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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똥별
작가 : 보장대밥수
작품등록일 : 2017.11.5

별똥별은 별 그 자신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별똥별-24
작성일 : 17-12-17 15:03     조회 : 309     추천 : 1     분량 : 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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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사람들은 나무그늘로 돌아온 능소니가 자기들을 꾸짖거나, 분노에 가득차 저주를 퍼부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어쩌면 복수를 한다며 발톱과 이빨로 자기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능소니가 누구도 해치지 않자 사람들은 조금 당황한 기색을 비친다. 그는 봄비와 이야기를 나누다 껄껄 웃더니 홀연히 돌아갔을 뿐이다. 창과 화살로는 그의 가죽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는데도 말이다. 봄비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능소니를 상대하는 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제멋대로 실망하거나, 제멋대로 감탄한다. 허나 어떤 해석도 염통먹는 자가 아닌 봄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염통먹는 자여, 그 짐승을 어째서 죽이지 않고 살려보내신 겁니까?"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묻는다.

 "염통먹는 자여, 당신이 그 날뛰는 짐승을 달래어 돌려보낸 것이 맞지요?"

 회개하는 자들은 이렇게 묻는다.

 "어르신께서는 앞으로 어디로 가신다고 합니까? 왜 그 분을 나무그늘에 모시지 않은 겁니까?"

 개중에는 묻지도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자도 있다. 봄비가 어떤 질문에도 제대로 답해주지 않는 탓이다. 능소니가 다녀간 뒤로 나바재 씨가 고민하는 문제는 이들 중 어느 호의적이지 않은 해석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봄비가 사람들의 우두머리이자 가장 위대한 사냥꾼의 격에 맞게 행동하기를 바란 사람도, 마지막 남은 어르신을 나무그늘로 모시기를 바란 사람도, 그리고 이 일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사람마저도 하나같이 그에게 실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바재 씨는 염통먹는 자라는 이름에 사람들이 걸던 기대를 통제하는 데 완벽하게 실패하고 만 셈이다.

 

 48.

 너럭바우는 능소니와 마주친 뒤로 사냥도 하지 않고 농사도 짓지 않는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사는 자기 자신에 그다지 실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자신을 옥죄어옴을 느낀다. 여태까지의 삶을 스스로가 결정한 적이 없었음을 깨달은 때문이다. 그것이 너럭바우가 선뜻 능소니를 따라가지 않고 혼자 남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봄비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 봄비는 그를 죽이지 않고 거둘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죽인 사람들의 가족과 어떻게 같은 그늘에서 살 수 있겠는가? 노을녘의 부족 사람들과는 더더욱 함께 살아갈 수 없다. 그들이 잿빛양털이 어떻게 죽었냐고 물어보면 너럭바우는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영 자신의 삶에 타인을 끼워넣지 않는 것이 유일한 길일까?

 

 49.

 포도버섯 씨는 호위하는 자들에게 짐을 챙기도록 명하고 서둘러 숲을 빠져나온다. 그녀는 자신의 신념에 확신을 얻기를 원한다. 머릿속에는 온통 능소니를 만나 자신이 얼마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몸서리치며 살아왔는지 이야기하고 기대조차 않던 용서를 받을 생각으로 가득차있다. 그리고 벌판에 능소니를 모셔와 어르신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정작 그녀는 평생 어르신들을 본 적 없이 살아왔음에도.

 "제사장님. 저기 수상한 자가 보입니다. 우리를 보더니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는군요. 잡아올까요?"

 포도버섯 씨가 호위병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본다. 그러나 그가 얘기하는 '수상한 자'는 어떤 무기도 들고 있지 않다.

 "어차피 혼자가 아닙니까. 창은 땅에 꽂아놓고 활은 내려놓으세요. 불러보고 우리에게 오면 동행합시다. 도망치더라도 쫓지는 마십시오."

 호위병들이 그에게 겁먹지 말라고 소리친다.

 "우리는 동족을 해치는 그런 자들이 아니다! 두려워 말고 우리와 함께 가자! 회개하는 자들은 누구도 쫓아내지 않고 받아들인다!"

 포도버섯 씨가 다가오는 남자에게 묻는다.

 "어째서 인적이 드문 곳에서 혼자 다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 동안 배척당할 만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더 묻지는 않겠습니다. 회개하는 자들은 언제나 죄지은 자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갈 곳이 없어 고민하는 것이라면 잠시만이라도 의탁하며 지내도 좋습니다."

 "회개하는 자들은 어디에 사는 누구입니까?"

 "우리는 봄비 씨가 흑단들소 어르신들의 염통을 씹어먹던 들판에 살고 있습니다. 저지른 죄에서 멀리 도망칠 수 없기 때문이오."

 너럭바우가 웃는다.

 "누구도 도망칠 수 없지. 지금은 그 곳으로 돌아가는 중입니까?"

 "아니요. 나무그늘에 돌아오신 어르신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용서를 받으려고?"

 "설사 용서하지 않으신다 하더라도 찾아뵙고 사과드려야 하니까. 그리고 그 분을 우리가 살고 있는 벌판으로 모셔올 생각입니다."

 너럭바우가 포도버섯 씨를 빤히 들여다본다. 다부진 체격에 비해 사냥을 해본 것 같지는 않다.

 "내가 그 분께로 가는 길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50.

 봄비가 나바재 씨와 함께 각지에서 찾아오는 탄원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지만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커다란 짐승이 나타나서는 우리를 박살내고 짐승들을 데려갔습니다."

 "염통먹는 자께서 죽이지 않고 놓아준 짐승이 가축들을 모조리 쓸어갔소."

 "창과 화살은 도무지 소용이 없고 막아서던 사람들만 몸이 상했습니다."

 나바재 씨는 장부를 기록하며 탄원자들을 달래기 바쁘다. 봄비는 심드렁하다.

 "가축들을 풀어주는 것은 염통먹는 자의 결정이오. 이 곳의 가축들도 모두 능소니가 데려갔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가진 무기로는 능소니를 막을 수 없을테니 다른 씨족에게도 알려 괜히 다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세요."

 "우리의 재산을 보호해줄 수 없다는 겁니까?"

 염통먹는 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차피 가축이 없다고 해서 굶어죽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밭의 소출만으로도 비축할 식량이 창고를 가득 채우는 땅에 자리잡고도 어찌 불평을 하시는 겁니까?"

 밭을 갈아줄 소를 잃은 사람, 수레를 끌 짐승을 잃은 사람들이 한참을 더 찾아와 하소연해보지만 전에 없던 염통먹는 자의 차가운 태도에 불평하며 물러난다. 날이 저물자마자 봄비는 사람들을 물리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봄비 씨. 오늘은 어째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매몰차게 대한 겁니까?"

 "나에게 무언가 물건을 맡겨놓은 것처럼 찾아오는 것을 보셨잖소."

 "하지만 우두머리들의 야심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지지가 필수적입니다. 잘 달래어 보냈어야 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픈 것인지는 알고 있소. 하지만 뚜렷한 수가 없습니다. 우리 가축이라도 온전했다면 나누어주면 그만이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어차피 능소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그늘을 떠날테니, 그 뒤에 노을녘의 순록이라도 붙잡아 새 가축을 얻어야지요."

 나바재 씨가 모닥불에 장작을 두어 개 집어넣는다.

 "능소니가 떠나지 않는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봄비가 불길을 바라본다.

 "쓸데없이 거창해진 이름부터 버려야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51.

 너럭바우가 포도버섯 씨 일행을 이끌고 아직 가축 우리가 멀쩡한 마을을 찾아간다. 포도버섯 씨의 눈에 염소와 말들이 보인다. 그러나 집채만한 곰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너럭바우를 쏘아본다.

 "좀 더 서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능소니 님은 터럭 하나 보이질 않는데."

 "그 분께서 가축 신세가 된 어르신들을 풀어주러 올 것이 분명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이 곳을 한 번은 지날 것이니 좀 더 기다리세요."

 밤이 되려면 아직 한참은 기다려야 하는데도 날이 어두워진다. 너럭바우가 자신이라면 절대 부리지 못할 수준의 먹구름을 바라본다. 구름이 번쩍거리며 사방에 벼락을 내리친다. 우리와 집이 박살난다. 부서진 지붕 사이로 채찍비가 쏟아지자 마을 사람들이 깜짝 놀라 밖으로 나온다. 능소니를 본 사람들은 무기를 던지기는커녕 오금이 저려 주저앉기 일쑤다. 그가 발톱으로 멍에와 밧줄과 고삐를 끊어버린다. 가축들이 능소니를 따른다. 만용을 부릴 줄 아는 사람들이 화살을 날리고 창을 던지려 들자 너럭바우가 뛰쳐나가 불을 뿜어 모두 태워버린다. 능소니가 놀라 뒤돌아보니 예전의 그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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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객 17-12-18 23:08
 
가장 바람직한 결론이 이루어지고 있네요. 이 작품 읽으며 철학서적의 소설 버전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시종이 여일하여 스스로 안목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공모전 막바지입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기회가 닿으면 나중에 막소주 한잔 나누십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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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대밥수 17-12-18 23:50
 
술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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