사관들에게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 동기보다는 사건의 과정과 결과가 중요하니까. 대솔은 순순히 모든 걸 털어놓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누군가가 저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D월드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당신이 도와줄 수 있느냐고요. 그러면서 일시적으로 심장을 멎은 것처럼 아주 작게 뛰게 만드는 약물을 줬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지시를 따라 생명유지 장치를 조작해 심장박동이 떨어지는 것처럼 한 후 직접 쉘터로 들어가 그 사람, 줄리아 헤링에게 약을 먹였습니다. 그러자 정말 심장이 멎은 걸로 느껴지더군요. 이후 절차를 제가 담당해 VA와 주소를 뽑지 않은 채로 외부로 내보냈습니다.”

 

  시네이드가 예상한 대로다. 대솔은 자신이 한 일이 어떤 일을 초래했는지까지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따라 불법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다. 모든 것은 녹화되었고, 그는 합당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윤수는 아무 말 않고 그가 한 말을 모두 받아 적었고, 제닌은 대솔에게 설명했다.

 

  “당신은 현재 금지된 약물을 소지하고 사용한 것과 쉘터에 있던 이민자를 불법적으로 내보낸 것에 대해 자백하신 겁니다. 맞습니까?”

  “네.”

  “그럼 당신에게 그 약물을 주고 이 일을 지시한 사람은 누구죠?”

  “잘 모릅니다. 연락은 항상 그쪽에서 먼저 했고, 연락처도 항상 바뀌었습니다. 그저 자신을…스토리텔러라고 소개하더군요.”

 

  대솔은 자신이 한 자백으로 인해 구치소에 감금됐다. 범행 일체에 대해선 자백했지만, 그 이후에 줄리아 헤링을 어떻게 했는지, 사주한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스토리텔러’라는 범죄자에 대한 정보도 없다. 사건은 해결된 것 같으면서도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더 복잡해졌을 뿐이다. 그저 부패공무원이었다면 좀 덜 속상했을 지도 모른다. 린은 대솔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린도 쉘터에 들어가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대솔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린 자신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고는 생각했다. D월드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것에 대해 한 번이라도 의문을 갖게 되면, 대솔처럼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윤수가 대솔을 구치소로 데려가고, 제닌은 린과 반이 있는 참고실에 들어왔다. 셋 다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쓴 맛이 많이 나는 사건이네. 그렇지?”

  “네…. 저 사람이 내보낸 그 줄리아 헤링이 보안부 사람을 공격했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그것까진 우리가 알 문제가 아니지. 하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거고…거기에 고의는 들어가지 않으니까.”

 

  제닌의 말이 끝날 무렵, 린의 핸드폰이 울렸다. 슐츠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린이 알려준 ‘줄리아 헤링’이라는 이름으로 뭔가를 알아낸 것 같았다. 린은 그 사실을 반과 제닌에게 설명하고 슐츠가 보내 준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사진과 정보가 조금 있었는데, 시네이드가 설명한 대로 얇은 갈색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를 한 여성이었다. D월드에 들어가기 전에는 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왔던 것 같다. 글을 적는 작가였던 그녀는 대뜸 D월드를 선택했다. 그 글이 남았기 때문에 슐츠가 그녀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나 전과기록은 없었고, 그녀가 살던 집의 주소는 있었다. 제닌은 씁쓸한 얼굴로 린과 반을 보았다.

 

  “그럼, 이제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 피의자 얼굴을 볼 수 있겠네. 두 사람한테 맡길게. 출동하기 전에 안드로이드한테 그쪽 상태 같은 거 미리 알아보고 가도록 하고.”

 

  제닌은 피곤한 얼굴로 참고실에서 나갔다. 사실 린과 반도 지친 상태였다. 오늘 오전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반과 파트너가 된 이후에 붉은 색의 달이 새겨진 스캐너로 벌어진 사건을 정리해 조사하고 있었다. 그걸 ‘붉은 달 스캐너’ 사건이라고 이름 붙였고. 그걸 조사하다가 알라민이란 사람과 만나 또 ‘레드 문’이란 이름의 보석을 봤다. 그 이후에는 D월드 센트럴에서 지금은 줄리아 헤링으로 밝혀진 보라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센트럴 경찰서 서장인 로우를 또 그 ‘붉은 달 스캐너’로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건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뒤이어 접속하고 있던 린이 고스트로 보이는 것에 공격을 당했다. 그리고 방금 전에는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의 피의자인 줄리아 헤링을 놓아준 ‘쉘터 B 사건’의 피의자가 자백했다. 오늘만 사건이 네 개나 겹쳐 일어났다. 안 지칠 수가 없었다.

 

  “오늘 진짜 무슨 날인 걸까? 사건이 이렇게 자꾸 발생하면, 정리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일단 사건을 부대장님 팀하고 나눠서 진행하고 있으니까 우리도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지금은 줄리아 헤링을 잡아야 하니까.”

 

  반도 피곤한지 눈을 비비며 말하곤 하품을 했다. 린도 고개를 끄덕이곤 핸드폰으로 슐츠에게 연락했다. 슐츠는 언제나와 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금세 받았다.

 

  「네, 수사관님.」

  “줄리아 헤링의 집으로 알려진 주소, 현재도 그 가족이 살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두 달 전 줄리아 헤링이 쉘터에서 나와 그 집으로 보내졌다는 걸 알고 그 때 CCTV를 찾아봤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 집에 누가 드나드는 모습이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건, 줄리아 헤링은 집으로 보내진 것도 아니다?”

  「그렇습니다.」

  “산 넘어 산이네.”

 

  아무리 긍정적인 반이라도 이렇게까지 사건이 꼬이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줄리아 헤링은 D월드에 이민을 가기 전, 자신이 사망하게 될 경우 자신의 집으로 돌려보내달라는 요구를 했다. 그래서 쉘터 밖으로 내보내졌다면, 그 시신의 처리는 그 말대로 되었을 터다. 아까 시네이드와 대솔도 그렇게 말했고. 그런데 쉘터 밖으로 나간 건 맞지만 목적지에는 도착하지 않았다. 그 말은, 중간에 누군가가 줄리아 헤링을 빼돌렸다는 말이 된다. 아마 방금 대솔이 자백한 과정에서 나온 ‘스토리텔러’라는 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린은 더 이상 머리가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 걸 알았다. 피로도 극에 달했고, 팔은 더욱 지끈거린다. 부상은 부상이다. 이런 상태에도 불구하고 계속 수사를 한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것이다.

 

  “…반, 아무래도 난 더 이상 못 할 것 같아. 너무 피곤해….”

  “그럴 만도 해. 누나 팔이 그렇게 되고도 계속 여기 있었잖아. 마무리는 내가 할 테니까 얼른 들어가 봐.”

  “미안해. 오늘은 신세 좀 질게.”

 

  린은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반도 일단 린을 정보국 밖에까지만이라도 데려다줄 요량인지 린을 따라 움직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향한 두 사람은, 린의 자리에서 린을 기다리고 있던 국장 체첸을 발견했다. 체첸은 분명히 끝나고 국장실에 들르라고 못을 박아놨는데도 린이 오질 않자, 자신이 그냥 수사대로 내려온 것이었다. 그러다가 방금 전에 올라왔던 제닌에게 린이 아직도 일을 하고 있단 얘길 듣고 화까지 난 것이다. 일을 끝내고 가라는 식으로 애기하긴 했어도, 제닌이 재주껏 보내줄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바보였다. 저 일 중독자에게 정상적인 사고를 기대하는 게 바보였다고 생각하며, 체첸은 걸어오고 있는 린과 반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린은 체첸을 보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아무 말도 듣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할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국장님, 지금 퇴근하려고 온 거예요. 그렇게 도끼눈 뜨지 말고요….”

  “아무리 해야 할 수사가 많아도 그렇지, PA 판정까지 받은 몸으로 지금까지 수사를 하면 어떡해? 회복을 빨리 하려면 쉬었어야지!”

  “죄송합니다….”

  “국장, 말은 바로 해. 수사관이 자기 임무 다하겠다는 게 왜 혼날 일이야. 칭찬해줘도 모자랄 판에.”

  “네가 제일 나빠! 루나 팔이 회복되는 데 문제라도 생기면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자리에서 ‘쉘터 B 사건’에 대해 정리하고 있던 제닌은 체첸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대꾸하다가 마지막 말에는 더 이상 대꾸할 기분도 나지 않았다. 체첸 스스로 수사대 일을 해봤기 때문에 잘 알 것이다. 수사관이 수사를 바로바로 하지 않으면 일이 더 꼬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그런데 지금 체첸에게는 린이 수사대원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조카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정이 많은 체첸이라고 해도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 제닌은 체첸과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을 걸 알았기 때문에 체첸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렸다. 린은 머리까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도대체 왜 정보국장하고 수사대 부대장하고 이런 일로 싸우는 건데…. 린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자리로 가서 가방을 챙겨가지고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반과 체첸도 그 뒤를 따라갔지만,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마자 린이 두 사람을 노려보며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고 못을 박는 바람에 둘은 9층에 남아 있게 됐다. 체첸은 한숨을 쉬었고, 반은 어색하게 웃었다.

 

  “죄송해요. 저라도 먼저 누나보고 쉬라고 했어야 하는 건데.”

  “…아냐. 루나 성격에 사건이 이렇게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집에 갈 리가 없지. 아마 내일 또 되는대로 엄청 일찍 나올 거야. 쟤 고집은 나도 못 말리니까.”

 

  방금 전엔 제닌에게 화를 낼 정도였으면서 지금은 순순히 린의 성격을 받아들이고 있다. 체첸은 다시 수사대 쪽으로 걸어갔고, 반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오늘 일어난 사건을 정리할 요량으로 파일을 열고 있었다. 윤수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들을 부대장인 제닌과 윤수 팀과 함께 진행한 게 많아서, 정리한 후 다시 사건을 어떻게 맡아 처리할 건지 제닌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체첸이 반의 자리 쪽으로 왔기에 반은 일을 하기 전에 체첸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실 말씀 있으세요?”

  “오늘 루나를 공격한 게 고스트 용의자라면서.”

  “네. 일단 공격 방식도 그렇고 VA 형태도 그렇고 그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그래서 수사대장님께 보고 드렸더니 대장님께서 검토해보시고 수사방향 정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럼 너희가 맡은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이나 ‘쉘터 B 사건’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거네.”

  “…엄밀히 말하면 그렇죠. 누나가 피해자일 뿐이고요.”

  “좋아.”

 

  체첸은 그 이전에 수사대에서 올라오는 보고들을 받고 있었으므로 사건의 전말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반에게서 다시 한 번 확인한 체첸은 곧장 수사대에서 나와 국장실로 돌아갔다. 국장실에 들어가자마자 국장실의 보안등급을 최고로 높여 도청이나 다른 해킹프로그램의 접근을 완전히 막아놓고, 체첸은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전화를 받은 그 사람은, 매우 피곤한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체첸은 별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

 

  “더 위험한 꼴 못 보겠어.”

  「…잘 생각해라. 감정적으로 결정할 일 아니야.」

  “오늘 하루 종일 생각한 거야. 아직 이성은 안 날아갔다고.”

 

  체첸의 말에 상대방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알겠다’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체첸은 소파에 주저앉았다. 수사대로 일할 때는 이 이상으로 힘든 일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있었다. 지금이 그렇다. 매일이 살얼음판 같다. 얼음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자기 자신을, 계속 발견하게 된다. 체첸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후 소파에서 일어났다. 체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작가의 말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과 엮인 피의자가 쉘터 B에서 탈출했는데, 이 두 가지를 같이 이야기하자니 복잡해서 '쉘터 B 사건'이라고 따로 명명했습니다. 제목까지 바꾸기에는 너무 짧은 분량이라 그대로 두었고요. 새로 등장한 인물이 또 있네요. '스토리텔러'라는 사람. 사건은 계속 번지는데 밝혀지는 게 없으니 다들 피곤할 법도 하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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