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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픽미! 허그미! 키스미!
작가 : 하다온
작품등록일 : 2017.11.16

가수지망생 하린은 도망친 그(그놈?)가 돌아올때까지 슈퍼스타 도현에게 사로 잡히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하린에게 마음을 사로 잡히게 된 도현은 하린을 놓아주려 하질 않는데. 알콩달콩 사랑의 하모니를 쌓아가는 하린과 도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39. 앙큼해? 아니 엉큼해!
작성일 : 17-12-17 18:40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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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앙큼해? 아니 엉큼해!

 

 사인이 떨어졌지만 하린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쳐다보는데 그의 벗겨진, 아니 그러니까 맨 가슴에 손을 대야 하다니. 무척 낯 부끄러웠다.

 

 하린은 좀 전에 보았던 샘플 사진을 떠올리며 억지로 손을 펼쳤으나 차마 대지 못하고 허공에 길을 잃었다.

 

 “당신의 손길을 이토록 기다리고 있는 나의 심장은 바로 여기야.”

 

 도현이 하린의 손목을 잡고 그의 가슴에 손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녀의 보드라운 손이 피부에 닿자 심장이 미친 듯이 달음질쳤다.

 

 쿵쾅거리는 그의 심장소리가 손바닥을 통해 울렸다. 그의 피부는 너무 뜨거워 불길에 사로잡힌 듯 했다. 아니면 하린의 손이 뜨겁던가.

 

 하린이 용기를 내어 시선을 그녀의 손에서 그의 얼굴로 올리자 그의 살갗보다 더 달궈진 눈빛이 그녀를 삼키듯 쳐다보고 있었다. 절로 마른 침이 삼켜졌다.

 

 “설마 여기가 어딘지 잊고 있는 건 아니죠?”

 

 “여기가 어딘데?”

 

 너무나 태연한 목소리에 하린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요?”

 

 “무얼 들킨다는 거지? 그 조그만 머리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앙큼해. 박하린.”

 

 “뭐라구요?!”

 

 지금 엉큼한 사람이 누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우린 일하는 중이야. 집중해.”

 

 기가 차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하린의 허리를 도현이 바짝 당겨 끌어안았다.

 

 찰칵. 찰칵. 찰칵.

 

 도현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녀를 안은 손을 그녀의 곧은 등까지 애정을 담아 쓰다듬었다. 얇은 재질의 실크 원피스는 그 느낌을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기 충분했다. 손이 떠난 자리에는 짜릿한 느낌이 소소소 돋아났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잘 참고 이끄는 대로 끌려오는 하린이, 도현은 너무 귀여웠다. 그녀의 귓불이 약간 붉어진 걸 눈치 챈 그는 살풋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귓가로 입을 가져갔다.

 

 “더 다가와.”

 

 도현이 더운 숨을 내뱉으며 속삭이자 귓가의 솜털들이 바짝 서며 그녀의 긴장이 드러냈다.

 

 그녀가 심호흡을 하고 그의 목덜미로 다가가 기댔다. 미약한 그의 향수 냄새가 그녀의 신경을 자극했다.

 

 쿵쾅. 쿵쾅. 쿵쾅.

 

 그의 심장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렸다. 그녀만큼, 아니 그녀보다 더한 속도로 혈류를 공급하는 그의 심장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격렬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그도 긴장하고 있었다. 아닌 척하고 있지만 그녀보다 더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의 심장소리를 들으니 하린은 많은 스태프 앞에서 이런 포즈를 잡는 것이 부끄러우면서도 그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음이 짜릿했다.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이렇게 잘 생긴 내 남친이 이렇게 날 섹시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피하는 것은 여자로서의 도리가 아니지. 암. 이건 본능이야.

 

 하린의 얼굴에 커다란 자신감이 씌어졌다. 이전보다 더 농염해진 얼굴로 카메라를 쳐다보자 어디선가 ‘와아-’ 하는 숨죽인 감탄사가 들려왔다.

 

 “좋아요~ 그렇게~ 계속!”

 

 하린이 눈을 반짝였다.

 

 “후회 하지 마요. 먼저 도발한 건 당신이니까.”

 

 “물론.”

 

 “기대해요.”

 

 그녀가 시선을 내리깔며 훤히 드러난 그의 복근으로 손을 내렸다. 실물로 보는 도현의 복근은 초콜릿보다 더 달콤해 보였다. 닿을 듯 말 듯, 손끝이 그의 복근의 골을 따라 움직였다.

 

 “으음.”

 

 도현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차라리 닿았으면 짜릿하기라도 하지. 그는 애타게 만드는 그녀의 손끝을 확 잡아채고 싶은 욕심을 가라앉혔다.

 

 찰칵. 찰칵. 찰칵.

 

 이성이 흐려질라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는 그에게는 지금 생명줄과 같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그의 탄탄한 복근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닿을 듯 말듯 애간장을 녹이면서 슬쩍 그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보였다. 그를 놀리면서 그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게 다야?”

 

 그는 도리어 어깃장을 놓았다. 무척이나 나른한 음성이었다. 별로 감흥이 없다는 듯이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

 

 “하!”

 

 강렬해진 눈빛의 그녀가 그의 허벅지 위에서 일어나 한 손으로 그의 얼굴을 조심스레 감쌌다. 마치 그에게 키스라도 하듯이 다가가, 아까 도현이 했던 방식처럼 살짝 고개를 틀고 눈을 내리깔았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입술에 닿을 것 같아 도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찰칵, 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고 나서 하린이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이래도 부족해요? 눈을 반짝이면서 묻고 있었다.

 

 “아직 멀었어.”

 

 하린이 실망하며 얼굴에서 손을 떼자 도현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에게서 멀어지려던 그녀는 제동이 걸리자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더 기대하게 해줘.”

 

 도현의 눈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보쌈해 집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린이 합류한 이후의 촬영은 순수한 기쁨이었지만 지금은 절망의 늪으로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의 호흡을 다 쓸어가고 싶었지만, 도현의 귓가엔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나머지는 집에서. 그 때는, 당신이 기대해.”

 

 그의 강렬한 눈빛은 하린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묘한 긴장감은 그대로 사진으로 전달이 되었다.

 

 도현은 그녀의 얼굴의 긴장감을 털어내고자 콧망울을 톡톡 두드렸다. 그녀가 인상을 쓰자 도현은 오히려 웃음을 터트렸다.

 

 호탕한 웃음소리에 농염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촬영 B컷이 탄생했다.

 

 사진작가는 이 장면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눌러댔다.

 

 “완벽해! 자, 다들 고생했어요.”

 

 사진작가가 카메라를 내려놓고 박수를 치자 스태프들도 그들을 향해 박수를 쳤다. 그제야 하린은 그에게서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린은 도현에게 고개를 까닥이고는 사진작가들과 스태프들을 향해 인사를 했다.

 

 “하린 씨도 고생했어요.”

 

 도현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하린도 그를 따라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은 정리를 하러 온 스태프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하린은 조용히 의상을 벗고 자신의 옷을 갈아입었다. 도현도 의상을 갈아입고 정리를 하느라 그와는 눈을 마주칠 시간도 없었다.

 

 어젯밤 그에게 경고하기도 했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한 것도 하린이었다. 이런 일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방금 전까지도 그녀에게 눈을 맞추며 ‘기대해’란 말을 던진 남자는 사라지고 탑스타 강도현만이 남자 못내 서운했다. 알싸한 마음에 코끝이 얼얼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멀뚱히 서 있는 하린에게 승훈이 스윽 다가갔다.

 

 “누나, 가는 길에 데려다 드릴게요. 형 다 되면 같이 나가요.”

 

 “네, 고마워요. 승훈 씨.”

 

 하린은 활짝 웃었다. 도현 말고도 승훈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 * *

 

 

 “형, 이제 작업실로 가실 거예요?”

 

 차에 올라타며 승훈이 묻자, 도현은 고개를 기울였다.

 

 작업실에 가서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하린을 집에 데려다 주고 싶었다. 도현이 촬영 때문에 이틀이나 못 나가봐 재우 혼자 고생하고 있겠지만 거기에 두세 시간이 더해진다고 해서 딱히 고생이 더해지진 않을 것이다.

 

 그의 시선이 하린에게 닿았다.

 

 “아 그래요? 그러면 나, 가는 길에 달다방에 내려줄 수 있어요?”

 

 커다란 후드티를 다시 입은 하린이었다. 화장은 그대로인지라 아까의 촬영장에서의 하린의 모습이 계속 겹쳐보였다.

 

 그의 마음을 달아오르게 하던 순진하면서도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던 그녀. 그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던 그녀.

 

 촬영이 아니었더라면, 그녀의 부탁이 없었더라면 그는 자제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돌려놓고 말리라.

 

 도현은 다시금 다짐을 했다. 당연히 앨범활동에도 집중하긴 해야겠지만.

 

 “누나, 알바 계속 하려고요?”

 

 “그럼요. 제 생계잖아요.”

 

 맞은편에 앉아 있던 도현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따스한 손에 온기가 그녀에게까지 전달되었다. 도현과 하린은 어린이집 친구들처럼 손을 잡은 채로 차를 타고 갔다.

 

 “우리 회사랑 계약한 거 아니었어요?”

 

 도현과의 앨범 작업도 만족스러웠고, 대표님도 계약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모로코건으로 승훈이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계약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명정대한 계약으로 유명한 허리케인이었다. 꽤 후한 대우를 받았을 텐데 왜 아직까지 알바를 하는 건지 승훈은 의아했다.

 

 “계약 제안은 받았는데 제가 앨범 발표 후 결과보고 고려해 보자고 말씀 드렸어요. 아무래도 소시민은 고정적인 수입원이 있어야 하니까 알바 그만 둘 수 없죠. 그래야 빨리 집도 구하고.”

 

 잠시 잊고 있던 집 구하는 문제가 퍼뜩 중요 사안으로 올라왔다.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그 이후엔 녹음을 하고 뮤직 비디오를 찍고 도현과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하다가, 표지 및 자켓 촬영까지 같이 찍느라고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도현과 비밀 연애를 시작하게 된 마당에는 하루라도 빨리 집을 구해 나가야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집을 나가다니?”

 

 도현이 볼멘소리를 냈다. 집을 굳이 빨리 구할 필요가 있을까? 앞으로 더욱 바빠질 터였다. 그래도 집에 돌아오면 하린을 볼 수 있으니 도현이나 하린에게 모두 금상첨화인데. 굳이 나가겠다고 하는 이유를 도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앨범 나오기 전에 나가면 좋겠지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고. 하루라도 빨리 나가야죠.”

 

 “왜?”

 

 “앨범 나오고 나서 괜히 구설수에라도 오르면 좋지 않잖아요.”

 

 승훈은 잠자코 듣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이들은 전혀 호감을 보이는 사이 같지가 않다. 그런데도 묘하게 그들의 분위기가 말랑말랑했다. 손대면 톡하고, 토마토라도 터질 듯한 느낌이다. 상큼하고 달콤하고 새큼하기도 하지만 또다시 손이 가게 만드는.

 

 “구설수에 오를 일은 없어.”

 

 그가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녀도 근거 없는 소문이나 악의 없는 소문에 휘말릴 일은 없을 것이다. 주희 역시 잠자코 있을 리도 없었다.

 

 “당신 말고 나요. 갑자기 내가 인기가 많아져서 사생팬이 생길지 어떻게 알아요?”

 

 일부러 하린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쨌든 그의 집에 얹혀 사는 건 좋지 않다. 피처링 한 보수가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기에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는 집을 빨리 구할 수 있을 듯 했다.

 

 “알바는 계속 할 거야?”

 

 “네. 직업란에 ‘가수’라고 적기 전 까지는.”

 

 도현의 앨범의 피처링을 했으니 그 날도 그리 멀진 않았겠지?

 

 “아, 다 왔다.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승훈 씨, 오늘 고생 많았어요. 도현 씨도 이따 봐요~”

 

 하린이 마주 잡은 도현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그녀 나름대로의 인사 표현이었다. 더 찐한 인사를 건네지 못한 아쉬움이 한숨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가 자신의 손을 채 감싸지 못한 작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끌어당겼다. 생각지 못한 당김에 하린이 속절없이 끌려갔다.

 

 “쪽.”

 

 자연스레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긴 그가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컥!”

 

 멀뚱히 정차한 채로 있던 승훈은 너무 놀라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뻔 했다. 음식을 먹는 중이었더라면 내용물이 다 튀어나왔을 것이고, 이미 삼킨 후라면 목에 걸려 숨이 막히는 바람에 목숨이 위독할 것이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둘 사이에 무언가는 있을 거라고 촬영장에서 싸한 불안감이 들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급진전을 생각하진 않았다.

 

 하룻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눈앞에서 키스, 아니 뽀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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