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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레몬 타르트
작가 : 소피아
작품등록일 : 2017.11.19

이제는 배우입니다. 남장여자 배우 데뷔기!

 
23화
작성일 : 17-12-17 14:32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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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은 이번 연극 배역 오디션이 크게 떨리지 않았다. 잘 못한다고 해서 이 학교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학생들처럼 연극에서 비중이 큰 배역을 노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연기과 1학년 이유진입니다.”

 “제 1 희망이 무대 연출인데, 이유를 듣고 싶네요?”

 “그러게. 왜예요?”

 “개인적으로는 공주들 중 하나를 맡아도 좋은 신장인데. 무대 뒤로 빠지고 싶은 이유가 오디션 보는 게 부끄러워서라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연기는 볼 거니까.”

 

 무대 아래에는 지민과 심사를 하는 다른 2학년 학생들도 앉아있었다. ‘일부러 뺐다? 유진이 정도면 중간급이나 주인공도 노릴만 한데…’ 희망하는 배역으로 최대한 아이들을 배치해주려고 하는 지민이었지만 유진같이 대놓고 무대 뒤로 가겠다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네. 무대 연출을 어떻게 하는 지 배워두면 오히려 나중에 연극 무대에 설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입니다.”

 “음… 네. 준비한 독백은 뭐예요?”

 “응. 해봐 유진아.”

 

 유진은 그렇게 오디션을 마치고 강당을 나섰다. 다른 학생들도 크게 긴장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다들 1지망 역할을 어떻게든 따내고 싶어했다.

 

 유진의 1지망은 무대 연출 보조. 2지망도 무대 뒤 소품 담당이라 누가 무슨 역할을 맡는 지는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유진을 제외한 모두는 왕자역과 공주들 역할을 하고싶어 하는 점이었다.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카메라에 나와야겠다는 욕심. 아직 데뷔를 하지 못한 연습생, 일반인인 학생들은 더욱 목을 매는 자리였다.

 

 “지니지니 유지니~”

 “안녕하세요 선배.”

 “뭐야?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멀쩡해요. 팔팔한데요? 방금 오디션 봐서 긴장해서 그런가?”

 “그래? 뭔가 좀 다른데? 유징징이는 팔팔 날아다녀야 되는데.”

 

 유진이 강당을 나와 복도를 걷는데 누가 뒤에서 유진을 불러세웠다. 아이돌로 데뷔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리드보컬 수현이다.

 

 “잘 지내셨어요? 요새 식당에도 잘 안 오시구…”

 “우리 요즘 전국투어 하거든.”

 “벌써요? 데뷔한지 얼마 안 됐잖아요.”

 

 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자 바나나 우유를 빨대로 마시고 있던 수현이 입을 떼었다. 수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전국투어가 아니고 봄 축제 다니면서 전국 투어.”

 “아, 뭐야…”

 “그래, 이래야 우리 징징이지. 더 해봐.”

 “뭘요? 난 또, 하긴 선배 그룹이 전국투어 하기엔 아직 연차가 안되죠?”

 “으으 반박할 수 없는 점이 징징이의 매력이지. 아프네. 연차가 안되는 게 아니고 팬이 몇명이나 올까를 걱정하는 거지.”

 

 하하 하고 수현이 웃었다. 오랫만에 유진이 본 수현은 키가 좀 더 큰 것 같았다. ‘원래 이랬던가? 조금 야윈것 같기도 한데… 바빠서 그런가보네.’ 유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행사때문에 바쁘다고 하면 되잖아요.”

 “응 바빠. 바빠서 너무 좋아.”

 “그러겠네요. 진짜 전국투어하면 보러 갈게요.”

 “진짜다? 근데 인기 너무 많아서 티켓 뜨자마자 매진이라 못 올지도 모르겠다.”

 “설마요…”

 

 잡담을 나누며 복도를 걷다 수현이 유진과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유진은 식당으로, 수현은 학교 밖 정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유진이 식당을 힐끔 보더니 이내 수현이 가는 방향으로 다시 걸어나갔다.

 

 “하여간, 연극는 준비 잘 되가? 작년에 대박이었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네? 우리도 준비 많이 했거든. 이번엔 안 질걸?”

 “저는 안 해요. 아마 다른 애들은 열심히 준비 하는 것 같아요.”

 

 유진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하지만 남장을 하고 있는 것이 들키면 아무 소용이 없었기에 하고 싶은 마음 자체를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너는 왜? 극본 나왔다며? 우리는 너네 2학년들이랑 같이 뮤지컬 올리기로 했는데, 따로 우리끼리 콘서트도 하고. 뮤지컬 넘버가 다 나온게 아니라서 콘서트 준비에 더 바쁘지만.”

 “와 뮤지컬 진짜해요?”

 “너 기사 안 보지? 우리 학교 소식은 인터넷 기사가 훨씬 빠른데… 우리 징징이 요즘 바빠? 얼굴도 헬쓱해진 거 같고? 매점가서 맛있는 거 사줄까?”

 “됐습니다. 저는 잘 챙겨먹고 있어요. 선배야말로 살 빠지신 거 아니에요?”

 “나야 지금부터는 제대로 관리해야지. 이제 시작인데. 너는 아직 안 그래도 돼~.”

 

 수현이 벤치에 앉아 바나나 우유를 주머니에서 꺼내 유진에게 내밀었다. 유진은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고 수현은 그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꼽아 먹기 시작했다.

 

 “근데 왜 연극 안 한다는 거야? 정말 어디 아파? 무대 공포증이라도 있어?”

 “저는 무대 뒤에서 준비하는 거 도우려구요.”

 “왜? 아니 왜? 너도 그거냐? ‘아직 제가 완성되지 않아서 보여줄 수 없어요’ 그런? 야, 그런 건 하면서 느는 것도 있는 거야.”

 

 푸하 소리를 내며 유진이 큰 웃음을 터트렸다. 내내 서있던 유진도 수현 옆에 앉았다. 수현은 꽤 진지한 얼굴로 유진을 보고 있었다.

 

 “진짜. 아휴. 아니에요. 그냥, 배워두고 싶어서 그랬어요.”

 “무대 연출을? 네가? 왜?”

 “그냥… 궁금하잖아요. 어떻게 뒤가 돌아가는 지도 궁금하고…”

 “흐음…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해 봐. 누가 알아? 운이 좋으면 네가 데뷔하는 날이 될 수도 있는 거야.”

 “넵. 알겠습니다.”

 

 수현이 말하지 않는 유진에게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유진이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 수현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한동안 벤치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근데, 이건 내가 그냥 물어보는 거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

 “네? 뭔데요?”

 “여자들은 선물로 뭘 좋아할까?”

 

 유진이 화들짝 놀라 수현을 바라보았다. 수현도 덩달아 놀라 유진을 보았다.

 

 “아니,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라니까. 그게, 아니. 내가 여자한테 선물할 게 아니고, 난 여자친구 없어. 그게 아니라, 내 친구가…”

 

 유진은 수현의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또 여자인 점이 들킨 건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한동안 수현이 허둥지둥 팔까지 휘둘러가며 유진에게 설명한 뒤에야 유진은 자기가 오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듣고 있냐? 아 이게 아닌데. 야, 소문내면 안된다? 너 믿는 거 알지? 나 진짜 아니야. 진짜.”

 “네, 네. 선물이요? 여자한테요?”

 “진짜 아니야. 내가 지금 스캔들 터지면 나고 우리 주드고 전부 끝이야, 끝. 내가 그걸 모르겠어?”

 “아니, 저도 그게 좀 놀라서…”

 “미안, 내가 괜한 걸 물어서… 어디에 물어볼 데가 딱히 없어서 나도…”

 

 수현이 벤치에 길게 몸을 뻗었다. 유진은 곰곰히 생각하다 말을 계속했다.

 

 “가방이나 보석류나... 그런 거는 싫어할까요?”

 “글쎄, 그런 취향은 아닌 거 같은데.”

 “누가 있어요 있긴?”

 “아니. 잠깐만. 너 취조하냐?”

 “선배 진짜 그러지 마요. 이제 겨우 자리잡은 거 잖아요.”

 

 유진이 걱정되는 어조로 말했다. 진지해진 분위기에 수현이 똑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수현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작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유진에게 대충 얼버무릴 수가 없었다.

 

 “아냐, 왜 그래. 내가 괜히 말했다. 아 나도 모르겠다. 너만 알고 있어. 그냥 아는 누나야. 나 과외 해주던 사람인데, 이번에 결혼한대서…”

 “그럼 그냥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요! 괜히 걱정했네!”

 “걱정했어? 우리 유징징이가 걱정을 다 했어? 여자친구같은 거 없다니까. 그냥… 내가 조금 좋아했어. 예전 일이지만… 이건 정말 비밀이다.”

 “아 뭐야 정말. 진짜 이상한 선배예요.”

 “근데 하여간. 뭐가 좋을지 모르겠어.”

 

 수현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나이차이가 별로 안 나는 남동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겠거니 하며 유진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혼수가전 같은 거 해주면 되겠네요.”

 “야 싫어, 그게 뭐냐? 이상하잖아.”

 “그게 제일 나은 선물일걸요? 티비나 냉장고나…”

 “나 그럴 돈 없어. 우리 부모님 것도 아직 못 바꿔드렸는데.”

 “하 참. 첫사랑 뭐 그런 거 아니었어요? 그럼 음… 악세사리 같은 거 줘요.”

 

 수현과 유진은 한참을 티격태격하며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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