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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신이 죽은 세계: 엔드게임
작가 : 제비비
작품등록일 : 2017.12.3

이능력을 지닌 인간들의 세계. 어느 날, 신이 나타나 말한다.

"너희들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나를 위해 싸우고, 죽어라."

 
베놈 팽1
작성일 : 17-12-18 08:39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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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야?"

 

 수호가 반색하고 물었다. 고개만 살짝 쳐든 것이 아직은 일어나기 힘든 모양이었다.

 

 "그래, 걱정스럽다. 기껏 사람 만들어놨는데 아무런 보람 없이 객사할까봐."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나 악착 같이 살아남을 거니까."

 

 조금이지만 연하의 얼굴에 안심하는 기색이 걸렸다. 각오마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리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연하는 수호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은근히 말을 놓고 있다. 말을 놓으라고 한 적이 없는데. 아직은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하는 단계지만 완전히 변하는 날까진 머지 않아보였다.

 

 “근데 요즘 보면 은근히 말 놓는 것 같다?”

 

 별 생각 없이 톡 쏘아붙인 말에 당황했는지 수호는 황급히 앉은 자세로 바꿨다.

 

 “아! 미안해요, 형. 기분 나빴어요?”

 

 예쁘장한 얼굴이 울상이 됐다. 아무런 잘못 없는 연하지만 왠지 모르게 실수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아닌데 존댓말이랑 반말을 섞어서 하니까 헷갈려서.”

 “그게, 형이랑 있으면 왠지 모르게 편해서 저도 모르게 말을 놓게 되요.”

 “편해?”

 “네. 꼭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요. 왠지는 잘 몰라요. 그냥 그런 기분이 들어요.”

 

 수호는 얘기가 길어질수록 콩나물마냥 고개를 숙이다가 고개를 탁 쳐들었다.

 

 “근데 형이 싫다고 하면 안 그럴게요.”

 “아냐. 편한 대로 해.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연하는 진심이었다. 무엇보다도 수호에게 뭐라 할 입장이 아니었다. 그도 일곱 살이나 연상인 견우한테 말을 놓고 있으니까. 견우와 나이 차이를 알게 된 건 최근이지만 존대할 계획은 없었다.

 

 “그럼 나 말 편하게 해도 돼... 요?”

 “그렇다니깐.”

 

 수호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치 근심이 전시된 미술관처럼 하나의 근심을 지나니 또 다른 근심과 맞닥뜨렸다.

 

 “있지. 연하형...”

 “왜.”

 “오늘이 나 가르쳐주기로 한 마지막 날이잖아...”

 “그렇지.”

 “일주일동안 매일같이 찾아왔는데 안 귀찮았어?”

 “딱히 귀찮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그럼 즐거웠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래? 빙 둘러서 얘기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시선을 한 군데 두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던 수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일도 찾아와도 돼?”

 “그러던지.”

 “정말? 매일 와도 돼?”

 “상관없어.”

 “아싸! 진짜 매일매일 와야지!”

 

 수호는 아까까지만 해도 손가락도 까딱 못할 것처럼 굴더니 허락이 떨어지자 신이 나서 방방 뛰었다. 그러다 뭔가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탁 튕겼다.

 

 “아, 나 무기 가지고 왔는데 보여줄까?”

 “무기?”

 “응, 형이 저번에 활을 쓰면 어떻겠냐고 얘기했잖아. 괜찮은 생각 같아서 오는 길에 하나 샀어.”

 

 나이프류가 구하기도, 다루기도 쉽지만 수호는 쓸 수 없었다. 유나를 죽인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서 칼 종류만 들어도 손을 바들바들 떨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활 같은 걸 써야겠다는 말을 하긴 했다.

 그런데 오는 길에 활을 샀다고?

 의문이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동네편의점에서 활을 팔거나 하지는 않는다.

 도대체 어디서 산걸까? 설마 EP로 구입한 건가?

 고민 하는 사이 수호가 메고 온 가방에서 활을 꺼냈다. 여러 파츠로 나눠진 상태로 포장된 활이었다. 수호는 그 자리에서 포장을 뜯어 파츠를 하나하나 조립했다. 100센티 남짓의 유려한 곡선의 리커브보우가 순식간에 완성됐다.

 활은 좋은 무기다. 한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게임 매칭은 국가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총이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총이 없는 환경에서 활은 최고의 원거리 무기였다. 그런데...

 

 “사왔다는 게 그거야?”

 

 연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문방구에서 파는 장난감 활에 불과했다.

 사냥꾼놀이에서는 위력적일 것이다. 뭉뚝하니 꼭 손가락 같은 화살촉에 맞아도 알아서 픽픽 쓰러져줄 테니. 그런데 실전에서는 아니다. 활이 좋다고 했지만 장난감 활까지 염두에 둔 얘기는 아니었다.

 

 “응. 오는 길에 있는 문방구에 걸려 있길래 샀어. 어때? 장난감치고는 그럴듯하지?”

 

 수호는 장난감 활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리저리 훑어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반면에 연하는 미간에 힘을 팍주고 농담인지 아닌지 분간하려고 애썼다.

 

 “그렇긴 한데... 그걸 어디다 쓰게?”

 “당연히 싸울 때 쓰지. 여기다가 경도변환을 걸어서 써볼 거야.”

 

 아! 하고 연하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뱉었다. 경도변환을 사용하면 활의 내구도는 물론이고 장력도 증가해서 살상력을 높일 수 있다. 연하의 표정이 펴졌다. 경도변환이라는 어중간한 능력을 실전에 접목시킬 생각을 하다니. 하여간 머리는 잘 돌아가는 녀석이다.

 

 “괜찮네. 장난감이라 조립도 쉬울 테고.”

 “그치? 이제 활 쏘는 것만 연습하면 되겠다.”

 

 딩동!

 

 둘의 대화에 인터폰이 끼어들었다. 연하는 수호를 두고 인터폰 앞으로 갔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귀를 따갑게 했다.

 

 -야, 파송송! 형님이 병문안 오셨다! 어떻게 며칠만 쉬겠다는 놈이 일주일이 넘도록 소식이 없는 거냐?

 

 재욱이었다. 연하는 출입문을 열어주고 올라오라고 했다. 안 그래도 슬슬 찾아올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란과 수호를 불러 친구가 올 거라고 알렸다. 연하는 재욱에게 둘을 소개할 생각이었다. 연하의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기대감에 부푼 수호와 달리, 란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녀에게 인간은 여전히 위험한 존재였다.

 연하는 란을 안심시켰다. 여자를 더럽게 밝히지만 나쁜 녀석은 아니라고. 그러자 란이 안심하는 기색을 보인다. 좀 더 망설일 줄 알았는데 다행이었다.

 때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음?"

 

 현관으로 향하던 연하가 인터폰 앞에서 멈췄다. 화면에 비치는 재욱은 낯선 사람과 함께 있었다. 여자였는데 얼핏 봐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빨랑 안 여냐!

 

 재욱이 문을 두드리면서 다그쳤다.

 

 "잠깐 기다려!"

 

 연하는 시간을 번 뒤 란과 수호를 방에 숨겼다. 모르는 사람에게 둘(특히 란)을 소개하는 건 위험했다.

 연하는 부르기 전까진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뒤 현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잔뜩 인상을 쓴 재욱이 나타났다.

 

 "뭐 이리 미기적거려? 설마 여자라도 숨긴 건... 아아아!"

 

 연하가 대뜸 재욱의 코를 잡고 비틀었다. 란의 냄새를 맡고 난리를 피우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무슨 짓이야!"

 

 연하의 손을 뿌리친 재욱이 버럭 화를 냈다. 코를 잡아 비튼 건 능력을 쓰지 말아달라는 무언의 부탁이었지만 눈치 없는 재욱은 역시나 알아듣지 못했다. 연하는 활짝 웃었다. 눈치를 좀 채라는 일종의 신호였다.

 

 "어서와."

 "징그럽게 왜 그래...?"

 

 재욱이 질색하며 물러났다. 아무래도 눈치를 주는 건 무리 같았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낌새가 보이면 한 방 먹여서라도 냄새를 못 맡게 하는 수 밖에.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연하가 옆에 있는 여자를 보면서 물었다. 갈색으로 물들인 긴머리에 끝부분에 살짝 웨이브를 준 헤어스타일의 여자.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보는 순간 직감했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스러운 배우가 주인공일 때가 많다. 그녀는 딱 그런 부류였다. 외모가 독보적인건 당연하고 분위기 자체가 남다르다. 마치 그녀를 축으로 세상이 돌아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경우는 실제로도 사건을 몰고 다니곤 한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간에 말이다.

 웬만해서는 안 얽히는 편이 좋겠다. 연하가 내린 결론이었다.

 

 "아, 인사해. 이쪽은 내 여친 수영씨."

 

 재욱의 소개에 연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 여친?"

 "안녕하세요. 재욱씨 여자친구 하수영이라고 해요."

 

 하수영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연하는 손이 뒷목으로 향하는 걸 간신히 막았다. 지금 연하는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는 아들을 둔 아버지의 심정이었다.

 하수영이 공주라면 재욱은 용사가 된다. 용사와 공주. 그럴싸한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용사에게는 마왕을 무찔러야 하는 사명이 주어진다. 마을의 영웅이 아니라 세상의 영웅이 돼야 하는 것이다.

 엑스칼리버라도 있으면 모르지만, 기막힌 후각이 전부인 재욱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야말로 재욱은 승천을 꿈꾸는 미꾸라지였다. 그는 하루 빨리 깨달을 필요가 있다. 승천을 꿈꾸는 미꾸라지가 얼마나 추한지를.

 재욱과 하수영은 신발을 벗었다. 연하는 재욱 쪽으로 비켜 서서 하수영이 먼저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의도대로 하수영이 먼저 들어왔다. 바로 뒤로 재욱이 따라들어오려고 했지만 연하가 막아섰다. 그리고 대뜸 주먹을 맞대 정보 공유가 되도록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했다. 연하는 그동안 겪은 일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 보여줬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단단히 놀란 눈치였다. 연하는 재욱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

 

 그리고는 헤매는 하수영을 거실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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