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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21세기 무인
작가 : 임준후
작품등록일 : 2016.7.6
21세기 무인 더보기

작품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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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열 배 강해진다면, 나는 백 배 강해질 것이다!"
임한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약자를 유린하고 서민을 괴롭히던
조직폭력배와 비리 정치인, 악덕 기업주들은
한 영웅의 출현 앞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제 악의 세력은 단 한 명의 적,
임한을 상대로 싸움을 벌여야 한다.

 
10 화
작성일 : 16-07-07 09:42     조회 : 558     추천 : 0     분량 : 8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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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장 강력반

 

 2000년 봄

 

 

 “유 형사,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요?”

 수원 동부경찰서 형사계 앞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강력2반 김동준 형사는 1반의 유남웅 형사와 함께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임 형사 말이야. 이번에도 2인조 강도 사건을 해결했어. 참 능력도 좋은 놈이란 말이야. 어디서 그런 첩보를 얻은 건지. 하여튼 강력4반은 보물덩어리가 들어왔어. 형사계 들어온지 이제 7개월 된 신참 녀석이 벌써 강력사건 6건을 해결하다니… 2달 전에는 조폭 애들 열일곱 명을 때려눕혀서 사람들을 놀래키더니, 임 형사가 얼마나 이 페이스를 유지할지 정말 궁금해. 4반 이 반장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니까.”

 김 형사는 부러움 반 놀라움 반이 섞인 복잡한 어투로 유 형사에게 말했다. 짧게 깎은 머리가 깍두기 스타일(조직폭력배형 스포츠머리)이어서 험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능력 있는 민완형사로 자타가 공인하는 김동준이다.

 “하하, 형님 같은 분도 부러운 사람이 있구만요. 하지만 임 형사가 큰 사건들을 계속 해결하는 게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라고요. 덕택에 다른 반들은 놀고 있느냐고 아침조회 때마다 과장님한테 반장님들 깨지는 소리 못 들으셨어요? 반장님은 반조회 때마다 저희들 보고 신참보다 못하다고 아침저녁으로 깨는데 기분이 정말 죽을 맛이라고요.”

 유도대학을 나오고 무술특채로 경찰에 입문해서 강력반 형사 생활만 6년째인 유남웅 형사의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이 찡그려졌다.

 “서 실적이 좋아지고 강력사건들이 계속 해결되니 윗분들이야 좋겠지만… 열심히 일하는 후배한테 놀면서 일하라고 할 수도 없고… 정말 환장하겠다.”

 김동준이 종이컵을 꾸겨 휴지통에 버리면서 말했다.

 “근데 오늘 아침에 강력4반 직원들이 아무도 안 보이던데 어디 간 거예요?”

 “과장님이 4반 직원들 고생했다고 휴가 보내셨다. 2박3일 동안 출근 안 해도 된다는 특명이야. 아이고, 부러워 죽겠다니까. 집에 못 들어간 지 벌써 4일째다. 잡아야 할 놈은 떳다방(도망 다닌다는 은어)이고, 누구는 강력사건 해결했다고 휴가 가고. 이중고가 따로 없군….”

 “형님이 빨리 그놈 잡으셔야지. 여기서 한숨만 쉬신다고 해결됩니까. 나가시자구요. 안에 있어봤자 높은 분들 눈치만 보이니.”

 유남웅은 김동준의 등을 장난스럽게 밀었다.

 

 

 그 시간에 임한은 서울 강남의 최고급 주택단지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형사계에 발령 나면서 구입한 중고 검정색 뉴코란도의 운전석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곳은 한 블록이 떨어진 곳에 있는 마치 중세의 성처럼 웅장한 초호화 주택들 중 한 곳이었다. 언뜻 보아도 100평은 넘어 보이는 3층 주택이었는데, 그동안 조사한 바대로라면 저 3개 층을 모두 그놈이 사용하고 있을 터였다.

 다른 직원들은 모처럼의 휴가를 즐기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한은 휴가를 간다고 말을 하고는 오늘 아침 바로 이곳으로 왔다. 반드시 잡아야 할 놈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증거를 보강해야 하겠지만 언제든지 검거할 수 있도록 소재를 확실하게 파악해 놓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경찰서 형사계로 배치된 것은 7개월쯤 전이었다. 정기 인사이동 직전 파출소를 찾아왔던 이정민의 추천이 그가 형사계에 발령 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형사계에 발령 난 그가 배속된 곳은 이정민이 속해 있던 강력4반이었고, 그의 조장은 이정민이었다.

 커피심부름과 서류복사, 아침청소부터 시작해서 강력반의 일상적인 업무를 파악하는 데는 사흘이 걸리지 않았다.

 한 번 듣고 본 것은 거의 잊지 않는 한의 능력으로는 당연한 결과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가 그러한 사실을 겉으로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상 업무를 파악한 후 한은 강력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첩보수집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형사라면 인적사항이 밝혀진 범인을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모르면 몰라도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는데도 잡지 못한다면 정말 무능한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군지를 지목하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그 일을 누가 저질렀는지 알 수 있다면, 사건은 70퍼센트 이상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은 강력4반에 배정되었다가 미해결되어 서류 속으로 사라진 사건들을 짬짬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1년 이내에 발생한 강도와 절도 등의 미해결 강력사건 중 추적이 용이하다고 판단되는 10건을 선별해 내었고, 7개월 동안 6건의 범인을 특정하여 검거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반장인 이장후 경위는 20여 년의 형사생활 중 가장 능력 있는 후배가 들어왔다면서 즐거워했고, 피해자들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순간의 한도 정말 즐거웠다.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이 직업에 대해 소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은 코란도 문을 열고 내렸다.

 완연한 봄날 이른 아침의 공기는 신선했다. 새벽의 고속도로 출근길을 따라 올라오면서 생긴 짜증도 사라졌다. 50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호화주택은 아직 조용했다.

 경호하는 놈들이 있겠지만 출퇴근하는 인간들은 없을 테니, 집 밖으로 나오는 인간도 아직은 없을 터였다.

 한은 주택의 앞까지 길게 나 있는 큰 도로를 피해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저 주택뿐만이 아니라 이 지역은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부자들이 사는 곳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돈밖에 가진 것이 없는 인간들이 사는 곳이다. 한 채당 가격이 십억 대여서 가끔 언론에서도 두들겨 맞는 곳이었다.

 주택 촌으로 다가가는 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어디에서도 자신을 주시하는 느낌은 없지만 만사불여튼튼이다.

 한은 CCTV의 사각지대인 골목길의 그늘로 이어진 공간을 통과하고 있었다.

 지켜보는 사람이 있더라도 누군가가 그곳을 지나가고 있다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의 자연스럽고 은밀한 몸놀림이었다.

 한은 목적했던 주택의 담장 밑 그늘에 몸을 밀착시켰다.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사람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을 터였다.

 담은 붉은 벽돌로 쌓아져 있었고, 높이 4미터는 되어 보였다. 성벽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덕분에 그늘은 풍성하여 한의 몸을 충분히 숨겨 주었다.

 한은 천단무상진기의 힘을 일으켰다.

 한의 눈에 푸른빛이 어리는가 싶더니, 그의 눈앞을 가로막고 있던 담의 일부가 흐릿해졌다. 그리고 그 내부의 광경이 한의 눈앞에 맥없이 드러났다. 무상진결상의 신안결이 발휘되었다. 격벽투시의 힘이 그의 눈길 속에 발휘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귀에 주택 안의 소리들이 생생하게 들려왔다. 50여 미터를 넘지 않는 거리 때문인지 별다른 수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사장님 일어나셨냐?”

 “아직 주무십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깨우지 말라는 말씀이셨습니다. 형님.”

 검은 색 양복을 입은 20대 후반의 청년 두 명이 2층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눈매가 날카롭고 민첩한 느낌의 청년이 소파에 앉아 있고, 다른 한 명은 그 옆에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었다.

 “회장님과 점심 약속이 있으시다. 준비해 놓도록 해라. 11시에는 출발하셔야 한다. 사모님도 쇼핑을 하시겠다고 말씀이 있으셨으니, 성대와 정근이가 모실 수 있게 준비시키고. 외곽 경비서는 녀석들 빼고 모두 모이게 해라. 식사하면서 할 이야기가 있다.”

 “알겠습니다. 형님!”

 서 있던 청년은 허리를 구십 도로 굽혀 인사를 하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앉아 있던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는 발코니 쪽으로 다가와 밖을 바라보았다.

 한은 그늘 속으로 더 깊이 몸을 묻었다. 지금 창밖을 보고 있는 녀석에게서 꽤 수련을 쌓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들킬 리는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김주혁이 오후에 누군가를 만나는 모양인데, 회장이라… 김주혁의 윗선일까? 저놈의 말투는 김주혁이 상전을 만난다는 식인데. 오늘 꼬리를 잡을 수 있는 것인가?’

 한은 신안결을 운용해서 김주혁의 침실이 있다고 생각되는 3층을 살펴보았다.

 3층에는 모두 7개의 방과 넓은 거실이 있었는데, 그중 20평이 넘어 보이는 방의 화려한 고딕 풍의 침대 위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탄탄한 가슴에 발가벗은 20대 여인을 품고 잠들어 있었다.

 “그놈이군.”

 한의 눈빛이 더할 수 없이 매서워졌다.

 김주혁이 하고 다닌 짓을 생각한다면 저놈은 저렇게 편안하게 누워 잘 수 없는 놈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문제는 증거였다. 한은 김주혁을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할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여러 난관이 있었다.

 김주혁은 일반의 잡범이 아니었다.

 한이 조사한 바로는 개인재산만 수백억 원대에 이르고, 말 한마디로 수십 명의 부하를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다. 배경도 대단한 놈이다. 증거가 없이 덮친다면 역으로 자신을 교도소에 보낼 수 있는 능력 있는 변호사 백 명 정도는 하루 안에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거물인 것이다.

 

 

 2개월 전 한은 어둠이 내린 인계동의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새벽 시간이었지만 아직도 네온이 꺼지지 않은 룸살롱과 모텔의 네온사인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4일 전 검거한 열일곱 명의 석준파 조직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오늘 오전 발부되었기 때문에 며칠 동안은 눈치 보며 놀아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증거불충분이라 조직으로 발부된 것이 아니고 공갈과 폭력으로 발부된 영장이어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큰 성과였다. 하지만 아직 그는 강력반 형사로서는 신참이었고, 놀기에는 너무 짬밥이 모자라는 형편이라 새벽 세시 반의 밤거리를 혼자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블랙진에 검은색 가죽잠바를 입고 있어서 어둠 속에 묻혀 들어간 듯한 모습이었다.

 조장인 이정민 형사는 한 시간 전에 귀가했다. 특별한 사항이 없었고, 아무리 강력반 형사라도 처자식 있는 사람은 단 몇 시간이라도 집에서 잠을 자두어야 한다. 늙어서 구박당하지 않으려면….

 그가 모텔들이 밀집해 있는 인계동 골목길을 걸을 때였다.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그의 귓전을 울렸다. 그는 그 신음소리가 술 취한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거리가 멀긴 하였으나 이 신음소리는 뱃속에서 우러나오는 신음이었다.

 커다란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이 사이로 새어나오는 신음. 한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뛰었다. 바람처럼 빠르고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신기한 달리기였다.

 신음소리가 들린 곳은 그가 있던 장소에서 약 15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공원 옆이었다. 모텔이 늘어선 거리와 주택가의 경계를 이루는 작은 공원이었는데, 그 공원 옆에 검은색 대형 국산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차량의 뒷좌석 창문이 약 2~3센티미터 정도 내려가 있는 상태였다. 차량의 유리창은 짙은 검은색 선팅처리가 되어 있어 내려진 유리창 사이로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이었다.

 한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당연히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선팅된 차량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었다.

 차 안의 앞좌석에는 건장한 검은색 양복 차림의 남자가 두 명 앉아 있었고, 뒷좌석에서는 한 남자가 여자의 머리카락을 뒤에서 휘어잡은 채 말을 하고 있었다.

 여자는 2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였는데, 길에서 보았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가 저절로 돌아갈 만한 미인이었지만 지금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입가와 이마는 살갗이 찢어진 채 피가 맺히고 있었다. 검은색 투피스 정장차림이었지만 옷은 이리저리 구겨져 있었고, 치마는 걷어 올려져 분홍빛 팬티가 보이고 있었다.

 “흑흑…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상욱 오빠, 살려주세요!”

 여자는 두려움에 젖은 목소리로 울먹이며 빌고 있었다. 여자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 있던 남자의 손이 여자의 이마를 차창에 들이박았다. 입술이 얇아 잔인해 보이는 남자는 무표정했다.

 “쿵!”

 “어흑…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두려움에 잠겨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계속하여 빌었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사장님이 너를 아끼지 않았다면 넌 생매장되었을 거다. 그새를 못 참고 다른 놈을 만나다니… 네 년의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느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흑흑,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살려주세요.”

 “네 년의 애인은 살아 있으니 걱정 말아라. 앞으로 고자로 살아야 하지만 말이다.”

 남자는 얇은 입술에 비웃음을 띄우며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의 겁에 질린 얼굴이 더 창백하게 변했다. 푸른색으로 보일 정도였다. 남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 남자는 더한 짓이라도 표정 한 번 변하지 않고 저지를 사람이었다.

 그렇게 조심을 했는데 어디에서 꼬투리가 잡혔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우선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시급했다. 이 남자의 비위를 거스른다면 자신은 정말 봉분 없는 무덤 속에 묻히는 신세가 될 지도 몰랐다.

 한은 몸을 숨긴 채 차 안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여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뛰어들려고 하였으나 계속 이어지는 대화의 내용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는 우선 차량의 넘버를 외웠다.

 뒷좌석에 앉아서 여자를 위협하는 놈이나 앞좌석에 앉아 있는 두 놈 모두 낯설었다.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들은 모두 그의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었는데, 그중 지금 차에 타고 있는 세 명의 인상착의와 일치하는 놈이 없었다.

 수원의 조폭 중 차량 안에 있는 놈들과 인상착의가 일치하는 놈이 없다는 것은 저들이 아직 계보에 오르지 않은 놈이거나 타지 놈들이라는 뜻이다. 차량은 수원지역 넘버에 국산 최고급 대형승용차였다.

 한은 여자를 유심히 보았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여자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여자를 구타하는 놈의 목적은 분명 협박이었다.

 여자는 아마도 저 자가 모시는 사장이라는 자의 첩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사장이라는 자가 뜸한 사이에 여자에게 다른 놈씨가 생긴 것일 테고, 그것이 탄로 나서 지금 곤욕을 치르는 듯했다.

 “네 년이 사장님을 떠나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어디서 약을 구할 거지? 어디서 네 몸에 처바르는 물건을 살 돈을 만들 거냐? 예전처럼 룸살롱에서 몸 팔아서 돈을 벌 거냐? 사장님이 아니라면 네 년이 어떻게 지금의 생활을 하고 어디서 약을 구할지 생각해 봐. 사장님이 아직 너를 찾으시기 때문에 오늘은 이 정도로 하지만 다시 한 번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 다음의 일은 네 상상에 맡기마. 오늘 일은 내 선에서 마무리 짓겠지만 사장님은 너그러운 분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사내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틀어쥐어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는 공포에 떨었다.

 “흑흑,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상욱 오빠! 내가 잠깐 미쳤어요. 용서해 주세요.”

 여자의 얼굴에 잠시나마 스쳐지나간 것은 안도의 기색이었다. 이 공포의 밤이 끝날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

 “정근아, 출발해라. 사모님 댁까지 모셔다드리고 가자.”

 “알겠습니다. 형님.”

 앞좌석에 앉아 있던 덩치는 대답을 하고 바로 차량에 시동을 걸었다.

 한은 자신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 곧 끝날 기미가 보이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차량까지 가서 그 차로 저 대형국산차를 쫓기에는 늦었다. 이곳은 골목이라 지나가는 택시도 보이지 않았다.

 한은 여자를 태운 대형차가 50미터를 진행하다가 골목길을 우회전하자 그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한 걸음이 순간적으로 10여 미터를 건너뛰는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그렇게 50여 미터의 거리를 두고 쫓던 한은 차가 골목길을 벗어나 8차선 도로로 진입하자 도로변 4층 건물의 지붕으로 몸을 솟구쳤다. 13미터 높이를 중력을 무시하고 뛰어오른 것이다.

 가볍게 건물 위로 뛰어오른 한은 불이 꺼진 건물들의 지붕들을 연이어 발로 차며 차를 추적했다.

 사람들이 보았다면 와이어액션이라도 찍는 줄 알았을 테지만 새벽의 골목길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사람이 있었다면 한의 추적은 다른 양상이었을 것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곳도 그의 발길을 잡지는 못했다.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은 능공천상제였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건너뛰는 것은 부신수영이었으며, 바람처럼 건물을 휘돌아나가는 몸놀림은 천룡구전의 신법이었다.

 한의 달리기에는 이미 현대에는 전설로도 남아 있지 않은 고대의 절학들이 녹아들어 있었다. 무상진결 2권 상반부 신법편에 기재되어 있었던 무명산인이 수집한 절기 중의 일부였다.

 시야에 차를 놓치지 않은 채 무서운 속도로 추적을 계속했다. 차량은 수원 영통동의 대단위 아파트단지로 접어들었다. 아파트단지 사이를 10여 분 동안 주행하던 차는 아파트의 경비실 앞에 섰다.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앉아 있던 남자가 나와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뒷좌석에 있던 남자가 먼저 내리더니 뒤따라 내리는 여자의 손을 부축했다.

 여자의 얼굴에 핏자국은 없었다. 차 안에서 닦은 듯했다. 여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로 이마를 살짝 가리고 있어서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면 여자의 얼굴에서 상처를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들어가시지요. 사모님.”

 얇은 입술의 남자는 정중하게 여자를 대하고 있었다. 공원에서의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예, 들어가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제가 드린 말씀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모님, 사장님이 며칠 후 오실 예정이라서 제가 계속 수원에 머물며 사모님을 모시게 될 것입니다. 푹 주무십시오. 저는 오후 2시쯤 찾아뵙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여자는 자연스럽게 돌아섰다. 하지만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길에 비웃음이 어렸고, 여자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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