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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픽미! 허그미! 키스미!
작가 : 하다온
작품등록일 : 2017.11.16

가수지망생 하린은 도망친 그(그놈?)가 돌아올때까지 슈퍼스타 도현에게 사로 잡히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하린에게 마음을 사로 잡히게 된 도현은 하린을 놓아주려 하질 않는데. 알콩달콩 사랑의 하모니를 쌓아가는 하린과 도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38. 협조를 부탁해.
작성일 : 17-12-17 18:39     조회 : 251     추천 : 0     분량 : 5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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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협조를 부탁해.

 

 

 도현이 찰나에 장난스러운 미소로 씨익 웃었다. 왠지 당한 것 같은데? 하린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하린의 그 느낌은, 무언가 외줄타기라도 하는 듯 짜릿하면서도 아찔한 그 예감은 절대로 틀리지 않았다.

 

 사진작가도 그들을 바라보는 스태프들도 촬영에 몰두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의아하다거나 수상한 눈빛을 보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만큼 도현도, 그의 리드에 따라 움직이는 하린도 너무 완벽했다.

 

 <이끌림>이라는 컨셉을 어색함 하나 없이 특별한 콘티 없이도 이렇게 잘 소화해 내다니! 실제 연인도, 아니고 부부도 아닌, 처음 작업하는 사람들이 정말 프로답다고 스태프들은 생각했다.

 

 승훈만이 그들의 모습을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가 있는데.”

 

 승훈의 입에서 알 듯 말 듯 아리송한 말이 흘러나왔다. 예상보다 좋은 그들의 케미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야 할 판인 승훈이인데 오히려 입매는 굳어 있었고 눈은 더 차가워졌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뮤직 비디오 촬영 장면과 조감독에 날을 세우던 도현이, 오늘 아침에 날카롭던 도현과 그리고 무척이나 익숙하게 촬영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쉽게 넘어가 지지 않았다.

 

 두뇌가 렉이라도 걸린 듯 그 장면들이 계속 반복되었다.

 

 “불안해.”

 

 불안함을 두 번이나 느끼게 하다니. 승훈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아주 잘하고 있어~ 그렇게 계속!”

 

 찰칵. 찰칵.

 

 사진작가는 열정이 폭발하고 있었고 하린은 신경이 폭발할 듯 했다.

 

 도현이 그녀의 몸을 스칠 때마다 몸서리쳐졌다. 그의 손길에, 그의 눈빛에 잊을 만하면 그의 입술이 떠올랐다.

 

 억울하게도 도현은 프로답게 너무도 여유로워 보였다. 어젯밤의 달아오른 얼굴로, 애달파하며 그녀에게 매달리던 강도현은 셔터 소리와 함께 사라진 지 오래였다.

 

 “꼭 이렇게 찍어야 하는 거예요?”

 

 하린은 조용히 읊조렸다. 무심한 듯 세심하게 그녀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가는 그의 손끝이 너무 뜨거웠다.

 

 그녀는 최대한 음산한 어조로 말했지만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더 그녀에게 다가가고만 싶었다. 촬영 중이라 자제는 할 테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는 하린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했다.

 

 “촬영 컨셉이 이런 거라고 당신도 들었잖아.”

 

 하린도 물론 들었다. 앨범의 컨셉이 맞게 떨리면서도 설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촬영 컨셉이 아니었더라도, 그와 이렇게 딱 붙어서 그의 강렬한 눈빛을 받아내는데 어찌 떨리지 않을까.

 

 “어머!”

 

 도현이 갑자가 그녀를 안아들었다. 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그러니까 살기 위해서 그에게 매달렸다. 그녀는 팔로 그의 어깨를 짚고, 그는 그녀의 등을 감싸 안았다.

 

 한 치의 틈도 없이, 그들이 몸이 꼭 붙었다. 또다시.

 

 “싫어도 당신을 유혹할 수밖에. 나는 당신에 이미 끌려 사로잡혀 버렸으니.”

 

 그는 하린을 올려다보았다. 희고 곡선이 유려한 그녀의 목덜미가 나타나자 찰칵, 거리는 소리가 타타타닥 들려왔다.

 

 그녀와 그의 시선이 맞부딪치며 불꽃이 일었다. 이 순간,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도현과 하린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점점 깊어지는 도현의 눈빛에 빠져 하린은 저도 모르게 몸을 더욱 도현에게 밀착시키고……,

 

 “좋아! 잠깐, 쉬었다 갑시다.”

 

 30분이 넘도록 셔터만 눌러대던 사진작가가 한숨을 돌리며 선언했다. 버릴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포토그래퍼로서 흡족한 작업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내려줘요.”

 

 조명이 약하게 바뀌고 하린이 버둥대자 도현이 윽, 하는 신음을 삼켰다.

 

 “왜요?”

 

 “아파.”

 

 “어디가요?”

 

 하린은 혹시나 자신을 들고 있던 그의 허리에 무리라도 간 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이제 앨범이 나와야 할 판에 입원이라도 하게 된다면!

 

 “마음이, 나랑 떨어지고 싶어 안달 난 당신 때문에.”

 

 “하아……,.”

 

 그러한 걱정은 쓰레기처럼 바닥에 내리꽂았다. 하린이 눈을 치켜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놓아주기 싫다.”

 

 도현은 굼뜨기만 했다. 영겁의 시간을 느낀 뒤에야 하린은 바닥에 내려올 수 있었다. 들킬까 조마조마 애가 탄 하린이 한 마디 하려 하자,

 

 “수고하셨습니다.”

 

 도현은 찡끗- 윙크를 남기곤 대기실로 들어가 버렸다. 승훈이 다가와 물을 건네자 하린도 대기실로 따라 들어갔다.

 

 “고마워요.”

 

 타는 갈증에 물을 마시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휴게실이 무척이나 고요했다. 그녀의 물 넘김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의아함에 승훈을 쳐다보았다. 그가 평소와 다르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승훈 씨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니오. 그냥 조금 피곤하네요.”

 

 아침에도 피곤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아침엔 기분이 좋아보였는데, 하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새벽부터 에너지가 넘쳤다. 정말 무슨 일이 없는 건가?

 

 “며칠 쉬어.”

 

 도현이 힐끗 승훈을 보았다. 하린만 보이던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 드리워진 승훈의 얼굴이 보였다. 모로코로 출장을 가기 전에도 쉬는 날이 딱히 없었던 승훈이었다. 앨범이 나오면 더 바빠질 테니, 조금 여유가 있을 때 쉬면 좋을 것이다.

 

 “그럼 형은요?”

 

 승훈은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갑자기 휴가를 주는 게 달갑지 않았다. 앨범 발매가 코앞인데 며칠 쉴 만한 여유는 없었다.

 

 게다가 지금 승훈이 보기엔 도현은 집중 관리를 해도 모자를 판이었다. 불안감의 정체를 반드시 알아내야 했다. 그리고 그 불안함이 어디에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아야했다. 그런데 그보고 쉬라니?

 

 “됐어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왠지 기운 없는 승훈이었다. 얼굴 한가득 걱정을 담은 승훈을 하린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승훈 씨, 정말 무슨 일 있는 건가?

 

 “작가님이 회의 하자고 하시는데요.”

 

 막내 스태프가 문을 두드리자 도현과 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사진작가는 도현과 하린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모니터 안의 그들의 사진은 잘 어울리고, 컨셉이 딱 들어맞았다. 그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남녀의 강렬한 이끌림을 떠올릴 것이다.

 

 “괜찮은데요.”

 

 도현과 하린의 피사체도 나쁘지 않지만, 사진작가의 특유의 장점인 흑백의 분위기와 포토샵이 합해져 더 매혹적인 사진이 나왔다. 촬영을 하면서 기대했던 사진보다 그 이상의 결과물이었다.

 

 “하린 씨는 어때요? 괜찮아요?”

 

 도현이 그녀를 돌아보자 하린은 조금 부끄러웠다.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자신의 사진을 바라보는 느낌이 이상했다. 그냥 웃고 있는 사진도 아니고, 남자와의 케미를 끌어당기는 사진이라니. 도현이 아니었더라면 어색해서 제대로 찍지도 못했을 것 같았다.

 

 “네.”

 

 “지금 찍은 사진도 다 좋은데, 이런 거 어때? 이렇게 한번 찍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사진작가가 회의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사진 들 중에서 횡단보도를 스쳐 지나가는 두 남녀의 사진을 보여줬다. 지금까지의 작업과는 다른 느낌의 사진이었다.

 

 예쁜 모습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에 사진을 열심히 보고 있는 하린과 달리 도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 반도 채우지 못한 사심이 가득 남아 있는데 여기서 그만하라니! 그런 그의 눈에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다!’

 

 도현은 한 장의 사진을 집어 들었다.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위에 여자가 올라 앉아 섹시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문제는, 남자가 입은 셔츠의 단추는 거의 다 풀어져 상의 탈의한 형상으로 퇴폐미를 내뿜고 있었고, 여자는 그의 맨가슴에 손을 대고, 얼굴을 그의 목덜미에 기대고 있었다. 각기 정면을 쳐다보고 있는 그들의 눈빛이 뇌쇄적이었다.

 

 그 옆의 사진들도 다 비슷한 분위기였다. 의자를 돌려 앉은 남자의 뒤에 앉아 있는 여자라든가, 상의를 탈의한 채로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의 뒤에서 그를 감싸고 있는 여자의 손이라든가.

 

 사진들 중 누가 더 세고 누가 더 약한지 도저히 판별하기 힘들 정도로 막상막하였다.

 

 “이건 어떻습니까?”

 

 눈을 반짝이며 도현이 말했다.

 

 도현의 손에 든 사진을 본 하린은 할 말을 잃었다. 너무 압도적이었다. 사진 속의 남녀는 너무나도 섹시하고 매력적이었다.

 

 “저는 뜨거운 끌림에 대해, 그러니까 뜨거운 끌림에 빠져든 남녀에 대해 보여주면 어떨까하는데, 작가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거여야 했다. 이거여야만 했다.

 

 도현은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그녀를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었던 시간들에 비하면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해보죠.”

 

 사진작가가 고개를 끄덕이자, 순식간에 세트가 세팅되었다. 사진작가의 스튜디오라서 그런지 없는 소품이 없는 곳이었다. 아까 본 사진과 다른 점이라면 딱딱한 나무 의자가 아니라 18세기 유럽이 생각나는 고풍스러운 푹신푹신한 하늘색 빛깔이 도는 소파가 놓여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하린이 도현에게 바짝 다가서며 속삭였다.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저런 부끄러운 포즈를 취해야 하다니.

 

 “뭐가?”

 

 “그만 찍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아직 부족해.”

 

 “수백 장은 찍은 것 같은데 뭐가 부족해요?”

 

 “많이 부족해. 볼 때마다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입 맞추고 싶은데 누가 협조를 안 해줘서 말이야.”

 

 “뭐라고요?!”

 

 “날 이렇게 만든 건 당신이야.”

 

 “도현씨!!”

 

 “그럼, 하린 씨! 잘 해봅시다. 협조 부탁해요~!”

 

 도현은 큰 소리로 말하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소파에 기대앉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눈빛으로 말을 걸었다. 어서 내게 오라고.

 

 ‘뜨악.’

 

 하린은 비명이 나올까 싶어 입을 악 다물었다. 강도현이 이렇게 능글맞은 사람이었나, 이런 식으로 사심을 채울 줄이야.

 

 긴장으로 굳어 오도 가도 못하는 하린과 달리 도현은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스타일리스트가 분주하게 도현의 머리를 만지고 셔츠를 그럴듯하게 풀어놓고 있었다. 이렇게 셔츠를 펼쳐 내려놓아야 사진에 예쁘게 나올까 고심하며 그의 상체를 계속 어쩔 수 없이 터치하고 있었다.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긴 했지만 그는 잘 참고 있었다. 그의 스타일리스트도 승훈 만큼이나 극한 직업 같았다.

 

 “자, 도현 씨는 세팅 다 됐나요? 하린 씨는?”

 

 어쩔 수 없이 세상 부끄러운 표정으로 하린이 도현에게 다가가 옆에 앉자 스타일리스트가 와서 그녀의 스커트를 잘 펼쳤다. 실크 재질의 스커트는 슬립처럼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의 립을 새빨간 색으로 다시 칠하고, 볼을 톡톡 두드리고, 머리를 자연스럽게 귀 뒤로 넘겨주었다.

 

 “준비 다 됐습니다.”

 

 “자, 그럼 하린 씨, 도현 씨 위로 올라가고.”

 

 작가의 지시에 따라 하는 수 없이 하린이 느릿느릿 도현을 덮치듯 소파 위에 올라가 그에게 몸을 숙였다.

 

 “실례하겠습니다.”

 

 부끄러워 조용히 하린이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태프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을 땐 마치 그는 다가가기 어려운 스타 같다. 말을 붙이기도 어렵고, 시선을 마주하기도 어렵다.

 

 너무 긴장해서 그런가? 인간 청심환을 먹어야 하는데.

 

 떨리는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스태프들 쪽에는 보이지 않는 그녀의 손을 도현이 꼬옥 잡았다가 그런 적도 없다는 듯이 놓는 것이 느껴졌다.

 

 하린의 표정이 풀어졌다.

 

 “긴장 풀어. 나만 봐.”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도현이 입을 열었다. 그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하린 씨는 본인이 뱀파이어라고 생각해. 아주 순결한 피를 눈앞에 두고 있어서 욕망으로 어두워진, 그렇게 렌즈를 쳐다보는 거야. 도현 씨는 설명 안 해도 알지?”

 

 사진작가가 눈을 찡긋하자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하린이 대답하자 사진작가가 마지막으로 그들을 체크한 뒤 멀찍이 떨어져 사진기를 들었다. 커다란 항공모함 같은 카메라 렌즈 안으로 그들의 모습이 꽉 들어찼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서서히 다가서는 도현과 하린을 쳐다보며 승훈은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불안감이 계속 증폭되었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그의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괜찮은 걸까? 저 둘은.

 

 그의 눈에 완벽하게 합을 맞추며 카메라를 쳐다보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커플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사랑에 빠졌다고 선언한다고 해도 믿을 만큼 아름다운 커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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