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Sailing
작가 : 세일러
작품등록일 : 2017.12.5

"사람은 항상 보물을 찾으려한다. 그래서 완벽하다는 지도를 그리지만, 이 작은지도에 그리기에는 바다는 너무 넓다."

 
Chapter 09
작성일 : 17-12-17 18:47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04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건, 사람이 죽었을 때 쓰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편지였다.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고 손이 파르르 떨려왔다. 두 눈을 질끈 감고 편지를 다 빼내었다. 그러고선 반으로 접혀있는 편지를 조심스레 펼쳤다.

 

 

 

 

 ‘클라우드 호의 항해사 이셨던 故 아서 클라우드는 어제 부로 사망하셨습니다. 故 아서 클라우드의 모든 재산은 아들인 노아 클라우드 본인에게 모두 돌아갈 것이며, 클라우드 호의 항해를 중단하고 워셔 시로 돌아가는 바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故 아서 클라우드를 기리며, 선장 리암 올림.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만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발악하듯이 소리쳤다. 내 울음에 놀라 일어나신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진정하라며 나를 침대에 앉히려고 하셨다.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이유를 묻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아버지의 편지를 발견하시고는 입을 틀어막으셨다.

 

 

 

 

 “아, 아서 씨가,”

 

 

 

 “아, 주머니, 끅, 저는 어떻게, 해, 해요 이제? 아버지가, 흐읍..”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너무 놀라셨는지 눈물을 흘리지도 않으셨다. 그저 편지를 손에 쥐시고는 입을 막고 아무 말도 못하고 계실 뿐이었다.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차디 찬 밤바다의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소리를 질렀다. 후회와, 슬픔, 자괴감이 가득 담긴 울음이었다. 나를 따라 나오신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나를 집으로 들이려고 하셨다.

 

 

 

 “노아야, 이럴 때 일수록 네 몸도 사려야 해. 어서, 어서 들어가. 어서!”

 

 

 

 “어떻게, 그, 그래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데, 크흡.. 끅..”

 

 

 

  그레이스 아주머니의 진심 담긴 그 목소리가, 나를 더 후벼 파는 것 같았다.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나를 집 안으로 들이려고 노력하셨지만 나는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고는 계속 울었다. 나도 울음을 그치려고 했지만 내가 내 감정을 억제할수록 나의 감정은 계속 소용돌이 쳤다. 슬픔이란 끝없이 아득한 그 감정이 내 몸과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눈물이 앞을 가렸다. 결국 거리에서 울다가 기절한 것 같았다.

 

 

 

 

 

 

 ****

 

 

 

 

 

  눈을 뜨자 옆에는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보였다. 기절한 상태에서도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는지 아직도 눈가가 눈물로 물들여져 촉촉했다. 아주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옆에서 앉아계셨다. 문득 어제 내가 그레이스 아주머니를 뿌리쳤던 게 생각나 부끄러웠다.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어제 일은..”

 

 

 

 “아니다, 네 감정을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널 막으려던 게 잘못이지. 미안하다, 이것밖에 못 해줘서.”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난데, 오히려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나에게 사과를 하셨다. 나는 아주머니가 나가셨는데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은 어제 충분히 뺀 것 같은데, 바보처럼 계속 눈물만 나왔다. 아버지는 이런 내 모습을 기대하지 않으셨을 텐데, 난 리암 선장님이 보내신 편지를 품에 안고 계속 울었다. 진정되지가 않았다.

 

 

 

 “노아야, 팀 씨가 너를 찾아왔어. 들여도 될까?”

 

 

 

  팀 아저씨가 찾아왔다는 말에 나는 급히 눈물 닦고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울고 있는 나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팀 아저씨는 내 침대에 앉으시더니 나를 안아주셨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니까 또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노아야, 정말 안 됐구나. 명복을 빈다. 네가 괜찮아질 때까지는 일을 나오지 않아도 된단다. 내가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구나. 미안하다.”

 

 

 

  아저씨는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자꾸 미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작 미안해하고, 죄송해할 사람은 난데 주변 사람들은 다 나에게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깟 일이 뭐라고, 내 감정 한 번 잊어보겠다고 그레이스 아주머니에게 걱정을 끼쳤고, 엠마의 감정을 슬프게 만들었다. 내 감정 하나 억누르려고 하다가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내가 침범해버린 셈이었다.

 

 

 

 “노아야, 진정 좀 됐으면 이거라도 먹으렴. 따뜻하게 데운 거란다.”

 

 

 

 “아주머니, 당분간 저 혼자 있을게요. 웬만한 건 제가 다 할 테니까, 제발.. 저에게 시간을 주세요.”

 

 

 

  나의 말에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알겠다고 하시며 식사는 넣어주겠다고 하셨다. 남의 자식을 친자식처럼 지극정성으로 생각해주시다니. 그레이스 아주머니에 대한 감사함으로 또 눈물이 차올랐다. 육 개월 후에 아버지가 오시면 그 때 함께 열어보려고 했던 그 물건도 이제 스스로는 열지 못 할 것 같았다. 아버지의 장례식도 못 할 것 같았다. 아버지는 나의 우주이자 전부였다. 아버지만은 영원히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늘 나를 위해 사셨던 아버지셨다. 그런 아버지가 지금 이 세상에 없다고 하니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살짝 열린 문으로 들려오는 바깥 소리.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나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다 다시 돌려보냈다. 미안함이 담겨있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였지만 힘이 있고 확실히 감정을 추스르려고 강단이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엠마에게는 약한 목소리를 드러내셨다. 난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에만 계속 누워있었다. 엠마의 목소리가 들릴 때, 나는 반사적으로 문 앞에 뛰어갔다.

 

 

 

 “엠마야,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밖에 못 해줘서 더 미안해. 내가 괜찮아지면 널 찾아갈게. 정말, 미안해.”

 

 

 

  눈앞에 있는 엠마의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내 할 말만 한 채 다시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엠마는 내가 나아지면 꼭 말해달라며 강조 하고 있었다. 엠마의 목소리는 감정에 북받쳐 올랐는지 말문이 막히는 듯 했다. 그레이스 아주머니도 피곤하셨는지 엠마를 돌려보내고 방에 들어가셨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꺼내보았다. 아버지와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남겨주신 물건들. 내가 처음으로 항해사 교육과 클라우드 집안 배지를 받은 사진, 아버지 몰래 내가 항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찍은 사진, 항해사 옷을 입고 반짝거리는 배지를 달고 위풍당당하게 선원들을 지휘하는 최고의 항해사였던 아버지. 아버지는 엄격하고 무서웠지만 늘 그런 건 아니셨다. 겉으로는 항상 완벽을 추구하시고 나를 교육시키셨지만, 매일 나만 생각하시며 일하셨던 분이였다.

 

 

 

  다시 눈물이 올랐다. 하지만 이제 울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진으로 툭 하고 떨어지려는 눈물방울을 손으로 치워냈다. 침대 옆 창가에 놓아져 있는 클라우드 모형 배. 할아버지가 나에게 준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클라우드 가문의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신 거니까.

 

 

 

 “내일 부터는 다시 일을 나가야 해. 정말 적어도 3년 동안은 항해 공부를 미친 듯이 할 거야. 아버지가 왜 돌아가셨는지 풀어야만.”

 

 

 

  내가 편해질 것 같으니까. 내가 방에 들어가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안 나오자 그레이스 아주머니는 슬그머니 내 방에 들어오시더니 책상에 아직 따스한 음식을 내려놓으셨다. 아주머니의 목소리에게도 슬픔의 물기가 젖어 계셨다.

 

 

 

 “노아야, 일어나서 이것 좀 먹으렴. 네가 상심이 얼마나 큰지는 잘 안다만.. 내가 뭘 알겠니.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다. 네 몸까지 성하지 않게 둘 순 없단다.”

 

 

 

  아주머니가 나가신 후에야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아주머니가 두고 가신 음식을 보니 과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에그 타르트였다. 정성스럽게 만드신 티가 났다. 에그 타르트. 아버지가 빵으로 유명한 나라에 항해 중 들리셨을 때, 나에게 사 주신 빵이었다. 달콤한데다가 푹신한 겉, 부드러운 속이 좋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여느 때와 다르게 에그 타르트조차 미워졌다. 나는 에그 타르트 하나를 집어 입 안으로 욱여넣었다. 달콤한 맛이 입 안으로 퍼졌다. 늘 에그 타르트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주머니, 에그 타르트 다 먹었어요.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일 다시 나가려고요.”

 

 

 

 “몸도 안 좋은 애가 어딜 나가겠다고 그러니. 안 돼.”

 

 

 

 “아주머니, 제발요. 그 일이라도 안 하면.. 저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

 

 

 

  내 말에 아주머니는 고개를 숙이시더니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갑자기 눈물을 보이는 아주머니에 나도 아주머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레이스 아주머니의 그 걱정 가득한 눈을 보다가는 다시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울지 마세요. 다 제가 잘못한 건데.. 왜 아무 잘못 없는 아주머니가 우세요.”

 

 

 

 “널, 내 아들처럼, 키웠다.. 네가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까.. 네가 너무 안쓰러워.”

 

 

 

  그레이스 아주머니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절로 숙이게 되었다. 널 내 아들처럼 키웠다는 그 말. 그레이스 아주머니의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그레이스 아주머니가 우시는 것도, 표정이 안 좋으셨던 것도 다 내 탓이었다. 아주머니는 아버지가 항해를 가실 때마다 나를 돌봐주셨는데, 나는 그런 아주머니에게 아픔을 안겨 주었다. 내가 다 잘못한 거였다. 그런데 왜 나 말고 아주머니가 우실까. 정작 아파해야 할 사람은 난데.

 

 

 

 “다 제 잘못이에요. 제 감정인데 남한테 제 감정까지 이해해 달라고 한 제가 문제였어요. 정말 죄송해요. 이제.. 정말, 그냥 죄송해요..”

 

 

 

  아주머니는 나를 말없이 안아주셨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안아주고 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안아주기만을 바랄 순 없다. 나는 클라우드 호의 항해사가 될 사람이고,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을 내가 안아야만 하는 사람이 될 테니까. 이제 나를 안아주었던 사람들을 내가 다시 안아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그레이스 아주머니께, 엠마에게, 팀 아저씨께, 책임자 분께, 물자 배송을 해줬다고 칭찬해준 모든 분들게.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계실 아버지도.

 

 

 

 “아주머니, 그러니 제발.. 제가 내일부터 일 나가는 거 허락해주세요. 몸 상하지 않게만 하고 올게요. 말씀드렸잖아요, 이거라도 안 하면 저는 정말..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래.. 그리고 만약 기운을 좀 더 차린다면 엠마에게도 가 보거라. 엠마의 우표가 없었다면, 리암 선장은 너에게 편지조차도 보내지 못 했을 거야. 그렇게 되면 너는 계속.. 모르고 있었겠지.”

 

 

 

  그레이스 아주머니의 말씀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엠마도 내가 안아줘야 할 사람이었다.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친구였다. 모든 사람들을 안기 위한 준비. 오늘도 아버지 없이, 밤은 깊어만 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너무 늦은 걸까요 2017 / 12 / 18 527 0 -
16 Chapter 16 2017 / 12 / 19 310 0 2270   
15 Chapter 15 2017 / 12 / 18 274 0 4361   
14 Chapter 14 2017 / 12 / 18 283 0 5031   
13 Chapter 13 2017 / 12 / 18 239 0 5250   
12 Chapter 12 2017 / 12 / 18 262 0 5011   
11 Chapter 11 2017 / 12 / 18 258 0 5026   
10 Chapter 10 2017 / 12 / 17 256 0 5009   
9 Chapter 09 2017 / 12 / 17 246 0 5048   
8 Chapter 08 2017 / 12 / 17 257 0 5061   
7 Chapter 07 2017 / 12 / 16 260 0 5151   
6 Chapter 06 2017 / 12 / 16 262 0 5207   
5 Chapter 05 2017 / 12 / 15 255 0 5016   
4 Chapter 04 2017 / 12 / 15 262 0 5121   
3 Chapter 03 2017 / 12 / 15 248 0 5193   
2 Chapter 02 2017 / 12 / 12 291 0 6051   
1 Chapter 01 (2) 2017 / 12 / 5 445 1 503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