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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백년야행
작가 : 소금소금
작품등록일 : 2017.12.16

인수는 작가지망생이다. 매번, 자신의 소설이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하는 것에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신선하지 못한 이야기 탓으로 돌렸다. 어느날, 인수는 포장마차 주인과 술을 진탕 마신 후,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술기운을 빌려 귀신이 나온다는 산에 들어가게 된다. 인수는 산 한가운데에서 머리에 사슴과도 같은 뿔이 달린 여자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을 '노루'라고 소개했으며, 세상에는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아소'라는 존재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인수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고 이제 곧 시작될 '백년야행'에 인수를 초대한다. 작가로서 소재에 굶주려있던 인수는 백년야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훗날 인수가 완성한 여러 이야기 중, 조각나비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각나비편(10)
작성일 : 17-12-17 21:55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4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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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네는 테네바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듯 손바닥으로 테네바의 가슴팍을 치며 말했다.

  “나비! 나 보러갈래! 그거 예뻐!”

  “하하하, 생각났나 보네. 그래, 보러가자.”

  반짝거리는 하네의 눈빛에 헛웃음을 터트리곤, 하네를 안은 채 제자리를 빙빙 돌았다. 토끼처럼 깡총거리자 하네가 어지러운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으, 그만 뛰어 오빠."

  “미안, 나도 모르게 신나서 그만……. 그나저나 하네, 어떻게 할래? 내려줄까? 아님 이 상태로 갈래?"

  "으음……."

  하네는 관자놀이에 검지 손가락을 대고 고민하는 시늉을 하였다. 눈동자를 굴리면서도 테네바의 눈치를 슬쩍 엿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스스로는 굉장한 연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여러모로 부족한 연기력이지만, 테네바는 하네의 노력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빨리 대답해달라는 간절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하네는 테네바의 간절한 표정을 보고 배시시 미소지으며 양 팔을 테네바의 머리로 뻗었다.

  “목말, 목말 태워줘!”

  아이다운 결정이었다.

  “목말? 그러지뭐, 오빠표 목말은 좀 높으니까 잘 잡아야한다.”

  “응!”

  테네바는 안겨있는 하네의 옆구리를 잡아 자신의 위로 올렸다. 그리곤 하네의 두 다리사이에 머리를 끼웠다. 하네는 덮수룩한 테네바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오빠가 안잡아줘도 되겠어?”

  “응, 이거 잡으면 돼.”

  하네가 테네바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말했다. 테네바도 이건 아팠는지 표정을 잠깐 찡그리고는 애써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 조금만 살살 잡…….아니다. 그냥 세게 잡아. 안 떨어지게.”

  “응. 그런데 오빠. 머리에서 냄새나.”

  “…… 좀 있다 씻을거야.”

  “응!”

  머리카락을 꽉 쥔 채로 온몸을 앞뒤로 흔들며 대답하는 하네때문에 테네바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하네는 테네바의 표정을 볼 수 없었고, 그저 테네바의 어깨위에서 방방거릴 뿐이었다. 새어나오는 신음을 간신히 억누른 테네바가 무릎을 구부려 조심스레 덮을거리 몇 개를 챙기곤 천막밖으로 나섰다.

  천막 밖으로 나서자마자 먼저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쳤다. 저 멀리 지평선에는 태양이 반쯤 걸린 채 올라오려고 필사적이었고, 태양이 꾸물거리며 올라온만큼 아직 머리 위에 남아있는 새벽이 반대편으로 밀려났다.

  시야에 입김이 어른거리는 것을 본 테네바는 양털로 만든 담요를 하네에게 조심조심 둘러주고 자신은 아래쪽에 얼굴만 빼꼼히 내밀었다. 멀리서보면 하네의 얼굴에 테네바의 몸을 가진 괴인처럼 보였다.

  하네는 주변을 빙둘러보더니 테네바의 머리를 앞으로 세게 잡아당겼다.

  "전진!"

  "으악, 하네 좀 살살해!"

  이젠 거의 울상이 되어버린 표정을 지은 채, 테네바는 하네가 머리를 당기는 방향 이리갔다 저리갔다를 반복했다. 하네가 한창 테네바를 조종하고 있을 때, 누군가 불쑥 말을 걸었다.

  “어이구, 하네아냐? 언제 이렇게 키가컸냐?”

  하네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짜리몽땅한 키에 푸근한 뱃살, 두겹으로 접힌 턱, 마치 오뚜기같은 체형을 가진 남성이 서 있었다. 머리는 뒤로넘겨 말총머리로 만든 뒤, 그것을 둥글게 감아 묶어 마치 뒤통수에 고리가 달린 모양새였고, 조약돌에 점 하나 찍어놓은듯한 눈이 동그란 주먹코 양쪽에 찍혀있었다. 어리숙해 보이는 눈 코 아래론 어울리지 않는 콧수염을 길게 길러 입술의 절반을 가렸고 턱 수염 역시 목울대 위까지 오도록 길게 길렀다. 어딘가 조화롭지 않은 얼굴 아래로 연두빛이 도는 가운과 비슷한 천 옷 위에 양털로 만든 겉옷을 걸치고, 통이큰 갈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마치 부조화 그 자체인 것 같은 이 남자의 이름은 페탄. 37세, 노총각이었다. 어리숙한 모습과는 달리 옛날부터 가축 관리에 있어선 두각을 나타냈기에 결혼은 시간문제인줄 알았으나, 이상하게 여성과 이야기를 할때면 허세나 과장이 심해져서 여성으로 하여금 학을 떼게 만들었다. 더욱이 문제는, 페탄 스스로 무엇이 잘못된것인지 몰랐다는 점이고, 그를 불쌍히 여긴 몇 몇 사람들의 조언에도 자신은 허세따윈 부리지 않는다 되려 큰소리를 친 탓에 현재, 여성에 한해서 페탄의 평가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악한 사람은 아니었으나, 여러모로 유감스러운 남자였다. 그런 페탄을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오는지 하네가 입술을 실룩거리며 인사했다.

  “안녕, 페탄 아저씨!”

  하네의 인삿말에 화들짝 놀란 페탄이 손사레를 쳤다.

  “아, 아저씨라니! 나이는 좀 있지만 아직 결혼도 안했다!”

  “그런건 잘 모르겠어, 그냥 아저씨로 할래.”

  “이……이익! 테네바! 이런걸 교육하란 말이다 이런걸!”

  페탄이라 불린 사내는 담요가운데 얼굴만 쏙 내민 테네바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테네바는 뚱한 표정을 짓더니 담요속으로 얼굴을 감추고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저는 하네입니다.”

  “아하하, 오빠 하나도 안 똑같아!"

  “누가 너희 남매인거 모를까봐 그러냐? 하는짓도 똑같네 그냥. 에잉,서러워서 살겠나. 그나저나 너희도 나비를 보러가는거냐? 이 시간에 나올 일은 그것밖에 없을 것 같은데.”

  테네바와 하네 콤비의 장난에 페탄은 목 언저리를 긁적이며 물어왔다. 그에 테네바가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테네바는 눈동자만 위로 올려 방방거리는 하네를 흘깃거리곤 말했다.

  “네, 하네가 워낙 좋아해서요. 얘도 여자애라고 이쁜걸 좋아하더라고요.”

  “크크크, 그렇지. 저 꼬맹이도 여자애였지, 깜빡했었네 하하하!"

  “뭐야, 지금 나 놀리는거 맞지?”

  “아야, 하네 아파!”

  테네바와 페탄의 이야기를 듣던 하네는 두 사람이 자신을 놀리고 있는걸 눈치채고 테네바의 머리를 세게 당기기 시작했다. 테네바는 아프다며 오만상을 지으며 말했고, 페탄은 그 모습을 보며 낄낄거렸다.

  “큭큭큭, 하여간 재밌는 남매라니까. 어쨌든, 마침 잘 됐구나. 나도 길잡이를 보러가는 길이었거든. 가축들은 방향에 민감해서 괜히 또 엇갈리면 피곤하단 말이지. 같이 가자꾸나.”

  “네, 그러죠.”

  세 사람은 족장의 집으로 향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페탄은 대부분 자신이 왜 이 나이를 먹도록 홀몸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말을 하였고 그 때마다 하네의 순수하고 사실만을 담은 발언에 상처입기를 반복했다. 테네바는 중간중간 장단만 맞춰주었다. 그렇게 페탄이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으며 걷자, 잠시 후 넓은 마을의 가운데, 넓직한 공간에 사람들이 둥글게 앉아있었다. 이동하는 방향을 보기위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가축을 다루거나 전투에 관련된 자들이었고, 중간중간 졸린 눈을 비비며 간신히 버티고 서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둥글게 앉은 사람들 사이로 적당히 앉을 곳을 찾던 중 페탄이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 이쯤이면 괜찮을 것 같구나.”

  페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자리는 확실히 좋은 자리였다. 해를 등졌기에 눈이 부시지도 않고, 세사람이 나란히 앉아도 넉넉할 만큼 넓었다.하지만 테네바는 페탄이 가리킨 자리의 뒤쪽을 슬쩍 바라보곤 고개를 가로저엇다.

  “으음…… 아무래도 저는 앉은키도 큰편인데, 저보다 더 큰 아가씨가 머리위에 있어서…… 여기는 좀…… .”

  테네바는 시선을 슬쩍 하네에게 향하며 말했다. 페탄역시 하네를 한 번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그 상태로 볼 생각이었냐? 확실히, 그만큼 키가 큰 아가씨라면 뒷사람이 아예 보이질 않겠구나. 뭐, 그럼 난 적당히 여기에 앉으련다. 너희도 적당한 자리 찾길 바라마.”

  “예 감사합니다.”

  페탄은 자신이 가리킨 자리에 앉았고, 테네바는 페탄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준뒤 돌아섰다. 주변을 몇 번 둘러보다 남들의 시야를 안가리며 자신과 하네도 함께 볼 수 있는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 머리위에 올라탄 하네도 있기에 오른손으로 하네의 다리를 꽉 쥐고 천천히 바닥에 엉덩이를 대었다. 하네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자신보다 높이 있는 사람이 없는것을 확인하곤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승자의 여유를 즐기던 하네가 테네바의 머리를 탁탁 때리곤 머리를 잡아당겼다.

  “오빠, 저기. 저기.”

  하네가 머리를 당긴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 노인이 사람들의 중앙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잔뜩 굽은 허리와 매부리코, 깊게 패인 주름. 백색으로 물든 수염과 머리, 그와는 대조되는 전신을 감싼 붉은 망토. 망토는 그 끝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었기에, 족장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흙바닥을 스쳤다. 걷는 소리조차없이, 그저 망토가 바닥에 스치는 소리만을 내며 족장은 원의 중심을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한 순간 한 순간, 그저 걷는 것임에도 모두들 침묵한 채 족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족장이 모든이의 중심에 섰다. 모두들 말 없이 그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는 망토안을 뒤적여 유리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유리병 안에는 반투명한 모래들이 여러빛깔로 빛나고 있었다. 족장은 마치 갓난아이를 대하듯, 유리병을 부드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유리병의 입구를 막은 나무마개를 부드럽게 빼내어 바닥에 뒤집어 놓았다. 마개는 뒤쪽이 파여있었기에 뒤집어 내려놓으니 작은 나무그릇이 되었다. 족장은 병안에 손을 넣어 반 줌정도의 모래를 쥐고 조심스레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슬쩍 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니 중년의 여성이 가죽 주머니 하나를 가지고 촌장의 앞에 섰다. 촌장은 가죽주머니를 받아들고 입구를 열어 그릇에 담긴 모래위로 주머니 안의 내용물을 조금씩 뿌렸다. 주머니의 입구에서 흘러내린 것은 한없이 투명한…… 물, 물이었다.

  “시작된다.”

  "응."

  테네바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고, 하네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말
 

 어느 부분에 쉼표를 쓰고, 어느 부분에 마침표를 써야할지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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