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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더 비너스 쇼
작가 : sat0523
작품등록일 : 2017.12.17

105년 만에 금성일식이 시작되던 그 순간 자신의 몸으로부터 탈락된 승아의 영혼은 한 여우의 몸에 갇혀 잊고 지냈던 과거와 기억들을 강제로 직면하고 만다. 원치 않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쳐보지만 그녀가 정녕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은 따로 있었으니... 더 비너스 쇼.

 
불리한 기억들 01
작성일 : 17-12-18 00:26     조회 : 434     추천 : 0     분량 : 4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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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형도 늙나보네. 이런 일까지 형이 직접 신경 써야 하는거유?... 아 거참... 그래서 내가 직접 잡으러 왔잖아. 저 앙큼한 기지배 잡아다 곱게 가둬놨으니 대락동에 연락이나 넣어놔요. 자정에 출발할거니까.”

 

 재혁은 붉게 물들여 상해버린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넘기며 끊어진 휴대폰을 내려놨다. 매캐한 담배연기로 자욱한 4평 남짓한 거실에 놓인 낡아빠진 소파 위에 버려진 거적때기를 받쳐 튀어나온 스프링을 가리며 그 앉은 재혁이 깊숙이 등을 밀어 넣었다.

 

 “너희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겠지만 한번 내뺀 전적이 있는 애다. 이번에도 놓치면 고객의 신뢰만 져버리는 게 아니라 사업권까지 빼앗길 수 있어.”

 

 재킷 안주머니에서 꺼낸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자 수훈이 라이터의 불을 밝혔다. 깊게 한 모금 들이 삼키니 어쭙잖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저 기지배가 뭐라고...”

 

 별게 없는 보통의 여자아이였지만 다시 찾아내는데 만 10년이 걸렸다고 했다. 이미 한번 손에 넣은 적 있던 여자아이를 허무하게 놓친 것도 모자라 그 당시 일에 직접 파견되었던 조직원들이 모두 몰살된 채 발견됐고 감쪽같이 타깃만만 사라진 채였다고 했다.

 

 고작 열 살짜리 어린애가 무슨 수로?

 

 아직 다 피우지도 않은 담배를 재떨이에 짓이겨 꺼버리곤 스프링 튕기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 재혁이 문 앞으로 다가가 섰다. 자물쇠로 잠겨 있는 문이 재혁의 움직임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수훈에 의해 열리고 깜깜하기만 한 좁은 공간 안에서 잠에 취해있는 승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약에 취해서 앞으로도 3시간 정도는 깨어나지 못할 겁니다.”

 

 약에 취해 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승아의 앞으로 다가가 끄응-거리며 다리를 굽혀 앉은 재혁이 천천히 불빛에 붉어진 얼굴을 살폈다.

 

 “바디바바디바라고 했던가?”

 “맞습니다.”

 “그렇게 희귀한 혈액이라고? 그래서? 대락동에 숨어 사는 재벌 집안에 희귀 혈액형이라도 있어 수혈 받으려는 생각인건가? 뭐가 그리 간절해서 얘 아니면 안 된다는 건데?”

 “거기까진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찾아내는데 한번 더 실패한다면 다른 대체품이라도 찾으라는 지시가 있었답니다.”

 “대체...품? 거 아무리 우리도 사람장사해서 먹고 산다지만... 물건 취급은 심한 거 아닌가?”

 

 부드러운 승아의 머리카락을 몇 차례 반복해 쓸어 넘기던 재혁이 얕은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어차피 팔아넘길 우리도 다를 건 없지. 혹시 모르니 손이라도 묶어놔.”

 

 답답한지 셔츠의 첫 단추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재혁이 방을 나서자 수훈이 거실의 조직원에게 건네받은 노끈으로 승아의 손목을 단단히 묶었다.

 

 한밤중 조용한 방안에 조금은 불규칙하게 들려오는 승아의 숨소리에 수훈은 확인 차 창가로 다가가 좁은 나무판자 하나를 덧대놓아 도망칠 수 없게 반을 막아버린 창문을 매만졌다.

 

 “수훈아 허기진다! 컵라면이나 끓여먹자!”

 

 단단하게 못 박힌 나무판자를 당겨보던 수훈이 재혁의 부름에 신속하게 방을 빠져나가고 문 밖에서 자물쇠 잠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 하나를 사이로 다시 어둠이 스며들고 답답한 적막이 무겁게 깔려오는 방 안에 승아를 내려다보는 검은 인영의 모습이 번지듯 희미하게 퍼지다 이내 선명하게 자취를 드러내며 나타났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고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수트를 차려 입은 남자는 잠시 허공에 떠있다 승아를 향해 한걸음 바닥 위로 내려섰다.

 

 “도대체 언제까지 귀찮게 할 셈인거야.”

 

 남자는 귀찮다는 듯 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대충 부딪치며 창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경쾌한 딱소리와 함께 여자의 손목을 묶고 있던 노끈이 스르륵 풀렸다.

 

 “제발 좀 얌전히 숨어서 눈에 띄지 않게 살아주면 안되겠니?”

 

 그의 손길이 닿은 나무판자는 한순간에 미세한 입자들로 분해되며 그의 시야 속에서 사라졌다. 때문에 활짝 트인 창문으로 붉은 가로등 불빛이 쏟아지고 선명하게 타오르는 남자의 눈동자가 창 밖의 세상을 눈에 담아냈다.

 

 “보내줄 수 있을 때 더 멀리 달아나. 그 누구도... 아니 나조차도 찾아낼 수 없는 그런 곳으로...”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나는 남자의 목소리가, 돌아서던 그의 마지막 시선과 함께 막 잠에서 깨어난 승아에게로 향할 때 쯤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며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망치로 머리 곳곳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깨질 듯 한 두통에, 머리로 향하는 손목에서 노끈이 흘러내렸다. 질끈 감았던 눈을 억지로 떠낸 승아가 팔목까지 타고 내려오는 노끈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이게 뭐지?”

 

 낯선 것은 노끈만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의 방을 인식하자마자 승아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은 알코올냄새를 코끝시리도록 강제로 들이마시게 만들었던 어느 남자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노끈의 사용처를 절로 깨우칠 수밖에 없는 매우 위험하고 위급한 상황임을 본능적으로 인지하며 불안한 마음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아직 어지러운 탓에 바닥을 기다시피 문 앞으로 다가간 승아가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비틀어보지만 열릴 리 없는 문에 미간을 찌푸린 승아가 귀를 바짝 가져다 대었다. 어떻게든 문밖의 동태를 살피기 위함이었지만 청각만으로 상황을 그려내기가 쉬울 리 없었다.

 

 “큰형님 연락입니다. 대락동으로 타깃과 함께 이동하라십니다.”

 “나 아직 라면 한입도 못 먹었는데?”

 “고객께서 기다리신다고...”

 “그래서? 고객 기다리면 난 라면 한 입도 못 먹는 거야?”

 “타깃 싣고 있겠습니다. 천천히 드십시오.”

 “급할 거 뭐 있냐? 쟤 때문에 우리 애들이 몇이나 죽었는지 알아? 고객도 우리의 노고는 알아줘야 하지 않겠냐고. 마, 뜸도 좀 들이고. 어? 사람장사에는 우리만한 엘리트들이 없어요~ 아쉬워도 지들이 아쉬운 거지. 우리가 또 지난번처럼 쥐새끼 놓칠 것도 아니고 좀 천천히 하자. 응?”

 

 그들의 대화를 듣고 난 승아가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로 당황해 감기지도 않는 두 눈으로 방안을 훑기 시작했다. 사람장사는 분명 인신매매를 뜻하는 것이고 타깃은 납치당해 여태껏 겨울잠 자는 곰 마냥 늘어지게 한숨 제대로 자버린 자신을 뜻하는 게 분명했다. 덜덜 떨려오는 손으로 후들거리는 무릎을 짚은 채 이 방에서 문 외에 유일하게 트여있는 창문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던 승아가 중심을 잃으며 바닥으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죽긴 싫어.’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벽을 짚고 일어난 승아가 창문을 더듬거리며 여기저기를 만져대기 시작했다. 창밖을 보니 다행히도 방은 1층에 있는 것 같았고 웬일인지 잠금장치가 열려있는 창문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연 승아가 서둘러 창틀 위로 올라섰다. 상체를 틀며 거미줄과 흙먼지로 진득하게 눌어붙은 창틀을 세게 쥐었다. 아슬아슬하게 바닥에 닿는 발끝에 체중을 실으며 최대한 살포시 내려선 승아의 발바닥에 자잘하게 부서진 시멘트 조각들이 밟혀와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남자들의 목소리에 놀란 눈으로 입술을 손으로 틀어막은 채 벽에 바짝 붙어 선다.

 

 “이번일 끝내고 바로 복귀해야한다던데?”

 “아... 그 배드맨 녀석들이 제스트클럽 노린다더니 방어전 가는 건가?”

 “동네 양아치들 상대로 우리까지 가야하는거냐고. 아이고 정말 급이 있지.”

 “니는 꼭 양아치 아닌 것처럼 얘기한다?”

 

 외부를 감시 중인 것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현관 앞에 멈춰서 키득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승아는 그들의 시야를 피해 집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긴 채 마당을 빠르게 둘러봤다. 좁은 마당을 둘러싼 낮고 낡아 페인트칠이 벗겨져 버린 담벼락은 고작 허리춤까지 밖에 오지 않을 것 같아 넘는데 그리 큰 힘이 들 것 같진 않았다. 남자들 역시 마당으로는 전혀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기에 현관과 멀리 떨어진 집 건물의 가장자리로 살금살금 이동한 승아가 담벼락 앞까지 밀착해 다가섰다.

 

 “아주 개 양아치지. 숭은동 바닥에 나 모르는 새끼 있냐?”

 “자랑이다, 새끼야.”

 

 남자들은 여전히 시시콜콜 떠드느라 여념 없어 보였다. 담벼락 위에 다리 한쪽을 올려 엎드리듯 올라간 승아의 발에 깨진 기왓장 조각이 밀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들었을까?!’

 

 놀라 온몸이 경직되어버린 승아가 두 눈동자를 현관으로 움직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때마침 현관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남자가 빠끔히 머리를 내밀었다.

 

 “곧 타깃과 함께 이동한다니까 괜히 수훈이 형님한테 깨지고 싶지 않으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서있어라.”

 “저희도 함께 갑니까? 오늘 제스트 방어전 있는 날이라고...”

 “제스트보다 타깃 운반에 우리 조직의 사활이 걸려있다더라. 재혁이 형님 오신거 보면 모르겠냐?”

 

 승아는 뻣뻣하게 굳은 목을 움직여 담벼락 밑을 바라봤다. 머리만 내밀고 있던 남자는 할 말만 전한 채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남겨진 이들의 시선이 쏠리기 전 담벼락을 넘어가야만 했다. 손에 닿아 또 떨어져 내리려는 기왓장을 낚아채 도로 올려두며 담 위에서 내려 선 승아가 안도하며 몸을 숙인 채 주위를 살폈다.

 

 좁은 골목길이 양 옆으로 나있고 둘 다 먼발치에 코너로 꺾여 있었다.

 

 ‘어디든 뚫려있겠지.’

 

 등과 고개를 숙인 승아가 방향을 정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재개발지역인지 금방이라도 전구가 나갈듯이 깜빡거리는 가로등과 모두 금이가 부서지기 직전인 보도블록들, 그리고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노후주택들 사이를 걸어가며 조금씩 속도를 붙이기 시작하자 지나쳐온 뒤편에서 갑자기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뭣들하고 있던 거야! 당장 찾아! 정신 나간 새끼들아 당장 잡아오라고!!”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sat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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