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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어느 날 천사가 떨어졌다
작가 : 솜솜
작품등록일 : 2017.12.7

[빙의물]
의료봉사 중 갑자기 사고를 당해, 이상한 세상에서 눈을 뜬 세진.
다짜고짜 자신을 덮치려는 남자에게서 무작정 도망쳐 나와 숲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러는 도중 수상한 사람들에게 쫓기던 남자를 구해주게 되는데.......
점차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결심(2)
작성일 : 17-12-18 08:34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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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넓고, 꼭 양호실처럼 침대들이 있었으며, 한쪽 구석에는 약품을 넣어 놓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랍장이 있고 그 앞에 이상한 색깔의 액체들이 들어 있는 비커가 잔뜩 올려져 있는 책상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쪽에 뭔가 숫자들과 용어들이 잔뜩 쓰여 있는 종이뭉치가 한가득 올려져 있는 너저분한 책상이 따로 있었다. 그곳에 맨 처음, 렌케를 치료할 때 봤던 나이 지긋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론님. 이 분은 라일라님이시고, 각하께서 아론님의 조수로 허락하셨어요.”

  “뭐야?”

  아론이라 하는 나이든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위아래로 휙휙 쳐다봤다.

  “아, 안녕하세요!”

  얼른 소냐의 앞으로 한 발짝 나서서 아론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아무리 여기까지 온 게 내 의사가 거의 없었다 하더라도, 이 일을 하기로 한 이상 저 사람은 앞으로 내가 열심히 배우고 도와야 할 상사였다. 떠밀려왔다 해도, 당사자가 나인 이상 부딪혀야 하는 건 나인 것이다.

  “라일라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흠.”

  아론이 콧방귀를 뀌었다.

  “소냐 씨. 가봐도 돼요.”

  “아 그럴까요? 괜찮으시겠어요?”

  “그럼요.”

  소냐가 나와 아론을 몇 번이고 번갈아 쳐다보더니 아론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나갔다.

  “이제 와서 조수를 하겠다니. 식충이처럼 있던 게 질렸나보지?

  ‘식충이!!’

  반박하고 싶었지만 너무 사실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래, 이제 와서 나타난 이유가 뭐냐? 뭐 할 줄 아는 건 있고?”

  콧방귀를 뀌며 물어오는 아론은 아주 까칠하고 꼬장꼬장한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뭐, 그런 환자나 의사들은 많이 봤으므로, 이번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할 줄 아는 거 많습니다! 응급처치도 할 줄 알고, 힘도 세고, 체력도 좋습니다! 청소도 잘 하고요!”

  의욕을 불태우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흥.”

  아론은 여전히 내가 미덥지 않은지 또 한 번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미덥지 않을 수 있지.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앞으로 행동으로 내가 얼마나 듬직한 조수인지를 증명하면 될 것을.

  실습까지 다 포함하여 5년차 간호사로서,아주 자신 있었다.

  아론의 저런 태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더욱 의욕이 넘쳤고, 아론의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까지의 선택은 반 강제였다면, 이제는 정말 일 해볼 마음이 생긴 것이다.

 *

  아론이 쓰는 방은 총 두 개였다. 하나는 양호실 같이 생긴 진료실, 하나는 아론의 방. 아론은 꽤 너저분하게 어지르는 편이었지만 하녀들이 맡아서 청소했기에 방과, 진료실의 침대들 자체는 깨끗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론의 책상들과 약병들을 넣어놓은 서랍장에 있었다. 잔뜩 쌓인 종이들은 전부 아론의 연구 자료들이었는데, 그는 하녀들이 정리한답시고 자료들을 섞어놓는 것을 아주 싫어해서 그녀들이 청소를 할 때마다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고 한다.

  자꾸만 먼지가 쌓이는 약병과 종이뭉치에 하녀들은 항상 그것들을 정리하고 싶어 했지만, 아론이 싫어하니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 점심 때 날 찾아와서 전해준 소냐의 정보들이었다.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내가 빨리 먹고 다시 진료실로 가느라 다른 얘기들은 듣지 못했다.

  “아론님! 저 왔습니다!”

  혹여나 늦게 왔다고 꼬투리가 잡힐까 싶어 부랴부랴 진료실로 왔지만 정작 진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론은 아직 식사중인 모양이었다.

  “으쌰.”

  하나로 묶은 머리를 아예 돌돌 말아서 틀어 올렸다. 그리고 양 팔의 소매를 척 걷어 올렸다.

  날 못미덥게 생각하는 아론이 알아서 공부해보라며 책을 하나 던져줬을 뿐, 아직 뭘 시키거나 하지는 않은 상태.

  명색이 간호사로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찾아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꽤 있었다.

  자고로 입원실이라 함은, 청결에 또 청결에 또 청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걸레를 여러 개 빨아 와서 사방을 돌아다니며, 창틀이고 침대 구석이고 약병이고 하나하나 먼지를 빡빡 닦았다.

  먼지를 닦아내며 환기도 한번 시켰더니, 진료실에는 청결한 느낌이 가득했다.

  하지만 여전히 걸리는 게 있다면 바로 저 먼지 쌓인 종이 뭉치들!

  눈에 걸린 이상 일단 책상으로 다가갔다. 손을 대지는 않고 종이에 쓰여 있는 내용을 유심히 살펴봤다.

  루바릭 40바트, 알타 10바트, 간디스 20메르.......

  무슨 약의 조합 같은데, 도통 알아먹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일단 내가 아론을 돕기 위해서는 공부를 새로 하긴 해야 할 것 같았다. 만약 급한 상황에 무슨 약 달라고 했는데, 조수인 내가 그걸 몰라서 이상한 걸 가져와버리면 큰일이니 말이다.

  ‘하쒸.’

  공부 진짜 싫은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몸이 21살인 김에 진짜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것처럼 열심히 공부해야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말이다.

  이사벨에게 물어 의자와 작은 책상을 구해 와서 구석지에 놓고 책을 펴들었다. 아론이 내게 준 책은 약의 이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의술에 대해 철학적으로 풀어놓은 책이었다.

  “하......”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잠이 쏟아져 그대로 곯아떨어질 뻔 했지만.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깐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아론님 오셨어요!”

  들어온 사람이 아론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외쳤다.

  “흠.”

  아론이 문 입구에서 멈춰선 채로 진료실 안을 휘휘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저벅저벅 걸어 들어와 자신의 책상에 털썩 앉았다.

  ‘휴우.’

  시작이구나.

  아론이 책을 펼쳐들어 무언가를 종이에 적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다시 들고 있던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적어도 아론에게 신뢰를 얻고, 그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면 한참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지루하게 거의 반쯤 졸며 아론이 준 책만 주구장창 읽으며 보낸 지 사흘. 억지로 읽고는 있었지만 너무 재미가 없어서 거의 졸도할 지경이었다.

  틈만 나면 몸으로 할 일들을 찾아 헤맸지만, 이틀 동안 내가 얼마나 닦아댔는지 진료실 안은 거의 광이 날 지경이라 더 이상 할 일도 없었다.

  ‘하아.......’

  저 사람은 지겹지도 않은 걸까.

  나는 고작 이거 한 권 읽는데 몸이 배배 꼬이고 미쳐버릴 것 같은데, 아론은 주구장창 어려운 책을 읽어대며 뭔가를 연구하는데 몰두한다.

  아니, 나도 차라리 좀 실용적인 약에 관한 책을 읽으라고 주면 몰라. 이런 뭐 쓸 데 없는 철학책을 읽어 앉았어야 하다니.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니 안 그래도 읽기 싫은 게 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론의 밑에서 일한다고해도, 그의 진료실로 와 앉아 있는 것 빼고는 매일같이 하는 일이 예전과 똑같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밥 먹고, 그 외 나머지 시간은 아론의 진료실에서 있다가 저녁 때 벤자민에게 수업 받고.

  ‘이게 일하는 거라니.’

  고작 이따위를 하면서 렌케한테는 원하는 만큼의 돈을 요구할 수 있다고?

  이제는 이정도 밖에 안 되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자괴감까지 들고 있었다.

  ‘렌케가 오면 진짜 다시 얘기해봐야겠어.’

  아무것도 안하는 식충이나, 일한답시고 앉아서 졸기나 하는 식충이나 완전히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아니다. 후자는 돈까지 받으니 더 최악이었다.

  그러나 말을 하고 싶다고 해도 계약의 당사자인 렌케는 뭐가 그렇게 바쁜 건지, 그때 상처를 치료해준 이후로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요즘 나와 꽤 가깝게 지내는 이사벨의 말에 따르면, 렌케는 원래부터가 워낙에 바쁘고 신출귀몰해서, 렌케가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으면 이 저택을 관리하는 이사벨조차 렌케가 들어왔는지 나갔는지를 모른다니. 말 다했다 싶었다.

  최근에는 이상할 정도로 렌케가 집에 오래 있었던 거라고, 이사벨이 덧붙여 알려주었다.

  ‘그때 다쳤던 데는 괜찮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위험한 건 아니겠지? 잘 해결하고 있는 걸까.’

  렌케만 떠올리면 계약서와 함께 여러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첫 만남부터도 강렬했더랬지.’

  아무래도 다 죽어가던 렌케를 살려놨던 기억이 있던지라, 주변에서 렌케가 아무리 강하네, 힘이 세네 등등 얘기해도 사실 실감이 나진 않았다. 렌케가 뛰어난 솜씨로 검술 연습을 하는 걸 봤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보통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렌케는 묘하게 소식이 없으면 그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불안하게 만드는 듯했다.

  또 어디 다쳐놓고 혼자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 번 렌케를 떠올리기 시작하니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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