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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Sailing
작가 : 세일러
작품등록일 : 2017.12.5

"사람은 항상 보물을 찾으려한다. 그래서 완벽하다는 지도를 그리지만, 이 작은지도에 그리기에는 바다는 너무 넓다."

 
Chapter 10
작성일 : 17-12-17 21:06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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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 날 아침인가, 벌써 어렴풋이 보이는 해를 더욱 빤히 응시하며 일어난 나였다. 내가 오늘부터 다시 일을 나가는 것에 대해 허락하신 아주머니는 내가 나가는 시간대에 맞춰 일어나셔서 아침을 챙겨주셨다. 팀 아저씨께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간곡히 부탁한 결과, 나는 새벽 6시가 아닌 아침 9시에 나가게 되었다. 굳이 상관없었다. 난 일만 할 수 있으면 되니까.

 

 

 

 “아주머니, 이렇게 일찍 일어나실 필요 없어요. 제가 먹고 나가면 되는데..”

 

 

 

 “난 네 의견에 협조했다. 그러니 이것만큼은 나에게 협조해주었으면 좋겠어.”

 

 

 

  아주머니의 확고한 말씀의 나는 알겠다며 식탁에 앉았다. 물론 기운을 온전히 차린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 집에 있는 것 보다는 이렇게 일을 나가는 것이 더 나에겐 좋은 것 같았다. 어제 밤에 먹던 식은 빵 쪼가리를 챙겨가는 것 보다는 갓 만든 따뜻한 브로콜리 수프가 확실히 좋기는 했다. 하지만 날 보며 웃어주시는 아주머니는 누가 봐도 피곤해 보였다. 나는 서둘러 아침을 다 먹고 가방을 챙겼다.

 

 

 

 “전 이제 나가볼게요. 아주머니는 이제 쉬세요. 나오지 마시고요. 다녀오겠습니다.”

 

 

 

 “노아야, 팀 씨께 말해놨으니 힘들면 그냥 오면 돼. 무리하지 말고 다녀오너라.”

 

 

 

  아주머니의 걱정 담긴 말에 나는 힘겹게 웃어 보이며 밖으로 나왔다. 내가 늘 가려던 길로 가려니 저 멀리 엠마가 보였다. 엠마는 내가 늘 이쪽 길로 나오니까 그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 엠마를 볼 수가 없었기에 다른 길로 돌아서 내려갔다. 메인 항구로 가는 길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곁에서 자꾸만 수군거렸다. 나름대로 안 들린다고 사람들은 작게 소곤거리지만 아픈 사람에게 아픈 이야기는 어떻게 말해도 다 들렸다.

 

 

 

  사람들의 여러 의미의 시선을 받으며 메인 항구에 내가 들어왔을 때, 시끌벅적하던 메인 항구의 일부가 순식간에 찬 물을 뿌린 듯 조용해졌다. 나는 애써 침착한 척 하며 팀 아저씨를 찾아갔다. 팀 아저씨는 몽롱한 눈으로 체념하신 듯 가만히 계시다가 내가 들어오자 그제야 눈에 초점을 찾으셨다.

 

 

 

 “노아야, 왜 벌써 나왔니. 몸은 괜찮고? 그래.. 너 오늘은 과일상자 옮기지 말고 편한 일을 해라..”

 

 

 

 “편한 일이요? 전 편한 일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에요. 그레이스 아주머니께 들으셨다고 하던데.. 부탁드립니다, 아저씨.”

 

 

 

  내 말에 아저씨는 알았다며 과일 상자를 옮기라고 하셨다. 나는 목장갑을 끼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과일 상자를 옮겼다. 같이 일하던 형들과 아저씨들은 모두 아무 말도 없이 내 눈치만 보기 바빠 보였다. 자기들이 나한테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나 때문에 항구가 제대로 못 돌아가는 것 같아 상기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의 감정 때문에 이렇게 큰 피해를 주는 것 같은 꼴을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저한테 잘못한 거 있으면 말을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 눈치 안 보셨으면 좋겠어요.”

 

 

 

  내 말에 형들과 아저씨들은 그제야 보통 때와 같이 일하기 시작했다. 내 눈치를 보지 않고 서로가 수다를 떨고, 농담을 주고받았으며 모든 사람들이 활발하게 일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나를 여러 의미가 담긴 눈빛으로 보았다. 난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 눈빛과 말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도 못한다고. 도대체 뭘 그렇게 잘 알기에 다 안다는 눈빛으로 보느냐고. 모든 사람들은 다 똑같이 생활했다.

 

 

 

  나는 다른 때와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쉬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웃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으며 또한 그 누구에게도 내 감정을 말하지 않았다. 감정을 숨겨야 해,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과일 상자를 다 옮기고 나서는 물자를 배송시키려고 책임자 분께 다가갔다. 하지만 책임자 분께서는 부탁이니 오늘은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내가 걱정되기도 하는데다가 물자 배송하는 사람의 기분이 배송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상업적 이유여서였다. 차라리 이런 어쩔 수 없이 이유가 나았다.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노아 군, 오늘은 쉬어요. 어차피 주는 사람이 기분이 별로면 받는 사람도 기분이 별로니까.”

 

 

 

  나는 알겠다고 한 뒤에 그레이스 아주머니네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도서관 쪽으로 일부로 돌아서 갔다. 그쪽으로 돌아서 가야 엠마를 만나지 않으니까. 나는 엠마를 혹여나 만날까 계속 몸을 움츠리고 다녔다. 그 때 앞에 엠마가 있는 것을 보았다. 엠마는 나를 보지 못했지만 엠마를 보는 순간 내가 얼어붙어 엠마도 나를 보게 되었다.

 

 

 

 “노아야, 이제 좀 괜찮아?”

 

 

 

 “...”

 

 

 

 “노아야,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봐.”

 

 

 

 “엠마야, 지금은 내가 너를 볼 수가 없어. 미안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에게 재촉 하듯 말을 거는 엠마에게 나는 미안하다고 하고 그녀를 그냥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다. 그녀는 뒤에서 나를 불렀지만 난 뒤돌아서 엠마를 바라볼 수 없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레이스 아주머니네로 달렸다. 달리던 중 숨이 너무 차서 잠시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그 때 내 시야에 항구에 정착하는 큰 배가 들어왔다. 워셔 시에서 꽤 높은 지대인 이곳에서 보일 정도의 배였다. 그리고 그 배의 돛에는 내 두 눈을 의심케 하는 글씨가 써 있었다.

 

 

 

 ‘Cloud'.

 

 

 

  클라우드 호가 돌아왔다. 리암 선장과 선원들이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숨이 찼던 것도 잊고 다시 항구로 뛰어갔다. 리암 선장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그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경로를 바꾸지 말라고 하셨는데도 리암 선장은 고집을 꺾지 않고 항해를 하다 결국 항해사를 잃었다. 선장이 그날 밤 경로만 바꾸지 않았어도 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쳤다.

 

 

 

  금세 달려가 나는 클라우드 호를 눈앞에서 보니 정말 거대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모두 걸음을 멈춰 클라우드 호를 감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늘 봐오던 배였지만 따사로운 햇살을 벗 삼아 클라우드 라는 글자가 더욱 돋보이는 배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어두운 표정의 리암 선장과 그의 선원들이 내렸다. 사람들은 아쉬움과 반가움이 섞인 복잡 미묘한 박수를 쳤다. 그들은 내리더니 바로 앞에 서 있는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잘, 다녀오셨네요.”

 

 

 

 “노아야.. 네 아버지 일은 정말 유감이다.”

 

 

 

 “당신이, 유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이 아버지와 함께 항해를 떠나던 그날 밤. 경로만 당신이 바꾸지 않았어도 아버지는 살았을 거야. 그런데, 경로를 바꿔? 그, 그것 덕분에.. 나는.. 인생을 잃었는데,,?”

 

 

 

  나는 리암 선장에게 반말까지 써가며 울부짖었다. 내가 점점 더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발악할 때면 그의 고개는 점점 숙여졌다. 그는 선원들보고 서둘러 집에 들어가라고 말한 후 나의 어깨를 잡으며 정말 미안하다고 중얼거렸다. 나는 계속 울었고, 리암 선장이 이끄는 대로 클라우드 호의 선실로 들어섰다. 그는 나를 앉힌 후 방을 서성거리더니 자기도 앉았다.

 

 

 

 “노아야, 나도 후회하고 있어. 정말, 나도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 크흡.. 정말 미안하다.. 내, 내가 너에게 정말.. 죄를 지었다..”

 

 

 

  리암 선장도 나에게 사과를 하던 중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서로 다른 감정으로 인해 울음이 터졌지만, 그 이유는 같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 리암 선장과 나는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리암 선장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손을 잡았다. 나를 바라보는 리암 선장의 눈이 정말 슬퍼보였다.

 

 

 

 “그래, 요. 리암 선장님, 아깐 제가 정말 경솔했어요. 죄송합니다.”

 

 

 

 “괜찮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나 때문에 네 아버지가 죽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이걸로 네 아버지에 대한 슬픔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네가 필요할 때는 언제나 나를 찾으렴. 정말, 미안하다.”

 

 

 

  필요할 때는 언제나 나를 찾으라는 그 말. 나는 그 말에 눈이 번쩍 떠졌다. 침을 한 번 삼키고 그에게 나의 의견을 털어놓았다.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 알고 싶어요.”

 

 

 

 “그, 그건 나도 몰라. 우리가 육지에 있는 사이, 갑자기 아서가 사라졌어. 그래서 우리가 거의 한 달 동안 그를 찾아다녔지. 그리고 한 달 채 되는 날 그는 죽은 발견되었어. 이미 그의 얼굴은 차갑게 식어있었지..”

 

 

 

 “아버지가 왜 그렇게 돌아가셨는지 알고 싶어요. 아무런 외상도 없었으니까. 그러니, 4년. 4년 뒤에 제가 클라우드 호의 항해사가 되어 아버지의 행적을 따라가겠어요. 그러니, 그때는 제 선장이 되어주세요.”

 

 

 

  내 말에 그는 계속 미안하다고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후회 없이 클라우드 호를 빠져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만 있던 선원들은 내가 나오자 모자를 벗고 나에게 인사를 했다. 돌아가신 자의 혈육으로써의 예의를 갖추는 선원들에게 나는 목례를 하고 다시 그레이스 아주머니네로 갔다.

 

 

 

 “아주머니, 다녀왔습니다.”

 

 

 

 “노아야, 클라우드 호가 왔던데. 너도 봤니?”

 

 

 

 “그럼요, 가서 리암 선장과 대화도 마치고 왔어요. 그럼 전 들어가 볼게요.”

 

 

 

 아주머니가 뒤에 말을 무어라 하셨는데 나는 그 말을 무시한 채 들어왔다. 3년 후에 내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 그 때는 엠마와 그레이스 아주머니를 제대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엠마에게는 내 얼굴과 그녀의 얼굴을 마주한 채로 당당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까 나와 마주친 엠마의 얼굴은 정말 힘들어보였다. 내가 엠마의 앞에서 떳떳할 때. 그 때까지 엠마가 나를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다. 엠마를 더 이상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여러 사람들 중 엠마가 가장 안타깝고 부끄러웠다.

 

 

 

 

 “노아야, 여기 저녁 올려놓고 갈게. 먹고 푹 쉬어라.”

 

 

 

 “아주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주머니는 순식간에 날 위한 저녁식사를 만들어 방에다가 놓아주셨다.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믈렛이었다. 아주머니의 식사와도 이젠 조금 힘들었다. 늦은 저녁식사였지만 따뜻한 오믈렛을 입에 넣으니 나름대로 그럴 듯한 저녁식사였다. 4년 후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내 모습이기에 조금은 두려웠다.

 

 

 

  오늘은 정말로 아버지가 이제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밤이었다.

 

 

 

 

 

 

 

 ****

 

 

 

 

 (4년 후, 워셔 시의 메인 항구)

 

 

 

 “자, 이제 출항하시죠. 항해사 노아 씨.”

 

 

 

 “네, 마지막으로 돛이랑 닻, 그리고 키랑 갑판 좀 확인하세요.”

 

 

 

  4년 후, 나는 아버지에 대한 죽음을 풀기 위해 첫 걸음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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