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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백년야행
작가 : 소금소금
작품등록일 : 2017.12.16

인수는 작가지망생이다. 매번, 자신의 소설이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 탓으로 돌렸다. 어느날, 인수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을 진탕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술기운을 빌려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는 산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사슴과도 같은 뿔이 달린 여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노루'라고 소개했으며, 세상에는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아소'라는 존재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인수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이제 곧 시작될 '백년야행'에 인수를 초대한다. 작가로서 소재에 굶주려있던 인수는 백년야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인수가 완성한 여러 이야기 중, 조각나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나비편(16)
작성일 : 17-12-18 14:30     조회 : 234     추천 : 0     분량 : 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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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의 한 가운데 붉은 눈 부족이 잠들기 시작했을 무렵, 붉은 눈 부족이 향하는 방향엔 거대한 산이 있었다. 산봉우리에 쌓인 눈이 달빛을 반사해 은빛으로 빛나, 마치 사막 한가운데 서있는 거대한 등대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주변에는 작은 봉우리 몇이 솟아있고, 좀 더 아래쪽, 산 한가운데라곤 믿을 수 없는 평지 위에 거대한 마을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큰 발톱 부족의 마을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붉은 눈 부족의 배는 되보이는 거대한 규모의 마을이었다. 그런 마을의 한 가운데, 불빛에 루비와도 같이 반짝이는 나비들에 휩싸인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이제 막 중년에서 노인의 영역으로 들어선듯 보였다. 평범한 체구에 듬성듬성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 깊게 패인 눈두덩이. 어느곳 하나 특별한 점이 없는 외모였지만, 불빛에 드러난 눈빛엔 심연이 담겨있는듯 어둡고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런 표정없이 나비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는 붉은 눈 부족장의 동생, 게름이었다.

  게름은 가만히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에 나비 몇 마리가 그의 손등에 내려앉아 날개를 팔랑거렸다. 게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붉은 나비군.”

  “네, 그런데 어째선지 나비가 족장님의 주변에서만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게름의 옆에는 나비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달려온 부족의 전사 하나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는 시선을 게름의 무릎에 둔 채로 말했다. 게름은 그를 한번 흘깃거리고 나비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가름, 그 자가 보낸 나비인 것 같구나.”

  “가름이라면…… 족장님의 형제 분 말씀이십니까?”

  “아니, 형제가 아니다.”

  게름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럼?”

  “이젠 그저 다른 부족의 족장에 불과한, 나와는 상관없는 노인네일 뿐이다.”

  게름은 손을 흔들어 나비들을 떨쳐내면서 말했다. 그리고 시선 아래 끝없이 펼쳐진 사막 너머를 바라보았다. 어둠 탓에 지평선과 밤하늘의 경계가 흐릿한 곳, 저 너머에 가름의 부족이 있을것이다. 게름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을 정리했다.

  “나비가 날아 왔다는건, 내가 있는것을 확인하려는 거겠지. 이 근처는 보기 드물게 식물과 물이 풍부하니까…….설마, 올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만약, 온다면……어찌하실 생각입니까?”

  부족의 전사가 고개를 들어 게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게름의 눈빛은 한층 가라앉았고, 입가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비들이 그의 주변을 날아다녀 그의 온몸엔 핏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저세상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존재 같았다. 전사는 두려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을 기다렸다.

  “한 번…….”

  “……네?”

  “한 번 기회를 준다. 단 한 번…….”

  8년 전, 그의 선택으로 모든걸 잃었다. 그래서 부족을 뛰쳐나왔고, 형제라는 사실을 잊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염치없이 찾아온다면, 바로 창칼을 들이밀어도 된다는 소리겠지. 아마 가름도 그것을 염두하고는 있을것이다. 누가 뭐래도 그쪽엔 바간이 있으니까,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질만 했다. 하지만, 바간도 결국 인간이었다. 가름은 한 평생을 사막에서 살았다. 오직 사막에서만, 그렇기에 그는 바깥을 몰랐고. 자신은 알고 있었다. 그 차이가, 모든걸 결정할 것이다. 붉은 눈 부족을 쓸어버리는 거야 간단한 일이지만, 단 한 번. 적어도 몰살당하지 않을 기회를 한 번 주기로했다. 게름이 얼굴가득 미소를 짓더니 어제의 가름과 같이, 핏빛의 나비를 뒤에 달고서 자신의 천막안으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전사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역시 나비가 날아온 방향을 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죽으려고 오지는 않겠지……. 설마……."

  자신이 신경써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자신은 그저, 족장이 시키는대로 하면 될 뿐이라고.

 

 

  야영지의 아침이 밝았다. 눈을 뜬 사람들은 입김을 내뿜으며 곳곳에 파여진 구덩이에서 이슬을 받은 통들을 모아왔다. 모두가 마시기엔 부족했지만, 여행중 목을 몇 번 축일 정도는 되었다. 족장, 가름은 이 물을 아이들이 많은 가정에 먼저 배분해줬다. 아이들은 갈증과 열기에 약했다.

  이동을 위해 아침식사는 큰 솥에 여러 재료를 넣어 끓인 잡탕과 비슷한 것이었다. 부족의 아이들은 저마다 먹기싫다며 싫은 티를 내었지만, 싫으면 먹지 말라는 부모의 말에 기겁하며 그릇을 받아들었다. 입안에 음식을 넣고 씹을 때마다 표정이 구겨졌지만, 사막의 아이들 아니랄까봐 지금 먹어둬야 이동할 때 견딜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오만상을 지은 채 꾸역꾸역 집어 삼켰다. 하네의 표정 역시 좋지는 않았다. 어찌나 얼굴을 구긴건지, 온 얼굴에 가름과 같은 주름이 지어졌다. 테네바는 그런 하네의 표정을 보고 낄낄거렸고 하네는 그때마다 고사리 같은 주먹으로 응징했다.

  식사가 끝나자 테네바는 어제와 다를 것 없이 긴 천을 흙먼지 하나 없도록 깨끗이 털어 하네의 얼굴을 감싸주었다. 하네는 어제 하루종일 그렇게 다녀서인지 처음보다는 답답해하는 기색이 많이 줄어있었다. 머리가 천으로 칭칭 감긴 하네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테네바가 자신의 겉옷 하나를 건네주었다. 아무래도 어제 이동이 끝난 이후, 흙먼지가 가득한 하네의 얼굴이 마음에 남은 모양이었다.

  "이거, 이따가 말에 타고 머리 위로 덮어."

  "히잉……이거까지 하면 답답한데……. 더울 것 같기도하고……."

  "안더워, 햇빛 가려줘서 오히려 시원해. 답답한건 조금만 참고. 이제 내일이면 도착하는 거잖아? 좀만 더 힘내자 하네, 알았지?"

  "응……."

  하네가 힘없이 대답하고는 종종걸음으로 가름을 향해 갔다. 테네바는 하네의 뒤로 팔을 흔들었고, 하네도 뒤를 돌아 팔을 한 번 흔들어줬다. 그리고 가름의 말 옆에 서자, 주변에 있던 남자가 하네를 안아들고 말 위에 올려주었다. 말 위에 올라탄 하네는 어제와 같이 가름의 옷자락을 잡고, 테네바가 건내준 회색빛의 옷을 머리위로 덮었다. 하네가 잘 잡고있는걸 확인한 가름이 주먹을 들고 외쳤다.

  “이동한다!”

  가름의 외침과 함께 부족의 이동이 시작됐다. 이제 막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 차가운 공기에 옅은 입김이 나왔다. 추위에 모두들 팔꿈치에 손을 끼운 채 걸었으며, 아이들은 말이나 양들사이에서 서로 몸을 부대끼며 추위를 견뎌냈다. 하네역시 족장의 등에 꼭 붙어 가늘게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러나 추위는 짧았다. 본격적으로 떠오른 태양에 땅이

  조금씩 달궈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않아 추위는 순식간에 온기가 되고 열기가 되었다. 순식간에 찾아온 더위에 모두의 몸은 어느샌가 냉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마른 숨을 내쉬며 이동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가름은 조금 지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모닥불 수백만개를 한번에 피우는 것 같은 태양이 가름의 머리 바로 위에 떠올라있었다. 가름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아래를 보았다. 그림자가 말의 몸뚱이 아래로 숨어 보이지가 않았다.가름이 눈을 찡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들 조금 지친듯 말없이 걷고 있었고 들려오는 것은 마른 땅에 발을 내딛는 소리뿐이었다. 가름이 타고있는 말조차 투레질할 겨를도 없는지 거친숨을 내쉬고 있었다. 가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휴식한다.”

  "하……."

  "아이고……."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대부분 더위에약한 아이들이나, 여성들이었다. 남자들은 아무말 없이 서있었지만 눈빛을 보니 지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름은 손가락을 뻗어 사람들 사이사이, 몇군데를 가리켰다.

  “햇빛이 강하니 중간에 천막을 임시로 펼쳐 그늘을 만들어라. 그 이후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출발한다.”

  사람들은 말의 옆구리에 매달아놓은 천막과 나무 기둥을 꺼내었다. 기둥 네개를 적당히 떨어뜨려 땅에 박고, 그 끝에 천막을 묶어 팽팽해지도록 당긴뒤, 다시 한 번 묶었다. 원래라면 바람이 들어오는것을 막기위한 부분도 모조리

  그늘을 만들기위해 펼치자 10명 정도 넉넉히 들어갈만한 그늘이 완성되었다. 일단 아이들은 먼저 쉬게하고, 모두들 다음 그늘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름이 말했다.

  “너도 이만 내리거라, 네 오라비를 찾아 가야지.”

  “네!”

  “높으니까 조심하고.”

  “괜찮아요 이 정도는”

  하네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말에서 내려갔다. 키가 작아 바둥거리는 모습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물건을 매달기 위해 달아둔 고리를 요령좋게 잡아 무사히 땅에 발을 디뎠다. 그리곤 주변을 둘러보다 무언가를

  발견한듯 방긋 웃더니 가름을 올려다 보았다. 가름과 눈이 마주치자 하네는 싱글거리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가름의 시선이 손가락 끝을 따라가자 그 곳엔 어느샌가 그늘 밑에 한자리 잡고 앉아서 자신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테네바가 있었다.

  “족장님, 저 갈게요!”

  “그래, 잘 가거라. 길지 않은 시간이다만, 푹 쉬고 오거라.”

  “네! 조금 있다가 봐요!”

  하네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테네바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종종 거리며 달려가던 하네는 그늘밑에서 테네바의 품에 안겼고, 테네바는 하네가 오자마자 천을 풀어 털고선 기둥 한쪽에 묶었다. 그리곤 손수건과도 같은 작은 천쪼가리에 물을 묻혀 하네의 얼굴을 슥슥 닦아주었다. 항상 똑같은 남매의 모습을 손자 손녀보듯 푸근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던 가름도 말에서 내렸다. 사실 하네보단 자신이 더 조심했어야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한 번 다쳐버리면 되돌리기가 힘들었다. 앙상한 팔다리를 교차시키며 내려온 가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하네가 했던 것처럼 주변을 둘러보다, 굳은 표정을 지은채로 한 천막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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