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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백년야행
작가 : 소금소금
작품등록일 : 2017.12.16

인수는 작가지망생이다. 매번, 자신의 소설이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 탓으로 돌렸다. 어느날, 인수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을 진탕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술기운을 빌려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는 산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사슴과도 같은 뿔이 달린 여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노루'라고 소개했으며, 세상에는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아소'라는 존재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인수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이제 곧 시작될 '백년야행'에 인수를 초대한다. 작가로서 소재에 굶주려있던 인수는 백년야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인수가 완성한 여러 이야기 중, 조각나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나비편(17)
작성일 : 17-12-18 14:52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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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이 천막은 성인 남성 셋, 적어도 두사람이 힘을 합쳐 만들어졌다. 혼자서 하는것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었으나, 시간이 몇 배는 오래 걸려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것을 무시한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바간이었다. 그는 혼자서도 남들 못지 않은 속도로 천막을 완성했고, 그 안에는 자신과 하르판 단 둘만 들어가 있었다. 같이 들어와 쉬는 것이 문제되지는 않았지만, 부족내에선 남녀를 가리지않고 바간을 두려워했기에 누구하나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어젯밤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이런일이 계속되자 하르판은 심통이 났는지 쭈그려앉아 돌만 만지작 거렸고, 바간은 말없이 요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는 어째서 두명만 있을꼬?”

  난데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솥을 걸칠 막대를 세우던 바간이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가름이 옅게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바간은 막대에서 손을 떼고 족장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고개를 살짝 꾸벅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족장님.”

  “뭐, 무슨 일은 무슨 일이야. 두 사람 뿐이라 적적해 보여서 노인네가 찾아온거지.”

  “……그럼 이왕 오신거 식사라도 함께 하시겠습니까?”

  “그거 좋지, 부족 제일의 전사가 해주는 밥이라니. 기대되는구만.”

  가름은 넉살좋게 미소지으며 바간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가름이 근처로 다가오자 쭈그려 앉아있던 하르판이 일어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족장님.”

  “그래, 이동은 할만 하더냐?”

  “네. 생각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요.”

  “그래?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가름은 무릎을 짚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 떨어진 나무 막대를 집어들고 바간이 뚫어놓은 구멍에 꽂아 고정시키면서 말했다.

  “이제 막 뼈대가 완성되었구만, 요리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어.”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아니아니, 내가 말하는건 그게 아닐세.”

  가름은 고개를 돌려 바간을 물끄러미 바라았다. 부족민 모두가 존경하는 현명한 족장의 눈이 아닌, 그저 근심 걱정 가득한 노인의 눈빛으로. 바간은 그런 가름의 눈빛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바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을 영문모를 표정을 짓고있는 자신의 딸, 하르판을 바라보았다. 가름이 고개를 돌렸기에 하르판은 그가 어떤 눈빛을 띠고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바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하르판.”

  “왜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 어디서 좀 놀다오는게 어떠냐.”

  “……갑자기 왜요?”

  “그냥, 어른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어서.”

  “…….”

  하르판이 눈가를 좁히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간을 쳐다보았다. 바간은 말없이 하르판과 눈을 마주쳤고, 가름이 천막 하나를 가리키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테네바 녀석, 아마도 저 천막에 있었지.”

  “족장님까지…….”

  하르판이 예상못했다는 표정으로 가름을 바라보았다. 가름은 나름대로 구슬려보려고 한건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래도 의심만 더 커진 모양새였다. 가름은 멋쩍은지 수염을 한 번 쓰다듬고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잠시만 시간을 내줄 수 있겠니?”

  “……알았어요. 식사 준비가 다 되면 올게요.”

  “그래, 고맙구나.”

  “그래도, 아빠!”

  “무슨 일이냐?”

  “뭘 숨기려는건지 모르겠는데, 나중에라도 꼭 말해주셔야 돼요?”

  “……그래. 나중에, 나중에 말해주마.”

  “……흠.”

  하르판은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콧김을 한번 내뿜더니 천막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늘 밖으로 나가기전 의심가득한 눈빛으로 두사람을 쏘아보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왠지모르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테네바가 있는 그늘을

  향해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가름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바간을 향해 손짓했다.

  “후…….일단 자네도 앉게.”

  “예.”

  바간은 마치 흙이 가득찬 포대자루가 땅에 떨어진듯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앉았다. 갑자기 눈앞에 바위가 생긴 것 같은 기분에 가름은 작게 미소지었다.

  “자네는 여전하구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냥, 옛날이나 지금이나. 항상 자네를 보면 바위가 떠올라. 융통성 없고 꽉막힌, 그렇기에 더욱 믿음이 가는…….”

  “……예전의 저는 지금과 달랐습니다.”

  “그래, 달랐지. 하지만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 내가 볼 땐 지금이 진정한 자네의 모습인 것 같네, 예전의 자네는 뭐랄까 좀 더 급하고 날이 서있었으며, 충동적이었지.”

  “전……옛날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름이 손사레를 쳤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네, 좋지않은 기억일텐데.”

  “괜찮습니다. 이미 지난일이고……. 그나저나 이렇게 두 사람만 남기신 이유가 이런 옛 이야기나 하자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르판까지 내보내고 말입니다.”

  바간이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가름은 고개를 숙여 땅을 쳐다보고 입술을 우물거렸다. 그리고 천막 밖, 지평선 너머 어제 아침, 나비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자네도 대충 알지 않나.”

  “……예상은 합니다만, 확신은 없습니다.”

  “아마 자네가 생각하는게 맞을걸세. 내일이면, 우리는 나비들이 날아간 곳에 도착하겠지.”

  가름은 여전히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았다. 걱정과 불안, 초조함…….부의 감정만이 가득한 가름의 옆모습에 바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렇게나 불안하시면, 왜 저곳으로 향하는겁니까? 제가 아는 족장님은 현명한 분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성급한 결정을 내리셨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되는군요.”

  “20일.”

  “……예?”

  바간이 두 눈을 껌뻑거렸다. 험상궃은 얼굴로 넋이나가 두 눈만 껌뻑이는 모습이 우스웠지만, 가름은 도저히 웃을수가 없는 심정이었다. 가름이 옆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제 아침 나비를 날리기 전……그러니까, 동이 트기전에 일어나서 남 몰래 두 번 나비를 날려봤네.”

  가름은 어두운 표정으로 바간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뜻이 아니지만 자신이 책임져야하고, 어쩔수 없었기에 더욱 안타까운 심정. 가름은 무릎을 짚은 손으로 무릎을 툭툭 두드렸다. 그러다 품안에 손을 넣어 조각나비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네는 조각나비라는 것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잘은 모릅니다. 그저, 물에 닿기전에는 모래와도 같다가 물에 닿으면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그런 것 아닙니까?”

  “그래, 조각나비의 가장 큰 특징이지. 그 대상이 멀면 멀수록 높이 날아가고, 우리는 그 높이로 거리를 가늠한다네. 그리고 이 녀석들은 가장 가까운 세곳의 물가를 향해 날아가지. 먼곳에서 가까운곳으로 차례대로 말이야. 나는 두번을 날리고 좌절했네, 첫번째꺼는 나로서도 감이 안잡힐 정도로 높이 날더군. 그래서 재빨리 포기했지, 그리고 두번 째가 20일 거리였네. 알겠는가? 20일 일세, 20일.”

  가름이 강조하듯 두 손가락을 세워보이며 말했다.

  “20일…… 그렇다면.”

  “이동하는 도중에 죽겠지, 우리 모두.”

  가름은 어깨를 으쓱이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슬 덫이나 가축의 우유는 다 임시방편에 불과해. 게다가 풀 한포기 제대로 나지 않는 곳에선 사람보다 가축이 먼저 죽어버리지, 가축이 죽는다는건 우리가 죽는다는것과 마찬가지고. 그렇기에 나는 어쩔수 없이 이 방향을 택한걸세.”

  “하지만 이 방향으로 가다간……누구보다 족장님이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 그래서 두렵네. 내 스스로 확신이 없어서 더욱 두려워.”

  가름의 고민은 어제 아침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나비들이 향한 방향, 그곳에는 자신의 동생인 게름의 부족이 있을 것이다. 게름은 가름을 원망하며 8년전 떠나갔고, 그 이후 무슨 수를 쓴건지 거대한 부족을 만들었다. 그로서도 호기심이 생기기에 게름에 관해 알아보려 노력했으나, 대부분 헛소리에 가까운 것이었다. 천둥이 쳤다는 둥 갑자기 사람들이 쓰러졌다는 둥……. 어찌됐건 형제가 잘 지낸다는 것이 나쁜소식은 아니었다. 문제는, 게름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면 두 부족간의 전투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규모가 작은 붉은 눈 부족이 이길 확률이 현저히 낮았고 결국 흡수되거나 전멸. 둘 중 하나이리라. 그렇다고 그들을 피해 20일의 거리를 이동하는건 자살 행위에 가깝다. 가름이 생각하기에, 당장 자신의 부족이 이동할 수 있는 한계는 2주거리였다. 그마저도,

  몇몇의 죽음을 각오한 것, 그저, 부족이라는 이름을 유지할수 있을 최대한의 수치였다. 그런데 20일? 모두 한번씩 죽었다 깨어난대도 그건 불가능했다. 이동하면서 버틸 식량과 물이 없었다. 그렇기에 가름은 고민 끝에, 조금이라도 생존이 확률이 있는 길을 택한 것이다. 가름이 나무 막대를 만지작 거리면서 말했다.

  “만약, 내가 우려하는 일이 일어난다면……자네의 도움이 절실하네, 누가 뭐래도 자네는 우리 부족 최강의 전사이니까. 다만 과거에, 내 잘못이 있기에 자네가 원한다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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