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지피, 당신을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커다란 나무 책상에 앉아 작은 아이 로봇의 팔을 고치고 있던 지피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듯이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경찰 중 한 명이 지피에게 총을 겨누려하자, 선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방안은 시간이 멈춘 듯 조용했다.
“가지.”
조금도 흔들림 없는 짧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지피는 다 고친 팔을 로봇에 끼우고 목에 나비 넥타이를 하더니, 이를 가리키며 선에게 ‘너를 위한 선물’이라고 했다. 선은 슬픈 듯 아무말 없이 지피를 자신의 아버지를 부축하듯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데리고 방을 나갔다.
경찰서 앞은 이미 취재진으로 가득했다. 연합국 7인회의 전 수장이자 현재 총연합국 수상인 로렌의 아버지인 지피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들어가는 장면은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만한 것이었다. 종전이후 지피를 중심으로 모였던 연합국의 결속력이 흔들릴만큼 중대한 사건이었고, 언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생각보다 늦어진 피의자의 도착에 느슨해져 있던 취재진들이 갑자기 일제히 전화를 받더니 포토라인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카메라 기자는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다. 경찰차가 거의 도착했다는 신호다.
지피는 경찰서로 향하는 내내 작은 표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피의자가 느낄 법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것 같았다. 경찰차가 경찰서 안으로 들어서자 지피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선을 바라보았다.
“미스터 강, 아까 살인이 아니라 ‘미수’라고 했나?”
“네. 초이는 현재 안전한 곳에서 쉬고 있습니다.”
“역시 그때 자네가 있었군. 하하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몸을 흔들어대며 웃기까지 하는 지피의 모습은 기괴했지만, 그의 표정은 한결 홀가분해보였다.
“자네가 와줘서 고맙네. 자네의 선택이 연합국에 어떤 미래를 가지고 올지 지켜보겠네.”
경찰차에서 내린 지피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경찰서에 들어갔다. 기자들을 피하려고 빠른 걸음을 하지도 않았고, 답을 해주지도 않았다. 기자들은 이미 그의 안중에 없는 것 같았다. 지피다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