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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경계 너머의 인간
작가 : 우아미
작품등록일 : 2017.12.18

종전 후, 7개 연합국은 순수 인간을 지키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협정을 맺고 벽을 세웠다. 그리고 매년 순수 인간의 기상을 높이기 위해 16세 청소년 중에서 '오니'를 뽑아 7개 지역을 다니며 종전을 기념했다. 올해는 연합국 중 최빈국이라 할 수 있는 퍼플에서 최초로 오니가 탄생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 때 연합국 내에서 원인 모를 두 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대상이 모두 오니였다는 점에서 연합국의 동맹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총 수상인 로렌은 까칠하지만 수사 실력만큼은 최고인 강선을 불러들여 조용히 수사해 달라고 의뢰한다. 강선은 로렌이 사건을 의뢰하기 전부터 자신이 따로 쫓고 있던 사건과 연쇄 살인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의뢰를 받아들인다. 선은 수사를 위해서, 초이는 최초의 퍼플 출신 오니인 자신의 투어를 해내기 위해서 함께 하기 시작하는데...

 
7. 재판의 민낯
작성일 : 17-12-18 12:43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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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휴정하겠습니다. 변호사와 검사는 재판장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껏 마젠타에서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린 공개재판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판사는 더욱 긴장했다. 판사는 오늘의 재판이 뉴스에서 며칠 동안 다뤄지게 될 것은 물론이거니와, 향후 자신의 커리어까지 좌지우지하게 될 만큼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판사는 두통이 온 듯 머리를 매만지며 변호사와 검사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본건에만 집중하시죠.”

 

 변호사와 검사의 과열된 양상을 지적하는 말이었다. 공개재판이기 때문에 양측 다 민심을 잡을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조금 뒤 있을 증인심문이 걱정이군요.”

 

 판사의 한마디에 검사는 좋은 먹잇감을 찾은 듯이 바로 말을 덧붙였다.

 

 “법정에 나오기는 하나요? 아니지, 실체가 있는 사람이긴 하나? 원체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를 아는 사람이 없다던데.”

 “반대심문이나 잘 준비하시죠. 아니, 반대 심문이 준비 안 된 건가요?”

 “말도 안 되는 사람을 증인 신청 하다니. 아무리 관심을 받고 싶다고 해도 이건 뭐... 판사님, 증인 채택을 철회해 주십시오.”

 “많은 것을 내려놓고 어렵게 자리에 나오기로 결심한 증인임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재판장님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잘 심문하겠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구만.”

 “뭐가 어이가 없어? 반대 심문이나 잘 하시죠.”

 

 판사는 격이 없어지는 검사와 변호사의 대화를 듣자 두통이 더 심해지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다툼은 법정에서 마저 하시구요. 어쨌든 본건에만 집중해 주시라고 다시 한 번 간곡히말씀 드리죠.”

 

 사람들이 하나 둘 법정으로 들어가고 변호사와 검사들마저 모두 들어가자, 문이 닫혔다.

 

 “속개하겠습니다.”

 

 초이와 아이는 재판이 이렇게 지루한 것인지 몰랐다. 어른들이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것 같았다.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변호사나 검사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이야기를 하면 아이는 자신을 혼내는 것 같아 무서웠다. 그럴 때마다 옆에 앉은 초이의 손을 꼭 잡았다. 초이도 아이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변호사 옆에 앉은 첸은 그새 너무 많이 초췌해져서 아이조차도 처음에는 아버지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 아이는 아버지가 안쓰러워 아버지만 계속 쳐다봤다.

 

 재판장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새롭게 채택된 증인이 재판장에 들어왔을 때부터였다. 증인이 자리에 앉자, 순간 재판장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사람들의 흥분과 놀라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첸의 변호사가 증인에게 다가가 담담한 어투로 심문을 시작했다.

 

 “증인은 피고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네.”

 “원래 잘 아는 사이입니까?”

 “아니요.”

 “그럼 언제, 왜 만났습니까?”

 “5월에 두세 번쯤 만났습니다. ‘은밀한 제안’을 하더군요,”

 “은밀한 제안... 이라... 그게 무엇인지 본 법정에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고 계실 겁니다. 아시는 그대로 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정확하게 이야기 해주시죠.”

 “큰 아들이 무슨 훈련 중에 십자인대가 파열됐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은밀하게’ 작업해 주기를 바라더군요.”

 

 피고인석에 앉은 첸은 더 듣기도 전에 고개를 푹 숙였다. 변호사가 살인 혐의를 벗을 수있는 중요한 증인을 새로 신청한다고는 했지만, 신청한 증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다.초이와 아이는 재판장의 분위기가 왜 이런지, 그는 누구인지 당췌 알 수가 없었다.

 

 “‘은밀한 작업’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하게 됐는지 이야기해주시죠.”

 “아시잖아요. 백퍼센트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이 연합국을 이런 식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저 같은 존재도 필요 없었겠죠. 제 개인적인 욕심 만으로 하는 일은 아닙니다. 수요가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요.”

 

 자신 또한 범죄자임에도 증인석에 앉은 이는 너무 당당했다. 그런 태도가 검사의 심경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첸의 이야기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요즘에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아요. 아시잖아요? 요즘 연합국의 분위기. 그런데 첸의 거래는 안 받아줄 수 없더군요. 아들이 경찰대에서 수석을 할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십자인대, 그 조그만 것 때문에 사람 인생을 망칠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해줬습니다. 백퍼센트가 아니면 자퇴해야 한다고 해서 말이에요.”

 “그렇다면, 그 은밀한 작업이란게 정확하게 무엇입니까?”

 “생각하시는대로, 수술입니다. 기록에 남지 않게 파열된 십자인대를 ‘인공’ 십자인대로 바꿔줬습니다.”

 

 결국 재판장에서 ‘인공’이라는 단어가 나오고야 말았다. 종전 이후로 인공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말로 인식되었다. 재판에 참관왔던 사람들 모두 손을 입에 갖다 댈 정도로 크게 놀랐다.

 

 “은밀한 작업, 아니 이제 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죠. 인공 인대를 몰래 수술해 준 날은 언제인가요? 혹시 기억하십니까?”

 “아주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공교롭게도 마젠타 전 수상님이 피살 당한 날이거든요. 옆 건물에서 피습이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수술 후 쉬고 있던 진에게 필요한 물건을 챙기러 첸이 몰래 나가다가, 재수 없게도 옆 건물에 수사하러 온 경찰들과 만난 것 같더군요.”

 “그 날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있습니까?”

 “이 유에스비(USB)안에 영상이 있을 겁니다.”

 “무슨 영상이죠?”

 “뭐, 일종의 장부 같은? 요즘 누가 장부 쓰나요? 이렇게 찍어서 보관하지. 효과도 더 좋고.”

 “재판장님, 이 유에스비를 새로운 증거로 신청하겠습니다.”

 

 이 사람의 말투와 태도가 그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어둠의 세계에서 이름이 날 정도로 실력은 확실한 그였지만, 양심이나 사명이 있는 종류의 인간은 아니었다.

 

 변호사의 심문이 끝나고 곧바로 검사의 반대 심문이 이어졌지만,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검사측은 증인의 법정 출두 부터가 이미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변호사측에서 어떻게 그를 찾아서 법정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워낙 이름과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는 밝혀진 것이 없는 그였다. 그는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사는 사람이었다.

 

 고작 검사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런 것이었다.

 

 “증인 선서했던 것을 기억해주십시오.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위증의 죄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혹은 “증인은 자신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것입니까? 이것은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도였던 것이다.

 

 이런 말도 증인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계속 첸이 살인의 범인이 될 수 없다는 증거가 유에스비 말고도 많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그를 누가 협박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 힘이 있는 사람이 배후에 있어서 든든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을만큼 한결같은 태도를 취했다.

 

 “오늘의 재판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최종 선고 기일에 뵙겠습니다.”

 

 항상 했던 이 짧고 단순한 말도 오늘은 달랐다. 판사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심란해 보였다. 판사는 재판장을 나서며 최종 선고 기일까지는 잠도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재판에 참석한 기자들은 이 긴 재판을 지켜 본 것이 의미 없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오늘 하루의 재판만 가지고도 몇 일 동안의 기삿거리는 충분히 나왔다.

 

 재판이 마무리 되고, 이렇게 모두가 다 다른 감정을 가지고 법정을 나가고 있을 때에도 아직 법정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초이와 아이 그리고 선이었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나가지 못했던 이유는 첫째는 보안상의 이유였고, 둘째는 아이가 나가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첸도 이미 경찰관과 함께 가고 없엇지만, 아이는 이게 아버지와의 한동안의 이별을 위한 인사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정이 지체되는 것을 싫어하는 선 조차도 아이의 슬픔에 대해서는 화를 낼 수 없었다. 초이처럼 손을 잡아주며 아이를 달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선은 어딘가로 전화를 해 자신이 싫어하는 부탁을 또 했다. 평생 부탁을 들어주기만 했던 그인데 이번 사건을 맡으면서는 계속 부탁을 하게 됐다.

 

 기자들이 하이에나처럼 득실대고 있는 정문으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니인 초이도 초이지만 첸의 아들을 모두 노리고 있을 것이었다. 이 아이의 슬픔에 불을 지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선은 전화가 오자 알았다는 얘기와 함께 조용히 아이와 초이를 데리고 법정의 뒷문으로 나갔다.

 

 “살인 사건은 잘 처리 될 거야. 그런데 이제 첸은 다른 이유로 다른 재판을 받아야 할 거야. 물론 그에 대한 처벌도 받게 될 거고.”

 “아까 그 아저씨 때문이죠?”

 “아니, 그 아저씨는 그 아저씨 나름의 책임을 지게 될 거야. 너희 아버지도 본인의 선택만큼의 책임을 지게 될 거고. 네 아버지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대가를 치를 거야. 누구나 그러는 거야. 선택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르거든.”

 “형을 위한 건데, 그게 그렇게 나쁜 거에요?”

 “어쨌든 연합국 법에는 어긋나니까. 하지만 이제부터 형이 네 옆에 있을 거야. 지금 집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정말이요?”

 “그래. 우리가 집으로 데려다 줄게.”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초이가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네가 용기 있는 행동을 했어. 덕분에 형도, 아버지도 네 곁으로 곧 갈 거야.”

 “아빠는 구하지 못했어.”

 “아니야, 네가 모두를 구한거야. 아버지도, 형도 너를 칭찬해 줄거야.”

 “정말?”

 “응, 그럼. 물론이지. 누나도 너한테 많은 걸 배웠는걸.”

 “누나, 보고 싶을 거야!”

 “형이랑 같이 킹덤으로 와. 전화도 하고. 알았지?”

 “응, 그럴게.”

 

 낡은 차 한 대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선이 운전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아이와 초이를 태웠다. 차는 법원 앞에 잔뜩 서있는 기자들과 군중 옆을 유유히 지나갔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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