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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
작가 : AT하나
작품등록일 : 2017.12.6

가상세계인 'D월드'가 상용화된 현재, D월드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VA수사대원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 린느 후즈가 겪을 미래의 이야기

 
023.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3)
작성일 : 17-12-18 16:01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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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서 돌아보니, 보안부 쪽에서 영상을 돌려보고 있다. 린은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화면 속에서는 짧은 금발의 여성이 새파란 무언가에 습격을 당해 오른팔을 공격당하고 있었다. 그게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마 고스트의 형상이라든가 그런 거 분석을 위해 보고 있는 거겠지만…기분이 좋진 않았다. 린의 표정이 굳어지자 반은 린에게 수사대로 얼른 들어가자고 말하려다가, 자신의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을 보고 먼저 인사를 했다. 갑자기 반이 자신의 뒤쪽을 보며 인사를 하자 뒤를 돌아본 린은 온화한 얼굴로 걸어오고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짙고 뻣뻣해 보이는 갈색 머리카락과 수염을 기른 그 남자는, 웃으면서 걸어오고 있었는데 린은 처음 만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반이 인사하는 걸 보았기 때문에 린도 뒤따라 인사를 했다. 그는 린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린느 후즈 수사관이지요? 팔을 보니 알겠네요.”

  “네….”

  “아. 나는 보안부에서 부장을 맡고 있는 앤드류 닐이라고 해요. 원래대로라면 린느 후즈씨가 입사했을 때 만났어야 했는데 그 동안 일이 바빠서 그러질 못했네요.”

 

  보안부장! 아마 이 정보국에서 국장 다음으로 파워가 센 사람이다. 의학부장과 더불어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서슴없이 먼저 다가와서 인사해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보안부 사람들도 보안부장 앤드류를 발견한 사람들은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국장에게 그렇듯, 사람들은 앤드류를 별로 어렵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린도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 수사대장처럼 압도적인 기백 같은 게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굉장히 온화한 사람으로 보였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분명히 수사대의 신입인 린에게 앤드류는 말을 편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보안부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으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려 있는 사람이라고 린은 생각했다.

 

  “윤윤수 수사관이 맡은 사건하고 관련해서 두 분 수사관하고도 이야길 하면 좋겠다고 해서 찾으러 나갔는데 만나지 못했나보군요. 제가 먼저 만난 걸 보니.”

  “선배님이 맡은 사건이라면….”

  “센트럴 경찰서장 상해사건 말입니다.”

 

  여전히 온화한 얼굴로 말했지만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린이 고스트에게 당해서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이전에 잡았던 이름조차 모르는 보라색 머리카락의 여자 피의자 사건이 있었다. 역시나 붉은 달 스캐너를 사용했던 사건이었는데…. 가짜기억을 주입당한 것 같았고, 피해자는 센트럴 경찰서 서장이었다. 린과 반이 고개를 끄덕이곤 서장을 따라가려는데, 마침 엘리베이터가 9층에 왔다. 보안부장실은 수사대와 완전히 반대편에 있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걸어가려는데, 방금 도착한 엘리베이터에서 윤수가 뛰어나왔다.

 

  “루나! 너 괜찮아? 방금 터진 사건 피해자가 너라는 얘기 듣고 얼마나 놀랐는데! 핸드폰 연락도 안 될 것 같아서 아래 뛰어서 내려갔다 왔어.”

  “네, 괜찮아요. 부장님께 얘기 들었어요. 얼른 가죠.”

  “너 PA 판정 받지 않았어? 괜찮아?”

  “얘길 듣는 건 접속이랑 관계없으니까요. 허튼 짓 안 할게요.”

  “그럼 가죠.”

 

  보안부장 앤드류가 가만히 듣다가 린이 가겠다고 확실히 의견을 말하자 세 사람을 데리고 보안부장실로 향했다. 건물 자체가 넓기 때문에 꽤 오래 걸은 후에야 보안부장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앤드류가 먼저 자리에 앉고, 윤수와 반이 앤드류가 보기에 왼쪽 소파에, 린이 오른쪽 소파에 앉았다. 앤드류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곧장 화면에 센트럴 경찰서장에 대한 정보를 올렸다.

 

  “세 분이 맡은 사건의 피해자인 D월드 센트럴 경찰서장은 보안부 소속 로우 수사관입니다. 나이는 48세. 경찰서장으로서 업무를 잘 해냈기 때문에 조만간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거라고 얘기까지 나올 정도의 인재였습니다. 현재 VA에 입은 피해 때문에 의식불명 상태가 됐습니다. 의학부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요.”

  “우리가 사용하는 그 접속실 말고 하나 더 있는 다른 접속실에서 접속하고 계시다가 이렇게 되신 거라 조치는 빨랐는데.. 그 스캐너 자체가 너무 악질이라 피해가 심한 거야.”

 

  윤수가 덧붙였다. 정보국 내에서 접속하고 있었다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린과 반이 자주 사용하는 접속실은 수사대와 가장 가까운 접속실로, 거의 수사대원 전용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사대원들이 많이 사용하지만, 그보다도 더 큰 접속실이 보안부장실에 가까운 쪽에 하나 더 있다. 거기에서 접속하고 있다가 공격을 당한 것이다. 앤드류가 린과 반에게 물었다.

 

  “안 그래도 ‘정신분열타입’ 스캐너 사건을 맡아 처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스캐너에 대해선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 흉기를 중심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습니까?”

  “아직 조사 중이라 확실한 건 아니지만, 해당 스캐너를 D월드에 유포하는 단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스캐너에 새겨진 그 ‘붉은 달’ 모양을 중심으로 좀 더 알아보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 스캐너를 특정 단체에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어서…이번 사건과 그 단체의 연관성을 증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다소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까지는 알아냈어요.”

 

  반과 린의 이어지는 이야기에 앤드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윤수에게 다소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들었다. 샷건이 잡힌 센트럴 경찰서에 악의를 품고 센트럴 경찰서장을 공격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윤수의 의견이었고, 그것에 대해서는 린과 반도 동의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일 뿐, 밝혀진 건 하나도 없다. 아직까지도 다소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세 명의 젊은 수사관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섣불리 결정 내릴 부분은 아니었다.

 

  “피의자가 기억을 조작당한 것 같다고 했지요? 현재 위치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요. 일단 수사대에서는 피의자에 대해 더 조사해주시기 바랍니다. 보안부 안드로이드와 공조하세요. 저희들은 최근에 로우 수사관 근처에서 수상한 사람이 있었는지에 대해 더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럼 슐츠와 공조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세요. 필요한 자료는 슐츠가 제공해줄 겁니다. 제가 미리 승인해두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앤드류는 온화한 얼굴을 하고는 사건의 골자를 빠르게 정리했다. 피의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니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수사대에 맡기겠다는 것이었고, 보안부에서는 피해자 주변을 먼저 뒤져보겠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이번 사건이 센트럴 경찰서장을 노린 실제 사건이라면, 더욱 경계해야 할 사건이다. 단순히 개인적인 원한이었다면 정보국에 대한 테러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만약 ‘경찰서장’이기 때문에 공격을 당한 거라면 정보국 자체에 대한 테러라고 볼 수도 있다. 그건 다소와 같은 테러 단체와 같은 행동이므로 사건의 보안등급은 더욱 올라가게 될 것이다. 린은 수사대 부대장인 제닌만큼 카리스마 있고 일 처리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기뻤다. 온화하기만 해 보이는 앤드류도 사건 브리핑 땐 확실히 한다는 게 느껴져서 더욱 그랬다. 앤드류에게 인사하고 보안부장실에서 나온 세 사람은 곧 사건에 관해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제일 많은 윤수 쪽에서 먼저 사건을 분배하려는 것 같다.

 

  “슐츠랑 연락은 반이 맡아서 하는 게 낫겠지? 네가 친하니까.”

  “응, 그럴게.”

  “슐츠? 아. 그러고 보니 안드로이드랑 공조하는 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제가 하면 안 돼요?”

  “너 PA 판정 받았잖아. 뭘 하겠다는 거야. 네가 환자라는 거 자각 좀 해.”

  “어차피 치료 받으려면 정보국으로 계속 출근해야 돼요. 그리고 접속만 안 하면 되는 거잖아요. 저 왼손은 멀쩡하다고요.”

 

  린이 왼손을 들고는 손가락을 피아노 치듯 굴려대며 말했다. 안드로이드와 공조한다는 얘기야 많이 들었다. 실제로 보안부에서 이용하는 자료실이 인터넷에 존재하고, 혼자서 찾아볼 수도 있지만, 안드로이드와 공조를 하게 되면 안드로이드가 자료 정리나 조사 같은 건 빠르게 해주기 때문에 사건이 빠르게 진행된다. 하지만 린이 수사하는 동안에는 안드로이드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서 그 동안 공조를 못 해봤기 때문에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윤수는 차라리 린이 슐츠와 공조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팔이 하나 아픈 상황이니 직접 컴퓨터를 만지고 있는 것보다야 슐츠랑 연락하라고 하는 편이 더 빨리 낫겠다 생각한 것이다.

 

  “좋아. 그럼 슐츠랑 연락하는 건 루나가 해.”

  “근데 슐츠는 안드로이드 이름이에요?”

  “응. 보안부 소속으로는 안드로이드가 총 다섯이 있어. 그 중에서 슐츠는 가장 오래 있었고, 보안부 안드로이드들을 관리하는 최고참 안드로이드야.”

  “그럼 그 안드로이드랑 ‘친하다’는 건 뭐예요?”

 

  린이 반을 쳐다보며 물었다. 안드로이드는 인간도 아니고 로봇도 아닌 중간에 있는 정도의 존재로 생각하면 편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인간이 아니라 로봇엣 속한 존재이다. 안드로이드는 인간이 신체를 개조해 기계 부품이나 컴퓨터를 단 것을 총칭하는 단어지만, 법적으로 안드로이드로 규정되는 건 뇌를 컴퓨터와 동기화를 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의 문제이다. 사람의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컴퓨터와 동기화를 하게 되면 사람은 ‘자아’를 잃어버리게 됐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 사람은 자신을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고, 실제로 감정도 거의 잃어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뇌를 컴퓨터와 동기화한 사람들을 ‘안드로이드’라고 불렀고, 그들을 로봇으로 분류했다. 윤수가 반에게 한 말은, ‘로봇과 친하다’는 말을 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럴 수가 없다. 감정이 없는 것과 ‘친하게 된다’는 것이 가능한가? 린의 상식선에서는 그랬다.

 

  “아. 근데 반은 정말 슐츠랑 친해. 형이라고 부르거든.”

  “뭐? 진짜야?”

  “응. 좀, 이상해보이긴 하지?”

 

  린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반응이기 때문에 반은 딱히 놀라지도 않았다. 린에게 안드로이드가 로봇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로 반에게는 안드로이드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쉽게 말하면 생각의 차이다. 반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화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반이 굉장히 담백하게 반응하니 당연한 상식으로 반응한 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 린도 그걸 인정하기로 했다. 스스로 그렇게 보수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반과 이야기할 때마다 자신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센지 느끼게 된다. 전에 퍼스 출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그랬고 말이다.

 

  “그럼 반이 슐츠 연락처 알려주고…난 부대장님한테 일단 보고할게.”

  “응.”

 

  윤수가 핸드폰을 든 채 휴게실 쪽으로 걸어가고, 린과 반은 자리로 돌아갔다. 린의 자리 쪽으로 걸어가서 반은 핸드폰으로 린에게 연락처 하나를 전송했다. 핸드폰 번호다. 안드로이드에게 핸드폰이 따로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고, 핸드폰 번호의 형식으로 연락이 가능하도록 해둔 모양이다. 어쨌든 기계니까 말이다. 린이 컴퓨터로 슐츠에게 연락을 하는 동안 반이 말을 꺼냈다.

 

  “슐츠 형은 보안부 안드로이드 중에서 가장 오래 있던 안드로이드야. 그래서 전반적인 상황 같은 것도 이미 알고 있을 거고, 잘 모르겠는 걸 물어보는 데도 좋아.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니까 자주 연락해봐.”

  “안드로이드한테 사적으로 연락해도 돼? 보안부장님 승인이 있어야 될 것처럼 말해서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보안부장님이 승인한 건 안드로이드들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에 대한 거야. 개인적인 연락이야 누구도 막을 수 없지. 안드로이드도 승인 없이 아무 정보나 막 발설하면 안 되니까 알아서 그런 건 말 안 할 거고 말이야.”

 

  반이 설명을 해주는 동안 슐츠가 연락을 받았다. 모르는 번호로 간 연락일 텐데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조차 없는 목소리였다. 다만 목소리는 중저음의 듣기 좋은 정도의 것이었다. 어조가 딱딱하지 않았다면 린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린느 후즈 수사관님, 슐츠라고 합니다.」

  “아, 네. 그…러니까, 안녕하세요.”

 

  안드로이드한테 인사를 하는 건 또 처음이라 린은 어색하게 말을 건넸다. 뒤에서 보고 있던 반이 웃음을 터뜨리자 린은 반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반의 생각을 존중하고 싶다고 해도 갑자기 행동이 변하는 건 불가능하다. 안드로이드에게 친근하게 대한다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그나마 목소리만 들리는 상황이라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뿐이다. 린의 어색한 목소리에 슐츠가 대꾸했다.

 

  「편하게 대하셔도 됩니다. 저는 보안부 안드로이드실에서 근무하는 안드로이드입니다.」

  “에이, 형. 그래도 누나가 노력하고 있는데 받아줘도 되잖아.”

  「반, 네가 그렇게 편하게 대하니까 수사관님께서도 곤란해 하시는 거야.」

 

  갑자기 존칭을 삭제한 채 말하는 안드로이드의 목소리를 들으니 린은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억양이 없지만, 갑자기 저렇게 친근한 듯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함을 넘어서 무서워졌던 것이다. 이렇게 과학기술이 발달한 상황에서도 인간과 똑같이 생긴 로봇이 생겨나지 않은 건 안드로이드 때문인 점도 있다. 안드로이드들은 대부분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혹은 살아나기 위해 안드로이드가 되는 걸 선택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사랑하던 그 사람이 살아난다는 기쁨도 잠시, 감정을 잃어버린 채 무미건조해진 그 사람을 보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가진 말하는 기계라니. 그 충격 때문인지 과학자들도 로봇을 인간처럼 만드는 것에 대한 관심을 줄였다. 물론 인공지능이야 발달하고 있지만 그것의 발전도 더딘 편이다. 오히려 D월드의 발전이 빠른 건 그쪽 과학보다는 불편하지 않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여전히 문제는 많이 존재하지만 말이다. 린이 표정을 굳히자 반이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놀라지 마. 내가 이렇게 말해달라고 부탁해서 그러는 거야.”

  “…좋아요. 저와 반, 그리고 윤윤수 수사관이 맡은 사건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죠? 그와 관련해서 공조할 거란 것도 보안부장님의 승인이 있었으니 알고 있을 거고요.”

  「그렇습니다.」

  “앞으로 연락은 저를 통해 해주시면 됩니다. 번호는 지금 연락한 그대로예요. 혹시 이번 사건 피의자에 대해 알아낸 다른 정보는 없나요?”

  「정부 데이터베이스에서는 기록이 사라져서 검색은 불가능하지만 그 이전의 기록이 있는지 확인중입니다. 현실에 몸이 있다면 분명히 쉘터에 들어가기 이전에 사용한 주소도 존재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럼 새로운 거 알아내면 저한테 연락주세요.”

  「알겠습니다.」

 

  슐츠와의 연락은 그렇게 끊어졌다. 여전히 돋은 소름이 사라지지 않았다. 호칭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구나. 그리고 린이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은, 기계가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에 대해 자신이 부정적이라는 점이었다. 딱히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데 컴퓨터에 연결된 사람 모양의 안드로이드가 웃는다든지 하는 걸 상상하니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졌다. 사람과 기계의 구분이 점점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어쩐지 접속을 위해 목에 만들어 놓은 접속포트에 손을 가져다대고 스스로도 무서워지는 이상한 상상까지 하게 됐다. 물론 린은 100% 정상적인 사람이지만 말이다.

 

  “놀랐다면 미안해. 나 신경 써서 슐츠 형한테 존댓말 쓰거나 하지 않아도 돼.”

  “그래, 새로운 경험인 건 사실이지만 나쁜 거라곤 생각 안 해. 어쨌든 안드로이드들도 사람이긴 했잖아. 그래…사람이기는 했으니까….”

 

  린은 팔을 쓸며 다시 한 번 중얼거리며 자신을 납득시키려 노력했다. 반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것이었는데 린은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쪽으로 선택한 모양이다. 전에 퍼스 출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을 때에도 빠르게 납득했던 걸 떠올리면 린은 지금의 생각은 보수적일지 몰라도 빠르게 다른 생각들을 수용하고 있다. 그게 대단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상하게 더 시선이 가는 건지도 모르고 말이다. 린은 지금 핸드폰에 저장된 슐츠의 번호를 보며 여전히 신기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을 끄려는데, 전화가 왔다. 1층 데스크에서 온 연락이다.

 
작가의 말
 

  이 '잿빛세상에 뜬 붉은 달'에서의 안드로이드 개념은 조금 특이한 편이죠? 망대한 정보망 가운데에서 자아를 유지할 수 없어 인간이었으나 로봇처럼 된 자들을 안드로이드라고 합니다. 오늘 나온 '슐츠'도 그런 안드로이드고요. 린이 접속을 할 수 없는 상태지만 사건 조사는 계속 할 생각인 모양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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