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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무사가 아름답다
작가 : 갈릴레오와
작품등록일 : 2017.12.5

여러 왕국들이 자리잡은 혼란의 시대. 특히 사이가 좋지 않은 륜왕국과 융왕국.
평화의 시간도 잠시.혹시라도 모를 융왕국의 국경 침략에 대비해 륜왕국은 각 가문의 남자들에게 징집명령을 내린다.
어느날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 오빠. 병약한 남동생을 대신해 선유가 남장을 한 채 징집명령에 따르기로 한다

 
21. 너두 씻을래?
작성일 : 17-12-18 11:16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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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참 스승님 제가 몇 번을 말해요. 바가지채로 마시지 말고. 그리고 그 물은 빨래하려고. 혹시라도 물이 가물면 쓰려도 모아둔 거랬잖아요. 부엌에 가면 물이 있다니까 꼭 그렇게 마시다가 배탈이라도 나면. 또 약재구해오라고 시키실 거잖아요. 산을 내려갔다 올라오는 게 쉬운 줄 아세요. ”

 

 “아..따..그놈 잔소리가 여인네 저리가라네.”

 

 재담이 귀를 파고 난 후 허리춤에 있던 작은 술병을 꺼내 입에 대고 마시려고 하자. 얼른 과안이 빼앗았다.

 

 “어허! 이리 줘.”

 

 “싫어요. 술 줄인다 하셨잖아요.”

 

 “줄였어. 이봐 요만하잖아 술병이.”

 

 손가락으로 아주 작은 크기라며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등 뒤로 술병을 숨긴 과안.

 안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누가 보면 니눔이 내 마누란줄 알겄다. 이리 내놓지 못할겨.”

 

 “마누라는 무슨. 여자 손도 못 잡아봤을 거면서!”

 

 “무슨..소리야 이눔이..내가 소시적에 을마나 여인네들의 눈물을 머금게...아니 근데 친구들 왔는데 잔소리만 하고 있을겨? 어서 가서 먹을 게 있나 찾아보지.”

 

 “제 말이요.. 제가 어쩌면 문무학재 학우들 올 줄 모른다고 장봐온 거. 어제 누가 다 먹었는 거 아시는가 몰라요.”

 

 으크! 어제 따라 그렇게 고기가 땡긴다고 먹던 재담. 술이 술술 넘어가더니 결국 고기까지 다 먹어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거야. 고기에 대한. 술에 대한 예를 갖춘 거지. 그래도 맨밥에 나물이라도 가져다 줘야지.”

 

 “그렇지 않아도 가져다주려고 했어요. 지금.”

 

 과안이 부엌으로 탁탁! 발소리를 내며 걸어서 들어갔다.

 

 “에휴,,이제 좀 귀가 조용해졌네...음음음음음..♪♫♩ "

 

 평상에 누운 재담이 발을 한쪽에 건채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꿰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 있는 후한. 선유. 학술. 아한.

 지금 본 모습이 다 뭔가. 지금까지 알던 과안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리고 신비로운 존재라 짐작했던 스승 재담의 모습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차이가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보던 네 사람. 뭐라고 해야 할지 누가 뭐라고 말도 못하고 서 있었다.

 그때 무슨 생각이 난 건지. 평상에 누었다가 벌떡 일어난 재담. 왜 저러나 모두의 시선이 재담에게 쏠렸다.

 

 “쉿!”

 

 조용히 하라며 손짓한 재담. 얼른 작은 술병이 있던 허리의 반대쪽에서 그 보다 더 작은 술병을 꺼냈다.

 

 “히히히히 이눔아. 이건 몰랐지. 히히히.”

 

  작은 술잔의 술을 먹느라 입술이 가운데로 모아진 재담. 다들 그런 그의 모습이 황당해서 보고 있지만 선유만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전쟁이 끝난 후 어느날 부터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집에 들어오던 오라버니 장유.

 그런 장유 부축하려다 휘두른 팔에 어머니 선화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술 냄새.... 어머니를 도와 부축하려다 장유에게서 나는 술 냄새에 결국 선유는 코를 막고 물러섰다.

 

 싫다...저 술 냄새....

 

 성실하던 장유가 아버지 편유의 죽음이후 달라져갔다.

 그 기억이 선명해지자 재담을 바라보는 선유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지금...내가 보는 게 맞아? ”

 

 아한이 고개를 흔들어 보며 자신의 뺨을 두드렸다. 그러다 학술의 얼굴을 툭툭 두드려보았다.

 

 “왜이래! ”

 

 짜증 섞인 학술. 째려보자.

 

 “맞네. 성질 드러운 형님 목소리.”

 

 “뭐?”

 

 “늦출이. 신출이.”

 

 아한이 부르는 소리에 선유와 후한이 쳐다보았다.

 

 “맞네. 지들 이름 아는 거 보니. 꿈이 아닌 거..이거 뭐야...실화인겨?”

 예상했던 재담과 전혀 다른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아한은 자신의 얼굴을 두드려보았다.

 

 +

 시간 이른 저녁.

 

 “하하하하하 ”

 

 재담의 웃음소리에 겹쳐 학술과 아한의 웃음소리까지 겹쳐 마당에 울렸다.

 결국 재담이 권한 술을 한 두 잔 받아마시던 학술과 아한. 달아오른 취기에 새어나오는 웃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그 옆에서 후한은 이미 술에 취해 평상에 누워 있었다.

 이젠 포기다. 옆에서 고기를 굽던 과안은 나도 모르겠다.

 구웠던 고기가 익었는지 맛을 보고 있었다. 선유만이 꼿꼿하게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대체 이곳이 무예를 익히는 것에 도움이 되려는 곳인지...

 힘들게 이 곳에 왔는데...이 모습을 보려고 그렇게 온 건지...

 

 왠지 선유의 가슴 한 켠이 공허해졌다

 

 “에구! 이눔 골아 떨어졌네.”

 

 그제야 보니 웃던 학술과 아한까지 골아 떨어져. 후한 옆에서 쓰러져 자고 있었다.

 

 “에이...뭐가 다들 이리 술에 약해....딸꾹!”

 

 굽던 고기를 내려놓고 일어선 과안.

 

 “술이 약한 게 아니라 스승님이 쎈겁니다. 아주 엄청. 무지막지하게. ”

 

 “어서 방 안으로...밤바람에 입 돌아가면....거 단련이고 뭐고..없어 딸꾹!”

 

 “거 ..수련을 하겠다는 애들한테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 먹인 거 누구더라.”

 

 “에휴...거 참 말 많다....저 눔....딸꾹”

 

 “늦출아.”

 

 과안이 혼자서 늘어진 이들을 옮길 수 없다. 밤바람이 차다. 함께 옮기고자 선유를 불렀다.

 

 “아...응..”

 

 과안이 학술이부터 한쪽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었다.

 

 윽..

 

 선유가 학술이 정도의 체격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생각보다 무거웠다. 무릎에 그 힘에 구부러졌다.

 

 “으윽.!!”

 

 “넌 체력부터 길러야겠네.”

 

 “으....응..”

 

 학술이를 방 안에 눕혀 놓고 나서 그 다음은 아한. 학술이보다 체력이 큰 아한이라 선유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결국 과안이 혼자서 아한을 끌고 가는 형국이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선유가 돕기는 했는데. 그녀의 무릎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더욱 구부려졌다.

 소변이 급한지 일어서는 재담을 보자 과안이 소리쳤다.

 

 “뒷간에 가요. 아무데나 가지 말고.”

 

 “딸꾹! 귀신같은 놈....오줌 누는 것 까지 간섭이야..알았다 이눔아..딸꾹.”

 

 방안에 학술과 아한을 눕힌 과한과 선유. 힘들다. 둘다 숨을 헉헉이고 있다.

 

 “이제 신출이 하나 남았지.”

 

 “응.”

 

 볼일을 보고 난 후 돌아온 재담. 평상에 홀로 누워 있는 후한에게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잠들어 있는 후한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음....어딘가 평범해 보이지 않는 귀한 느낌에 재담이 눈을 비비고 다시 그의 모습을 보았다.

 

 “늦출...아 나 물 한잔만 먹고 가께.”

 

 “응...”

 

 후한을 데리고 가려고 오던 선유. 자고 있는 후한을 보고 있는 재담을 보자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를 들었는지 재담이 돌아보았다.

 

 “얘두 문무학재 다니는 거 맞니?”

 

 재담이 손가락으로 후안을 가리켰다.

 

 “예....”

 

 별로 대답을 하고 싶지 않다.

 

 술주정이나 하는 남자랑...

 

 억지로 대답하는 선유에게 다가오는 재담이 이번에는 그녀를 살폈다.

 

 왜...이래 또...아..술 냄새..

 

 선유가 자기도 모르게 코를 막았다.

 

 “종각이보다 이쁜 남자는 처음 보네 또. 허허허.”

 

 “예?!!”

 

 자연스럽게 그렇다 대답을 해야 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놀라 대답을 하고나서도 선유의 가슴이 덜컥 뛰었다.

 

  티가 난 건가...뭔가?

 

 “사..사내 맞지요.”

 

 부엌에서 나오던 과안이 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며 재담을 스치고 지나가며 잠든 후한을 일으켜 세웠다.

 

 “늦..출아..어서.”

 

 “어?...응”

 

 과안이 부축한 다른 쪽의 후한의 팔을 들어 자신의 어깨에 걸친 선유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후한의 긴 팔이 자신의 가슴 쪽에 닿으려고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여자라고 묻고 난 후에도 계속 자신을 보고 있는 재담의 눈길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하긴. 여인이 전장에 나가는 일이 없으니..”

 

 재담이 천천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후한을 부축하고 가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재담이 한 말이 떠올랐다.

 

 왜. 여자가 전장에 나가지 말래. 웃겨.. 사내만 무예를 익히라는 법이 있나. 여자든 누구근 실력만 되면

 전장에 나가 왕국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거지..

 

 후한마저 방 안에 눕히자 방 안에 남자 세 명으로 가득 찼다.

 

 “어떡할래. 너까지 여기서 자기엔 너무 좁지? 내 방에서 같이 잘래? 그럼?”

 

 남자 세 명을 옮기느라 힘들었는지 과안이 숨이 거칠어졌다.

 이마에 땀을 닦으며 보며 묻자 선유가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아...니..아니..여기서..자야지..나두”

 

 “하아..덥다. 너두 씻을래? 저기 산 속 뒤편에 내가 받아둔 물이 있거든 그거 한 번 끼얹고 나면 땀이 쑥 들어가. 나 지금 갈 건데. 같이 갈래?”

 

 뭐...같이 씻자고?!!!절대 절대 안 된다.

 

 “아..니...하아...난 너무 피곤해서...그냥 자려구...나중에....신출이랑 다들 일어나면 그때..같이 씻지 뭐..하하하.”

 

 “그럴래? 땀이 나서 디게 찝찝할텐데....괜찮겠어?”

 

 “어?...응..당연하지..”

 

 나가던 과안이 선유를 돌아보았다.

 자신보다 더 힘들어 이마며 목에 땀이 흐르고 있으면서도 안 씻겠다고 앉아 있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늦출이...보기에는 여자처럼 예쁘게 생겨서 깨끗할 줄 알았는데...아니네..

 

 가지 않고 보는 과안의 시선에.

 

 “왜?”

 

 “응? 아냐..어서 자. 피곤할 텐데.. 내일부터 무예를 익히려면 힘들테니..”

 

 “어..”

 

 과안이 방문을 닫고 나가자 그제야 한숨이 나왔다

 

 “하아.....무예 익히는 것보다...이렇게 있는 게 더 힘들다.... ”

 

 산을 오르느라 땀에 절인 남자 세 명이 한 곳에 있는 작은 방. 선유가 다시 코를 손가락으로 막았다.

 

 못살아 정말... 킁킁.

 

 그러다 자신의 몸에 코를 가지고 대고 맡았다. 땀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아..몰라...차라리 딴 생각을 하자.

 

 무릎을 세운 선유가 자신의 얼굴을 무릎사이에 묻고 팔로 감쌌다.

 

 +

 

 잠시 후 달이 휘어청 밝은 밤.

 

 선유가 방에서 조용히 나왔다. 도저히 땀 냄새에 방안에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에서 흐른 땀으로 인해 옷까지 축축해 이대로 있으면 더욱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아까...과안이 뒤편 어디에 물을 모아둔 곳이 있다고 했지...?”

 

 “으허허. 시원하다”

 

 선유가 발걸음소리를 최대한 줄이며 집 뒤편 어딘가 있을 씻을 물이 있는 곳으로 가다 멈췄다.

 

  누가 있네..아...과안인가..? 오래도 씻는다.

 

 아쉬움에 발걸음을 돌리려던 그때.

 

 “누구냐..?”

 

 아..들은 건가? 그대로 가려면

 

 “늦출...이냐?”

 

 아.. 재담의 목소리 같았다.

 

 귀도 밝네. 저 사람.

 

 “아...예...잠이 안 와서...잠시 나왔다가..”

 

 “그럼 너두 씻지 그러니.”미쳤나. 내가 ..!!

 

 “아..아닙니다.”

 

 “사내끼리 뭐가 그리 부끄러움이 많아....”

 

 

 “어떻게 된 게..저 노인은 잠도 없어...”

 혹시라도 재담에서 들킬까 빠른 걸음으로 돌아오던 터라. 선유의 옷이 더 땀에 젖어버려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걸어왔다.

 

 “아...더 찝찝하다...”

 

 그대로 돌아오던 선유가 이상한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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