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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명
작가 : 성소은
작품등록일 : 2017.11.24

남들의 죽음을 볼 수 있는 한 여자의 지독한 운명과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다룬 판타지 소설.

 
20
작성일 : 17-12-17 22:29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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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주와 환, 영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 세 사람은 그 누구도 먼저 말하지 않았다. 환은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계속해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영은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태주는 감은 눈을 뜰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집 앞에서 영과 태주가 마주쳤고 그로인해 오해를 한 태주가 영을 데리고 집에 들어온 것이라는 게 환이 추측할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이었다. 무거운 정적을 깨고 환이 변명하듯 말을 늘어놓았다.

 

 “삼촌이 무슨 생각 하는지 알겠는데 그냥 이 친구는….”

 “우연히 집 앞에서 만나 어쩌다가 잠시 지내게 해준 것 뿐 이다.”

 

 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주가 이어 받았다. 환이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그렇게 구구절절 이유를 늘어놓는다 한 들 이해할 수 있을만한 일은 아니라는 걸 환도 잘 알고 있었다. 다 큰 남녀가, 게다가 안면식도 없는 생판 남이 단순히 같이 자고, 먹고 하는 것 뿐 이라는 말이 상식적으로 통할 리가 없었다. 태주가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출발해도 진료 시작 시간이 훨씬 넘어서야 도착한다. 태주가 영에게 말했다.

 

 “퇴근할 때 다시 올 테니까 그때까지만 있어. 다시 집으로 가자.”

 “저 그냥 여기에….”

 

 영은 용기 내어 입을 열었지만 태주의 굳은 표정에 끝까지 말을 마칠 수 없었다. 태주가 일어섰다. 영은 그대로 앉아 있었고 환은 눈치를 보며 따라 섰다. 신발을 신고 나가기 전 태주가 고개를 돌려 환을 바라봤다. 태주는 환에 대한 실망감과 삼촌으로서의 화난 감정이 모두 담겨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혼자서 잘 하겠지 별 탈 없이 살겠지 믿었는데 어쩌자고 이렇게 대책 없는 일을 벌여?”

 

 환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그게 아니라…. 며칠 만 있겠다고 하니까 나는 그냥….”

 “내가 아는 아이니까. 영이가 어떻게 집을 나왔고 왜 나와야만 했는지 다 알고 있으니 망정이지.”

 

 태주가 말을 멈추고 힐끔 영을 바라봤다. 영은 못 들은 척 하며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집 나왔다고 갈 곳 없다고 하는 아이 무턱대고 받아줬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책임지려고?”

 “그럴 일이야 없었겠지만 그렇다 해도….”

 “삼촌인 내가? 아니면 네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엄마가 책임져?”

 

 엄마라는 소리에 환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태주가 화를 가라앉히려 한숨을 내쉬었다. 영이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녁에 다시 이야기하자.”

 

 태주는 꽤나 큰 소리가 나게 현관문을 닫았다. 환의 어깨가 축 처졌다. 태주와의 재회를 이런 식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사실 오히려 다시는 태주를 안 보려고 했다. 어찌됐든 현서가 이 집에 왔다는 건 태주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는 걸 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태주가 화난 이유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다 이해했지만 왜인지 분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새 일어난 영이 울먹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환이 고개를 저었다. 이 순간 영이 괘씸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영을 탓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영이 거짓말을 했던 것도 아니고 태주가 하는 말도 모두 맞는 말이었다. 무턱대고 받아준 건 자신이었고 혹여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뒷일에 대해선 전혀 책임질 생각이 없었던 것도 맞다. 고로 전적으로 환의 무책임한 마음이 이 일의 근원인 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직 철이 들려면 멀었구나. 환은 영이 아닌 스스로를 탓했다. 환이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영은 여전히 울상인 채로 말했다.

 

 “선생님이 삼촌일 줄은 전혀 몰랐어요. 알았으면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안 했을 거예요.”

 “그래 나도 몰랐는데 너라고 알았겠냐. 됐어, 앉아.”

 

 영의 마음이 무거웠다. 환에게 엄마를 제외하고 유일한 혈육이라고는 삼촌 밖에 없는데 그 둘 사이를 이간질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기도 했고 사실 더 큰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태주가 환의 삼촌이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걱정이 우선이었다. 환은 영을 죽인다. 영을 죽인 남자의 삼촌은 태주다. 아무리 정리하려고 해도 이 기막힌 상황은 정리되지 않고 영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영이 조심스레 환의 옆에 앉았다. 과연 이 죽음이 맞는 걸까. 어쩌면 그 죽음으로 인해 평생의 은인인 태주의 등에 칼을 꽂게 되는 건 아닐까. 영의 눈앞이 막막했다. 차라리 죽는 것을 포기하고 도망을 가는 게 맞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쯤 되면 단순한 우연은 아니지 싶다. 우연이라기엔 말이 안 되잖아.”

 

 환이 허공을 보며 멍하게 말했다. ‘우연이 아니다.’ 환이 무심코 던진 그 말은 사실이었다. 환과의 마주침은 영이 의도적으로 꾸며낸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태주가 전혀 개입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이곳에 오기 전에 알게 됐다면 영은 일부러 이곳에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넌 진짜로 정체가 뭐냐.”

 

 영이 깜짝 놀라 눈을 깜빡거렸다. 영의 그런 반응을 보고선 환이 허탈하게 웃었다.

 

 “뭘 놀라고 그래.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냥 한 말이야. 웃기잖아.”

 

 환이 독백하듯이 중얼거렸다.

 

 “갑자기 우리 집에 들어와…. 그 여자랑 나랑 난리 치는 것까지 다 보고. 근데 알고 보니 얘가 내 삼촌의 오랜 환자래. 이게 막장 드라마지 뭐냐.”

 “어쩌면 제 쓸데없는 호들갑이 다 망친 걸지도 모르죠.”

 

 영이 말했다. 영은 그냥 운명의 순리에 따라 흘러가는 대로 뒀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구태여 환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서성이지 않고 현서의 방문에 멋대로 문을 열어주지도 않았으며 그럼으로 인해 태주의 집에 들어가는 일이 없었다면 그냥 조용히 죽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영의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었다. 지금처럼 예정되어 있던 운명과 다르게 진행되어 결국 그 끝이 꼬여버리면. 그러니까, 꼭 지금 이 상황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죽음까지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라면.

 

 “죽지 않을 수도 있는 건가.”

 

 영이 중얼거렸다.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것이 막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이 환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수많은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 죄로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태주가 관련되어 있다면 상황이 달라졌다. 차마 태주에게 살인자의 삼촌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그 피해자가 자신의 오랜 환자라는 죄책감을 남겨줄 수는 없었다. 대신 그 죽음을 포기하고 이 고통스러운 삶을 몇 년이라도 더 사는 선택을 한다면 적어도 태주를 그렇게 만들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환에 대해서 더 알아야만 했다. 만약 영이 본 죽음 속에서 술에 취한 환이 사리 분간을 하지 못하고 홧김에 우연히 마주친 영을 죽인 거였다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으니 그렇게는 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 죽음 속에서 어떤 이유로 죽게 되었는지 아는 것이 중요했다.

 

 “방금 뭐라고 한 거야?”

 

 환이 영에게 물었다. 영이 숨을 빠르게 내쉬었다. 만약에, 아주 혹시라도, 그것이 정말 희박한 확률이라 할지라도 이번에 죽지 않게 되면 앞으로 보는 죽음들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동안의 죽음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돌덩이가 되어 영의 마음 깊숙이 박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영이 가지고 있는 지독한 책임과 사명감을 지킬 수 있다.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고 그랬죠?”

 

 환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때 아줌마한테 그랬잖아요. 당신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고…. 사람을 죽인 적이 있는 거예요?”

 

 터무니없고 갑작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영은 진지했다. 환이 헛웃음을 쳤다. 죽을 때까지 묻어두고 싶은 상처지만 여기서 아니라고 해명하면 영이 더 큰 오해를 할 것만 같았다.

 

 “괜한 말을 했네.”

 

 환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충분히 오해할 수 있을 만한 말이긴 한데….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대체 왜 그런 말을 한 거예요?”

 “네가 그게 왜 궁금한 건데. 어디서 살다가 왔는지도 모르는 생판 남한테 이것저것 다 들킨 것도 짜증나는데…. 삼촌도 나에 대해 너만큼 몰라. 근데 넌 어디까지 더 알고 싶어서 그래.”

 

 민감한 주제에 환의 언성이 높아졌다. 영은 아랑곳 않고 되물었다. 환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무리 감정 주체가 되지 않았어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한 것 자체가 실수였다. 환이 깊은 숨을 몰아쉬고는 말했다.

 

 “왜 진짜 살인자면 신고라도 하려고 알고 싶어 하는 거야?”

 

 영은 대답을 듣기 전에 다른 말을 하지 않으려는 듯 대꾸하지 않았다. 한참 입을 다물고 있던 환이 끝내 영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곳을 보며 말했다.

 

 "아쉽지만 신고는 못 하겠다…. 내가 죽인 게 아니라.”

 

 영이 침을 삼켰다.

 

 “나 때문에 죽은 거거든. 그 죄책감 때문에 내가 죽인 거라 생각하면서 사는 거고. 알았으면 더 이상은 묻지 마.”

 

 물론 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인지, 그래서 그 사람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상습적인 살인자, 이유 없이 사람을 막 죽이는 그런 악질 살인마가 아니라면 살 수도 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환이 말없이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봤다. 극심한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영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환과 영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없이 앉아있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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