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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모기
작가 : 박아스
작품등록일 : 2016.9.4

잡힐듯 말듯.

모기.

 
3
작성일 : 16-09-06 14:34     조회 : 413     추천 : 0     분량 : 7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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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3.

 

 

 검시 요원들이 도착한 후.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이곳저곳에서 번쩍이는 짧은 섬광을 따라 모기들이 이곳저곳을 날아다녔으나 아무도 모기를 잡을 생각을 하진 않았다.

 첫 번째 사건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모기들 역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었기에 현장보존의 원칙에 따라 검시 요원 중 몇몇은 지퍼백을 들고 모기들을 하나씩 잡아넣고 있었다.

 영일 역시 모기 잡는 것에 동참하고 있던 와중 창환은 방 안 한편에 책상에 놓인 낡은 컴퓨터를 부팅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은 화면의 부팅 화면에서 이내 오류 화면이 떴다.

 컴퓨터는 이미 오래전에 고장 난 듯 보였다.

 요즘 시대의 대부분의 증거는 컴퓨터에서 나오기 마련이었다. 특히나 전자기기에 능한 대학생이라면 컴퓨터를 사용했을 것이 분명했지만 창환은 컴퓨터 수리 기사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전자기기라고는 휴대폰을 쓰는 것도 버거운 그는 컴퓨터는 포기하고 서랍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뭐라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서랍을 뒤지던 그때 검시 요원 중 하나 말을 걸어왔다.

 

 "이 시체. 원래 의자에 묶여 있었나요?"

 

 "예? 네. 저희가 왔을 때 그대로인데요."

 

 검시 요원은 "쓰읍." 하더니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이상한 점을 찾은 모양이었다.

 

 "뭔데요?"

 

 궁금증에 창환이 시체에 다가가자 검시 요원이 말했다.

 

 "이거. 피해자 상태 보면 못해도 일주일은 훨씬 넘어 보이는데, 이 끈은 완전 새 거예요. 새 거."

 

 검시 요원의 말이 맞았다.

 보통 박스를 포장할 때나 쓰는 노란 노끈은 마치 방금 산 것처럼 색이 바래지도 않았을뿐더러 끊어질 것 같지도 않았다.

 검시 요원이 이상해한 점은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여기 손목이랑 발목을 묶어놨는데, 묶인 자국이 없어요. 보통 묶인 상태로 사망하면 자국이 보라색으로 남거든요? 근데 정작 손목 하고 발목은 깨끗해요."

 

 이번에도 검시 요원의 말이 맞았다.

 손목은 물론 발목까지 구속되어 있던 피해자는 아무런 자국도 남아있지 않았다. 굳이 찾자면 눌린 정도였다.

 

 "이건... 그냥 고정을 해놓은 거 같거든요? 잘 보며 세게 묶지도 않았어요."

 

 창환은 그제야 대학교 학생처에 가는 도중 걸려왔던 거친 숨소리의 통화를 기억해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범인은 이 자리에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런데 왜 전화를 했을까?

 

 

 14.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인근 파출소에서도 현장 지원을 나선 순경들이 도착했다.

 순경들은 현관에 노란 폴리스 라인을 친 후 어느새 몰려 방안을 기웃거리는 구경꾼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어느새 어수선해진 분위기 속에서 검시 요원 중 하나가 창환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희는 다 끝났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신원은 외관상으로는 확실하진 않으니까 일단 지문 검사한 후에 결과로 받아보시죠. 아, 시신은 좀 이따가 수습하러 올 거예요."

 

 검시 요원의 말이 끝나고 창환이 짧게 목례하며 "수고하셨습니다." 하자 그들은 장비를 챙겨 순경들이 터주는 길을 따라 방을 나섰다.

 어느새 방 안에는 맨 처음처럼 창환과 영일만 남아 있었다.

 

 "선배. 이거 모기 이제 다 죽여도 되죠?"

 

 영일은 모기가 심히 거슬렸는지 신경질 적이 목소리로 창환에게 물었다.

 창환 역시 거슬리는 것은 마찬가지. 그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영일은 기다렸다는 듯. 모기약을 사러 나간다는 말과 함께 방을 나섰다.

 이제 방에는 창환 홀로 남아 있었다.

 그는 여전히 서랍을 뒤지며 뭔가 증거가 될만한 것들을 찾아내고 있었지만 딱히 건질 건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다.

 검시 요원들이 빨리 나간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고 생각하며 창환은 마지막으로 열어봤던 서랍을 다시 열어보았다.

 여전히 아무것도 없는 서랍. 창환은 괜히 시체랑 혼자 남은 것을 후회하며 영일과 함께 갈 것이라고 후회하던 그때, 열려있는 서랍 속에 아주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검시 요원들이 못 보고 그냥 지나친 듯 보이는 작은 구멍. 왠지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창환은 책상 위 널브러져 있는 볼펜 심으로 그것을 쑤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게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나무 합판이 위로 들리자 그는 옳거니 하는 생각에 합판을 떼내버렸다.

 합판이 없어진 자리에는 훨씬 깊숙한 자리에 작고 검은 수첩 한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왠지 모를 직감이 창환의 손을 수첩으로 이끌었다.

 손바닥 안에 딱 들어오는 작은 수첩. 그는 그것을 펼쳐보았다.

 

 

 15.

 

 

 수첩 안에 내용은 아무래도 이한솔로 생각되는 사람이 쓴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날짜와 그 날의 날씨 그리고, 그 날 있었던 일. 사실상 진짜 명목상으로 따지면 진짜 일기인 셈이었다.

 얼추 한 달 전에 있었던 일들이 쓰여 있었다.

 

 - 7월 14일 날씨 너무 더움.

 -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나한테 누구 휴대폰을 하나 훔쳐서 가져오면 백 만원을 준다고 했다. 싫다고 거절은 했지만 돈이 필요하다. 남들처럼 놀러 다니고도 싶고 꾸며보고 싶다. 고등학교 때 내가 한 일이 학교에 다 알려져 셔 그런 걸까? 내가 한 게 아닌데, 사람은 날 믿지 않는다. 억울한데, 돈은 벌고 싶다. 아르바이트비로는 이제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다. 난 돈이 필요해!!

 

 - 7월 16일 날씨 너무 더움

 - 아빠한테 용돈을 보내달라고 했다가 욕을 먹었다. 해준 것도 없으면서 왜 욕을 하지? 나쁜 새끼.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전에 그 사람이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난다. 백 만원이면 당장에 급한 건 다 갚을 텐데, 컴퓨터도 고치고. 돈도 갚고. 왜 엄마는 내 이름으로 대출을 해서 날 힘들게 하는 걸까? 너무 힘들다. 다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7월 18일 날씨 조금 더움

 - 결국 또 저질렀다! 그래도 돈은 받았으니까 상관없다. 당장에 급한 게 더 많으니까, 왠지 상관없을 거 같다.

 진즉에 이럴 걸 괜히 고민한 거 같다.

 

 -7월 19일 날씨 짜증남

 -과 애들이 뭐가 없어졌다고 자꾸 난리를 친다. 내가 알게 뭐야?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신경을 안 쓰고 싶었는데도 자꾸 신경 쓰게 된다. 오늘은 우울하다. 괜히 애들한테 욕도 먹고 쪽지시험도 망쳤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벌은 왜 내가 받는 걸까?

 

 -7월 22일 날씨 엄청 더웠음

 - 무섭다. 요즘 밤만 되면 누가 자꾸 집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취객인가? 그것보다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내가 훔쳤던 휴대폰을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면 돈을 입금한다고 했다. 왠지 학교에 또 소문이 퍼질까 봐 무섭다.

 

 수첩의 내용은 이게 마지막이었다.

 그전에 자잘한 내용들도 있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게 전부였다.

 확실한 건 이한솔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대학원생 김상원의 휴대폰을 훔친 것이었다.

 이제 남은 건 이한솔에게 접촉해 휴대폰을 훔치라고 사주한 놈을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시간문제였다.

 사건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자 창환은 오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수첩을 바지 주머니에 고이 넣었다.

 

 

 16.

 

 

 오피스텔에 사건에 이어 추가로 사건이 벌어졌다는 창환의 보고에 팀장인 혁수가 길길이 날뛰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반응이긴 했지만 혁수가 이렇게나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한 창환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렇게까지 사건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한 창환은 그저 초기 대응을 잘못한 자신을 탓하며 예예하며 혁수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거의 반 시간 동안 날뛴 혁수가 겨우 진정하고 내뱉은 말은 앞으로의 걱정이었다.

 앞으로의 수사 방향도 그러했지만 언론 역시 이 사건을 연쇄 살인이라고 보도할 게 분명했다.

 관할서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욕을 먹는 것은 관할서 책임자들이었고 다음엔 수사를 했던 팀이었다.

 연쇄 살인이 일어난 건 어쩔 수 없지만 막을 수 없는 건 또 아니었다.

 다만 그전에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경찰의 무능함을 탓하며 안 그래도 주목받는 이 사건을 더욱더 부풀릴 것이 뻔하니 걱정스러운 건 창환도 그러했다.

 방 안에서의 시간이 흐르고 시신을 수습하는 인원이 왔다 간 다음에도 영일은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드는지 계속해서 모기약을 뿌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방 안에는 모기들이 멀쩡하게 활공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창환이 착잡한 표정으로 모기약을 뿌리고 있는 영일에게 말했다.

 

 "가자. 여기 있어서 더 뭐하냐. 정리 다 끝났는데. 팀장님이 일단 복귀하랜다."

 

 "아, 네."

 

 영일은 다 써버린 듯한 모기약 통을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던져버리곤 방을 나서는 창환을 따라나섰다.

 방에서 나오자 비는 아까보다 훨씬 더 거세게 내리며 간간히 천둥까지 치고 있었다.

 아직 이른 오후였으나 하늘은 달이라도 뜰 기새의 어두컴컴해져 빗소리와 함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17.

 

 

 방안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

 창환이 안전벨트를 매자 영일이 창환에게 라이터를 건넸다.

 

 "받으세요. 아까 모기약 사면서 사 왔어요."

 

 "아. 땡큐."

 

 안 그래도 담배를 태우고 싶던 차에 잘됬다고 생각한 창환이 창문을 내리고 담배를 입에 물자 영일이 말했다.

 

 "선배. 저도 하나만 주세요."

 

 창환이 영일을 흘끗 바라보았다.

 영일은 결혼하고 애가 생긴 뒤 담배를 끊은 지 일 년이 넘은 상태였다.

 자기가 담배를 달라고 하면 벌금 오 만원씩 내겠다며 자신 있게 담배를 끊었던 영일이었으나 역시 오늘 같은 날은 쉽게 지나갈 수 없었는지 영일은 꽤나 진지한 말투였다.

 창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담뱃갑과 라이터를 영일에게 건넸다.

 피 터지는 현장을 보는 것이 일상이라지만 이런 날은 유독 힘들었다.

 집에서 쉬고 나온 창환도 견디기 힘든데 삼일 밤낮을 새고 온 영일에게는 오죽했겠는가.

 창문을 열었지만 차 내에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빈속에 담배연기가 몸속으로 들어가니 창환은 괜히 속이 쓰렸지만 뭔가를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참... 별에 별 미친놈이 다 있네요."

 

 영일이 말하자 창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는 가끔 형사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이런 정신병자들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넌 저리 나게 싫었다.

 

 

 18.

 

 

 비에 젖은 생쥐 꼴로 서에 도착한 둘을 먼저 반긴 것은 팀장 혁수가 아닌 기자들이었다. 그새 정보가 새나 간 건지 엄청난 숫자의 기자들이 서로 앞 다투어 서에 출입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기에 영일과 창환은 어쩔 수 없이 경찰서 주변에 있던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곤 기자들 틈바구니에 껴 간신히 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그들을 반긴 것은 서장이었다.

 울그락 불그락 하는 얼굴의 서장은 창환을 발견하자마자 성큼성큼 걸어와 창환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형사?"

 

 "옛."

 

 창환이 오랜만에 보는 서장에게 재빨리 거수경례를 붙여 올리자 서장이 기다렸다는 듯. 구두 끝으로 그의 정강이를 냅다 차 버렸다.

 악 소리와 함께 창환이 정강이를 부여잡자 옆에 서 있던 영일이 움찔했다.

 젊은 시절 태권도 선수로 올림픽까지 나갈 뻔했다는 서장의 발 힘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수준이었다.

 

 "야 이 멍청한 새끼야! 너 저거 어쩔 거야! 저거 어쩔 거야?!"

 

 서장이 밖에서 인터뷰를 요구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기자들을 가리키며 호통을 치자 정문 앞을 지나가던 직원들이 모두 멈춰 섰다.

 

 "네가 그러고도 형사야? 어?!"

 

 "죄... 송합니다."

 

 창환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서장이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개놈에 새끼야, 네 놈 때문에 도대체 내가 위에서만 전화를 몇 통을 받았는지나 알아?! 어!"

 

 창환이 자세를 고쳐 잡고 일어나며 재차 말했다.

 

 "죄송합니다."

 

 "후... 너, 내가 한 번 지켜보겠어. 네 손에서 확실하게 못 끝내면 아예 다 옷 벗을 준비 해!"

 

 서장이 할 말을 마치고 씩씩대며 왔던 길로 돌아가자 영일이 창환에게 물었다.

 

 "괜... 않으세요?"

 

 "어, 어..."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리 연쇄 살인이라지만 서장이 직접 와서 이런 식으로 화풀이를 한 적은 없었다. 뭐, 화풀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지만 보통의 내리 갈굼이라면 팀장이 먼저 곤욕을 당하고 그 뒤에는 팀원들이 당하는 게 정석이었는데 이렇게 서장에게 직접 당하는 건 평소 때 혼나는 갈굼 당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창환은 이 모든 게 그 미친놈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입에 담기 힘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19.

 

 

 - 오늘 오후 두 시경, XX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원룸촌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는 XX대학교에 재학 중인 2학년 이 모씨로 밝혀져 원룸촌에 거주 중인 학생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 충격인 것은 여기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XX동 오피스텔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살해 수법이 매우 유사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동일범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오늘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초동수사와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을 인정하며 범인을 잡기 위해 현재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제까지나 보여주기 식으로 일관하던 경찰의 태도에 서울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경찰은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상 XX경찰서에서 손경미 리포터였습니다.

 

 혁수가 신경질을 내며 TV를 끄며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냐?"

 

 할 말은 많지만 굳이 말했다가는 경을 칠 수도 있는 창환과 영일은 혁수 앞에서 뻘쭘히 서 있을 뿐이었다.

 

 "잘 논다. 잘 놀아, 어? 선배라는 놈은 지 귀찮다고 수사 종결해버리고 후배라는 놈은 지 졸리다고 차에서 자빠져 자고.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혁수가 창환과 영일을 비꼬면서 말하자 1팀 내부는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알아낸 게 그게 전부야? 이한솔이라는 애가 죽어있었고... 범인은 일부러 시체를 의자에 묶어놨다?"

 

 "예. 그게 전부입니다."

 

 혁수가 뒷목을 잡으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사람처럼 말했다.

 

 "어이구, 어이구 혈압 올라. 무당이 아주 독한 놈한테 걸린다고 그랬는데 그게 니들이었어... 아이고. 내가 미친놈이지. 내가 병신이지... 많고 많은 병신들 중에서 이런 상병신들을 믿었으니 내가 제일 병신이지... 아이고... 너희는 오늘부로 일선에서 빠지고 지원으로 가."

 

 수사 일선에서 빠지라는 소리에 창환이 놀라며 대답했다.

 

 "예? 안돼요. 제가 할게요. 제가 꼭..."

 

 혁수가 재빨리 일어나며 신문지로 창환을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창환이 움찔하며 말을 멈췄다.

 

 "이게 진짜... 아오, 됐다 됐어. 내 손만 아프지. 야 네가 지금 한다고 해도 못해! 지금 광수대 애들로 사건 배속 다 끝냈다고 하더라. 그냥 듣기로는 그랬는데, 정보과에서 일하는 놈 이야기니까 뭐 확실한 정보야. 광수대 올 때까지는 그냥 탐문 수사 벌이고 애들 오면 데이터만 넘겨줘."

 

 광역수사대라는 말에 창환의 눈이 뒤집혔다.

 어릴 적부터 경찰 중에서도 광역수사대에 들어가고 싶어 형사가 된 그는 몇 번이고 광역수사대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늘 자격미달이라는 이유만으로 광역수사대에 들어가지 못했었다.

 그 때문일까? 창환이 광역수사대에 품어서는 안 될 증오심은 웬만한 범죄자들 못지않게 엄청난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런 광역수사대에게 실수 한 번 했다고 담당 사건을 뺏긴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안돼요! 팀장님! 무조건 제가 할게요! 진짜 잡을게요! 진짜로!"

 

 창환이 간절하게 매달리듯 말하자 혁수가 비웃듯이 대답했다.

 

 "네가 뭘 잡아~ 그냥 광수대 애들 잡는 거나 도와줘. 어차피 협동 수사 아니냐?"

 

 말만 협동 수사. 사실상 창환과 영일을 비롯한 XX경찰서에 인원들 모두 광역수사대의 핫바지 취급이나 받을 게 분명했다.

 

 "말이 협동 수사죠! 따까리 아니에요! 따까리!"

 

 "그래서 뭐! 어떻게 해달라고오! 저어어기! 윗 선에서 광수대 애들이 꼬오오옥 필요하니까 보내준다는데 거절할까? 너 경찰생활 말년까지 그 계급 달고 살래? 정 억울하면 광수대 애들 오기 전까지 잡아! 광수대 애들도 지금 중국 마약 밀매 건 마무리 짓고 여기로 넘어온다고 들었으니까... 한... 일주일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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