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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에덴-낙원으로 가는 길에 지름길은 없다
작가 : PS달빛
작품등록일 : 2017.11.7

사자(死者)와 인간의 대립과 타협, 갈등 속에서
인간의 생의 무게와 죽음과 밀접해 있는 영혼의 가치를 논하고, 인간이 되고 싶은 그들의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갈망과 지상낙원을 꿈꾸며 그들만의 에덴을 그리는 이야기

 
1부-[7년의 과거]22화 쪽빛 가람(伽藍)의 무녀2
작성일 : 17-12-17 22:54     조회 : 229     추천 : 1     분량 : 5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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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해 나를

 찾아줘 나를

 

 당신을 위해

 언젠가 했을 단편의 기도 조차

 

 수억개의 별과 같이

 무수히 많은 모래알 위에 흩어져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해도

 

 난 멈추지 않을 거야

 

 그것이 비록 의미 없는 세월의

 허망한 기다림이라 할지라도

 

 그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두 번 다시 추억할 수 없게 되니까

 두 번 다시 기억할 수 없게 되니까

 

 당신을 기다릴 수 있게

 나를 잊지 말아줘

 

 그날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깊은 잠에 빠지네-

 

 

 "......"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노래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 한구석에 와 닿으면서 왠지 모를 울적한 감정이랄까, 그 속에 담겨져 있던 무언가가 울컥 치솟아 오르는 듯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의 통곡으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착각이 아니었다.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굉장히 슬퍼 보였고 허공을(하늘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그녀는 노래가 끝나고도 여전히 창밖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두우면서도 달빛에 은은하게 비치는 방의 색깔은 왠지 그녀의 노래와도 잘 어우러져 더욱 가라앉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저벅-

 

 쥬비터가 몸을 조금 움직이자 자신도 모르게 발소리가 났고 그 인기척에 소녀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아...저기...일부러 들으려고 한게 아니라...노래 소리가 들려서...음...미안."

 

 쥬비터는 본의 아니게 그녀의 노래를 듣긴 했지만 왠지 몰래 훔쳐본 것 같은 생각에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를 했다.

 

 "......"

 

 소녀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조용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 쥬비터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몸은 좀 나아졌어?"

 

 아까 때린 것이 그래도 마음에 걸렸는지 그의 몸 상태를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아까보다는 조금 부드러워진 듯 했다.

 

 "음...그러고 보니 피곤한 게 사라진 것 같은데..."

 

 그녀의 말을 듣고 몸을 움직여보니 정말 피로가 싹 가신듯 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따라와. 할 이야기도 있을 텐데."

 "아...그렇지."

 

 소녀는 방문을 열고 나와 뒤따르는 쥬비터와 함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노래를 부르던 그녀의 표정을 봐서일까.

 앞서가는 소녀 뒷모습이 외롭게 느껴졌다.

 

 -뚜벅뚜벅-

 

 하지만 그녀의 걸음걸이는 올곧으면서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어딘가 모르게 당당함이 묻어나 있었다

 

 혼자 노래를 부르다 들키면 왠지 조금 쑥스럽거나 창피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녀에게는 전혀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

 

 둘은 넓고 긴 복도를 걸으면서 한마디도 없다가

 나선의 계단 앞에서 그녀가 걸음을 멈추었다.

 

 "...누군가 왔어."

 "응?"

 

 소녀는 눈을 감고 그 인기척을 느꼈다.

 

 -짝-

 

 쥬비터가 그녀의 말에 뭔가 짐작한 듯 손뼉을 치며 얘기했다.

 

 "아! 내 동료가 두 명 있는데...이제 도착한 건가?"

 "...아니...둘은 맞지만...살의가 가득해..."

 "......!?"

 

 소녀가 눈을 뜨면서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서있는 쥬비터 너머 2층의 테라스쪽 대형 창문을 주시했다.

 

 -쉬이이익-

 -와장창!!-

 -콰지직!-

 

 순간 건물의 내벽과 대형 창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서지고 깨지면서 두명의 괴한이 뛰어 들어와 그들의 앞에 멈추었다.

 

 "...!!!"

 

 깨진 유리조각과 무너진 벽돌 사이로 흙먼지가 자욱했고 그 뒤로 괴한 한명이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치켜들더니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부웅-

 -챙강!-

 

 "크윽!"

 

 -콰당탕-

 

 괴한이 휘두른 도끼에 쥬비터는 허리춤에 있는 검을 꺼내 겨우 막아냈지만 괴력에 밀려 뒤쪽에 있는 나선계단 쪽으로 날아가 난간에 부딪혔다.

 

 "저 바보가..."

 

 소녀는 그런 쥬비터를 뒤로 하고 두 명의 괴한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후웅-

 

 그러자 푸른빛의 오오라가 여러 개 생성되더니 동시에 그들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슈앙-

 -퍼버버버벙!-

 

 그들에게 닿은 오오라가 연쇄 폭발을 일으키면서 주위는 시커먼 연기로 가득해졌고 그사이 소녀는 쥬비터가 쓰러진 쪽으로 뛰어갔다.

 

 "...윽!"

 

 다행히 자신의 검으로 막아 간신히 방어에 성공해서 그런지 큰 부상은 없어 보였다.

 

 "괜찮아?"

 "아아, 견딜만해."

 "멍청아, 피했어야지 무모하게 막으면 어떡해!"

 "윽...나도 모르게 그만..."

 

 쥬비터가 몸을 추스리면서 연기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자욱한 연기 너머에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나름 기습이었는데 실패네."

 "그러게 몰래 들어와서 저 녀석만 끌고 가자고 했잖아, 카네시."

 "시끄러 바카노! 이렇게 된 거 둘 다 처리하고 가자고!"

 

 둘의 대화가 끝나자 연기가 걷히면서 그들의 모습이 들어났다.

 

 창백한 피부에 한명은 키가 쥬비터 보다 조금 더 컸으며 마른형의 얼굴에 잠오는 듯한 눈과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손에는 도끼를 들었고, 다른 한명은 찢어진 눈매와 약간 작은 키에 마찬가지로 몸이 말라서 제법 날쌔 보였다.

 

 둘 다 검은색 머리에 정갈하게 차려 입은 정장 스타일의 겉옷 밖으로는 회색 망토를 둘러쓰고 있었다.

 아마도 도끼 든 남자는 바카노, 귀족들이 사용하는 레이피어 형태의 얇은 날에 기다란 검을 가진 나머지 한명은 카네시인 듯하다.

 그리고 그들은 아마도 '바하르' 인듯하다.

 

 완전히 일어선 쥬비터가 양손으로 검을 잡으며 자세를 취하자 찢어진 눈의 카네시가 휘파람을 불면서 그를 비꼬았다.

 

 "워워~우리한테 그런 칼은 안 통한다고?"

 "쓸데없는 저항은 그만두고 가지고 있는 주문을 내어 놓지."

 "......!!"

 

 '바카노'라 불리는 남자는 쥬비터를 주시 하면서 무언가를 요구했으며 쥬비터 또한 그의 말을 듣고는 그것이 무엇인지 직감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의 적들은 별다른 대화 없이 일체 공격만 해 와서인지 자신을, 정확히는 가지고 있는 물건(주문)을 직접적으로 노린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확실히 몇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조우했던 '바하르'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남자들이었다.

 그들의 여유 있는 모습에 쥬비터의 표정에는 잔뜩 긴장한 듯 미간에 주름이 지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바카노는 그의 표정을 예상이라도 한 듯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지으며 말했다.

 

 "놀라운가? '주문'을 알고 있는 것이?"

 "당신은...?"

 "나는 '바하르' 바카노...지금부터 널 죽이고 주문을 가져가겠다."

 

 -타다닷-

 -부웅-

 -챠캉!-

 

 간단히 자기소개를 마치는 친절함(?)을 보인 바카노는 빠른속도로 뛰어가 쥬비터의 목을 향해 한손에 든 도끼를 휘둘렀고 쥬비터는 아까 소녀의 피하라는 말도 잊은 채 또다시 그의 공격을 막았다.

 

 "크윽!"

 

 무거운 도끼의 무게에 못이긴 쥬비터는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바카노가 쥬비터의 목을 잡아 가까이 끌어 당겼다.

 

 "커컥!"

 

 쥬비터는 짧은 신음을 토해내면서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강철 같은 힘에 꼼짝도 못한 채 발버둥 칠뿐이었다.

 바카노는 여전히 입가에 섬뜩한 미소를 띠며 쥬비터를 향해 마저 얘기했다.

 

 "자, 여기서 문제. 나는 어떻게 여기에 네가 있는지 알고 있을까?"

 "......!"

 "대답은 간단해. 어젯밤 부하 녀석을 통해 네 몸에 흔적을 남겼거든. 우린 그걸 따라 왔을 뿐이야."

 

 쥬비터는 바카노의 말을 듣고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

 유이나가 쫓아냈던 그 괴한의 공격을 잠깐 막았을 때 그자가 잠깐 사이 자신의 옷에 무슨 짓을 한 게 틀림없었다.

 그제서야 쥬비터는 오늘 낮에 있었던 '바하르'들과의 전투가 이해가 되었다.

 

 "그런 말도 안되는..."

 

 뒤늦게 그 이유를 알고 자신의 방심했던 실수를 깨닫긴 했지만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거 어찌 하겠는가.

 지금 쥬비터에게 중요한건 눈앞의 적이 자신의 목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슈아악-

 -퍼벅-

 -콰지지직!-

 

 "크흠!"

 

 순간 힘을 이용해 점점 격차를 줄이면서 짓누르고 있는 바카노와 아슬아슬하게 간신히 버티고 있는 쥬비터 사이에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소녀가 공중으로 뛰어 올라 오른발의 뒤꿈치로 내리치더니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바닥의 대리석이 깨졌고, 그로 인해 바카노가 쥬비터를 놓치면서 둘의 거리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바닥에는 푸른색 기운이 스멀스멀 솟아오르고 있었고 쥬비터의 앞에는 온몸에 차가운 푸른색 오오라를 두르고 있는 소녀가 태세를 갖추고 서있었다.

 

 쥬비터가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나 그녀의 옆으로 걸어가자 소녀는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바카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신성한 사원에 갑자기 난입해서는 이 무슨 행패지?!"

 "흥!"

 

 소녀가 화가 난 표정으로 앞에 대치하고 있는 바하르 둘을 향해 소리치자 카네시가 그녀가 서있는 위치로 뛰어들었다.

 

 -파밧-

 -부웅-

 

 그는 땅을 박차고 손에 들고 있는 길고 얇으며 찌르기에 특화된 검으로 소녀를 향해 휘둘렀다.

 

 -휘이잉-

 

 하지만 소녀의 몸에 두르고 있던 오오라가 바닥에서부터 일렁이면서 치솟더니 얇은 보호벽을 만들어 내 카네시의 공격을 막아냈다.

 

 -파창!-

 

 검을 들고 있던 카네시의 오른팔이 보호벽에 닿은 직후 그 반동에 의해 뒤로 튕겨져 나갔고, 동시에 보호벽도 유리가 깨지듯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공중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휘익-

 

 그리고 카네시가 반동에 밀려 잠시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소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대리석을 박차고 그의 앞으로 낮게 뛰어 올라 좌측으로 한바퀴 회전을 하면서 왼발로 그의 복부를 강타했다.

 

 -뻐억!-

 

 "크흡!"

 

 -부웅-

 

 그 공격에 이어서 소녀는 바닥에 착지하기도 전에 남은 회전력을 이용해 오른발로 그의 목덜미를 걷어찼다.

 

 -빠각-

 -쿠당탕-

 

 소녀의 2단 공격이 카네시에게 정통으로 먹혔고 그는 바닥에 내동댕이 쳐져 그 상태로 몇바퀴를 굴러 벽 쪽으로 날아갔다.

 카네시와 부딫힌 내벽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와르르 무너져 그의 몸을 뒤덮으면서 먼지가 뿌옇게 솟아올랐다.

 

 -탁-

 -위잉위잉-

 

 바닥에 착지한 소녀는 즉시 다음 공격을 위해 자세를 잡고선 푸른색 오오라를 이용해 떨어진 돌조각 십여개를 공중에 띄운 뒤 쓰러진 카네시를 향해 사정없이 날렸다.

 

 -슈아앙-

 -퍼버버버벙, 퍼펑!!-

 

 커다란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돌은 연쇄 폭발을 일으켜 남은 벽을 무너뜨리더니 그의 주위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쥬비터는 그녀의 압도적인 공격에 반쯤 넋이 나간 채 서있었다.

 

 '뭐지? 저 여자, 유이나 보다 더 강해 보이는걸.'

 

 쥬비터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려 할 때, 카네시가 쓰러져 있던 벽 쪽에서 연기가 걷히더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아~역시 만만히 봐선 안되겠어. 이거 너무 세잖아!"

 

 연기가 완전히 걷히자 조금은 여유가 있어 보이는 듯한 표정의 카네시가 무너진 벽에 기댄 채 머리에 소량의 피를 흘리면서 앉아 있었고 그의 앞으로 바카노가 도끼를 들고서 가로막고 서있었다.

 

 바카노의 주변에 여러 개의 작은 불씨와 돌조각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돌이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달려와 손에 든 도끼로 전부 쳐내 공격을 막아준 듯하다.

 

 "흥."

 

 그 모습을 본 소녀는 그들을 향해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바카노는 자세를 바로잡고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소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군. 깜박했어. 너도 있었지..."

 

 -뚜둑,뚜둑-

 

 "가람(伽藍)꽃의 무녀여."

 

 그는 입으로는 웃는 듯하지만 눈에는 전혀 웃음끼가 없는 서늘한 표정을 지으며 서서히 소녀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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