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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lood Rose
작가 : 사로야
작품등록일 : 2017.10.30

천년에 한번 태어난다는 뱀파이어 로드. 선대 뱀파이어 로드는 반란으로 인해 죽으며 저주를 남긴다.
그 저주는 다음에 태어날 뱀파이어 로드는 인간인 블러드로즈를 옆에 두지 않는 이상 인간의 피를 마시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은 느낀다는 저주였다.
저주를 두르고 태어난 뱀파이어 로드 '라티안스' 와 그의 블러드 로즈 '임지유'의 이야기.

 
47
작성일 : 17-12-17 15:16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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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로 이어지는 쇼핑에서 지유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예쁜 드레스를 봐도, 아무리 화려한 보석을 봐도 흥미롭지 못했다.

 지유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눈치챈 리키나가 지유를 데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두 분도 기분이 안 좋아지셨죠?”

 

 “난 괜찮아. 그러는 지유 양이야말로 괜찮은 거 맞아?”

 

 “괜찮고는 싶은데, 그러질 못하네요.”

 

 “뭐, 그런 장면을 보고 즐겁게 쇼핑하긴 무리지. 일단 들어가서 쉬어.”

 

 “그럴게요.”

 

 지유는 지친 다리를 이끌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자신의 세상에 있을 때도 저런 아이들은 많았었다.

 그때도 자신은 도와주지 못했고, 알지만 이렇게 기분이 심란해지진 않았다.

 

 “직접 봐서 그런 걸까.”

 

 자신이 본 거라곤 TV 브라운관 안의 상황뿐이었다.

 피부로 와닿지 않는. 그저 남의 이야기인. 그래서 실감이 나지 않았던 걸까.

 여기 와서 직접 본 그 아이들의 눈에 도저히 모르는 척하고 나 혼자 쇼핑할 수는 없었다.

 

 “심란해…….”

 

 지유는 베게에 얼굴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이 세상은 라티안스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너무 컸다.

 라티안스가 죽으면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지유는 어느샌가 잠들고 말았다.

 한편, 힘없이 돌아온 지유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라티안스는 쇼핑을 끝마치고 돌아온 두 뱀파이어에게 말을 걸었다.

 

 “지유가 힘이 없어 보이던데, 어떻게 된 일이야?”

 

 “지나가다가 빈민가의 아이들을 보셨어요.”

 

 “…그래서? 도와주지 말라고 한 건가? 책임지지 못하니까.”

 

 “그렇죠. 상냥하신 분이니까, 충격받으신 걸 거예요.”

 

 리키나의 말에 라티안스는 한숨을 쉬었다. 리키나의 행동은 옳았다.

 우연히 눈에 띈 아이들이기에 손을 내밀면, 다른 아이들도 손을 내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이 수십 명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들은 아직 그 아이들을 도와주기엔 힘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지.”

 

 “맞아요,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지유 양이 털고 일어나길 기다려야죠.”

 

 “그래야겠지.”

 

 라티안스의 끄덕임을 본 리키나는 언제 진지했냐는 듯 얼굴을 싹 바꾸더니 자신이 사 온 옷을 보라며 옷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 옷들은 전부 라티안스의 옷이었고 라티안스는 창백해진 얼굴로 끊임없이 나오는 옷을 봐야했다.

 그리고 종일 리키나가 골라온 옷을 입고 또 입어야만 했다.

 패션쇼가 끝나고 나서 겨우 라티안스는 잠들 수 있었고, 그렇게 파티는 순조롭게 준비됐다.

 에디스가 마련해준 파티장을 가보고, 직접 마실 것과 음식도 준비하고.

 지유는 라티안스와 함께 춤을 연습하며 매일을 보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드디어 오늘은 파티가 열리는 날이었다.

 지유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푸른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를 하고 머리는 위로 올려 묶은 뒤 화장을 한 채 방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으……. 긴장돼!”

 

 태어나서 처음 파티에 참여하는 것도 모자라 뱀파이어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지유를 더 긴장하게 했다.

 정신없이 방 안을 쏘다니고 있자, 노크 소리가 들리며 문을 열고 붉은색 마이를 입은 라티안스가 들어왔다.

 라티안스는 방에 들어와 잠시 지유를 바라보더니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왜 그렇게 지유의 드레스 차림을 숨기려 했는지 몰랐는데, 이제 알겠군. 아름다워.”

 

 “…가, 감사해요. 라티안스 씨도 멋져요.”

 

 “멋지다니 다행이군. 준비는 됐나?”

 

 “긴장은 되지만 준비는 됐어요.”

 

 준비가 다 됐다는 말에 라티안스는 주머니에서 병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병을 살짝 흔들더니 그것을 지유에게 두어 번 뿌렸다.

 묘한 냄새가 나더니 그 묘한 냄새가 온몸을 뒤덮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뭐예요…?”

 

 “인간의 냄새를 지워주는 향이야. 뱀파이어의 향이지.”

 

 “되게 묘한 냄새네요…. 달콤한 것 같으면서 약간 계피 향도 나는 것 같고……. 누구의 향이에요?”

 

 “…내 향을 기본으로 만들었어.”

 

 “아……. 이게 라티안스 씨의 향이에요? 처음 맡아봐요.”

 

 “평소 인간이 뱀파이어의 향을 맡긴 어렵지만, 이건 조제된 향이라서 맡을 수 있는 거야.”

 

 “그렇구나…….”

 

 지유는 소매를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온몸에서 라티안스 향이 난다.

 꼭 라티안스의 품에 안겨 있는 것만 같았다. 지유는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들며 라티안스를 봤다.

 

 “그나저나 저랑 라티안스 씨랑 꼭 커플 같네요. 둘 다 붉은색 옷을 입고 있잖아요.”

 

 “리키나가 그렇게 맞췄다는데. 커플로.”

 

 “…….”

 

 자신은 장난이었는데, 사실이었다니. 점점 더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라티안스는 붉어진 지유의 얼굴을 보며 웃다가 손을 내밀었다.

 지유는 자신에게 내민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그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럼 갈까?”

 

 “네.”

 

 지유와 라티안스는 사이 좋게 손을 잡고 숙소에서 나와 마차를 탔다.

 처음 타보는 마차에 지유는 신기한 듯 마차 안을 둘러봤다.

 마차는 자신이 타고 다니던 차보다는 훨씬 공간이 널찍했다.

 마차 안에는 베일리가 칼을 차고 지유와 라티안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베일리 씨, 옷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지유 양도 예쁘네요.”

 

 “저 마차는 처음 타봐요. 신기하네요….”

 

 “처음 탄다면 엉덩이가 좀 아플 겁니다. 많이 덜컹거리거든요.”

 

 “그런가요?”

 

 “걱정하지 마. 그럴 줄 알고 쿠션을 엄청 깔아놨으니까.”

 

 라티안스의 말에 지유는 작게 웃었다. 마차가 출발하고 덜컹거리는 마차는 상당히 불편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걸 타고 다니는 거지. 이때만큼은 자동차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참을 달려 커다란 저택 앞에 마차가 섰고, 베일리가 먼저 내리고 그 뒤에 라티안스가 내렸다.

 지유가 내리려고 하자 라티안스가 지유에게 손을 뻗었고 지유는 그 손을 잡고 내려왔다.

 

 “엄청 크네요….”

 

 “엘리아가 꽤 많은 귀족을 데려왔거든. 그리고 이 정도는 되야 로드의 체면이 죽지 않지.”

 

 지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라티안스의 손을 잡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숙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천장이 높고 화려한 물건들로 가득 찬 저택은 그야말로 파티장 그 자체였다.

 천장에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파티장을 비추고 그 아래에 귀족들이 모여있었다.

 

 “오오, 로드 오셨습니까?”

 

 “기다렸는가?”

 

 “아닙니다.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럼 파티를 시작해도 괜찮겠군.”

 

 라티안스가 첫 춤을 시작하는 것으로 파티가 시작된다.

 지유는 그동안 연습했던 것을 떠올리며 파티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둘이 중앙에 서자 다른 귀족들도 다들 자신의 파트너와 함께 나왔다.

 음악이 시작되고 라티안스와 지유는 음악에 맞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 꼬일 것 같아요…….”

 

 “괜찮아. 나만 믿고 천천히 움직이면 돼.”

 

 지유는 극심한 긴장에 자신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음악이 멈추고 발이 멈추고 나서야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춤을 췄다는 걸 깨달았다.

 실수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지유는 다른 뱀파이어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지유가 오자 다들 잘 했다며 지유를 칭찬해줬고, 그 칭찬에 지유는 그제야 안심했다.

 파티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지유는 뱀파이어 사이에서 유독 빛나는 라티안스를 바라봤다

 

 “이 정도면 파티는 성공한 거겠죠?”

 

 “물론입니다.”

 

 “다들 라티안스 씨를 도와줬으면 좋겠네요.”

 

 “…도와줄 겁니다. 로드는 그럴만한 분이니까요.”

 

 지유는 웃으면서 라티안스를 바라보며 이대로 아무 문제 없이 파티가 끝났으면 했다.

 그러나, 그 소망은 파티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칼립에 의해 무산됐다.

 칼립이 파티장에 들어오자 파티장은 얼음물이라도 끼얹은 듯 갑자기 조용해졌다.

 지유 근처에 있던 뱀파이어들은 다들 칼에 손을 얹고 칼립을 경계했다.

 칼립은 이런 분위기를 예상하기라도 했는지 여유롭게 웃으면서 파티장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너무 긴장하지 마, 난 그냥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께서 여는 파티가 궁금했을 뿐이야.”

 

 “…칼립 님. 제 파티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진정한 로드께서 여시는데 내가 빠질 수 없지.”

 

 칼립의 웃는 얼굴에 라티안스 역시 억지로 웃어야 했다.

 지금 여기서 적의를 들어낼 수는 없었다. 라티안스는 주먹을 꽉 쥐고 평정을 유지했다.

 칼립은 라티안스의 주변을 한 바퀴 돌더니 작게 웃었다.

 

 “아, 그러고 보니…. 다들 그거 아나? 라티안스 님께서 인간의 피를 마시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

 

 “소문일 뿐이지. 그렇지, 라티안스?”

 

 그렇게 말하며 웃는 칼립의 얼굴은 잔악하기 그지 없었다.

 칼립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기껏 열심히 준비한 파티가 칼립의 손에서 놀아나는 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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