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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범죄자를 증오한 살인마
작가 : 훈재
작품등록일 : 2017.11.3

서울의 한 아파트. 상반신과 하반신이 짤린 채로 식어있는 시체가 발견된다. 사건의 첫 목격자는 그날 피해자와 약속이 있던 한 방송사의 기자였다.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시체의 모습. 목격자가 목격자이니만큼 사건은 순식간에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수사진은 곤혹을 치르는 도중 일주일 뒤 또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후 추가로 발견되는 시체. 확인된 시체만 5명에 이르게 된다.
사건의 실마리도 잡히지 않자 수사진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때 첫 목격자였던 기자가 찾아온다. 그리고 기자는 수사진에게 그날 피해자의 집에 찾아간 진짜 이유를 설명한다.

 
16. 커튼 콜
작성일 : 17-12-17 22:17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7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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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가 수북이 쌓이자 정석이 입을 열었다.

  "아내랑 아들이 담배 피지 말랬는데."

  그러고선 씁쓸하게 웃었다.

  "넌 결혼 안 하냐?"

  "너보고 접었다."

  둘은 크게 웃었다.

  "그렇지, 근데 뭐. 지금은 지금이지."

  "뭔 말이야?"

  "내가 옛날 이야기나 하자고 너랑 밥 먹자는 건 줄 알았어?"

  "아니 밥 먹을 사람 없어서였다는 건 알고 있지."

  "큭큭. 맞는 말이긴 한데 수사가 힘들 거라고 했지? 그리고 그 놈이라면, 만약 2년 전의 그 놈이라면 절대로 잡을 수 없어."

  "근데 너는 그 파일이 사라졌다고 다시 구할려고도 해 보지 않은 거야?"

  "당연한 걸 왜 물어봐? 구했던 경로들은 다 막혔지, 협조해주던 사람들은 다 등을 돌렸어. 빈털터리 된 거지."

  "그래, 오케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모든 일에는 진실이 존재하는 법."

  "설마."

  "어. 쓸데없을진 모르겠지만 단서 비스무리한 건 찾았어."

  "역시. 뭔데?"

  "기다려 봐."

  정석이 핸드폰을 꺼내들고 몇 번 뒤적였다. 그리고 뒤집어서 사진 몇 장을 박현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무슨 사진인 줄 알아?"

  "피해자 사진."

  "그치, 피해자 사진인데 뭐 특별한 거 안 보여?"

  "글쎄 심하게 난도질 당했다는 거?"

  "겉으론 그저 끔찍하게 살해당한 시체 중 하나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달라. 가부좌한 자세와 이 손 모양들을 이어붙이면 어떻게 될까?"

  박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바로 불상이야. 석가가 취하는 자세지. 그렇담 이게 무슨 자세인 줄 알아?"

  "부처가 앉아있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뭐."

  정석이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종교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부처의 손 모양 하나하나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어야지. 이 다리 사진좀 봐봐. 이건 뭐라고 하는지 알지?"

  "그... 가부좌인가. 방금 말해 줬잖아."

  "응, 가부좌. 왼손은 배꼽에 손바닥이 위를 보도록 놔두고 오른손이 무릎 아래로 다섯 손가락이 다 늘어지게끔 취하는 자세. 이걸 항마촉지인이라고 해. 부처가 마귀들을 물리치고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뒤에 지신을 불러 증인 삼았다는 자세지."

  "그래? 그게 뭐 어쨌다고?"

  "아직도 모르겠어? 이젠 그 놈인게 확실해졌다고. 2년 전의 그 자식이랑 똑같아.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 부터 잔혹하게 살해된 시체까지. 굳이 달라진 게 있다면 벽에 새겨놓던 메세지가 이제는 피해자의 몸으로 옮겨졌다는 것 정도겠지."

  박현이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단정짓지 마."

  "뭐?"

  "단정짓지 말라고. 그냥 그 자식 따라하는 풋내기 일 수도 있어."

  "풋내기? 네가 그 현장을 가 봤어도 그딴 애기가 나올까? 많이 죽었네 박현.설마하고 많은 애기중에 그딴 말을 할 줄이야. 두고 봐. 곧 정수랑 해솔이가 조사 마치고 돌아왔을 때 피해자의 큰 특징들이 드러날 테니까. 곧 나타날 시체들과의 공통점일테니 잘 봐둬. 먼저 간다."

  정석이 걸어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봤다.

  "많이 늙었구나, 박현."

  "네가 경솔한 거야."

  "글쎄."

 

  ***

 

  오후 3시경, 박현의 팀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각자 건져온 것들을 이야기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먼저 신수아가 입을 열었다.

  "별 건 없던데요. CD. 아주 깨끗합니다. 아니, 단어 선택이 잘못된 것 같군요. 마치 CD를 용의자 취급하는 듯이... 별로 건질 건 없었어요. 반장님께 진술한 그대로입니다."

  "그래? 몇 시간을 만났는데 말이지?"

  "네?"

  김정석이 신수아를 노려보며 물어보았다. 말이 날카로웠다. 가시가 돋아나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에요? 잘못 들었나요?"

  "아니, 잘 들었을 텐데."

  "허, 참."

  "그만해."

  박현의 말에 신수아는 노려보기를 멈췄다. 허나 정석은 그 대상만 바꿀 뿐 그대로엿다. 시선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박현이었다. 박현은 구태여 정석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박현이 말했다.

  "난 여태껏 누누이 말했어. 팀원끼린 서로 믿어야 한다고. 그것밖엔 길이 없다고. 그리고 김정석 너는..."

  박현은 김정석이 신수아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단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까지 이럴 정도라니. 그가 지금 많이 날카로워졌다는 게 느껴졌다.

  "아니, 아무튼 우린 서로 믿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정석은 불쾌한 기색은 감추지 않았다. 답답했다. 이 친구가 이토록 답답했는지 오늘에서야 알았다. 이 팀은 답이 없었다. 얼음이 녹았다면 다시 얼리면 된다. 하지만 엎지른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다. 이렇듯 돌이킬 수 있는 것과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인간관계의 대부분이 그랬다. 돌이켜도 온전하진 않다. 아예 돌이킬 수 없는 일도 존재하고. 그렇다면? 당연 새 물을 받아야 한다.

  "박현. 너-"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다."

  정석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중간에 박현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뭐?"

  "할까말까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어. 이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문제야. 다시 한 번 말할게.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어."

  "다들 알고 있었잖아요? 모른 척 한 거지."

  김해솔이 말했다.

  "그래, 인정할게. 난 솔직히 두려웠거든. 너희 중 한 명이라도 이 팀에서 떠날 수 있다는 게."

  "..."

  박현이 말했다. 모두가 침묵했다.

  "세상에는 돌이킬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있어. 다행히 이건 충분히 돌이킬 수 있는 문제야."

  "네?"

  신수아가 크게 놀라 되물었다. 박현의 마지막 말이 모두의 귀를 간질였으리. 신수아는 더 크게 반응했을 뿐이다.

  "그거, 과거는 덮고 가자는 말인가요? 반장님을 참 좋아하지만 이렇게 물러 터졌을 줄은 몰랐네요. 죄송해요. 저, 이 팀이 정말 좋고 반장님을 정말 존경했지만... 네, 더 이상 못 있겠어요. 방금 한 마디로 반장님에 대한 존경심도 다 날아가버렸어요."

  "그런 게 아냐."

  "그럼 뭔데."

  정석이 끼어들었다.

  "덮고 가잔 게 아니면, 깨끗이 풀고 가자는 건가? 여기서 속마음 터 놓기라도 하자고? 하, 참!"

  "아니, 형들 왜 그래요... 수아야, 너도. 일단 좀 기분 좀 가라앉히고. 다들. 네?"

  최정수가 입을 열었다. 잠깐 정리를 하자면 정석과 박현은 44살, 최정수와 신수아는 41살, 김해솔은 38살이자 막내였다.

  "그딴 게 아냐. 덮고 가자거나 풀고 가잔 것도 아니라고. 말했잖아. 이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문제라고."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정석이 소리쳤다.

  "자수할 사람은 조용히 나한테 말해. 죄값은 내가 치를 테니까. 종교를 믿질 않아서 마땅히 걸 게 없지만 내 모든 것을 걸고 비밀은 보장한다. 약속해."

  적어도 비밀은 지켜질 것이란 걸 모두가 알아먹었다.

  "나는 사람은 누구다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하지만! 그래, 난 결코 여기 중에 한 명이 좋아서 그 범죄자 새끼를 도왔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적어도 그 정도는 믿어도 되겠지? 필시 협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뭔가가 있었을 거야. 그래, 그랬을 거라고. 하지만 이대로 덮고 넘어가는 건 안돼. 지금 마음이 질린다면... 꼭 와줘. 그래, 몇 달뒤. 아니, 몇 년 뒤에라도. 곡."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박현은 숨을 몰아쉬다가 나가면서 말했다.

  "10분만 쉬자."

  "네."

  해솔만이 낮고 침울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정석은 박현이 나가고 한동안 멍해있다가 서둘러 문을 박차고 나갔다.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정석이 다가갔다. 박현이 한 번 힐끗쳐다 보더니 시선을 돌렸다. 정석도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정석이 말했다.

  "미안하다."

  짧게. 하지만 진심을 담아서. 박현은 아무 말이 없었다. 정석이 말을 이었다.

  "내가 너무 나만 생각했어. 네가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질 못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달리 할 말이 없다."

  박현은 담배만 피웠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정석이 담배를 하나 더 꺼낼 때 박현이 말했다.

  "하나만 주라. 돗대였다."

  "아, 여기."

  정석이 담배를 건넸을 때였다. 오른팔과 겨드랑이 사이가 묵직해지더니 손의 담배가 떨어지고 팔에 무게가 채워졌다. 그리고 그의 시야가 한 바퀴 돌아갔다. 그는 곧 바닥에 엎어졌다. 순식간이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정석은 콜록거리며 박현을 올려보았다. 박현은 유도 유망주였다.

  "뭐 하는-"

  "이제 만족하냐?"

  박현이 쭈그려 앉고 정석과 시선을 마주했다.

  "만족하냐고, 씨발. 이제 좀 맘에 들지? 잘해 봐, 좀. 잘해 보라고. 어?"

  박현이 돌아서서 들어갔다. 정석은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글쎄, 박현의 기술 때문이었을까. 시멘트 냄새가 좋아서였을까. 그는 가슴이 아팠다. 당연한 거였지만 심하게 아팠다.

  박현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나머지 세 명이 모두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무슨 애기를 하고 있던 것 같진 않았다. 그저 그라는 존재에 놀란 것 같았다.

  "정석이가 좀 늦네. 조금 더 기다리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정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미안, 딴 놈하고 애기 좀 하느라."

  "괜찮아요."

  신수아였다. 그녀에게 그런 말을 듣자 정석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이를 실감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예뻤다. 하지만 그가 얼굴만 보고 그녀에게 반한 것은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속이 꽉 차 있는 여자였다. 그는 괜히 큼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시작할까? 우선 회의 전에 했던 애기에서 말이 격해졌던 적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 부분부터 사과할게. 미안해."

  "저도요."

  "나도."

  신수아와 김정석이었다. 박현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수아의 CD조사는 별로 건진 게 없었다고 했고. 아예 진술 내용이 똑같았다고 했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현이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었다.

  "CD는 건질 게 없었어. CD가 왜 피해자를 만나러 갔는지는 정말 중요한 자료가 될 테지만 그걸 말해주는 건 그 사람의 자유니까. 뭐,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자, 다음. 누구부터 할까? 피해 현장 조사와 피해자 신원 조사. 둘 중에 뭘 먼저-"

  "내가 먼저 할게."

  정석이었다.

  "오케이, 좋아."

  정석이 화이트보드 앞으로 나갔다. 정리를 좀 하고 가자면 박현의 팀은 강력 1팀, 강력 2팀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그들은 서 내에서 특별반으로 불리웠다. 2년 전, 박현의 팀을 덮쳤던 외국인 노동자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쯤 서장이 그들의 검거율 100%를 인정하며 박현의 팀을 독립 개체로 나누었다. 그러면서 특별 권한을 몇 개 부여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전문 회의실 제공이었다. 또 수사권의 절대적 보장을 약속하였다. 만약 담당 중인 연쇄 살인 사건이 있다면 다음 살인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의 총 지휘권을 박현에게 양도해 주는 것이다.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당시 그들의 검거율 100%는 실로 경이로운 기록이었고 그들은 그만한 대우를 받을 만한 능력과 자질이 입증된 상태였다. 지금도 예전만은 못하지만 박현의 팀은 여전히 미친 개들로 부리웠다. 아직도 날이 선 사냥개들이라는 것이다.

  정석은 화이트 보드 앞에 서서 피해자의 사진을 붙였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다들 이미 봣겠지만 다시 한 번 더 봐봐. 이 사진들을 이어붙이면 무슨 자세가 되는지. 알 수 있겠어? 불자가 아니라면 힘들겠지만."

  "그럼 이게 불교와 관련된 자세라는 건가요?"

  신수아였다. 그가 살짝 봤다가 눈을 돌렸다. 눈을 마주하기 힘들었다.

  "응, 석가가 취하는 자세야. 절에 가면 볼 수 있을 텐데. 아무튼 이 자세는 항마촉지인 이라고 해. 부처가 악을 누르고 깨달음을 얻은 뒤 그걸 증인 삼아 지신을 불렀다는 설화가 담겨있지. 그럼 여기서 내 개인적인 추측이야. 이건 다잉 메세지가 아니잖아. 피해자가 범인을 암시하는 게 아니야. 범인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바인 거지. 여기서 우리는 지신인 셈이야. 그 녀석이 부처님인 셈이고. 우린 그 자식의 증인이 된 거야. 그럼 여기서 의문점이 들지. 그 자식의 뭘 증언하라는 거야. 그럼 여기서 악은 누구야?"

  "피해자." 박현이었다.

  "그래, 피해자. 정확해. 내 생각이긴 하지만 피해자는 범죄에 관련된 일을 했었을지도 몰라. 우선 CD가 찾아갔다는 게 탄탄한 뒷받침을 해 주지. 아니, 아무튼 확실한 건 피해자가 행위로서의 악을 했든 뭘 했든 가해자가 피해자를 악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만큼의 자료나 관계가 있었다는 거야. 적어도 가해자에겐 피해자가 악의 존재였다는 것 만큼은 확실해. 이건 무조건이야. 팩트고."

  "좋아, 좋아."

  박현이었다.

  "그럼 다음은 정수랑 해솔이?"

  "네."

  둘이 앞으로 나갔다. 김해솔이 쓴웃음 비스무리한 것을 지으며 정석을 쳐다보았다.

  "이를 어쩌죠, 피해자는 범죄 행위에 손 댄 적도 없고 깨끗한데요. 뭐, 저희가 잘 캐내지 못한 걸 수도 있지만..."

  "아냐, 어디까지나 가설이야."

  정석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그 후로 둘의 자료 발표가 지나갔다. 이름이 어쩌고, 나이가 어쩌고, 가족은 없고요, 직업은 뭐뭐입니다. 대인 관계는 좋은 편이고요. 평가도 좋습니다. 아, 그리고 종교는 기독교입니다. 맞는 말이었다. 정석이 현장에 가 보았을 때도 집에 예수상이나 성경, 십자가 등등이 놓여 있었다. 꽤나 착실했던 것 같다. 발표는 여태껏 해솔이만 하고 있었다. 이쯤되니 알 것 같았다. 박현이 말했다.

  "야, 최정수. 너 이새끼 잤지."

  "네... 하하."

  "이 자식이 자꾸 막내 고생시킬래? 해솔이 나가면 결국 니가 막내야. 알겠어? 잘해줘, 임마."

  "수아는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둘 중 누가 막내가 되야 할지."

  "...네."

  "하하, 아닙니다. 반장님. 저 괜찮습니다. 아직 팔팔한 걸요, 뭐. 더 뛰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래, 해솔이가 일처리는 확실하니까."

  "정수 형님도 급한 일 생기셔서 가 보신 겁니다. 너무 뭐라하지 마십쇼."

  "뭔데? 여자?"

  "에이, 형님. 저도 이제 마흔입니다."

  모두가 크게 웃었다. 그 후 시덥잖은 자료 공개 후 둘은 들어가 앉았다. 박현이 앞으로 나갔다.

  "만족스러워, 만족스럽긴한데 여전히 2% 부족해. 뭔가 만족같은 불만족? 아무튼 아직 부족해. 너네도 다 알고 있긴 하겠지만. 아마 피해자는 2일 전과 어제 사이에 죽었을 거야. 아마도 어제 새벽이 범행 시각으로 딱 들어맞을 거야. CD가 어제로 취재를 잡았다고 했으니. 전화를 한 시각이 2일 전 오후 10시 쯤 이었어. 적어도 그때까지는 피해자가 살아있었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범행 예상시각은 2일 전 오후 10시 부터 어제 오전 8시? 그 정도 될 거야. 지금 확보할 수 있는 건 이거 하나밖에. 더 열심히 쫓아가야겠지. 오랜만에 하나로 뭉쳤는데 이거나 할까?"

  박현이 손을 가운데로 놓았다. 신수아가 손을 위에 올렸다.

  "좋아요."

  "그러지."

  정석이 다소 서두르며 손을 얹었다.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손등과 맞닿았다.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정수와 해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둘이 한 번 마주보고는 살짝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얹었다. 해솔은 박현을 처음 봤을 때 그 탁월한 리더십과 강인함에 놀랐지만 가끔씩 드러나는 솟구치는 감수성은 아직도 어색할 때가 많았다. 한때는 유치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팀이 좋았다. 가끔은 싸우고 갈라져도, 다시 뜨거운 감성의 폭포 속으로 뛰어들며 다시 뭉치는 이 팀이.

  "위? 아래?"

  "위죠."

  "당연."

  다섯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손가락이 하늘에서 건반을 휘놓았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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